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진자수가 세계 2위를 차지해 중국의 길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지 37일 만에 지역사회 전파가 확산되면서 환자 수가 1천명을 넘어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누적 환자는 총 1천146명이다. 전날 오후 4시 통계와 비교하면 밤사이 169명 더 늘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전날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밖 지역에서 이날 총 390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 중 214명이 한국이 차지했다. 전체 신규 환자의 54.9%를 차지하는 셈이다.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지난달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던 36세 중국인 여성을 시작으로 하나둘 증가해 왔다.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는 정신병동 환자를 중심으로 환자가 110명 이상 나왔고 부산 온천교회, 천주교 안동교구 이스라엘 순례단, 칠곡 중증장애인시설 등에서 환자가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서울 대형병원 부목사,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 교도소 교도관 등 직업상 여러 사람을 만나는 사람들이 하나둘 확진자로 판정되면서 추가 감염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신종 인플루엔자는 약 70일 만에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는데 코로나19는 한 달만"이라며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지역사회 감염은 이미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환자 수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면서 사망자가 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는 벌써 11명이다.
특히 청도대남병원과 관련해서는 이달 19일 사망한 63세 남성이 사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환자가 수십, 수백명 단위를 넘어서다 보니 사망자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노약자나 기저 질환자 등 감염병에 취약한 환자를 중심으로 치명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문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65세 이상 노약자, 만성 질환자, 호흡기나 간·신장 질환자, 요양병원 입원자 등은 감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앞으로 1∼2주 이내에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기준으로 현재 1만6천734건의 검사가 진행 중인데 방역당국이 하루에 소화할 수 있다고 밝힌 검사 건수(7천500건)의 두 배를 뛰어넘었다. 검사가 계속될수록 환자 수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 겸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향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가 코로나19 확산을 좌우하는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