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조직 융화 깨뜨리고 행정의 비능율 초래” 지적
1번; 호남-승진/
2번; 충청–승진/
3번; 영남- 승진/
4번; 영남-승진/
5번; 호남-탈락/
6번; 호남-탈락/
7번; 호남-탈락/
8번; 서울 경기- 승진/
9번; 충청 당진- 승진/
10번-서울 경기 –승진/
서울 구로구청 공무원 노조 자유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글이다.
올해 초 단행된 구로구청 5급 사무관 승진을 놓고 한 노조원이 이렇게 적었다.
여기서 1번~10번 표기된 것은 해당자의 승진 서열 순서다. 그간 고과점수, 개인 역량 등을 바탕으로 객관화한 지표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통상 서열이 정해지면 큰 무리없이 이 같은 순서에 따라 승진이 이뤄진다”며 “구로구 외 서울시 산하 다른 자치구에서도 엇비슷하다. 일종의 관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취임한 문헌일 구로구청장은 이 같은 관행을 깡그리 무시했다. 대신 충청도 출신들을 요직에 앉혔다.
상위권에 랭크됐던 호남출신은 승진 서열 1번만 살아 남고 나머지는 모조리 탈락했다.
이러다 보니 인사가 단행된 지 몇 달이 흘렀지만, 그 여진이 아직도 구로구청에 남아있다.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로구청 소속 팀장(6급)은 “충청(출신)은 성골, 호남은 6두품”이라고 비꼬았다.
현 구로구청 소속 공무원들의 출생지를 따져보면 호남 출신이 절반에 육박한다고 한다. 숫자가 많은 만큼 인력풀도 다른 곳에 비해 좋다는 평이다. 이에 비해 충청 출신은 10% 남짓하다.
이 팀장은 “이런 배경에서 신라 시대 골품제도가 문헌일 구청장 취임후 단행된 첫 인사에서 다시 소환되는 모습이다”라고 덧붙었다.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노조원 얘기를 다시 들어 보자. 그는 “충남당진 출신 모 팀장은 지난번 서열이 20번대 후반이라고 들었다. 어떻게 이번에는 톱10 안에 들어가서 승진했는지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서열 9번 충남당진 출신 모 팀장이 이번에 사무관(5급)으로 승진했는데, 그 이전 서열은 20번대 후반이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벼락 출세’했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가만 여기서 짚어 볼 게 있다. 그의 고향이다. 충남 당진은 문헌일 구청장의 고향이기도 하다.
또 다른 구로구청 소속 팀장급 인사는 “사실상 문헌일 구청장은 고향 사람을 콕 찍어 출세길을 보장해 준거 같다”고 꼬집었다.
사실 문 구청장의 충청 편애(偏愛) 인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구청 내 요직은 모조리 충청권 인물이다. 구청장 비서실장, 행정국장, 총무과장, 조사팀장 등이다.
물론 지자체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동향 출신을 요직에 앉히는 것은 재량에 따른 정당한 권한 행사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지나치면 되려 조직 융화를 깨뜨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판단이다.
한 행정학 교수는 12일 “재량이 남발되면 무능하고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 상위직에 임명됨으로써 행정에 비능률이 초래되고 그 폐해는 구민들이 고스란히 입게된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무원 인사 원칙이 흔들리면 행정의 안전성과 연속성이 보장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