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보 반 트엉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베트남과 북핵에 대응하는 양국의 공조 강화를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하노이 주석궁을 방문, 트엉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미사일은 역내 가장 시급한 안보 위협으로서 베트남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및 양자 차원 모두에서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베트남은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아세안 연대 이행에 있어 핵심 협력국"이라며 "양국은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트엉 주석은 "지난 30년간 한-베트남 관계는 2001년 포괄적 동반자 관계, 2009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2022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 왔다"며 "양국은 정말로 서로에게 좋은 파트너가 됐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이어 95분간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을 갖고 외교·안보 분야 전략적 협력 강화, 2030년 교역액 1500억달러 달성을 위한 경제협력,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골자로 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이행을 위한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윤 대통령은 베트남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 한도 확대 및 40억달러(5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원조, 2억달러(2600억원) 규모의 무상원조, 3000만달러(391억원) 규모의 양국 공동 연구 등 파격적인 경제 지원 계획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베트남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협력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7년간 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 한도를 기존 15억달러에서 20억달러로 확대 갱신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20억달러 규모의 경협증진자금 협력약정도 이번에 처음으로 체결해 2030년까지 총 40억달러의 유상원조를 지원할 계획"이라며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총 2억달러 규모 무상원조를 환경, 기후변화 대응, 보건, 교육, 디지털 전환 등에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베트남 과학기술 혁신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 코이카 무상원조로 향후 10년간 3000만달러 규모의 양국 공동연구를 지원할 예정"이라며 "양국 간 미래지향적 개발 협력을 상징하는 한-베 과학기술연구원(VKIST)이 베트남 과학기술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엉 주석은 양국 경제협력을 실질적이고 높은 수준으로 조기 추진해 2030년까지 1500억 달러 교역액을 달성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베트남 내 화력발전소, LNG발전소, DOD 사업과 국가중점사업, 하이테크 전자제품, 반도체, 빅데이터, 생명공학, 스마트시티 등에 대한 한국 기업의 신규 투자 및 투자 확대를 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트엉 주석은 △고용허가제 연장 △온실가스 배출 감소 및 핵심 기술 도입 지원 △문화·인적 교류 활성화 등 각 분야 협력 합의 사안을 열거하면서 "우리는 이번에 양국 관련 부처들이 많은 분야에서 17개의 협력 문서를 체결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트엉 주석은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해서 "베트남은 한반도 정세에 관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한반도의 비핵화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베트남 방문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05명의 경제사절단이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재계 총수를 포함, 주요 그룹 대표들이 대거 함께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대한상의,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대 경제단체 회장들도 동행했다. 가수이자 소주 업체 원스피리츠 대표인 박재범씨도 경제사절단으로 베트남을 찾았다.
전날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편으로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윤 대통령 등은 베트남 국빈 방문 첫 공식일정으로 하이노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 간담회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을 가꿔나가는 데 있어 베트남은 대한민국의 핵심 협력국”이라며 “지난해 수교 30주년을 맞기까지 양국 관계는 눈부신 발전해 왔고 오늘 저 방문은 양국 관계의 새로운 미래 30년을 향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담회에는 베트남 ‘국민 영웅’ 반열에 오른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감독 등과 재외 동포 3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