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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슬픔’ 을 뜻하는 어려운 한자말로 제목을 붙인 시네마 <이수(離愁)>. 아나톨 리트박의 '61년 연출작인 이 드라마에서 스물다섯의 청년 필립은 마흔의 커리어우먼 폴라에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며 데이트를 청하죠. <이수 - Goodbye Again>은 그렇게... 오래된 사랑과 새로운 사랑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여자의 모습, 그리고 그녀의 선택을 섬세한 시선으로 조명합니다.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폴라(잉그리드 버그만 분)는 트럭매매를 하는 부유한 중년사업가 로제(이브 몽땅 분)와 5년째 연인 사이 이죠.한데 두 사람은 그다지 결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죠(로제가 더욱 그러합니다만...).뭔가 균형이 맞지 않는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셈으로, '왜 결혼하지 않냐' 는 질문에 폴라는 '자유가 중요하기 때문' 이라고 주장합니다만... 정작 그녀의 삶은 자유로움과 거리가 멀죠. 폴라는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집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전형적인 플레이보이인 데다 거짓말에도 능수능란한 로제는 젊게 살고 싶다며 과속운전을 하고 젊은 여자를 만나러 다니는데 말이죠.폴라에겐 눈치빠르고 충실한 수호천사인 하녀 가비가 있습니다.그녀는 폴라가 로제로부터 일이 생겨 만날 수 없게 됐다는 거짓 전화를 받을 때마다 이런 일이 한 두번 있었던 게 아님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신속하게 외출복을 옷장에 집어 놓곤 하죠.그러던 어느날 폴라는 미국인 부호 이혼녀 반 더 배쉬(제시 로이스 랜디스 분)를 고객으로 소개받습니다.실내장식을 의뢰한 그녀의 아파트를 방문한 폴라는 그집 외아들인 변호사 필립(앤소니 퍼킨스 분)을 만나게 되죠.매우 자유분방하고 로맨틱한데다 유머 감각까지 갖춘, 젊은 황태자 스타일의 필립은 상법 분야는 흥미가 없는 변호사입니다.그는 스킨쉽이 곧 사랑이라는 걸 거부하고, 헤어짐 자체를 싫어해 여자친구 없이 혼자 외로워하는...7살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한 덕분(?)에 어머니가 수많은 저녁 파티에 자기를 데리고 가 수천명의 사람을 알고 27번이나 전학을 했던...또 13개 국어로 '사랑해' 라는 말을 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에얼스 카레데'(사랑해요)라는 노르웨이 말을 제일 좋아하는 청년이죠.그런 필립이 세련됐지만 왠지 슬픈 눈빛으로 우수에 차보이는 중년 여성 폴라에게 첫눈에 반한 겁니다.그날 이후 자신의 일도 내팽개치고 매력적인 폴라를 열정적으로 쫓아다니던 필립은 그녀와 식사를 함께 하다 갑작스레 일어나 익살을 떨죠.“비인간적인 짓을 한 당신을 죽은 자의 이름으로 고발합니다. 진정한 사랑을 붙잡지 않고 그냥 스쳐 보내게 한 죄, 행복해야 하는 의무를 등한시 한 죄, 도망자처럼 그럭저럭 마지못해 무료하게 지내는 삶을 영위한 죄로 당신을 고소합니다.피고는 극형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고독이라는 이름의 '독방형' 에 처하는 바입니다!”너무 끔찍한 형이라며 웃는 폴라를 향해 필립은 "사랑받지 못하고 외롭게 사는 것은 정말 최악이에요" 라고 나름 덧붙이죠.이토록 낯뜨거운 프로포즈를 격정적으로 하던 필립은 다음엔 보다 세련된 애정의 문구가 적힌 쪽지를 건넵니다."일요일 6시에 콘서트홀 살 플레옐 에서 근사한 음악회가 있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분명히 질문인데도 "?" 표시가 없는, 세개의 점으로 표시된 "..." 을 강조한 메시지로,폴라는 바로 이 '말줄임표(...)' 속에 숨겨진 머뭇거림과 모호함의 감성을 마주하게 됩니다.필립은 슈만의 아내이자 열네 살 연상의 클라라를 사랑한 브람스에게서 도플갱어적 감성을 공감했을까요?원작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Aimez-vous Brahms...)' 를 음미해보면 까칠한 독일어 이름이 부드러운 비음의 프랑스어에 절묘하게 녹아듦을 알 수 있습니다.그토록 낭만적인 사랑의 밀어를 받은 폴라는레코드판을 뒤적거리며 브람스 교향곡 3번 음반을 찾아내지요.그녀는 17살 이후 처음으로 브람스 음악을 듣게 되면서 필립이 남긴 초대 문구를 통해 그간 잊고 있었던 사랑의 열망에 휩싸이게 됩니다.브람스라는 이름과 음악이 폴라의 연애세포를 망각으로부터 일깨워준 셈이죠.필립은 새로운 사랑 앞에 주저하는 폴라에게 얘기합니다."사랑을 하기 위해선 두 사람이 필요하죠. 사랑을 주고 또 사랑 받아야 하니까요...왠지 슬퍼보이세요. 전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폴라는 자기가 필립보다 열다섯 살이나 많다는 사실을 마냥 맘에 걸려하면서도, 끊임없이 다른 여자를 만나러 다니느라 자신을 외롭게 만드는 로제를 원망하며 점점 필립에게 기울어지게 됩니다.폴라는 결국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며 내밀하게 다가오는 필립의 데이트 신청에 응하게 되죠. 그러나 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가 브람스 교향곡 1번 4악장의 벅찬 환희의 선율을 연주할 때 폴라는 바람둥이 연인 로제와의 첫 만남을 떠올립니다. 이처럼 첫 데이트부터 폴라와 필립의 관계는 위태롭기 그지없어 보이죠.그런 폴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필립의 시선은 오로지 폴라에게 향합니다.필립은 왜 브람스를 들으러 가자고 했을까요? 전봇대에 붙여진 브람스 음악회 포스터를 우연히 발견해서였을까요? 이 글의 제목에서 보듯,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고 물음표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필립이 폴라가 브람스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묻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죠. 오로지 같이 있고 싶은지를 알고 싶은 거고,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을 제안해 봤던 겁니다. ‘나랑 같이 시간을 보내요. 나를 좋아하게 될 거예요...’ 라는 뜻이었을 터, 폴라가 망설일 수록 필립은 더욱 노골적으로 그녀에게 구애를 합니다.그러나 브람스의 음악을 들으러 가자고 한 순간부터 필립과 폴라의 비극적 결말은 예견되었는지도 모르죠. 청년 필립이 15살 위의 여인 폴라에게 매혹됐듯, 작곡가 브람스 또한 14년 연상의 피아니스트인 클라라 슈만을 평생 흠모하며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브람스는 클라라를 진정 사랑했지만... 클라라는 스승이나 다름없는 슈만의 부인이었으니 브람스로서는 그녀에게 마냥 가까이 접근하는 일이 쉽지 않았겠지요. 비록 슈만이 일찍 세상을 떠났다고 해도 말입니다. 그 때문인지 브람스의 음악에선 헤아릴 수 없는 애수와 고독감이 진하게 풍겨 나옵니다. 우수어린, 또 깊이 있는 표현력 때문에 낙엽이 지는 가을에 들으면 더욱 가슴에 와 닿지요.극중 필립과 폴라의 캐릭터 설정은 브람스의 클라라 슈만을 향한 연모의 정서와 데칼코마니를 이루고 있는 셈입니다.음악회 인터미션 중 철부지 같은 사랑 연기는 제발 고만하라고 질책하는 폴라에게 필립은 진지하게 답하죠."당신을 만나고 '변호사', '아이', '애인' 별 연기를 다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다 당신을 위한 것이지요. 그게 사랑 아닐까요?전 로제에게서 당신을 향한 사랑을 빼았을 권리가 있어요. 꼭 그럴 거에요!"결국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발전하지만 폴라의 허전한 마음은 완전히 채워지지 못합니다. 이처럼 주인공들의 공허한 심리 상태와 사랑의 줄다리기가 펼쳐질 때 그들의 복잡미묘한 감정은 고독하면서도 열정적인 브람스의 교향곡을 통해 암유되죠. 비가 몹시 내리는 어느 날, 폴라는 흠뻑 젖은 채 가게 앞에서 몹시 슬픈 모습으로 서 있는 필립을 발견하곤 강렬한 모성애를 느끼며 힘껏 포옹해 줍니다. 그 날 이후... 필립은 폴라의 아파트에 들어앉게 되고, 뜨거운 사랑을 불태우게 되죠.하지만 그들의 정사(情事)를 눈치챈 로제는 젊은 아가씨와 놀아나는 주제이면서도 '최소한 난 정상이잖아' 라며 애송이 필립과 폴라의 교제를 비정상적인 풋사랑으로 폄하하죠.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고 모멸감에 휩싸인 폴라는 로제에게 당분간 만나지 말자며 황급히그의 곁을 떠나갑니다 .운전하는 차창 너머 시야가 일렁거리자, 그녀는 눈물 땜에 그런지도 모르고 윈도 브러쉬를 돌려보지만...  그 비참함에 하염없이 흐느끼죠.얼마 후 모두가 의미없는 여자였고 진정 사랑하는 여자는 당신 밖에 없다는 로제의 변명을 폴라는 '그저 기다려주는 내가 있으니까 만만하냐' 며 냉정하게 자릅니다.그렇게... 폴라는 휴가를 같이 보내자는 로제의 제안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그럴 순 없다며 거절하고 맙니다.2달 넘게 폴라를 만나지도 못하고 지낸 후에야 그녀가 자기의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된 로제는 애끓는 진심을 털어놓죠." 무슨 말부터 할까 고민했는데... 당신이 제발 도와줘야겠소. 어제밤 클럽 무도회에서 필립과 춤추는 당신을 보고는 '이제 그만 집에 함께 갑시다' 라고 말하고 싶었어. 그렇게 당신과 헤어지곤 마냥 걸으며 생각했소. '이렇게 살 수는 없어. 정녕코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이요. 다 내 잘못이야. 당신을 잡았어야 했어, 처음부터 말이지. 제발 나한테 돌아와줘!"'그말을 그렇게 하기가 힘들었냐' 며, '당신이 바보라서 그랬다' 며, 그러곤 '이제 다 상관없다' 며, '이제야 나도 집에 돌아왔다' 며, 그를 다시 받아들이는 폴라... 로제의 청혼을 수락한 폴라는 필립에게 쓰라린 이별을 고합니다."필립, 이해해줘요. 우리는 서로가 필요할 때 만났던 거에요. 둘 다 운이 좋았던 거죠. 하지만 당신도 잘 알다시피 그것만으로는 관계를 유지할 수 없어요."필립은 답합니다." 그가 한마디 했다고 당신은 돌아가는 건가요. 제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겠군요. 제 덕분에 두 분이 결혼까지 하게 됐잖아요. 나는 '큐피트' 같은 존재였던 게죠. 그래요, 큐피트! 로제도 당신도 나도 모두 바보에요. 왜 절 사랑하지 않는거죠? 당신이 말한대로 내 맘속 악마를 빼낼 순 없어요. 폴라, 이제 난 어떻게 하죠?"" 뉴욕으로 돌아가야죠. 친구도 있으니 잘 살 거에요."" 맞아요, 좋은 여자도 만나겠죠. 결혼도 하고 행복하게 살겠죠? (울먹이며)내 슬리퍼가 어디 있죠? (침대 밑에서 하나 찾곤) 다른 쪽은 요?"깊이 상처받은 채 어린 애처럼 울며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필립을 향해 폴라는 비통한 목소리로 부르짖습니다."필립, 날 이해해줘요. 난 너무 늙었어요. 늙었다고요!"남이 봤을 때 '정상적인 관계' 울타리 안에 비로소 들어갔다는 것이 자못 위안이 됐던 걸까요... 폴라는 로제와 결혼을 하고 나오면서 '치과에 다녀온 기분' 이라고 토로합니다.마치 자신을 괴롭히던 사회적 시선, 죄책감을 말끔히 벗어버렸다는 것처럼 말이죠.그러나, 결혼 후에도 로제의 바람기는 고쳐지지 않습니다.어느 주말 저녁, 로제와 외식을 하기 위해 옷을 고르는 폴라에게 전화가 걸려오죠. 일 때문에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로제... 폴라는 필립의 예전 선고대로 '고독이라는 형(刑)' 에 속절없이 처해진 채, 쓸쓸히 화장을 지웁니다.1. <이수 -  Goodbye Again>(1961) 트레일러 https://youtu.be/pRIYpLDjcjg<Aimez vous Brahms... - Goodbye Again>https://youtu.be/WCBoz0ls57k2. 브람스 '교향곡 3번 F장조, Op.90' 중 '3악장'포코 알레그레토(Poco Allegretto) - 첼리다비케 지휘 뮌헨 필하모니커(1985) : https://youtu.be/ixOdOMfgMLw프랑수아즈 사강이 스물넷에 쓴 자신의 소설 제목('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으로 선택한 작곡가가 '브람스(Brahms)' 인 것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을 거 같죠.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그리고 슈베르트와 함께 독일-오스트리아 음악가 계보에 속하지만...브람스라는 이름은 보다 부드럽게 발음할 수 있는, 또한 자못 낭만적으로 들리기 때문일 것입니다.바로 60년대 뭇 청춘을 설레게 했던, 사강의 소설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를 두고 하는 말이죠.이 원작을 화면에 옮긴 < 이수 - Goodbye Again > 는 '연상의 여인에 대한 사랑' 이 주제로 엮어집니다.평생 동안 스승 슈만의 아내 클라라 곁을 떠나지 않았던 브람스의 사랑도 이런 종류의 연정이었을 터... 영화 속에서 필립이 폴라를 브람스의 교향곡이 연주되는 콘서트에 초대하도록 한 배경에는 이것을 암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클래식 음악을 편곡해 영화 사운드트랙으로 즐겨 사용했던 조르쥬 오릭은 브람스 교향곡 3번 F장조, Op.90 중 3악장을 < 이수 - Goodbye Again > 의 사랑의 테마곡으로 사용했죠.첼로의 선율이 가을처럼 우수에 차면서 감미롭고 서정적으로 흘러나와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며 낭만의 극치를 이룹니다. 이어 바이올린과 목관에 의해 그 감정은 더욱 골이 깊어지죠. 브람스는 그렇게, 마저 못 다한 지난날의 추억을 쓸쓸히 독백처럼 이야기하며 그리움을 노래했는지도 모릅니다. 폴라가 필립의 데이트 신청을 알려준 하녀 가비에게 브람스의 음악이 무언지 알려주는 장면에서 이 3번 교향곡 3악장이 나오죠.마치 새로운 사랑의 출발을 앞 둔 폴라의 일렁이는 마음을 투영하는 듯 말입니다. 이 '3악장 포코 알레그레토' 의 테마는 여러 버전으로 변용되며 화면을 감싸안죠.브람스의 교향곡 중 연주시간이 가장 짧은 3번 교향곡은 모두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3악장은 수묵화같은 색감의 매우 몽환적이며 아름다운 선율로 풀어집니다.어쩌면 브람스의 모든 교향곡 악장들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다고도 할 수 있는 이 3악장은 둘의 관계가 ‘교향곡 3번의 길이만큼 짧게 끝난다는 암시’ 일런지요? 아니면 ‘진짜 사랑은 이처럼 아름답고 몽환적이며 한 순간의 꿈 같은 거지만 그래도 한 번은 빠져볼만한 것이다’ 라고 에둘러 말하는 걸까요?비가 내리는 초가을의 파리가 무대인 이 영화에 너무도 어울리는 배경음악으로 함께 하는 브람스의 포코 알레그레토...음악은 끝내 세속적인 결합을 이루어내지 못했던 브람스와 클라라, 그리고 필립과 폴라의 사랑을 애틋함으로 추억하게 만들죠.- https://youtu.be/kssWbTDrRhY: feat. 돈 맥클린의 'And I love you so'아울러 이 사랑의 테마는 실의에 빠진 필립이 들른 재즈바에서 혼자 위스키를 마실 때, 테너 섹스폰의 매혹적인 연주가 가미된 재즈 풍의 비가로 불려집니다. “ 더 이상 말하지 마세요, 이젠 작별이에요. 지난 번 같이 또 다시 작별이랍니다. 거짓말은 할 수가 없네요. 이별 후에 다시 또 이별은 오죠.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이지만 아무 의미도 없지요. 사랑은 노래하기 위한 말에 지나지 않지요…” - <이수 - Goodbye Again>: 다이안 캐롤의 'Say no more, It's goodbye'- 'Love is just a word' https://youtu.be/lcFScNiJNWM자신을 다시는 찾지 말아달라는 폴라에게 어쩔 수 없이 그러겠다고 약속한 필립은, 쓰라린 마음을 끌어안고 단골 바에 들렀던 겁니다. 그곳에선 흑인 여가수(다이안 캐롤 분)가 사랑에 대하여 너무도 잘 아는 것처럼 노래하지요."사랑은 한 단어일 뿐  아무 뜻도 없지두 남녀가 만나는 걸 고급스럽게 포장한 단어지사랑은 한 단어일 뿐  즐거움의 시작을 나타내는, 죄를 포장하는 그런 단어일 뿐'사랑은 한 단어일 뿐(Love is just a word)'  마을 어디에나 있는..."그리움과 애수가 깃든 멜로디가 풍성한 하모니에 싸여 필립의 상심과 고독마저 전염돼 오는 듯합니다.이 곡은 영화에 로젠 역으로 출연했던 이브 몽땅, 그리고 제인 버킨을 비롯한 많은 가수들이 각각 다른 버전으로 리메이크해 불렀죠.- 이브 몽땅의 'Quand tu Dors Pres de Moi' https://youtu.be/KKl_FA3gCgo- 제인 버킨의 'Baby alone in babylone' https://youtu.be/8BRM8vTqFdo- 29세 앤소니 퍼킨스 의 < Aimez- vous Brahms... > 인터뷰(1961)https://youtu.be/ny4MOJD54k0브람스 교향곡 3번은 4편의 교향곡들 중 가장 드물게 연주되는 작품입니다.한데 유독 3악장만이 독립되어 높은 대중적 인기를 끈다는 것이 모종의 아이러니처럼 느껴지죠.당대에 사랑을 받지 못했던...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 가 루키노 비스콘티의 탐미적인 영화 < 베니스에서의 죽음 > 전편에 처연하게 흐르며 유명해졌던 것처럼,브람스와 대중문화의 접점은 그의 교향곡 3번 3악장으로 수렴되고 있는 것입니다.  - 안드레스 오로스코 에스트라다 지휘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https://youtu.be/u68ETRjNQME3. 브람스 교향곡 1번 c단조, Op.68-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사망 2년 전인 1987년)https://youtu.be/yNqp5QqT3z8폴라와 필립의 첫 데이트에서 브람스 교향곡 1번이 울렸다는 건 의미심장 하죠.브람스 교향곡 제1번은 슈만의 '만프레드 서곡'에 감명을 받은 브람스가 무려 21년간의 노력 끝에 완성한 야심작입니다.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브람스의 작품 중에서도 뛰어난 걸작으로 평가받죠. 곡은 브람스 특유의 우수 어린 선율과 애잔한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운명의 발자국 소리와 같은 1악장을 거쳐 벅찬 환희로 가득한 4악장으로 마무리되는 구성은 ‘운명 교향곡’ 이라 불리는 베토벤의 교향곡 5번과 매우 비슷하죠. 특히나 4악장에는 브람스가 사랑했던 이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4악장 도입부의 진중한 선율이 지나가면 오케스트라의 알펜호른 연주자가 가슴이 확 트이는 멜로디를 연주하죠. 이 선율에 재미난 비밀이 있습니다. 브람스와 클라라는 언젠가 다툰 일이 있었는데, 브람스는 클라라와 화해하기 위해 그녀의 영명축일(靈名祝日)에 맞추어 호른이 연주하는 선율을 엽서에 적어 보냈죠. 그러고는 헌시(獻詩)를 건넸습니다. “산보다 높이, 골짜기보다 깊이, 나는 당신에게 천 번의 인사를 보냅니다.” 우리가 즐겨 애송하는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 의 시구를 떠올리게 하는 이 헌시는 사랑을 마주하는 자의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죠.공연장에서 음악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폴라만을 응시하며 "바라만 보는 것은 괜찮지요?" 라고 묻는 필립 처럼 말입니다.브람스는 자신의 평생 친구이자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요제프 요아힘의 좌우명도 이 교향곡 속에 넣었죠. 평소 요아힘은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Frei aber einsam)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았는데, 브람스는 이 말의 첫 글자 'F-A-E' 를 'A-E-F' 로 살짝 바꿔 이 알파벳이 나타내는 '라-미-파' 선율을 결정적인 모멘텀에 사용했습니다.베토벤이 교향곡 9번 '합창' 을 초연한 이후 유럽의 음악가들에게는 교향곡이라는 장르에서 베토벤의 장벽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였죠.브람스가 1번 교향곡을 위해서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데 브람스의 지인이 어느날 그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당신은 왜 교향곡을 작곡하지 않나요?"그러자 브람스는 "거인이 내 뒤로 뚜벅뚜벅 쫓아오는 소리를 항상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게. 그 기분을 자네는 전혀 상상할 수 없을 걸세" 라고 대답했다고 하죠.필립이 넘어야 할 산, 사랑을 위해 승리해야 할 대상이 있는 그런 사랑은 너무나 힘들 것임을 우리는 잘 압니다.영화 <이수 - Goodbye Again> 에서는 로제가 필립의 그런 대상이 아니었을까요?필립으로서는 로제의 존재가 사랑을 가로막는 벽이었을 테니까요. 브람스 교향곡 1번 4악장이 들려오지만 폴라가 로제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는 장면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의미였을 겁니다...- 안드레스 오로스코 에스트라다 지휘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https://youtu.be/cqd4NQ-ppCY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5-07 11:21

시드니 폴락의 1985년 연출작 < 아웃 오브 아프리카 > 는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아다지오' 를 배경으로, 주인공 카렌의 내레이션과 함께 프롤로그 격인 그 첫 장을 열어가죠."그는 아프리카 탐험에 축음기도 가져갔다. 총 세 자루와 한 달 분 식량에 모차르트 음악까지...우리의 우정은 선물로 시작되었다. 그는 싸보로 떠나기 얼마 전에 최고의 선물을 주고 갔다. '신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 그제서야 나는 보았다. '진정한 신의 창조물' 을.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기록하려고 했다. 그 기억이 너무도 선명했다. 그는 거기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기 순서가 엉망인데... 데니스가 알면 몹시 싫어할 것이다. 그는 잘 정돈된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럼 다시... '나는 아프리카 느공 언덕 아래에 농장을 갖고 있었다.' 사실 이야기의 시작은 이게 아니다. 우선 덴마크로 돌아가야 한다."귀족 부인이 되어 사교계에서 화려하게 살아가길 꿈꾸었던 카렌(메릴 스트립 분)...남부럽지 않은 가문 출신의 카렌은 결혼을 코앞에 두고서야 약혼자 한스 브릭슨의 마음이 자신에게서 떠났다는 걸 깨닫죠.한데 파혼한 그녀는 또다시 하지 말아야 할 충동적인 선택을 저지르고 맙니다. 한스의 쌍둥이 동생이자 오랜 친구였던 브로 브릭슨(카를로스 마리아 브렌다우어 분)과 사랑도 없는 결혼을 약속해버린 것이죠.그리고 비로소 오프닝 크레딧이 열리며 존 베리의 장중한 오리지널 스코어 'I had a farm in Africa' 를 배경으로,1913년 영국령의 동아프리카 케냐 인도양 연안의 항구 몸바사를 출발해 나이로비로 향하는 열차를 조명합니다.- 오프닝 크레딧https://youtu.be/vyqsDcMYxf0나이로비에 위치한 농장을 향해 가던 카렌은, 벌판에서 기차를 세워 상아를 싣던 데니스 핀치 해튼(로버트 레드포드 분)과 짧지만, 강렬한 첫 만남을 나누죠. 하지만 이미 케냐에 와 있던 브로는, 상실감을 털어내려는 듯 자신과 재빨리 결혼해버린 카렌에게 온전히 다가서지 못합니다. 덴마크를 떠나 케냐의 나이로비 농장에서 시작한 그들의 결혼생활은 처음부터 삐걱대죠.남작이라는 작위 말고는 경제적 능력이 없던 빈털터리 브로는 그녀의 돈으로 벌인 40만 평의 커피 농장 사업마저 팽개친 채 집을 떠나 사냥과 술, 또 여자로 시간을 보냅니다. 카렌은 낯선 대륙에서 사무치는 외로움을 견디며 힘든 농장 관리까지 떠맡게 되죠. 간절하진 않았어도 손에 쥘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 오기와 집착이 생기는 터... 그녀는 잠시 돌아온 브로에게 아이를 갖자고 설득합니다. 그러자, 브로는 영국과 독일 간 전쟁에 참전하겠다며 그녀에게서 더 멀리 도망치듯 달아나버리죠.조금씩 지쳐가고 있을 무렵, 카렌은 웅혼(雄渾)한 아프리카 대륙을 바람처럼 떠도는 풍운아, 데니스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카렌은 말을 타고 초원에 나갔다가 사자의 공격을 받는 위험에 처하는데 마침 현장에 있던 데니스의 구조를 받게 되죠.카렌은 데니스와 그의 친구 버클리 콜(마이클 키친 분)을 저녁식사에 초대합니다.이야기에는 소질이 있다고 자신하는 카렌에게데니스는 “쳉 후안이라는 방황하는 중국인이 있었다네”라고 첫 화두를 건네죠.카렌은 아라비안 나이트의 세헤라자데 처럼, 천의무봉(天衣無縫)의 솜씨를 발휘하며 몽환적인 로맨스의 서사를 직조해갑니다.“쳉 후안은 포모사 거리의 청사등 불빛 위로 나 있는 조그만 방에 홀로 살았지. 그 창가에 앉으면 고향집의 맥박 소리가 아련히 들려오고...”거칠 것 없이, 세상을 향해 활짝 열려 있는 그의 자유로운 영혼은 카렌을 한껏 끌어당기죠.그녀의 내면 깊숙이 갇혀 있는 열정을, 문을 열어주기만 하면 하늘 높이 날 수 있을 자유에 대한 열망을 데니스는 알아봅니다. 만남이 반복되면서 두 사람은 우정보다는 진하고 사랑이라 부르기엔 아쉬운 감정을 오롯이 쌓아가죠.그러나 그때까지도 카렌이 원한 건 남편이 머무는 따뜻한 가정으로... 그녀는 전선에서 필요하다는 물품들을 싣고 브로를 만나기 위해 멀고 위험한 길을 힘들게 달려갑니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남편을 재회하고 돌아온 카렌은 그에게서 악성 매독이 전염된 걸 알게 되죠. 아픈 몸을 이끌고 치료를 위해 덴마크에 갔던 카렌은 결국 불임의 몸이 되어 돌아옵니다. 상처 말고는 아무것도 나눌 수 없는 관계가 된 브로와 카렌은 별거에 이르죠.카렌은 일에 몰두하며 원주민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세우고 커피 농장에도 열성을 보입니다.그나마 한줄기 위안이 있다면 브로가 떠난 집에 데니스가 자주 찾아온 것이죠.아프리카의 원시적 대자연, 그리고 아프리카인을 사랑하는 데니스는 여러모로 남편 브로와는 대조적인 남자입니다.모차르트의 음악을 즐겨 듣는 그는 경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의 드넓은 하늘을 날으며, 삶과 예술에 대해 얘기할 줄 아는 인물이죠.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데니스는 그녀를 위한 선물이라며 축음기로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D 장조, K.136' 의 1악장 '알레그로' 를 들려줍니다.데니스는 카렌에게 지프를 타고 야생의 '마사이 마라' 사파리를 함께 탐험할 것을 제안하죠. 하여, 아프리카의 광대 무구한 신천지가 온전히 두 사람의 것이 되어 펼쳐집니다만... 며칠이 지나자 제대로 씻지 못한 그녀의 머리는 엉망이 됩니다. 그때 데니스가 다가와 카렌을 의자에 앉히고 머리를 감겨주죠.다감한 그가 하얀 물병에 담긴 물로 머리를 헹구어주자 카렌의 얼굴은 황홀하게 빛납니다. 그녀 앞에 서서 '훨씬 낫네' 라며 환하게 미소 짓는 데니스의 얼굴 뒤로 아프리카의 찬란한 태양이 넘실거리죠. 데니스는 새뮤얼 콜리지의 산문시 '늙은 선원의 노래' 한 구절을 정감 있게 암송합니다. "하하 웃으며 그는 말했지. 모든 게 잘 보이는군. 악마는 노를 저을 줄 알지... 잘 있어요, 안녕히. 하지만 당신 축하객들에겐 말하겠소. 사랑을 잘하는 사람이 기도도 잘한다고. 그건 사람이나 새나 동물들도 마찬가지이지.”- 'Shampoo by the river' https://youtu.be/d8sDpSZeDBE그러던 어느 날, 데니스는 경비행기를 몰고 와 아프리카를 함께 날자고 권합니다.“자, 우리 쓸데없이 목숨 걸러 가요. 우리 목숨이 아무 가치도 없다는 게 바로 우리 목숨이 지닌 가치니까요. '죽을 수 있는 자, 자유로이 산다'(Frei lebt wer sterben kann)..."존 베리의 장중한 사랑의 테마 'Flying over Africa' 를 배경으로 두 사람을 태운 노란 날개의 쌍발 비행기는, 열차처럼 더 이상 규칙의 길이 아닌, 자유로운 하늘길을 한마리 새처럼 유유히 날으죠.석양에 붉게 물든 지평선, 우거진 녹음 사이로 흐르는 강, 장엄한 폭포와 광활한 대평원의 협곡, 검은 물소들의 무리, 홍학(플라밍고) 떼들의 날갯짓, 그리고 하이얀 구름바다가 끝없이 펼쳐집니다.마치 두 사람의 사랑을 축하라도 하는 듯...수만 마리 플라밍고 떼가 현란한 군무를 추는 가운데, 비행기 앞좌석에 앉아 있던 카렌이 자신의 오른손을 뒤로 내밀고, 뒷 운전석의 데니스가 왼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아주죠 서로 '한 손' 을 내밀어 '두 손' 을 잡음으로써 사랑의 징검다리가 완성되고, 두 사람의 영혼은 충일한 합일을 이룹니다.- 'Africa from above -That plane scene'  : 'Flying over Africa' / 존 베리 https://youtu.be/Pzo3m3tOkdM카렌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짓고, 다듬어 꾸민 작은 세상에 데니스가 평생토록 머물러주길 간절히 원하죠.하지만 카렌의 이야기를 반짝이는 눈빛으로 들으며 더 큰 세상을 꿈꾸는 데니스는 그동안 보고 듣고, 또 경험한 세상을 그녀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그럴 수 있다면 카렌은 더 멋진 세계를 창조할 텐데'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카렌은 말합니다. “세상에는 소유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 있어요. 그러나 그것엔 가격이 따르죠. 난 그중 하나가 되고파요.”이에 데니스는 철학적으로 답합니다. "우린 누구도 무엇도 소유할 수 없어요. 단지 스쳐 갈 뿐이지...""나침반이 항상 북쪽을 가리키듯 나의 마음은 항상 당신을 향하고 있소" 카렌을 이토록 사랑하지만 결혼이라는 제도적 굴레에는 얽매이고 싶지 않은 데니스를 향해그녀는 부르짖습니다. "왜 당신 자유가 내 것보다 소중하죠?" 소유되길 거부하는... 길들여지지 않는 영혼을 가진 남자 데니스는 답하지요. "그렇지 않아요. 난 당신 자유에 간섭한 적 없소!"그는 세상이 정해준 길을 걷는 것도, 누군가의 소유가 되어 한 곳에 머물러 사는 것도 바라지 않았던 겁니다. 원주민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려 하는 카렌에게 데니스는 충고해주죠."마사이족들은 감옥에 가두어 두면 서서히 죽어갑니다. 그들은 갇혀 있는 채로 살 수 없기 때문이지요. 미래에 석방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그들에게는 오늘만 존재할 뿐이에요."그는 아프리카의 문화를 그 자체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카렌을 설득합니다. 결국 가치관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카렌의 곁을 떠나는 연인 데니스... 그녀는 처연히 말하죠."작별은 이상한 감정이다. 남자는 용기를 시험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우리 여자의 시험은 상실에 대한 인내심이다. 얼마나 그 외로움을 견딜 수 있을까?"이후 원주민들과 오랜동안 함께 생활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카렌의 생각도 변해갑니다만... 예기치 못한 카피 농장의 대화재가 그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리죠. 아프리카는 문명에 포장된 인간의 소유를 거부한 걸까요,파산한 카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차압당한 땅에서 원주민들이 쫓겨나지 않도록 총독 앞에 무릎을 꿇고 부탁하는 것뿐이었습니다.배를 타고 고향 덴마크 룽스테드로 돌아가려는 그녀를 위해 데니스는 경비행기로 항구 몸바사까지 데려다주겠다고 약속하죠.그러나 바로 그 날... 도착한 사람은 데니스의 사망 소식을 전하러 온 전 남편 브로였습니다.비행기 추락 사고로 그녀보다 더 먼저, 더 멀리, 떠나버린 것이죠.검은 상복의 카렌은 통곡을 삼키며 알프레드 E. 하우스만의 명시 '너무 일찍 죽은 운동선수를 위하여(To an athlete dying young)’ 를 낭송합니다."마을 경주에서 이겼을 때 우리는 광장에서 당신을 축하했고, 어른 아이 모두 환호하며 당신을 어깨에 메고 다녔다네.이젠 사람들의 함성도 사라지고 승리한 주자의 이름은 그의 죽음보다 더 빨리 사그라졌다네.색 바랜 월계관을 다시 쓴 그대 앞에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만이 그대를 지켜주지만, 화환은 소녀의 꽃다발보다 빨리 시드는구나."카렌은 데니스를 영원한 안식처로 보내는 헌사를 남깁니다."이제 데니스 조지 핀치 해튼의 영혼을 데려가세요. 우리에게 보내주신 그는 우리의 기쁨이었고, 우린 그런 그를 사랑했습니다. '그가 우리의 소유가 아니었듯 저도 그를 소유하지 못했습니다'..."- ' He was not ours, He was not mine 'https://youtu.be/j91DsC7XvdQ그렇게... 데니스를 마음에 묻은 카렌은 속절없이 되뇌죠."내가 아프리카의 노래를 안다면 기린과 아프리카의 달, 농부들의 땀과 초원의 노래일 것이다. 아프리카는 내 노래를 알까? 들녘 너머로 나만의 색깔이 펼쳐질까? 아이들 게임에 내 이름이 있을까? 보름달이 자갈밭에 그림자를 만들면 내 마음처럼느공 언덕의 독수리들이 나를 찾을까? "바람처럼 스쳐간 연인 데니스... 그는 세상이 말하는 사랑도, 카렌이 원하는 사랑도 주지 않았죠. 대신 몇 가지 소중한 선물을 남겼습니다. 카렌의 소설적 재능을 알아보고 글로 써보라며 '만년필' 을 건넸고, 어디에 가든 길을 잃지 말라며 '나침반' 을 주었죠.또한 그녀에게 소유를 넘어 영혼의 풍요로움을 알도록 깨우쳐준 자유로운 영혼의 데니스... 바로 그의 화신으로 기억되는 모차르트를 들을 수 있는 '축음기' 도 헌정했습니다.그리고, 경비행기에 카렌을 태우고 하늘을 날며 아프리카의 광활한 대지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을 보여줌으로써 ‘신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도 나눠줬죠.하지만 무엇보다도, 카렌이 연인과 농장, 모두를 잃었음에도 덴마크 고향으로 돌아가 그 모든 것을 추억하며 '글을 쓸 수 있게 한 힘' 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선물이었을 겁니다. 17 년간의 아프리카 생활을 청산하는 날, 원주민을 위한 카렌의 용기 있는 헌신에 감동한 영국 남자들은 여성 출입 금지 구역인 '마운트 케냐 사교 클럽' 에 그녀를 초대하지요.카렌은 위스키를 청해 그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장밋빛 입술의 소녀와 발 빠른 소년들을 위해'라는 건배사를 남깁니다.마지막 이별을 앞두고 기차에 오르기 전, 카렌은 언제나 충실했던 하인 파라 아덴(말릭 보웬즈 분)의 손에 그녀가 그토록 소중하게 간직했던 '나침반' 을 쥐어주죠. 그러곤 '자신의 이름을 불러달라' 고 부탁합니다.파라는 늘 그랬듯이 성심껏 화답하죠. "마님 이름은 카렌이십니다!"조그만 가방 하나만 가진 채 아프리카를 떠났던  카렌은 훗날 회고하죠."내 친구에게서 편지가 왔다. 편지 내용은 어떤마사이가 얘기하길 해가 뜨고 질 무렵에 핀치 해튼의 무덤가에서 사자들을 보았다는 것이다.암사자와 수사자가 와서 오랫동안 그곳을 지키듯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내가 떠난 뒤로 무덤 둘레의 땅이 평평해지면서 아마 그게 사자들한테 좋은 자리가 된 거라고...거기서 사자들은 초원을 바라보며 먹이감을 찾을 것이다. 데니스가 좋아할 이야기다. 그를 기억할 것이다."이어 엔딩 자막엔 그녀가 남긴 발자취가 적요히 새겨지죠. "카렌 블릭센은 1934년에 첫 작품을 '아이작 디네센'이라는 필명으로 출판했다.그녀는 다시 아프리카에 가진 않았다..." 1. <아웃 오브 아프리카 - Out of Africa>트레일러 https://youtu.be/2EW2kNCmZZ0암묵적인 프롤로그 격의 오프닝 크레딧을 영화 전편에 대한 암시를 품은 일종의 이미지즘적인 비주얼의 시(詩)로 활용한 시드니 폴락 감독.그는 이른바 '영화 구문론상의 고전적인 초기 5분 효과' 를 이 오프닝 크레딧을 통해 절묘하게 충족시켜 주면서,러닝 타임 160 여분에 이르는 대서사시를 펼쳐나갈 권리를 초기의 시간에 지나치게압박받지 않을 수 있도록 했죠.하여, 카렌 블릭센의 내레이션과 함께 풀어지는 < 아웃 오브 아프리카 > 의 오프닝 크레딧은 관객을 현실의 세계에서 영화 속의 세계로 이끄는 인도자이자 터널로, 또한 관객이 영화에 대해 품는 기대를 확장하고 증폭시켜 주는 재간둥이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습니다.원작이자 영화 표제인 < 아웃 오브 아프리카 > 는로마시대 작가 플리니우스의 글 ‘Out of Africa always something' 에서 따온 것으로, ‘아프리카로부터는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이 생겨난다' 는 뜻이라고 하죠.시드니 폴락 감독은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대해 얘기합니다." 아프리카의 모습으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일출과 사랑하는 남자의 실루엣으로요. 나이 든 여자(카렌)가 꿈꾸면서 기억을 더듬어 가는데... 그녀는 실루엣의 남자(데니스)가 누구였는지 알아보죠.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한 여성에 감탄하고 사로잡히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녀에겐 용기와 호소력과 지혜가 있어요. 아프리카를 장엄하고 시적인 곳으로 만들었죠.케냐의 아름답고 신비하며 장엄한 대지... 압도돼 버리죠. 정말 압도적이어서 이 말이 절로 나옵니다. '에덴동산이 정말 있다면 여기 일거야'라고요."2.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 Out of Africa>사운드 트랙 - 존 베리https://youtu.be/eWZ2adCaKo4카렌이 기차를 타고 가는 오프닝 크레딧에서 데니스를 처음으로 만나는 시퀀스, 또 그와 함께 경비행기를 타고서 아프리카의 광휘(光輝)로운 자연 풍광을 즐기는 창공의 데이트 장면, 그리고 아프리카를 떠날 때 흐르는 이 ‘사랑의 테마' 곡은, 'I had a farm in Africa, 'Flying over Africa', 'You are Karen' 등의 사운드 트랙으로 정결하게 변용되지요.한편, I'm better at hello, ‘I had a compass from Denys’, 'If I know a song of Africa' 등의 부제가 붙은 ‘카렌의 테마(Karen's Theme)’ 역시 우아하고 정감 어린 클래식컬한 색조로 화면을 감싸 안습니다.영화음악가 존 베리는 본인이 작곡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사운드 트랙에 대해 설명합니다."웅장한 주요 선율은 어떤 동경을 담고 있어요. 하강되는 부선율은 원래 비올라로만 연주됐는데 비올라와 제2 바이올린으로 바꿨죠. 이 부선율들은 거의 주 선율보다 더 중요해요. 상실감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 시작 무렵엔 그걸 모르죠.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극적인 단계를 찾아갑니다.기차 오프닝 신과 카렌 역의 메릴이 열차 뒤에 탄 장면이 출발점이었어요. 작곡가로서 기댈 만한 주제를 찾았습니다. 단순한 기차 장면이었다면 풍경에 맞는 음악을 넣었겠죠. 하지만 그녀의 등장은 강한 발상을 주는데 기쁨과 사랑을 불러일으킵니다.그 강렬한 감정은 기차 여행의 끝까지 계속 전개돼 그녀의 눈에 비친 동아프리카 케냐의 아름다움을 연주했죠."2-1. 오프닝 메인타이틀 'I had a farm in Africa' https://youtu.be/ecPJxghJteg2-2. 'I'm better at hello(Karen's Theme I)'https://youtu.be/chYuDBpuff42-3. 'Have you got a story for me?' https://youtu.be/BN3eBtYWeq02-4.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2악장 '아다지오'(Adagio)- https://youtu.be/Rjzf_cWzlp8?list=RDRjzf_cWzlp8- https://youtu.be/3y0esQe2BnI2-5. 'Safari' https://youtu.be/AlAVt1xzkXY2-6. 'Karen's Journey / Siyawe' https://youtu.be/4FdRQuIZlEo2-7. 'Flying over Africa'https://youtu.be/bd7NvSZhNoY2-8. 'I had a compass from Denys(Karen's Theme II)' https://youtu.be/jH9fUP4lg602-9. 'Alone on the farm' https://youtu.be/iXq9hmaLiwI2-10. 'Let the rest of the world go by' https://youtu.be/C9aGXoaiAYo2-11. 'If I know a song of Africa(Karen Theme III)' https://youtu.be/R0OZ16WsSU42-12. 엔딩 타이틀 'You are Karen' https://youtu.be/YdG9JRVVJso3. 영화 < 아웃 오브 아프리카 - Out of Africa >속 모차르트 음악모차르트 음악은 오프닝 신부터 등장하는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를 비롯하여, '피아노 소나타 A장조, K.331',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Eb 장조, K.364' , '세 개의 디베르티멘토 K.136, K.137, K.138' 등이 영화 전편에 흐르지요.데니스가 들고 온 축음기에서 장중 내내 펼쳐지는 모짜르트의 음악은 아프리카 대륙을, 또 두 사람의 영혼을 고요하고도 청아한 울림으로 흔들어댑니다.3-1.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중2악장 아다지오(Adagio)아프리카의 오지로 정처 없이 떠나며 세 자루의 총, 한 달 치의 식량, 그리고 축음기와 함께 데니스가 선택한 음악은 바로 '모차르트' 였죠.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2개월 전인 1791년 10월에 작곡했다는 그의 유일한 클라리넷 협주곡인 'A장조, K.622' 도 그중 하나였습니다.미완성으로 남긴 < 레퀴엠 > 과 짧은 소품 하나를 제외하면 이 곡이 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으로 '백조의 노래' 격이라 할 수 있죠.관현악의 웅장함에 대비되는 독주 악기의 절제된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걸작으로 손꼽힙니다.이 곡은 모차르트가 평소 친분이 깊었고 많은 도움을 받았던 클라리넷 연주가 안톤 슈타들러를 위해서 작곡한 클라리넷 협주곡이죠. 그런데 이 아름다운 음악은 모차르트가 가장 고통스러운 시절에 작곡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나면서 죽었으며 아내는 병들고, 가계는 쪼들려 빚만 늘어났죠. 그리고 모차르트도 날로 쇠약해지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죠.이 협주곡은 오케스트라와 독주악기간의 절묘한 조화와 독주 악기의 절제가 특징입니다. 2악장 아다지오는 현의 반주에 의해 클라리넷이 조용히 주선율을 연주하는데,협주곡이라기보다는 실내악의 분위기를 띠며 독주 악기에 의한 독백과도 같은 부분으로 울려옵니다. 일체의 군더더기도 배제하고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게 다듬은 선율선이 매우 탁월하죠.이처럼 생의 마지막 힘겨움 속에서 완성한 작품이지만 음악 어디에서도 슬프거나 고통스러운 모습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오히려 석양 녘에 부는 목동의 피리처럼 투명하고 아련하며 평온하기까지 하지요.영화는 특히 2악장 '아다지오' 의 유장하고 느린 호흡의 선율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죠. 오케스트라와 클라리넷이 만들어내는 서정적 아름다움의 하모니는 영화의 이미지를 섬세하게 반영해줍니다. 서두르지 않고 웅장하게 풀어지는 오케스트라 연주는 드넓은 아프리카 대륙을 상징하며, 그와 대비되는 클라리넷의 목가적인 소리는 아마도 데니스일 것이죠. 아프리카와 데니스는 그렇게 오케스트라와 클라리넷처럼 정결한 조화를 이룹니다.오케스트라의 넉넉한 품 안에서 클라리넷은 우아하게 노래하며 작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그려내죠. 데니스는 거대한 아프리카에서 뛰놀아야 마땅한 3차원의 영혼입니다. 심지어 사랑하는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죠.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소리는 부드럽고 청아하며, 목가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변화무쌍합니다. 저음에서 고음으로 옮겨가며 음색과 표현의 폭이 달라지죠. 데니스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독서하고, 시를 읽으며, 또 음악을 듣고, 꿈을 꿉니다. 클라리넷은 결코 오케스트라의 음향과 맞서거나 자신의 소리를 과장하지 않지요. 자유를 구가하지만, 데니스의 삶에 배인 쓸쓸함과 그 비감미까지 군더더기 없이  품어냅니다. 클라리넷의 우수는 만년의 모차르트와 그의 요절, 자유로운 영혼 데니스의 죽음까지도 암시하는 듯하죠. 슬픔은 딱 거기까지, 더 지나침이 없지만... 클라리넷 소리는 아프리카를 향한 노스탤지어를 남김없이 전해주고 마음 아리게 합니다.모차르트가 세상에 남긴 최후의 메시지, 그의 음악적 유언인 셈으로... 그래서인지 곡에는 이별의 노래와 같은 애틋한 아련함이 짙게 배어 있죠.- 자비네 마이어 클라리넷: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베를린 필하모니커 https://youtu.be/J4ocVFqn7CY이 곡에 가사를 붙인 노래 'Love is a melody' 를 테너 호세 카레라스가 부릅니다.https://youtu.be/krom6bffwuk- 배경 화면 클로드 모네의 회화- 다나 윈너는 'Stay with me till the morning'이란 제목의 노래로 변용했지요.https://youtu.be/-zOrK2eR0AQ3-2. 피아노 소나타 A장조, K.331- 1악장 'Tema con variazioni : Andante grazioso : 졸탄 코크시스 피아노https://youtu.be/sPM2r5emH_w?list=OLAK5uy_n1AfgyYbmwvpeyhSdDL8nDy8i6he0eZC4- 3악장 'Rondò alla Turca'  : 예노 얀도 피아노https://youtu.be/I0dYoifSqhQ3-3.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Eb 장조, K.364- https://youtu.be/czEZD2KgaAc- 1악장 : 김봄소리 바이올린,카타르치나 부드니크 갈라츠카야 비올라,아그나츠카 두크즈말 지휘 폴리시 라디오 챔버 https://youtu.be/uH2wC8OCOG43-4. 현을 위한 디베르티멘토 D장조, K.136- 바르샤바 필하모닉 챔버 오케스트라(2019)https://youtu.be/ONS7R8pdR3c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4-27 13:57

- 여왕의 아름다운 승복 -'왕관을 쓴 자, 그 누구도 편히 쉴 날 없나니' (Uneasy lies the head that wears a crown)<더 퀸>은 셰익스피어 희곡 <헨리 4세>의 2부 3막 1장 대사로 그 막을 열어가죠.1997년 5월 2일, 엘리자베스 2세는 자신의 10번째 총리인 토니 블레어를 만나 왕실 인증 절차를 마칩니다. 여왕은 군주제 반대론자를 아내로 둔, 급진적 개혁 성향의 총리를 마뜩지 않아 하죠.한데, 그로부터 4개월 가까이 지난 8월 30일...1500년 역사의 영국 왕조가 배출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여인 다이애나 비가 프랑스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집니다.그러나 왕실 가족들은 이혼했으니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왕족이 아니라며 거리를 둔 모습을 보이죠.소식을 전해 듣고 사태가 간단치 않음을 직감한 블레어 총리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추도식 절차를 준비합니다.하지만 여왕은 총리와 통화하면서 민간인의 일이므로 자신은 추모 성명을 발표하지 않을 것이며, 다이애나 유족의 뜻을 따라 가족 장례로 치룰 것이라고 잘라 말하죠. 국민들의 감정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블레어는 크게 곤혹스러워합니다. "자신들이 그녀의 인생을 망쳤으면 고이 보내드리기라도 해야 할 텐데..."영국 왕실은 오히려, 어머니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진 어린 왕자들을 배려해 여왕 가족들을 스코틀랜드 밸모럴 성으로 잠시 떠나 있도록 조처하죠 그 사이 버킹검 궁전 광장엔 다이애나 비의 죽음을 슬퍼하는 국민들의 추모가 끊이지 않고, 뜨거운 애도행렬은 영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됩니다. 평소 다이애나 비와 사이가 좋지 않기로 소문난 시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가 며느리의 죽음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국민들의 눈에는 이런 여왕이 마치 냉혈한처럼 비춰지죠.다음날 총리는 애정이 담긴 추모 성명을 공식적으로 발표합니다.파리로 가서 다이애나의 시신을 영국으로 운구한 찰스 왕세자(앨릭스 제닝스 분)는, 유해를 맞이하러 공항에 나온 총리와 함께 가족장으로 장례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데에 공감하죠.이틀 후 다이애나의 장례를 위한 비상대책회의가 열립니다만... 여왕은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국장으로 치루기로 했다는 회의 결과를 보고받게 되죠. 반면에... 블레어는 찰스로부터 총리와 뜻을 같이 하겠다는 호의적인 전화를 받습니다. 국민들은 다이애나 비의 죽음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하지 않고, 계속 휴양지에 머무르고 있는 왕족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죠. 왕실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심각하게 나빠지는가운데... 민심을 제대로 읽는 총리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며 보좌관들은 반색하지만, 정작 블레어는 이런 상황을 마냥 반기지 않습니다. "여왕에게 문제가 생기면 우리도 힘들어져요"그런 총리는 여왕에게 전화해서, 왕궁에 조기를 게양하고 런던으로 돌아와주실 것을 거듭 정중히  요청하지만, 여왕은 이를 거절합니다. "무슨 박람회 구경거리도 아니고... 다이애나는 이미 주목을 받을만큼 받았네!"그럼에도 블레어는 국민들의 태도에 낙담하는 여왕을 나름 이해하며, 왕실에 대한 적대감을 부채질하는 언론 보도를 자제시키려 노력하죠.여왕은 TV를 통해 며느리의 생전 인터뷰를 보며 착잡해 합니다." 전 국민들 가슴에 남는 왕비가 되고 싶을 뿐 왕비 자리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제가 왕비가 되는 걸 원치 않는 분도 많고요. 현재 왕실의 높은 분들은 제게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위험해 보였나 봐요. 진실하게 살고 싶어서 위선을 거부했더니 결국 고통이 오는 군요."" 남편의 옛 애인 카밀라 땜에 이혼한 건가요?""한 남자와 두 여자가 같이 사는 기분이랄까요?"여왕은 남편 필립 공(제임스 크롬웰 분)에게 털어놓습니다." 솔직히 우리도 책임이 있는 거 인정합시다.우리도 결혼을 부추겼잖아요. 당신이 유난히 좋아했던 거 기억해요?"필립은 며느리가 죽어서도 가족들의 속을 긁는다며 심드렁하게 답하죠." 그 땐 애가 말쩡했잖소. 찰스도 애인을 포기했고, 다이애나도 얌전히 살 줄 알았지. 여자 문제가 뭐 대수라고!"다음날 어느덧 칠순을 훌쩍 넘긴 여왕은 사냥터의 손주들을 보러 직접 운전해 가다가 차 쉬프트 고장으로 어쩔 수 없이 멈춰서게 되죠.망연(茫然)히 밀려두는 야속함, 서글픔에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홀연히 나타난, 뿔이 14개로 갈라진 웅혼(雄渾)한 기상의 사슴을 마주하게 됩니다.고개 숙여 흐느끼는... 홀로 있을 때만 눈물을 훔칠 수 있는 여왕의 뒷모습에서 그녀가 헤쳐온 세월의 흔적이 오롯이 묻어나지요.멀지 않은 곳에서 총소리가 들리자, 여왕은 사슴을 향해 사냥꾼들로부터 어서 달아나라며 탄식합니다. "참으로 아름답구나!"하지만 여왕은 도망갈 수 없습니다. 한 나라의군주이기 때문에...악화일로인 국민들의 여론 추이를 보며 고민을 거듭한 총리는 여왕에게 전화를 걸어, 군주제 폐지에 대한 국민들의 뜻을 언급하며 자신의 생각을 따라주길 간곡히 부탁하죠.치열한 번민 끝에 결단을 내린 여왕은 어머니 엘리자베스 1세께 정부의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요구를 말씀드립니다." '하나, 왕궁과 모든 왕실 저택에 조기를 게양한다. 둘, 조속히 런던으로 떠난다. 셋, 직접 다이애나 관에 조의를 표한다. 넷, TV 생중계로 추도문을 발표한다.'그대로 안했다가는 제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군요. 제 편은 한명도 없어요.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너무 변했어요. 국민에게 버림 받았으니 물러나야죠."왕실을 위태롭게 할 거라며 걱정하는 여왕을 어머니(헬렌 매크로리 분)는 질책하면서도 또 격려합니다."무슨 소리! 네가 한 선서 기억나니? '오직 국민을 위해 일할 것입니다'. 국민과 신 앞에서 한 약속이다.위태롭다니? 넌 가장 훌륭한 왕 중 하나야. 네가 그만두면 진짜 문제될 거다. 그런 생각하면 안 돼! 흔들리지 말고 권위를 지켜야 한다. 넌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군주이고 천 년 넘게 이어온 정통 왕가의 후손이야. 울고 짜는 국민들 눈물 닦아주러 당장 달려가라고? 선조 군주 중 누가 그런 짓을 했겠니? 능글능글 별걸 다 트집잡는 총리라니..."그러나 런던으로 떠나기 직전, 결국 한 은행가의 총에 맞아 박제가 된 제왕급 사슴의 시신을 보고 여왕은 만감이 교차하죠."고통스럽게 죽지 않았길... 사냥꾼에게 축하한다고 전해주게."마침내 런던으로 돌아온 엘리자베스 여왕은 다이애나를 추모하는 국민들 앞에 섭니다.블레어 총리는 "저 할머니, 등 떼밀려 온 표정하곤..." 이라며 빈정대는 보좌관을 크게 힐책하죠."자넨 그렇게도 생각이 없나? 저 분은 어쩔 수 없이 일생을 바쳐 일하셨네. 아버지가 과로로 쓰러진 곳에서 50년 간이나! 근데 명예롭게 살아온 그 분한테 우린 어쨌나? 국민들 비위 맞추라고 협박이나 하고! 이 나라의 군주가 왕실에 먹칠을 한 사람을 위해 조문을 하고 있네. 여러 해 동안 자신의 소중한 걸짓밟힌 여왕인데..." 총리는 늦게나마 엘리자베스 여왕의 깊은 고뇌를 헤아리며 그녀의 속내를 대변한 게지요.'여왕 탄생일' 이나 '승전 축하식'이 아닌, 비극적인 사건으로 여왕이 궁전 밖으로 나와 대중 앞에 선 경우는 종전 축하 후 처음으로, 언론은 이를 마치 국민과 군주 왕족이 싸운 후 화해한 상황으로 풀어냅니다. '다이애나 사랑합니다', '천사같은 분','저들은 당신의 소중함을 모릅니다''저들의 손에는 당신을 죽인 피가...'여왕은 왕실을 미워하고 다이애나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추모 글귀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죠. 한데... 추모 인파 속에 있던 한 여자 아이가 폐하께 드리고 싶다며 꽃다발을 건네고, 추모객들도 예의를 다하자 여왕은 그제서야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습니다. 생중계를 앞두고, 여왕은 추도문의 내용에 대한 총리실의 마지막 요청까지 모두 받아들이죠.여왕은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성심 성의껏 추도사를 읽어 내려갑니다."난데없이 슬픈 소식이 들려온 후 전국민의 눈물을 보면서 제 자신도 얼마나 애도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고통도 겪었습니다.충격이 너무 심하면 남겨진 사람에게 의혹과 분노, 또 우려를 전가하게 되죠. 물론 다 너무 슬퍼서 생긴 일입니다. 여왕으로서, 그리고 할머니로서 진심으로 말씀 드립니다. 아이들에게는 헌신적인 어머니였던...우리 모두의 가슴에 영원히 남을, 다이애나의 삶이 얼마나 진실했는지는, 애도의 물결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다이애나를 소중히 간직하는 여러분, 비록 다이애나는 떠났지만 여러분이 어디에 있건 고인의 짧은 생애를 같이 애도하기 바랍니다.평화롭게 잠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 이렇게 소중한 사람을 허락한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진심이라고? 진심 같은 건 없으면서..." 라며비난하는 부인 체리(실비아 사임스 분)를 블레어총리는 다독거리죠."저렇게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겠소! 처절해 보이잖소..."하지만 왕실에 대해 비판적인 체리는 계속해서 여왕의 추도사를 폄하합니다."당신 왜 그래요? 1주일 전만 해도 '민중의 왕세자비'(People's Princess)라고 외치던 사람이! 갑자기 비굴해졌네요. 뭐 놀랄 것도 없죠. 결국 개혁파 노동당 총리들이 모두 여왕의 충복이 되니까요..."9월 6일 토요일,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다이애나 비의 장례식이 엄숙하게 거행됩니다.그 자리엔 여왕을 비롯한 왕실 사람들, 총리와 함께 수많은 명사, 그리고 국민들이 참석했죠.화면은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엘톤 존,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 톰 행크스,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 등 생전 다이애나 비와 가깝게 지냈던 유명 예술인과 영화인들의 모습을 비춥니다.베르디의 '레퀴엠' 중 '리베라 메'(Libera Me : 저를 구원하소서)가 처연히 흐르는 가운데,화면 속엔 생전의 다이애나가 활짝 웃는 모습과 슬픔에 오열하는 영국 국민들...그리고 극중 침통한 표정의 여왕 가족들, 또한 숙연한 총리 부부의 영상이 절묘하게 콜라쥬되고 있죠. 그리고 2개월 후... 체리 블레어는 여왕을 알현하러 가는 남편에게 묻습니다."여왕이 '군주자의 구세주' 역할을 해준 당신의 공을 인정해주실까? "총리는 그때 주제넘은 짓을 했던 건 아닌지 충심으로 여왕에게 사과드립니다."그런 건 전혀 없었소... 다만 내 상식으론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지.""그땐 특별한 상황이었죠. 여왕님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아주 현명하게 대처하신 겁니다.""그게 바로 치욕이었지. 왕궁 밖 조문카드를 읽어보셨잖소?""그렇지 않습니다. 국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총리 성공을 위한 최선이었겠지...""1년에 52주가 있으니 여왕이 되신 후 2500주를 지내신 셈인데 그 일주일은 기억도 안 될 짧은 시간이었죠.""과연 그럴까? 왕정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약해졌다고 생각 안하나?" 라며 한숨짓는 여왕을 향해 총리는 화답하지요."전혀요. 어느 때 보다도 존경받고 계십니다."여왕은 총리에게 밖에서 얘기하자며 일어서지요."총리가 산책을 좋아하면 회의가 잘 진행되던데... 걸으면서 결정을 내릴 때가 많지. 시원한 공기를 마시면 정리가 잘 되거든." 그러곤 심각하게 되묻습니다. "4명 중 한명 꼴로 여왕을 없애고 싶어했다고?"총리는 "아주 잠시였고 런던에 오신 후론 그런 말은 없습니다" 라고 얼버무립니다만... 여왕은 토로하지요."그렇게 많이 남의 원망 받아본 적이 없어요. 아주 힘들었소... 선왕(조지 6세)의 갑작스런 서거로 왕위를 물려받았을 때엔 너무 어렸었지. 근데 이제 세상이 변했군. 생각을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도와드릴 수 있다는 총리를 향해 여왕은 한 방 날립니다."앞서가지 말게. 서열로 보나 나이로 보나 내가 위잖나!"여왕과 총리는 그렇게... 왕궁을 함께 산책하며 화해합니다.1. <더 퀸> 트레일러https://youtu.be/BIvESE9A_gc<더 퀸> 속에 그려지는 양대 프레임 중 하나는 전통을 고수하는 엘리자베스 2세와 국민 정서를 대변하는 블레어 총리의 길항(拮抗) 관계이죠.또 하나의 프레임은 근엄한 여왕이면서도 한편으론 가녀린 감정을 지닌... 나이든 여성으로서의 흐느낌일 것입니다.그래서 일까요, 영화는 시종일관 드라마 당사자들의 숨 막히는 심리전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죠. 영화의 소재가 바로 다이애나 왕세자비라는 사실은 크나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에 너무도 충분했습니다.그녀는 토니 블레어 총리가 ‘국민의 왕세자비’ 라 호명하며 애도했던 여성, 여왕보다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왕족였던 데다...또한 그녀가 든 가방이 ‘다이애나 백’이라 불리고, 웨딩드레스가 한 시대의 트렌드가 되었던 패션 아이콘의 주인공이었으니 말이죠.하지만 이 말 많고 복잡했던 사건을 감당해야만 했던 여왕의 복잡한 내면을 그려내 보겠다는 제작진의 의도 또한 주목을 받았습니다.차를 타고 지나가며 빼꼼히 얼굴만 드러내는 새침한 여왕의 내면, 도대체 그 두꺼운 성벽 안에 어떤 감정들이 들어 있는지 궁금했던 것이죠.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은 그렇게... ‘다이애나 왕세자비’ 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건을 영화 소재로 삼아 금지된 구역에 발을 내디딥니다그는 <더 퀸>에서 ‘세속되는 오랜 권력’ 인 영국 왕실을 대표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과, 적극적 개방을 요구하는 ‘영국 대중’ 과의 부딪힘에 초점을 맞췄죠.엘리자베스 여왕과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운명적 대립으로 압축된 < 더 퀸 > 의 내면적 갈등은 결국 보수적 완강함과 개방적 자유로움 사이의 극명한 대립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왕실 생활에 대해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에 다이애나는 동의하지 않았고... 그런 그녀를 보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시선은 곱지 않았죠. 걸핏하면 파파라치에게 잡힐 만한 행동을 제공하는 다이애나는 그저 문젯거리, 골칫거리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가풍을 무시하는 며느리를 못마땅해 하는 보수적 시어머니의 모습과 다르지 않죠. 어쩌면 두 여자의 갈등은 이 깊고 오래된 불편한 관계의 심연에 자리잡고 있었는지 모릅니다.중요한 것은 냉정하고 인기도 없는 여왕보다 뜨겁고 열정적인 며느리가 먼저 죽었다는 사실이죠. 대중은 그녀의 자유분방한 열정에 응답하듯 끓어오르고, 여왕의 냉정함에 경멸을 보냅니다. 여왕은 이혼한 며느리에게 예우를 갖출 필요가 없다고 평정심을 유지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았죠. 이혼한 며느리가 아닌, 한때 왕실 가족이었던 여성에 대해 예우를 지켜야 한다는 대중의 입김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결국 왕실 자체의 존폐 여부가 문제되는 상황으로까지 사태가 치닫자... 여왕은 비로소 대중의 의견을 따라 조기를 내걸고, 공개적 장례식을 치르죠. 그런데 왜일까요? 보수적이며 전통과 명예를 완강히 고수하려 했던 엘리자베스 여왕의 굴복이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습니다.여왕의 말처럼 왕실기는 왕의 부재시 조기 형태로 달게 되어 있죠. 선왕의 죽음에서조차 조기를 달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대중은 왕실의 전통에는 관심이 없죠. 그들에게 왕실은 하나의 상징이자 추억일 뿐... 전통은 귀찮은 액세서리에 불과한 것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감동과 눈물을 원하지만 난 느낌을 대놓고 표현하지 못해요. 가슴에 간직할 뿐. 국민들도 그렇게 흔들리지 않고 차분한 여왕을 원할 거라 착각했소. 그래서 고통과 슬픔은 묻어두고 대범하게 자리를 지키려 했던 거요. 난 그렇게 배웠고 그걸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이라오. 하지만 이제 그렇지 않은 듯하네요.”그렇게... 영화 <더 퀸>에서는 전통과 명예를 지키는 것이 자신의 의무이자 권리인 엘리자베스 2세의 화려한 왕관 뒤에 가려진 인간적인 모습이 진솔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여왕이기에...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혀야 하는, 아니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교육받은 그녀는 가장 주목을 받으면서도 외로운 존재였던 게지요.갑작스런 다이애나 비의 죽음으로 지금껏 받아보지 못했던 원망과 미움 속에서,엘리자베스 여왕은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뜻을 따를 것인가, 아님 지금껏 왕가가 지켜온, 그리고 그녀가 지켜야 할 전통을 이어갈 것인가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최고의 결정권자인 자리에 앉아있으면서 근엄함을 유지해야 하는 여왕이기에... 자신의 고독함은 물론, 슬픔조차 겉으로 표할 수 없어 괴로워하지요.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을 둘러싼...엘리자베스 2세의 아름다운 승복을 담은 <더 퀸 - The Queen>(2006)은,언어장애(신경성 말더듬증)를 극복해내는 조지 6세(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버지)의 연설 이야기를 다룬 <킹스 스피치 - The King's Speech> (2011)로 이어졌습니다.세월을 거슬러 <킹스 스피치>가 <더 퀸>의 프리퀄(Prequel) 작품이 된 셈으로,극중 여왕 엘리자베스 2세와 조지 6세의 주역을 맡은 배우 헬렌 미렌과 콜린 퍼스는, 5년의 시차를 두고 제78회 아카데미여우주연상과 제83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각각 수상했죠.다양성을 아우르는 소통의 영화음악가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두 작품 모두에서 오리지널 스코어를 맡았습니다.2. 베르디 <레퀴엠> 중 제7곡 'Libera me'베르디는 <레퀴엠>을 통해 고통 속에 괴로워하고 참회하는 인류의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었죠. 이는 단순히 죽은 자들을 위로하는 미사곡을 넘어, 산 자들을 위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는 '레퀴엠' 인 것입니다.베르디는 <레퀴엠>을 작곡하면서 강렬한 리듬과 열정적인 벨칸토 풍 선율을 구사했으며각 곡들이 극적인 대비를 이루도록 배치했죠.특히 제2곡 '세쿠엔차'(Sequenza : 속송)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디에스 이레'(Dies Irae : 진노의 날) 음악을 전곡의 중간부와 마지막에도 반복해서 흐르게 했습니다.이는 마치 전편을 관류하는 사상과 정서의 구심점을 '심판의 날에 대한 두려움' 으로 설정한 것이죠.이렇듯, 다양한 색채와 스펙트럼, 통일성과 방백(Aside)의 연극처럼 직조된 베르디의 <레퀴엠>은 한 편의 '망자를 위한 오페라' 처럼 울려옵니다.하여, 진한 감동을 주는 멜로드라마... 나아가 '성직자의 옷을 걸친 오페라적 진혼곡' 으로서, 최후 심판의 힘, 죽음의 신비와 맞닥뜨린 고통을 순화시켜 주지요.서정적인 멜로디로 하나님에 대한 복종과 믿음을 노래하는 제6곡 '룩스 에테르나'(Lux aeterna : 영원한 빛을 비추소서) 에 이어지는,마지막 제7곡 리베라 메(Libera me : 저를 구원하소서).<레퀴엠> 전체에서 가장 아름답고 평온한 울림의 순간으로 스며져옵니다.- '리베라 메 1'https://youtu.be/hcpaaGPu15U-  '리베라 메 2'https://youtu.be/bFrrfTBnKnI: 소프라노 안야 하르테로스다니엘 바렌보임 지휘 밀라노 라 스칼라 - '리베라 메' OST: 소프라노 린 도손, BBC 싱어스https://youtu.be/pcm-YDmy4m0영국 출신의 소프라노 린 도슨은 농염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바로크에서 낭만 음악을 넘나들며 텍스트를 구현하는 섬세한 표현이 매혹적이죠.그녀는 다이애나의 장례식에서 BBC 싱어스 들과 함께 이 '리베라 메'(Libera me) 를 불렀습니다.-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베를린 필하모니커,스웨덴 라디오 코러스, 2001 https://youtu.be/9Vm_uIKVHQo3. <더 퀸> 주요 사운드 트랙 모음곡: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런던심포니 https://youtu.be/XFIRIEPpO7Q- 'Hills of Scotland'- 'River of Sorrows'- 'Queen of Hearts' - 'People's Princess I'알렉상드르 데스플라는 '영화음악가' 라는 직업, 곧 '영화에 맞는 음악' 을 창조해내는 미션에 최적화되어 있는 인물이죠.영화가 음악을 고를 수 있지만 음악이 영화를선택하는 경우는 드문 현실 속에서,데스플라야말로 가히 영화에 온전히 음악을 맞춰줄 수 있는, '영화를 영화답게 만드는 음악가' 로 자리합니다.그는 14곡에 달하는 오리지널 스코어를 통해 전통과 변혁, 보수와 개방의 갈림길에서 고뇌하는 여왕의 심경을 장인의 솜씨로 담아내고 있죠.2007년 <더 퀸>을 통해 처음으로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오른 데스플라는 9년이 흐른 뒤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제87회 아카데미 음악상 트로피를 거머쥡니다.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4-18 12:55

 흔히 알려진 땅투기 의혹 조사 대상은 신도시 부지 안의 토지 소유자들. 하지만 진짜 '타짜'는 신도시 주변의 땅을 산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신도시를 놀이터로 더 큰 판을 노렸던 타짜들은 과연 누구였을까.<시사기획 창>과 탐사보도부가 3기 신도시 8곳의 토지와 그 주변까지, 지난 10년 간의 거래 내역을 몽땅 파헤쳤다. 추적 기간 한 달, 분석한 토지대장 2만 3천 건. 취재진은 신도시 땅을 취득한 개인 2만 6천여 명이 누군지, 법인 659곳은 어디인지 낱낱이 확인했다.■ LH발 투기 원정대…'원조 타짜'를 추적하다정부 합동조사 결과로 이른바 '강 사장'으로 알려진 LH 직원이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LH 과천의왕사업단의 보상 담당 직원이었던 강 씨. 수완 좋은 부동산 타짜로 알려지며 LH 땅 투기 의혹의 몸통으로 조명됐다.과연 'LH 강 사장'이 투기의 원조였을까. 취재진은 3기 신도시 토지대장에서 또 다른 의문의 '집단 원정' 투기 흔적을 확인했다. 정부의 신규 주택 공급 발표 1년여 전부터 누군가는 신도시 땅을 집중 매입하고 있었다.고구마 줄기처럼 나오는 집단 땅 투기 원정대. 취재진은 그들이 어떻게 알짜 땅을 쇼핑할 수 있었던 건지, 숨겨진 'LH 타짜'들을 뒤쫓았다.■ 상장사 임원 1만 3천 명, 신도시 땅 얼마나 갖고 있나취재진은 3기 신도시 8곳의 소유주 명단을 모두 확보해 상장사 2300여 곳의 등기임원 1만 3천여 명과 대조했다. 유별난 땅 사랑을 보이는 기업 대표님들, 이른바 '부자 농부'의 실체를 추적했다.3기 신도시 곳곳에 출몰한 법인들은 알짜 땅과 농지를 사들이며 불로소득을 챙겨 왔다. 누가 신도시 투기에 뒷돈을 대고 있을까. 취재진은 그들의 자금 출처를 끝까지 파헤쳤다.■ 우리 동네 부동산 타짜는 누구?신도시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타짜'는 우리나라 전국 곳곳에 존재한다. 시의원, 도의원,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지역 개발을 핑계로 본인 자산을 축적해 온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각종 '이해 충돌' 현장을 취재했다.■ 시세차익 노린 '타짜' 수법, 막을 방법은?이번 방송에서는 기자들의 치열한 현장 추적과 대규모 빅데이터 분석 외에도 '꾼'들의 전형적인 수법은 무엇이고 어떤 점이 문제가 되는지, 개발 과정에서 투기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으려면 무슨 대안들이 있을지 등을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상세하게 소개한다.'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bit.ly/39AXCbF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angkbs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window.sisaWAVVE·myK '시사기획 창' 검색 

통일경제TV | 정연미 기자 | 2021-04-12 13:02

자못 특이한, 좀 더 자세히 말해 아주 별난 이 영화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의 중의적인 구절과 함께 시작합니다."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비슷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어떤 때는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과연 기억이 우리를 슬프게도 또 기쁘게도 만들 수 있을까요? 실뱅 쇼메 감독은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을 통해 과거의 진실을 대면하려면 독약과 진정제, 모두 먹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보기 드문 재능을 지닌 청년 피아니스트 폴 마르셀(귀욤 고익스 분).쌍둥이 이모들은 그런 조카를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만들려고 하지만... 폴의 피아노 연주는 기예에 가깝죠.텅 빈 눈동자로 영혼 없는 연주를 할 뿐인 폴은 별 야심이나 희망 없이 매일매일 이모들의 댄스 교습소에 출근하여 자바, 왈츠와 미뉴에트의 심심한 반주나 해주는 게 전부입니다. 한데... 폴은 겨우 두살 때 부모를 사고로 잃었는데, 그 쇼크로 서른 세살 어른이 되어서도 실어증을 앓고 있죠. 폴의 삶 속 유일한 낙(樂)은 과자 슈게트를 먹는 것으로, 그가 감정을 유일하게 표현하는 경우란 슈게트가 없어 짜증을 낼 때입니다. 어느날 폴은 두 이모가 마련한 집안 잔치에서 연주를 하다가 슈게트가 떨어지자 그만 화가 나서 집을 나서죠. 마침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계단을 내려가다가 마주친, 맹인 피아노 조율사가 떨어뜨리고 간 레코드판을 가져다주기 위해 아파트 3층의 열린 문으로 따라 들어간 폴...그는 작은 방에 자기만의 비밀스런 실내 정원을 꾸며놓고, 거기서 키운 허브로 차를 만들며 사는 나탈리 프루스트 부인(안느 르 나이 분)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녀가 내오는 차를 마시고, 또 갓 구워낸 마들렌을 먹으면 사람들은 최면 상태에 빠지며 그동안 잊거나, 회피했던 기억이 되살아나게 되죠. 폴 마르셀과 마담 프루스트의 만남... 이 의도적인 이름 짝짓기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마르셀 프루스트' 를 떠올리게 됩니다. 폴은 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홍차에 적신 마들렌이 입에서 녹아요” 라고 말하며 혼곤히 잠들죠.친절하게 비밀 처방을 내려준 마담 프루스트 덕분에 폴은 과거의 상처와 추억을 모두 떠올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네 엄마는 여기(머리)에 있어. 네 기억의 뿌연한 물 속에... 기억은 물고기처럼 물속 깊이숨어 있단다. 그 기억들을 낚아올릴만한 미끼로 뭐가 좋을까?"그러곤, 음악이 흘러나오는 뮤직박스를 폴에게 흔연스레 건네죠." 바로 이거야! 기억은 음악을 좋아하거든..."- 마담 프루스트의 '기억이란?' 신https://youtu.be/jvM51-uad9k프루스트 부인은 이제 물고기 밥은 준비됐으니 낚시도구가 있어야 한다며 허브차와 마들렌을 내밀고, 상담료로 50 유로를 제시합니다."굳이 기억을 낚고 싶지 않다면 아스파라거스 차나 마시든지?"폴과 마담 프루스트의 만남은 그렇게... 이어지면서 폴을 둘러싼 사연을 내밀히 드러내게 하죠.이러한 시퀀스들은 폴의 성장 과정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만... 여기에 프루스트 부인의 아픈 사연이 겹치면서‘상처’ 를 둘러싼 사람들의 아름다운 동화가 품어지죠. 말없이 표현되는 장면들은 무성 코미디 영화의 영광을 은근슬쩍 재현하며 자크 타티와 버스터 키튼의 발자취를 엿보게 해줍니다.어느날 폴은 책상에서 ' 네 엄마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음 - 프루스트 아줌마' 라 적힌 메모를발견하지요.폴의 책상은 무엇인가에 가로막혀 있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과거를 반추해보는 공간였습니다. 물론 그의 노력은 매번 헛수고에 머물렀지만….엄마는 과연 어디 있을까요? 대답은 간단한데, 폴의 머릿속 저 깊은 기억의 심연에 어머니가 숨어있던 겁니다. 사실 그곳에는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도 있고 심지어 비극적인 부모의 죽음까지 들어있죠. 문제는 '어떻게 그곳까지 찾아가는가' 입니다만... 바로 그 순간 마담 프루스트가 폴에게 축복처럼 나타난 것이죠. 반면, 폴이 과거의 기억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설수록 애니 이모(베르나르데 라퐁 분)와 안나 이모(엘렌 뱅상 분)의 불안감은 커져만 갑니다. 폴은 슈케트를 사러 나간다면서 4시간이나 있다 돌아오질 않나, 넋이 빠진 채 한참을 앉아 있고,  춤 반주를 하다 말고 갑자기 거리로 뛰쳐나가기도 하죠. '혹시 마약에 중독된 것은 아닐까요?'실뱅 쇼메 감독은 이런 모든 우려를 껴안으며 처방을 건네줍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기억을 회복해서 왜 오늘의 네가 이 모양 이 꼴이 됐는지 알아내야만 한다. 만일 겁이 나서 덮어두고 산다면 너는 공허한 삶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프루스트 부인을 만나기 전까지 폴의 하루하루 삶이 한심했던 것처럼..."영화의 절정부에서 마담 프루스트의 치료를 받은 폴이 콩쿠르 연주 도중에 대면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무의식의 그림자, 그 짙은 잔상들이죠. 폴의 연주는 그런 형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만 또 다른 형식의 날개를 만들어냄으로써 대상을 받습니다.그러나 폴의 기억 습득은 동시에 독이 되기도 하죠. 콩쿠르 우승을 기념하는 파티를 앞두고 폴은 서둘러 마지막 기억 여행 속으로 빠져듭니다만...급기야, 펼쳐진 무의식을 통해 위층에 사는 이모들의 피아노가 천정을 뚫고 내려와 부모님을 덮쳐 압사케 했던 비극적 사건과 맞닥뜨리죠.이 충격은 폴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안깁니다. 크루진스키 피아노 선생님 충고를 따라 자신의 피아노 연주를 예술로 승화시켰던 폴...그는 안타깝게도 피아노를 더 이상 칠 수 없게 되죠. 피아노는 폴에게 이모들이 강요한 초자아의 상징이자, 부모의 죽음을 초래한 원인이었으며 현재의 삶을 무겁게 짓누르는 억압이기도 했습니다. 거의 자해에 가까운 몸부림으로 손가락이 으스러진 폴은 피아노 연주를 포기하게 되죠.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을 살 수 없게 된 것, 자신의 재능을 앞으로 발휘할 수 없게 된 삶이 약인지 독인지 알 수 없으나... 여하튼 폴은 자신의 신체를 잘라버림으로써 역설적으로 갱생할 수 있게 된 겁니다. 폴은 암으로 세상을 떠나간 프루스트 부인의 묘소에, 수선(修繕)한 그녀의 우쿨렐레를 들고 찾아가죠.박제된 치와와가 덩그러니 놓여진 그녀의 묘비엔 '일시 고장' 이라 적혀 있습니다.마치 폴과 프루스트 부인 아파트의 자주 말썽난 엘리베이터 문에 붙였던 안내문처럼 말이죠.이제, 폴은 피아노를 잃은 대신에 프루스트 부인의 길을 따라 우쿨렐레 강사로 살아갑니다. - 실뱅 쇼메의 우쿨렐레를 위한 'Air du moustique 2'https://youtu.be/EWKOaQ6oHAk'연주를 잘하진 못하지만 즐길 수 있으니 좋다' 고 했던 프루스트 부인의 말처럼, 폴은 그 삶을 편안히 즐기죠. 그리고... 진정한 자기와 마주합니다.프루스트 부인이 죽기 전에 폴에게 던지는 충고는 실로 간단했죠. “네 인생을 살거라(Vis ta vie)!”1. <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 트레일러https://youtu.be/SdyhdNmBTwk'잃어버린 남자의 기억을 탐구합니다'영화 초반에 의미심장하게 드러나는 이 메시지에 관객들은 자연스레 자신의 추억에 손을 내밀며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 발을 들여놓지요.건물의 3층과 4층 사이 어딘가 비현실적인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것만 같은 프루스트 부인의 집에 폴이 들어가 그녀의 정원을 발견하고 차를 마시며, 또 마들렌을 먹는 순간....관객들은 마치 자신이 폴이 된 것처럼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갈 준비를 하게 됩니다. 바로 여기에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유니크함이 존재하죠.답답한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기억 탐구' 라는 독특한 소재와 차에 적신 마들렌으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기억의 세계...그 기억의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는 잃어버린 이미지의 조각들에 관객의 눈과 마음이 열리기 시작합니다.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것은 창조의 과정일진대,이렇듯 계속 창조되는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터...우리의 끔찍한 기억 또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죠.어쩌면 실뱅 쇼메 감독은 영화를 통해 " 기억을 ‘트라우마’ 로 얘기한다면 계속 고통스럽고, ‘역경’ 으로 삼는다면 변화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현재의 소소한 일상들은 어느덧 과거가 되고 기억 속에 가라앉아 찬란한 순간들로 변하죠. 그렇기 때문에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현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알려주는 ... 곧, 비움과 채움을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읽혀집니다.마담 프루스트의 정원을 만나 무의식의 문을 열고 들어간 폴처럼... 일상에서 ‘일시 고장’ 이 나야 다른 계기가 찾아 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죠.- 메인 예고편http://naver.me/G9EmFlTw프루스트 부인의 정원을 지키는 늙은 귀머거리 개의 행동은 특이하죠. 그녀는 손님이 들어올 때는 가만히 있고 나갈 때만 짖는다고 개를 타박합니다. 그 개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입문>에 나오는 ‘의식의 방’ 과 ‘무의식의 방’ 사이를 지키는 문지기를 연상케 하죠. 무의식의 방으로는 마음 먹은대로 들어올 수 있지만 의식의 방으로 나가는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티저 예고편http://naver.me/FPX6hZ8s- 기억을 잃은 폴, 행복을 찾아주는 프루스트 부인http://naver.me/x619O8gF실뱅 쇼메가 직설이 아닌 동화적인 화법으로 에둘러 담아낸 <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영화 속 대다수 인물들은 일상적이고 평온한 삶을 살지만 동시에 병들어 있는... 정돈되고 텅 빈 삶의 굴레에 갇혀 불행하면서도 한편으론 편안함을 느끼는 존재들입니다.하지만 마담 프루스트는 드물게도 자신이 원하는 걸 명확히 인지하는 사람이죠.그녀는 자신을 공원의 오래된 커다란 병든 나무와 동일시합니다. 그 나무는 공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늘을 드리워주고 쉼터를 제공하지만 공무원은 나무가 너무 늙어 병들었으니 자르겠다고 말하죠. 이 고목처럼 암으로 병들어 죽어가던 프루스트 부인은 나무를 병든 상태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녀는 천국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 땅에서 천국을 실현해야 한다고 공원에서 시위를 벌이죠. 이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현실을 볼 수 있고 인정하는 프루스트 부인의 삶을 향한 태도는 도식적인 규율이 강요하는 가상에 휘둘리지 않으며, 또 그만큼 자유롭습니다. 검열을 거쳤지만, 왜곡되고 변형되었던 기억을 거둬낸 끝에 과거를 직시하고 현재를 바라볼 수 있게 된 폴...그는 그제서야 마담 프루스트의 바람대로, 휘둘리지 않는 자신만의 삶을 살게 되죠.- 뮤직비디오http://naver.me/5OFlrXu1영화의 첫 장면에서 폴의 아버지가 쳐다보고 있던 그랜드 캐니언이 그려진 포스터는 무의식의 상징이었을지 모릅니다. 영화의 엔딩 신에서 아버지가 된 폴 또한 그랜드 캐니언을 보고 있죠. 그는 이제 무의식으로부터 도망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첫 대면에서부터 성적으로 자신을 유혹했던... 리비도에 솔직한 중국 여자 미셀과 결혼해서 낳은 아이를 보며 사랑스럽게 ‘아빠’ 라고 말해주죠. 행복하든 불행하든 간에 폴은 자신과 당당히대면할 수 있었고, 자기만의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는 자신의 기억의 뿌리를 더듬어감으로써 '좀처럼 치유되기 어려웠던 멜랑콜리의 근원' 을 잡아낼 수 있었던 것이죠. 그는 이제 우울하지 않습니다. 행복했고, 동시에 불행했던 과거와도 대면했고... 그럼으로써 과거를 떠나보내고 현재를 살 수 있게 됐기 때문이죠.2. <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 사운드 트랙2-1. 'Boeuf les frogs' : 실뱅 쇼메- '기억은 음악을 타고' 시퀀스 https://youtu.be/WsA785uEAuI폴은 '잃어버린 기억' 에 접속하기 위해 매주 목요일,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 들려 차와 마들렌을 먹습니다.영화의 원제는 '마르셀 아틸라' 로 극중 폴의 아버지 이름입니다만... 베르디 9번 째 오페라 제목이기도 한 '아틸라' 는 5세기 중반 유럽에서 '신의 정벌' 이라 불리던 공포의 훈족 왕이었죠.폴은 엄마를 학대한 걸로 오해한, 레슬러 출신의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합니다.실어증에 걸린 채, 감정 표현도 없이 오직 기계적으로 피아노만 칠 뿐이죠.이렇듯 건강하지 못한 기억으로부터 자신이 해방될 때 비로소 진정한 삶을 살 수 있을 터... 폴은 진짜라고 착각하는... 어쩌면 만들어진 세계, 선택된 사건의 자기반영적(self- reflected) 환영 속에서 고통스럽게허우적거립니다. 그러나 폴은 마담 프루스트 도움으로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그 기억의 소환을 통해 서서히 고통보다는 평온함과 행복을 맛보게 되죠.영화 속에서 폴은 딱 두마디를, 그것도 오프닝과 엔딩 시퀀스에서 말합니다.그건 바로 '아빠' 라는 단어로... 앞장면은 아들로서, 또 뒷장면은 아버지 입장으로서의 상반된 구도를 보여주고 있지요.무서움과 고통, 그리고 행복감과 평화스러움의감정이 엇갈리며 교차되는 식으로 말입니다.극중에선 주인공의 기억에 대한 관점이 바뀌면서, 현실에 반영되며 변모하는 부분이 많이 등장하죠.프루스트 부인은 폴의 집에 몰래 들어가서 대대손손 피아니스트였던 폴 집안 사람들의 초상화를 노려봅니다. 그것들이 폴의 무의식 속 억압기제였음을 알고 있는 그녀는 폴의 침대에 걸린 십자가를 곰돌이 인형으로 바꿔놓고 나오죠마침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조화로운 모습을 보게 된 폴은 이전에 아버지가 찍힌 부분을 잘랐던 사진을 복원하기에 이릅니다.그리고, 시종일관 무표정하던 모습을 벗어나 웃음을 되찾게 되죠.또한 가까운 사람들에 이외에는 굳게 닫았던 마음도 조금씩 열어갑니다.<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전작 <벨빌의 세 쌍둥이>, <일루셔니스트>와 같은 유명 애니메이션 감독 실뱅 쇼메가 연출한 첫번째 장편 실사 극영화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죠.   <아멜리에>, <사랑해 파리> 등 낭만적인 프랑스식 극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제작자 클로드 오자르, 그리고 <러브 미 이프 유 데어>의 촬영 감독 앙트완 로슈와의 화학적 협업도 돋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전반의 색감들이 원색적이고 찬란하면서도 환상적이죠 어떤 인물들은 마치 동화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습니다.  특히 폴을 사랑하지만 그만큼 강압하기도 하는 두 이모의 고집스러운 인물형이 그러하지요. 음악이 홍수를 이루는 격으로... 디스코, 클래식, 라틴, 재즈 등 다채로운 장르의 스코어들은 화면을 충일하게 채우며 얘기해주고 있습니다.“기억을 불러내는 장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이다. 잃어버린 시간은 과연 과거일까? 현재에서도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 건 아닐까?”영화는 기억을 소재로 하여 애니메이션과 동화, 뮤지컬 요소들이 서로 어우러지며 유쾌하고도 미려한 정겨움을 자아냅니다.OST의 상당수를 직접 작곡한 실뱅 쇼메 감독은 설명하죠.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뮤지컬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피아노 연주곡을 만든 프랭크 몽발레 음악감독과 함께 각자의 캐릭터에 각각의 테마를 부여했죠.”2-2. 프랑크 몽발레 'Valse des souvenirs'https://youtu.be/wlnBXSdNfDE폴은 '고독한 늑대 별명' 의 당찬 여성 첼리스트인미셀과 함께 '얼후와 피아노를 위한 2중주' 를 연주합니다. 2-3. 실벵 쇼메 'Air du moustique'https://youtu.be/xKeULSQhkW4프루스트 부인은 틈이 나면 공원의 커다란 나무 앞에 앉아서 우쿨렐레를 연주하죠.2-4. '폴의 협주곡'(Cinterrogation de Paul): 프랑크 몽발레https://youtu.be/FczDkDZAlrI평범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하여 개구리 밴드가 등장하면서 즉흥 재즈로 바리아시옹됩니다.어렵사리 콩쿠르 결선에 참가한 폴은 차를 마시며 보았던 가장 나쁜 기억인, 개구리 인형들이 여전히 옆에서 괴롭히는 환영을 보게 되지만...끝까지 완주하면서, 결국 개구리 인형들과 함께 '조화의 협주' 를 성공리에 마치게 되죠. 그렇게...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며 상처를 온전히  치료하고 극복해낸 폴은 이제 피아노에 꽃을 가득 심습니다. 이모들이 원했던 바를 이루어주고, 자신의 고통또한 치유했으니 지금부터는 피아노를 치료해줄 차례인 것이죠. 이제 폴에게 집에 있는 피아노는 악기로서의 피아노가 아니라 추억의 상징물이 된 겁니다.2-5. 'Ni l’un ni l’autre'(필요한 건 그뿐이에요): 베르나데트 라퐁https://youtu.be/QiCU-ab7Pyw폴을 피아니스트로 키우겠다는 이모들과 아코디언을 연주케 하라는 아빠 친구...하지만 엄마는 아들이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게 하겠다고 말하죠.그 와중에 아빠는 아기 앞에서 담배 연기를 뿜어댑니다. 2-6. 레오 들리브 오페라 < 라크메 - Lakme > 중'꽃의 2중창'(Duo des Fleurs : Flower Duet) - https://youtu.be/8m4RTZNZX9E화면을 포근하게 감싸안는 실뱅 쇼메와 프랑크 몽발레의 오리지널 스코어와 더불어, 장중내내흐르는 아리아죠.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연주로도, 또 쌍둥이 이모들이 방과 교습실, 해변에서 수시로 흥얼거리는 '라 라라라' 허밍에도 실립니다.실론 섬 사원의 브라만 신부 딸 말리카와 영국 청년 장교 제럴드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들리브의 오페라 < 라크메 > 1막, 라크메와 하녀 말리카가 배를 타고 연꽃을 따러 가면서 부르는 고혹적인 듀엣이죠.- https://youtu.be/M9NK-EbUAao: 안나 네트렙코 ,  엘리나 가랑차, 마르코 아르밀리아토 지휘 SWR 심포니 오케스트라 / 바덴바덴2-7. 베르디 오페라 < 라 트라비아타 > 중 1막'축배의 노래'('Brindisi' : 'Libiamo, ne’ lieti calici') -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 디아나 담라우: 야닉 네제 세갱 지휘 메트오페라https://m.youtube.com/watch?v=afhAqMeeQJk&feature=youtu.be- 베네라 지마디에바, 마이클 파비아노: 마크 엘더 지휘 글라인드본 오페라  https://youtu.be/UZvgmpiQCcI기억 여행을 위해 매주 목요일 프루스트 부인의 집을 찾게 된 폴은, '동물 박제사' 가 원래 꿈이었다는 한 의사를 만나게 되는데... 이때 '축배의 노래' 가 잠짓 슬며시 끼어듭니다. 2-8. 쇼팽의 연습곡(Étude) G-플랫장조,Op.10 - 5번, '흑건' : 발렌티나 리시차 피아노http://naver.me/FFwE4qCZ오른손이 한 음을 제외하고 검은 건반만을 연주한다는 데서 비롯한 '흑건'(黑鍵 - czarne klawisze : black keys)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하죠. 폴의 마지막 콩쿠르 출전을 앞두고 이모들의 극성으로 초대된 피아노 스승 크루진스키...콩쿠르 심사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폴이 연주한 쇼팽의 연습곡 '흑건' 을 듣고 나선 나름 전문가다운 평을 내립니다." 네, 좋아요. 아주 좋은데요... 저 빛! 빛의 공백에는 윤곽이 없죠. 빛은 모든 걸 삼키고 소화시켜요.음악이란 그저 듣는 것만이 아닙니다. 눈의 망막을 태우는 거죠. 피아니스트는 영혼의 방화광이랍니다. 바로 범죄자죠! 피아노를 잘 치려면 범죄자가 돼야 합니다. 쓰레기가 돼야 한단 말에요!"그러곤 덧붙입니다. " '빛' 을 꼭 기억해요!" 크루진스키는 폴을 지도하면서 그의 실력은 뛰어나지만 무엇이 부족한지를 암시하는 말을 해준 겁니다. " 피아노 연주는 단순한 기교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 같은 무의식의 욕망을 도둑질해서 모든 것을 아우르고 감싸서 내놓아야 비로소 '예술' 이 된다" 고 말이죠.2-9. 엔딩 크레딧 곡 I. '폴의 왈츠'(La Valse de Paul) - 손여은 피아노https://youtu.be/hyV7Xs0Min42-10. 엔딩 크레딧 곡 II. 'Attila Marcel' - 나디아 드자벨라https://youtu.be/FIP5v-r4ZUI영화 원제이기도 한 'Attila Marcel' 은 실뱅 쇼메의 전작 < 벨빌의 세 쌍둥이 > OST 중 한 곡이었습니다. ‘내 남자는 진짜 사나이, 강하고 아주 건장한 남자, 난 가까이에서 죽음을 본다네, 이글이글 타오르는 그의 눈빛 속에서' 란 가사의 상큼발랄한 노래죠. - (Version chinoise) 첸 리 칭 노래https://youtu.be/x83JeWANkq8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4-10 09:47

어두운 갈색으로 풀어진... 영화 <페인티드 베일>의 오프닝 장면은 자욱한 안개 속에서 항해하는 배들을 담아냅니다. 이윽고 벼의 초록색 물결로 가득한 중국 오지의 농촌이 나타나며 주인공 부부가 그 모습을 드러내죠. 한데 남편 월터(에드워드 노튼 분)는 양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채 무거운 표정으로 무슨 생각에 골똘히 잠겨 있는 것 같고...아내 키티(나오미 와츠 분)는 월터와 120도 정도 틀어진 방향을 바라보며 서있는 뒷모습만 비춰집니다. 이 첫 시퀀스만으로도 이들 부부가 심각한 길항(拮抗)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죠.1925년 영국 런던... 고고한 예술적 감성의 아가씨 키티는 숨막히는 듯한 런던의 무료한 일상 속에서도 화려한 사교 모임과 댄스 파티를 즐기며 지냅니다.그러나 세속적인 허영으로 가득한 키티의 엄마는 결혼은 생각도 없는 과년한 딸을 사뭇 못마땅해 하죠. 도도한 키티는 그런 억압적인 시선을 견디다 못한 채, 결국 애정이 없는 결혼을 충동적으로 결정하기에 이릅니다. 상대는 영국 정부 소속의 과묵한 세균학자 월터 페인였죠. 에릭 사티의 피아노곡 '그노시엔느'가 몽환적으로 흐르는 사교 파티에서 월터는 첫눈에 반한 키티에게 곧바로 청혼을 합니다.청혼 후 키티와 함께 꽃집에 들른 월터는 그녀에게 꽃을 좋아하냐고 물어보죠..키티는 말합니다."좋아하긴 하지만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우리 집에선 꽃을 사는 일이 드물어요. 어머니는 그러셨죠. '공짜로 키울 수 있는 걸 뭐하러 돈주고 사니?' 그렇다고 심고 가꾸는 것도 아닌데... 사실 맞는 말이긴 해요. 곧 시들어버릴 것에 시간과 정력을 들인다는 거 말에요."바로 그런 꽃처럼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는... 월터의 진지한 청혼을 키티는 얼떨결에 받아들였지만 사실 공허한 현실 도피나 마찬가지였죠. 자기중심적이고 외향적인 키티와 매사 너무 진중하고 조용히 연구와 독서를 즐기는 내성적인 월터... 성격과 취향이 이토록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의 결혼생활이 행복할 리 만무합니다.월터는 착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지만 아내를 사랑하는 방법은 무척 서툴기만 하죠. 그는 춤과 테니스를 좋아하는 키티의 취미를 헤아리지 못한 채, 아내를 위한다며 미술관으로 끌고 가기 일쑤입니다.비오는 날 키티는 창밖을 바라보며 비가 엄청나게 내리고 있다고 되뇌지만, 정작 월터는 타자기를 두드리며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식이죠.그렇게... 두 사람은 부부지만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처럼 서로 소원해져 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들 부부는 매력적인 외모의 부영사관 찰리 타운센트(리브 슈라이버 분)가 초청한 파티에 참석하죠.키티는 세련된 매너와 생각이 통하는 찰리와 겉잡을 수 없는 불륜에 빠져듭니다. 급기야, 자신의 부정을 눈치 챈 월터 앞에서 키티는 찰리를 사랑한다며 오히려 이혼해 줄 것을 요구하죠. 월터는 분노하며 키티에게 냉소적으로 답합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소. 찰리가 자신의 아내와 법적으로 헤어지고 당신과 결혼하겠다는 약속을 해야지만 조용히 이혼을 해주겠소." 키티는 당연히 찰리가 아내와 깨끗이 결별하고 자신과 새로운 출발을 할 줄 믿었죠. 그러나 교활하고 비겁한 찰스에게 그녀는 단지 하룻밤 연애 상대였을 뿐...결국, 키티는 샤를 페로의 동화 속 폭력적인 주인공인 '푸른 수염'(La barbe bleau) 행세를 자처하는 남편을 따라 연옥의 한가운데에 발을 내딛게 됩니다.월터는 드러나지 않는 잔인한 방법으로 키티에게 내밀한 고통을 안겨주죠. 그는 절대로 키티의 눈을 쳐다보며 말을 건네지 않습니다. 부부관계도 없죠...더군다나 월터는 콜레라가 번지고 있는 중국 남서부의 관서 지구 메이탄푸에 자원합니다. 사지(死地)나 다름 없는 콜레라 소굴에 아내를 끌고 들어간 것이죠. 믿음과 사랑을 배신한 댓가를 치르게 할려는, 마치 같이 죽자는 가학적 복수의 심사인 셈으로...영화의 첫 시퀀스에서 두 사람이 서로 등을 보이고 있는 이유입니다. 자학(自虐)하듯, 굳이 2주나 걸리는 육로를 택해 힘겹게 오지 마을에 도착한 두 사람은 맨먼저 콜레라로 죽은 시신을 목도하죠."우리가 덜 불행했으면 해요. 그렇게 내가 경멸스럽나요?" 라 묻는 키티에게 월터는 냉소적으로 받아칩니다"아니, 나 자신을 경멸해! 당신을 한때나마 사랑했으니까."키티는 그렇게 자신을 몰아붙이는 월터를 향해부르짖죠.“여자의 사랑을 못 받는건 남자 탓이지, 여자 탓이 아녜요!월터 또한 키티에게 쏘아붙이듯 내뱉습니다."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걸 알면서도 당신을 사랑했어. 나중에라도 날 사랑해줄 줄 알았지.” 그들이 거주할 곳은 전에 살던 사람들이 이미 콜레라로 사망한 좡족의 전통가옥이었죠.집엔 죽음으로 가득한... 두 사람의 어두운 그림자만이 존재할 뿐으로, 식사 중 "소금 좀 건네줄래요?" 라는 의미없는 질문에 대한 대답조차 돌아오지 않습니다.키티는 다음날 인사온 지역 부책임자 워딩턴(토비 존스 분)을 이웃들 중 한 분이 오셨다며 반갑게 맞이하지만, 그는 정작 영국인 중 자기 혼자 살아남았다고 토로하죠.수녀님들에게도 하루빨리 마을을 떠나라 설득했지만 순교자가 되고 싶어 그러는지 거절했다며 곤혹스러워 하는 워딩턴...시대가 시대인지라 마을 주민들 또한 "서양 살인마를 처단하라!" 는 전단지를 곳곳에 붙일 정도로 강제 침략자 모습의 서양인을 극렬하게 배척하죠.그들은 숱한 상채기의 고통이 만들어낸... 신음과 노여움이 짙게 배인 저주의 욕을 퍼붓습니다."살인마들, 니네 땅으로 가!"워딩턴은 키티가 콜레라보다 국민당원들 손에 먼저 죽을지도 모른다며 그녀를 보호해줄 중국군인 성칭을 배치해주죠.그렇게... 문명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콜레라로 마을 사람의 태반이 죽어나가는 곳에서,월터는 키티의 존재를 철저하게 무시한 채 연구와 의료봉사에 미친듯이 매달립니다.그러나 무지와 피해 의식으로 인해 적대적인 마을 사람들로 괴로워하는 월터에게 국민당 장교 유대령은 충고하죠."중국은 중국인들 것입니다. 한데 세상이 그냥 놔두질 않는군요. 인민들에게 총구를 들이대지 않고 평화롭게 해결했으면 좋겠어요."그럼에도, 월터의 헌신적인 치료로 마을 주민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어갑니다만...키티에게 메이탄푸에서의 유폐된 삶은 생지옥이나 마찬가지였죠. 아는 사람도 전혀 없고 갈 곳도 없는 그녀는 집안에서 무료하게 하루를 보내며 속절없이 타들어갑니다. 키티는 자신들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워딩턴에게 에둘러 말하죠. “여자는 남자의 장점을 보고 사랑하진 않습니다.”남을 위한 일이라고는 한번도 해본 적 없던 키티였건만... 아수라도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수녀원이 운영하는 보육시설로 자원봉사를 나가죠.어느 교파를 믿냐고 묻고는, 키티가 신앙심이 그리 깊지 않다는 걸 확인한 원장 수녀는, 보육일을 돕겠다는 그녀를 내심 탐탁지 않아 하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메시지를 건네며 수락합니다."사랑과 의무가 하나가 된다면 축복받은 거에요..."키티는 자신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기쁨을 얻게 되고, 아울러 월터가 일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보며 그에게 측은한 감정을 느낍니다. 나를 사랑했던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 해주어야겠다는 키티의 생각은 서서히 두 사람 사이의 막힌 담을 허물어뜨리죠.천진난만한 아이들과 흔연스레 어울리는 키티의 본성을 알게 된 월터는 마을 청년들의 공격을 받아 위기에 처한 키티를 성칭의 도움으로 무사히 구해냅니다.이를 계기로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이 살아나게 된 두 사람...월터는 후회어린 속내를 털어 놓죠."당신 말이 옳아.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서로에게 없는 것만 찾으려고 애썼어."두 사람은 그토록 사랑에 오만했던 자신들의 모습을 뉘우치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깊이 깨닫게 됩니다만, 그 소중한 화합의 시간은 너무 짧기만 합니다.월터는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강물을 공급하여 창궐하는 콜레라의 고삐를 잡는데 성공하죠.그런데, 운명은 더 이상 그들을 봐주지 않는 걸까요... 방역과 사랑이 그렇게 완성되려는 순간에 키티는 뜻밖에도 자신이 임신하게 됐음을 알게됩니다.찰리의 아이일 것 같아 미안해하고, 또 괴로워하는 키티를 월터는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다며 애써 달래죠.그날밤 월터는 잠든 키티를 뒤로 하며 원장 수녀에겐 아내가 상해로 돌아가길 원한다는 말을 남긴 채 도망치듯 떠나버립니다. 콜레라를 피해 이주해온 이웃마을 주민 난민촌을 돌본다는 명분였습니다만... 월터는 그곳에서 그만 콜레라에 감염되고 말죠.그는 키티에게 이곳을 어서 떠나라고 강권하다시피 이르지만, 그녀는 자신의 생명을 걸고 남편을 간호합니다.윌터는 그런 키티를 향해 혼신의 힘을 다해 말하죠.”용서해 줘““당신은 잘못 없어요. 정말 미안해요!” 키티의 눈물은 애절한 오열로 변하고... 월터는 아내의 곁을 홀연히 떠나갑니다. 원장 수녀가 말했던 것 처럼, '사랑과 의무' 가 하나로 묶인 원작의 의도는 영화의 엔딩 신을 통해 투영되죠.화면은 어느덧 5살이 된 아들과 함께 런던 시내의꽃집에 서있는 키티를 조명합니다. 그녀는 꽃을 손에 주어든 아이를 보며 혼자말처럼 되뇌죠.“쓸데없는 일이야. 일주일이면 시들 텐데 돈이 아깝잖아?”이는 영화 초반부 키티가 청혼하는 월터에게'어머니가 자신에게 늘상 했던 얘기' 라고 대답했었던 말에 다름 아닙니다.“그래도 예쁘잖아요?” 아들의 천진스런 한 마디에 그녀는 흡족해하며 장미꽃을 사죠.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들려지는 아이들의 노래는 담담하면서도 아련한 정감이 배어나옵니다.'맑은 샘물 곁에서'(A la claire fontaine) 라는 제목의 이 노래 속엔 반복되는 구절이 있죠.‘오랜 세월 그대를 사랑했고, 영원히 잊지 못할 거라네‘키티는 그렇게 영원히 잊지 못할 사랑, 그 하나된 의무를 맘속 깊이 품게 됩니다.꽃을 든 아들과 함께 집에 돌아가던 키티는 뜻밖에도 찰리와 재회하게 되죠.아이가 몇살이냐며 여전히 작업을 걸어오는 찰리를 싸늘하게 밀쳐내는 키티..."누구에요, 엄마?" 라 묻는 아이에게 그녀는 방금 아침 세수를 마친 사람처럼 시원스레 말합니다."아무도 아니란다!"1. <페인티드 베일 - The Painted Veil> 예고편https://youtu.be/2omHxU_KeuQ인류 역사에서 잔혹한 남편의 손에 처절히 죽어갔던, 혹은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결국 파멸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이른바 강요된 운명의 비극적 희생자 목록은 자못 긴 편입니다.보바리 부인,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 나오는 여성으로 시동생과 사랑에 빠져 남편의 손에 죽고 맘),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피아 데 톨로메이 등등.단테의 <신곡> '연옥' 편을 보면 불행한 여인 피아는 자신이 죽기를 바라는 남편에 의해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마렘마 언덕의 한 성에 유폐된 채 서서히 죽어가죠.이 고색창연(古色蒼然)한 중세 이야기가 한 소설가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모양입니다. 영국 작가 서머셋 몸은 단테의 피아 이야기와 자신의 홍콩 여행기를 바탕으로 한 편의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죠. 1925년 <인생의 베일>이란 장편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습니다.콜레라가 창궐하는 또 다른 마렘마인... 1920년대의 중국 메이탄푸에서는 남자는 남자였고, 여자는 여자였던 시대의 향수와 미몽이 하늘하늘 물안개처럼 피어오르죠.원작 <인생의 베일>에는 달콤한 연애담이 아닌, 세상 물정 모르는 한 여인이 지옥의 한가운데서 어떻게 자기 내면의 길을 발견해가는지에 대한 통찰과 풍자가 담겨 있습니다. 반면, 존 커란 감독이 영화화한 <페인티드 베일 >은 인생의 베일을 벗어던지고 남자가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여인의 이야기라기보다... 운명의 불꽃에 산화(散花)한, ‘불운한 연인들(star-crossed lover)’의 애틋한 연서를 닮아있죠.영화 오프닝 크레딧은 아름다운 꽃송이와 현미경을 통해 보이는 박테리아가 교차 편집된 장면과 함께 시작됩니다.이는 존 커란이 미묘한 방식으로 두 사람의 순탄치 못한 결혼 생활을 암유하는 것이죠. 커란의 시네마 버전에 의하면, 키티와 월터 두 사람의 불화는 다른 두 세계에서 기원한 꽃과 세균, 즉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의 문제처럼 보입니다.그러므로 키티가 꽃이 만발한 런던의 화원을 떠나 콜레라가 창궐하는 중국으로 떠나는 것은 오히려 자신의 세계를 떠나 월터의 세계로 진입한다는 의미로 여겨지죠.영화 속 내국인이 외국인을 배척하고 서로에게 살의를 품는 1920년대 중국의 근대화 과정은...남편과 아내로서가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타자였던 두 사람의 조우 과정과 무척이나 닮아 있습니다. 성실하고 강직한 인품을 지녔으면서도 자신의 감정과 여자의 육체 모두에 서툰 월터에게 키티는 이렇게 말하죠.“인간은 바보 같은 현미경보다 훨씬 복잡해요. 예측하기도 어렵고 실수도 하고 실망도 한다고요. 그러니 그만 비난해요.”복수와 용서... 늘 사랑의 열정에 뒤처지기만 하는 이 덕목은 죽음의 한복판에서야 비로소 사랑의 가변차선을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월터와 키티의 사랑이 조심스레 싹틀 때, 양쯔강의 넘실대는 물은 심지어 배우자의 불륜조차도 사소한 것으로 느껴지게 할 만큼 도도하게 흘러가죠.존 커란은 마치 대하소설을 읽듯 감정의 선을 정확히 조율해 매끈하면서도 아름다운 채색 판화 같은 영상미의 영화 한 편을 뽑아냈습니다.복고풍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 페인티드 베일 > 은 소설 같은 영화의 향기를 품어내죠.화면에는 시종일관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이 자리합니다. 생명의 터전이자, 아이들의 놀이터로... 그리고 두 사람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때에도 강물 위에 뜬 뗏목이 함께 하죠. 월터의 목숨을 앗아가는 콜레라는 결국 탈수로 목숨을 잃는 병으로... 영화는 '물' 이 가지는 은유를 비감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콜레라에 걸린 월터는 의사임에도 '수액' 을 구하지 못해 속절없이 죽어가지요.죽음 앞에서야 '페인티드 베일', 곧 굳게 드리워진 장막을 걷어내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 두 남녀, 너무 늦게 도착한 사랑... 여전히 과거라는 시간의 굴레 속에서, 또 이국이라는 낯선 얼굴에서 할리우드는 그렇게,동시대, 자신의 심장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진정한 사랑' 이란 판타지를 찾아 헤맵니다. - 영화 <페인티드 베일>(2006) 트레일러 https://youtu.be/9q8s4eKcqeQ영화는 속세와는 동떨어진, 유려한 풍광의 산수와콜레라의 청궐로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마을의 현실을 극명하게 대비시킵니다.한 폭의 수묵화 같은 선경(仙境)이 극에 희망을 불어넣은 걸까요... 두 사람은 종국에 이르러서야 서로를 향한 증오를 거두게 되죠.존 커란 감독은 애정없는 부부가 파국으로 치닫던 길에 마주한, 얼룩진 행복의 섬광같은 순간을 섬세한 시선으로 잡아내고 있습니다.2. 에릭 사티 '그노시엔느(Gnossiennes)' 제1곡 '렌트'(Lent : 느리게)https://youtu.be/YlNGACtIm1I<페인티드 베일> 주제가 격의 '그노시엔느' 1곡은 극중 두 차례 등장하죠.'렌트' 라는 표제처럼 단순한 듯 잔잔한 물결처럼 스며져오며 마치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늪처럼... 음악은 광시 지구의 습한 공기 속으로 서서히 듣는 이를 침잠시킵니다.영화 초반부 키티가 월터를 무도회에서 처음 만나는 신에서 처음 나오는 이 곡은 화려하지만 왠지 딱딱하고 메마른 느낌으로 다가오지요.두번째로는 키티가 자원봉사에 뛰어들어 보육원 아이들을 가르칠 때 원장의 간청으로 피아노를 치는 장면에서 흐릅니다.런던 파티장에서와는 너무도 달리... 매우 낡고 조율이 엉망인 피아노임에도 환상적인 신비의 에스프리가 살아 있는, 시정 넘치는 연주로 울려오지요.같은 곡인데도 처한 상황에 따라 또 다른 뉘앙스로 들립니다.이때 마침 현장에 들른 월터는 키티의 연주를 들으며 운명의 첫만남을 떠올리게 되죠.그의 입술은 여전히 한일자로 굳게 다물어져 있습니다만...- https://youtu.be/t27rzTkFKmU: 랑랑 피아노그리스 남쪽의 섬 크레타, 혹은 ‘크레타 사람의 춤’ 을 뜻하는 '그노시엔느'는 명상성보다는 풍자성에 좀 더 방점을 찍는 작품으로 읽혀지죠.도입부도 종결부도 없는... 때도 없이 사라지고 결코 끝나지도 않는 음악으로, 시간을 초월해 속세를 벗어나고자 하는 인식을 줍니다.3.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 페인티드 베일 - The Painted Veil > 사운드트랙 모음곡https://youtu.be/M7On3OIIwYw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내밀한 처연함으로 영화 전편을 감싸안죠.마치 수면 위를 적요히 떠가는 안개처럼 풀어지는 그의 음악은 드라마 속 깊게 패인 두 사람의 상흔을 어루만져 줍니다.2007년 제64회 골든글로브는 데스플라에게 음악상의 영예를 안겨주었죠.3-1. 'Promade' & 'Walter's Mission' &'The Painted Veil'https://youtu.be/ZtAIZwJ9x4U3-2. Kitty's Journey'https://youtu.be/R03_yrvlvDI3-3. 'The End of Love' https://youtu.be/56IvXHU8lmM5개의 음으로 구성된 짧은 선율의 '월터의 테마'는 장중한 오프닝 스코어인 '페인티드 베일'(The Painted Veil) 에 이어, '키티의 여행'(Kitty's Journey)과 '프롬나드'(Promnade), '월터의 미션'(Walter's Mission),그리고 월터가 콜레라로 죽어가는 결말부 스코어'사랑의 종말'(The End of Love) 에 실려옵니다.4. 'Kitty's Theme'https://youtu.be/0erYbZIvBtQ키티의 성격을 반영하듯 변덕스러운 카프리치오 풍의 '키티의 테마' 는 장중내내 '월터의 테마' 와 교차되며, 그녀가 찰리와의 불륜 문제로 월터와 싸우는 'The Deal', 황량한 오지 마을에 도착했을 때 외로운 감성의 목관악기 듀오로 편곡된 'Morning Tears',https://youtu.be/ohAPQMnJLXA그리고, 어렵사리 생기를 되찾은... 화사하고 들뜬 키티의 마음을 담아낸 스케르초 풍의 'The Covenant' 로 엮어지죠.5. 'River Waltz'https://youtu.be/bIWAdO5FY_U그러다 극 종반에 들어서며 '두 사람의 용서' 라는 터닝포인트를 계기로 미려함의 극치인 '강의 왈츠'(River waltz) 로 변주됩니다.6. 'The Water Wheel'https://youtu.be/VuuXvoQzCc0월터는 콜레라 전염의 온상인 마을 우물과 하천 물 음용을 폐쇄하죠.그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레방아를 이용해 강 윗목의 깨끗한 물을 퍼올려 대나무 관을 통해 마을로 흐르게 할 때 이 곡이 흐릅니다.눈이 부시도록 투명하고 경쾌하게 부서지는 물소리를 랑랑이 영롱한 터치의 피아노 연주로 표현해주고 있죠.7. '맑은 샘물 곁에서'('À la claire fontaine)https://youtu.be/IcSAd4Is-9ghttps://youtu.be/pDQS2kWRqXQ'잃어버린 시간' 의 주제를 노래하는 프랑스 민요'맑은 샘물 곁에서' 는 영화 엔딩 신과 함께합니다. 8. 'The Painted Veil' - 바이에른 방송 관현악단https://youtu.be/W6eqn_LKRLY9. 'From Shangai to London' - 랑랑 피아노 : 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https://youtu.be/PxRFs8DBDNw9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4-03 15:25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서현석)을 비롯해 도내 9개 문예회관이 전라북도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자 손을 맞잡았다. 지난 31일 전당 연회장에는 고창문화의전당, 김제예술회관, 부안예술회관, 완주향토예술문화회관, 익산예술의전당, 전주한벽문화관, 정읍사예술회관, 춘향문화예술회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자들이 업무 협약을 위해 모였다. 업무협약에 참여한 기관들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전북지회 회원기관들로, 문화예술 환경의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자 지난해부터 “전북지역이라도 하나로 힘을 합쳐보자”는 의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후 전당의 임직원들이 지역별로 찾아가 일대일 미팅을 시작했고,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아 ‘지역이 예술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총 9개 기관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게 됐다.   이 날 협약식에 참석한 윤여일 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전라북도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각 시․군의 문예회관들이 서로 힘을 합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협약이 도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와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협약의 주요내용은 ▲지역의 문화예술 정보공유와 교류협력을 통한 상생발전 ▲각자의 자원과 재원을 투입하여 공동으로 작품을 기획․제작․투자 ▲우수예술 공연에 대하여 공동 명의로 지역별 순회공연 개최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가나 예술단체와의 교류 공연 추진 ▲운영방식과 사업에 대해 상호 필요한 벤치마킹 협조 등이다. 각 문예회관들은 지역 간 균형 있는 문화발전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전라북도 문화예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제고하자는 취지로 다양한 교류 사업을 시도할 계획이다. 그 첫 사례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고창문화의전당, 부안예술회관이 공동 제작하는 <태권유랑단, 녹두>가 한문연 주관 「문예회관․예술단체 공연콘텐츠 공동제작 배급 프로그램」에 선정돼 국비 1억 3백만원을 확보했다. <태권유랑단, 녹두>는 조선시대로 간 태권유랑단이 고창을 시작으로, 부안, 전주로 이동하며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이해하고 고군분투한다는 역사 판타지 창작극이다. 각 지역 예술인들이 참여하고 국악과 태권도가 결합된 퍼포먼스로 치열한 전투를 다이내믹하게 표현해 관객들에게 역사적 정보와 흥미를 동시에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크리에이티브 팀 회의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작품에 대한 연출과 티저 영상 등 다양한 홍보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서현석 대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문화예술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그 의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공연 콘텐츠의 공동 창작, 우수공연에 대한 순회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 교류 사업들을 전라북도 문예회관들과 함께 이뤄갈 것이다.”고 밝혔다.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4-01 15:50

영화는 흑인이 감히 백인과 같은 화장실을 쓴다는 것은 상상 못할 정도로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1940년대 후반, 그것도 KKK의 본고장 미국 남부 조지아주 애틀랜타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죠.자신에게는 완벽할려고 노력하며 남에게는 깐깐한, 또한 부자임에도 청빈한 청교도적인 삶을 사는 유대인 미망인 미스 데이지(제시카 텐디 분)온통 고집으로 뭉친 이 72세의 노인네가 자동차 기어를 잘 못 넣는 실수를 하면서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시작됩니다. 옆집의 담을 넘어 화단을 망치고서야 차는 멈춰 서죠. 제 몸으로 운전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직은 정정한(그렇다고 생각하는) 미스 데이지에겐 큰 시련이 닥친 겁니다.가업인 직물공장을 물려받아 꽤 부를 일군 아들 불리 워든(댄 애크로이드 분)은 어머니의 안전을 염려해 60대의 흑인 운전기사 호크 코번(모건 프리먼 분)을 고용하기로 결정하죠.하지만 워낙 꼬장꼬장한 성격 탓에 아들 내외와도 데면데면한 사이인 데이지 여사...천성이 도움받기를 싫어하는 그녀는 남의 눈에 띄는 게 싫다며 호크에게 좀처럼 운전을 맡기지 않으려 합니다.개인 운전기사라는 게 검소한 미스 데이지에겐 부자들의 거들먹거림이며 돈 낭비의 전형처럼 보이는 것이죠.가정부 아델라(에스더 롤 분) 외에는, 부엌에서 음식이나 축내고 전화질만 해 댈지도 모르는 사람을 자기 집에 들이는 것이 싫었던 그녀는,호크가 운전사로 온 이후 아예 외출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그렇지만 유머가 가득하고 인내심이 강하며 너그럽고, 사려 깊은 호크는 데이지 여사의 온갖 타박과 냉대에 굴하지 않고 항상 웃는 얼굴로 성심껏 그녀를 보살피죠.호크는 "비록 여사님을 모시지만 제 월급은 아드님이 주십니다" 라며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고용주 불리와 대화를 통해 주급 75불을 능수능란하게 이끌어내는 등 협상력 또한 만만치 않지요.호크는 임금 합의(?)를 끝내고 불리에게"사장님한테는 싸움 걸어오는 사람 없겠네요?"라고 너스레를 떱니다.호크는 전차를 타고 가게에 가려는 데이지를 뒤따라가 마침내 차로 모시는데 성공하죠.하나님도 세상을 만드시는데 6일 걸리셨는데, 데이지 여사를 차에 태우는데 6일 밖에 안 걸렸다며... 호크는 그렇게 느긋하고, 또 넉넉했던 것이죠.그럼에도 호크를 못마땅해 하던 데이지는 선반의 연어 통조림 하나가 없어졌다며 아들에게 호크가 훔쳐 먹었을 거라고 고자질합니다.이처럼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호크를 쫓아내려는 앙큼한(?) 계략까지 꾸몄던 미스 데이지...하지만 그녀는 출근을 한 호크가 어제 연어 통조림을 자기가 먹었다면서 새로 사 온 통조림을 갖다 놓는 걸 본 후 반성하게 되죠. 화면은 화사한 봄날 미스 데이지가 라디오에서 흐르는 드보르작의 '달에게 부치는 노래' 를 흥얼거리며 수를 놓는 장면으로 흔연스레 바뀝니다.통조림 사건을 계기로 호크를 향해 비로소 마음을 열어가는 미스 데이지의 변모를 은유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게죠.매사에 엄격하고 고집불통이던 데이지 여사는결국 호크의 신실한 인간성에 감동하며 그를 받아들이게 됩니다.호크 또한 완고함과 까탈스러움 속에 감추어진 데이지 여사의 따뜻함과 배려에 존경심을 갖게 되죠. 전직 교사 출신의 데이지 여사는 호크가 문맹임을 알고서는, 그에게 읽는 법을 가르치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습자교본 책을 선물로 줍니다. 책 선물은 처음 받아본다며 계면쩍어 하는 호크에게 그녀는 "열심히 연습하면 글도 잘 쓸 수있을거야. 하츠필드 시장도 이 책으로 가르쳤다네" 라며 격려하지요. 두 사람은 그렇게 훈훈한 우정을 쌓아갑니다만...살아온 환경이나 생각들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데이지 여사는 호크로 인해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을 마주하게 되죠. 데이지는 자신은 가난 속에서 부를 일궈낸 유대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데이지는 불리와 호크에게 자신의 빈한했던 옛 시절을 자주 이야기하곤 하죠. 하지만 데이지는 호크가 어린 시절 메이포에서 친구의 아버지가 KKK단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 당하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자라온 아픔은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오빠의 생일 잔치에 가는 도중에 데이지 여사는 경찰관들이 인종차별적으로 호크를 대하는 걸 목도하죠. 그러나 그녀는 경찰이 자신에게도 호크와 똑같이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또한 미스 데이지는 호크가 주유소에서 왜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했는지도 알지 못하죠. 유대교 회당이 폭탄 테러를 당한 사건을 맞닥뜨리고 나서야 데이지는 유대인인 자신 또한 인종차별과 무시의 대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그제서야 그녀는 호크가 어떤 세계에서 살아왔는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게 되죠. 사업 수완이 탁월한 불리는 회사를 성장시키며1966년 애틀랜타시를 대표하는 경영인으로 선출됩니다.불리는 시상식에서 "제가 머리카락을 잃고 뱃살도 얻었는데, 저도 모르게 회사가 성장했나 봅니다" 라며 72년 전 사업을 일으킨 조부를 기립니다만...인종차별 문제에 비로소 관심을 갖고 흑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반대하는 어머니를 에둘러 설득하지요."저는 유대인으로서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거래처나 정치적 환경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네요."그럼에도 데이지는 아들이 그토록 꺼린 마틴 루터 킹의 연설 모임에 당당하게 혼자 참석합니다. 킹 목사는 사자후를 토하죠."변화의 시대에 가장 슬픈 비극은 나쁜 사람들의 폭력과 독선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과 독선입니다."그런데... 데이지 여사는 킹 목사의 연설회에 가던 길에 세상이 많이 변해 좋지 않냐면서 연설을 같이 듣지 않겠느냐고 호크를 넌지시 떠보지요.하지만 호크는 세상이 그렇게 많이는 변하지 않았다고 거절하지요. 호크는 이러한 민감한 문제를 마틴 루터 킹의 연설 당일에, 그것도 가는 도중에 꺼내는 데이지에게 야속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데이지는 데이지 대로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호크가 섭섭하기만 하죠.두 사람의 생각은 각자 살아온 환경만큼이나 달랐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 사이의 우정을 갈라놓지는 못하죠.세월은 무심히 흘러... 여사와 함께 평생을 함께 해온 아델라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떠나갑니다.데이지는 장례를 치루며 호크와 슬픔을 나누죠. "아델라는 운 좋게 편히 간 거야."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우정어린 신뢰를 쌓아갑니다.어느덧 아흔 살이 넘어서며... 노쇠해진 데이지 여사는 급기야 치매기를 보이며 호크를 안타깝게 하죠.오락가락하다 정신을 차린 여사는 호크의 손을 꼭 잡고 진심어린 고백을 건넵니다."호크... 자네는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야!"자기 몸 하나 제대로 간수하기조차 어려워진 그녀는 양로원에 들어가게 됩니다.37살의 손녀 딸을 둔 호크 역시 노령으로 운전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죠.그러나 변함없는 우정의 호크는 틈날 때마다 데이지를 찾아가 그녀의 말동무를 해주죠.영화 피날레... 추수감사절, 이미 팔려버린 어머니의 집을 호크와 함께 마지막으로 둘러본 불리는 호크를 태우고 양로원으로 향하죠 데이지 여사는 정작 불리보다 호크를 더 반기며 "자넨 간호원들이나 만나 치근덕거리지 그러나" 라며 아들을 슬며시 밀어냅니다.불리는 그런 어머니에게 여전히 호크하고만 있고 싶어 한다며 씁쓸해 하면서도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위해 자리를 피해주죠.어떻게 지내냐고 안부를 묻는 데이지 여사에게 호크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라고 화답하며, "나도 그렇다네" 라는 그녀를 향해 한껏 미소 짓습니다. "그게(최선을 다하는 것) 저희가 할 일이에요."그러던 미스 데이지는 호크에게 물어봅니다."아직도 불리에게 급여 받나?""매주 받지요.""얼마나 받는데?""그건 저하고 사장님의 문제입니다만...""날강도 같으니라고!"한데, '주당 7불 이상 받으면 강도나 다름없다' 며 미스 데이지가 호크를 처음 만났을 때 따지듯 물어봤던 경우와는 그 뉘앙스가 자못 다르죠.서로를 향한 불신과 냉대가 아닌... 모든 걸 이해하고 품어내는, 따뜻함이 짙게 묻어나오는 표정과 말투였던 것입니다.처음에는 주인과 고용인으로 만났지만 이제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공평하게 늙어가는 친구가 된 것이죠.이제 두 사람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걸 알 수 있다는 듯, 아무말 없이 서로를 바라봅니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서로가 곁에 있을 수 있어 죽음도 두렵지 않아 보이죠.이제 둘만이 오롯이 남겨진 식탁에서 호크는 데이지 여사에게 파이를 한 스푼씩 정성스럽게 떠먹입니다.미스 데이지는 이 세상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행복한 표정을 짓지요.유대인과 흑인이라는 소외된 인종에서 오는 교감과 주종의 관계에서 오는 화해할 수 없는 신분의 차이가 서로 엇갈리면서, 두 사람의 우정은 그렇게 크고 작은 오해와 편견을 겪어내며 4반세기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습니다.삶보다는 죽음이 더 가까워진 나이... 생의 마지막 뒤안길에서 모든 것을 서서히 잊어가는 순간에도 결코 잊혀지지 않을, 두 사람의 우정은 화면을 따뜻하게 감싸죠.이 작품으로 62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최고령(81세) 수상자가 된 제시카 텐디와 낙천적인 익살을 보여주는 모건 프리만.점차 처져가는 고개와 허리 각도, 조심조심 내딛는 발걸음, 약간씩 흔들리는 손... 그리고 가늘어져 가는 목소리와 힘이 빠져가는 안광 등, 25년에 걸친 세월의 흐름을 섬세하게 잡아내는 그들의 연기 하모니는 가히 완벽에 가깝습니다.미묘한 심리 변화도 놓치지 않는 부루스 베레스포드 감독의 정치(精緻)한 연출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화면을 이끌어내죠.1940년대에서 1960년대에 이르는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를 지켜보는 맛 또한 쏠쏠합니다.페리 코모, 빙 크로스비의 LP판이 등장하는가 하면,흑인들은 가정부나, 운전 기사, 가구 배달원의 블루 칼러로... 또 불리 회사의 사무실 직원은 백인으로 자리하죠.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차종도 변화하고, 마르틴 루터 킹 목사가 주요 인물로 나옵니다.호크의 손녀가 대학에서 생물학을 가르친다고 언급되는 장면 또한 60년대 미국 남부에도 거스를 수 없는 변화가 이뤄졌음을 보여주죠.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평판에 지나칠 정도로 신경을 쓰는 데이지 여사... 그녀는 부자이면서도 부자로 보이지 않으려 하는, 아울러 자신의 소유물에 대해서는 병적으로 집착하고, 기독교도인 며느리와 불편한 관계지만 성탄절 행사에는 마지 못해 참석합니다.별스럽지 않게 툭툭 던져지지만 차별에 민감한 유대인의 심성을 내밀하게 드러내주는 설정인 게죠.차별은 언제나 중층적입니다. 차별적 사회에서 내가 차별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남을 차별해야 하죠.“난 저들 편이 아니에요, 난 당신들 편에 속해 있어요” 라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야 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호크에게 냉담하기 이를 데 없을 뿐 아니라 흑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도둑으로몰거나 바보 같은 어린애로 취급해 버리고야 마는 데이지 여사의 심리란... 주류 백인 사회에 편입하지도 못하면서 비주류계층에 "난 너희들과 달라" 라고 강조하고 싶은 심리와 비슷한 것입니다.영화는 데이지 여사가 단지 유대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다른 백인으로부터 비하당하는 사례를 보여주죠 호크가 운전하는 차에 있는 데이지를 보고 백인 경찰이 "유대인 할멈과 흑인 운전기사가 같이 있다니 볼만한 조합이로군" 이라며 비아냥대는 시퀀스는, 인종 차별의 시선에서 그녀 역시나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을 나타내줍니다. 살아오는 동안 그녀가 그런 낌새를 몰랐던 건지, 애써 무시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죠.베레스포드 감독은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를 통해 끊임없이 사람들을 구분하며 우열을 가리고 차별하려 드는 인간사회의 속성을 노골적이지 않게 언급하고 있습니다.극 중반...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데이지 여사 때문에 서로 옥신각신하던 두 사람의 관계가 한층 성숙됐음을 알려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은 다름아닌 극중 삽입된 아리아죠.데이지 여사가 한가로이 수를 놓는 정경과 함께 봄햇살을 머금은 꽃과 풀향기로 가득한 화면에 흐르는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 1막 '루살카' 의 '달에 부치는 노래'(Song to the moon) 입니다.그들 사이의 우정이 한층 깊어졌음을 은유하고 있는 이 노래는 극 전체의 처연한 비극성과는 관계없이 미려한 선율로 오페라 전체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리아죠.극중 유대인 백인 여성과 흑인 남성의 관계는 이 '달에 부치는 노래' 를 통해,오페라 속 루살카와 왕자의 죽음을 초월한 사랑처럼 인종과 신분의 벽을 뛰어넘는 우정이 됩니다.1.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1989) 트레일러https://youtu.be/pKRj7QCIXnY퓰리처상을 수상한 알프레드 어리의 동명의 연극을 역시 알프레드 어리가 각색했고, 이를 화면에 옮긴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감독은 이 드라마를 통해 목소리를 높이거나 힘주어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진정한 인간애가 무엇인지 담담하게 말해주죠.  영화 속 인물들의 성격은 매우 명확하며 극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극명하게 대립됩니다.저마다의 말투와 표정으로 위치를 지키는...성격과 환경, 여기에 피부색까지 다른 데이지와 호크는 자기 삶의 주체이자, 어쩔 수 없는 이방인으로 자리하죠. 극 저변에 깔려있는 성, 나이, 인종, 종교, 신분의 문제는 시대가 켜켜이 떠안고 있는 단면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회당에 폭탄이 터지고 사람들은 무시당하며 타인을 향한 조롱의 시선이 분명 존재하지만,  드라마 안으로 성급하게 침입하지는 않지요. 데이지와 호크가 우정이라 부를만한 관계를 완성하기까지 장애물처럼 보이는 겹겹의 문제들은 분명 중요하게 언급되나 시간의 견고함을 무너뜨리지는 못합니다. 아직 말이 대화가 되지 못한 채 데이지의 명령과 호크의 변명으로만 이뤄지던 그때... 충돌하던 말들이 인사를 나누며 조우하는 모멘트는 소박하면서도 급작스러운 환희처럼 찾아오죠.데이지가 호크에게 글을 공부할 수 있는 교본을 건네는 순간, 타인 훑기를 즐기는 시선들과 인종에 대한 세상의 편견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전락합니다. '"이것은 절대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야" 라며 교본을 건네는 데이지는 차라리 귀엽기까지 하죠. 인간이 글을 깨우치며 세상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수월해졌듯 서로에 대한 수용면적이 조금씩 넓어져가는 겁니다.이렇듯, 때로는 거대한 시간에의 순응이 치기어린 반항보다 감동을 주지요. 그 치열함과 상관없이 어느 곳에도 시선을 두지 않고 흐르는 시간의 매정함은 야속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합니다. 시간의 이동을 구경할 요량이 없는 우리에게<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100분 가까이 한 발 물러나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해주죠. 지켜보면 시간의 흐름은 무심한 듯 꽤 친절하게 다가옵니다.데이지와 호크의 '드라이브' 는 시공간을 초월한 산들바람을 일으키고 관객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어깨의 힘을 뺀 채 작은 여행을 만끽하도록 돕죠. 하여 드라마는 압도할만한 하나의 사건이 없음에도 두 사람의 서사로 인해 풍만해집니다. 추상적이고 거대한 관념에 의한 것이 아닌, 사소하고도 구체적인 에피소드들로 이뤄져 있기에 오히려 정서적 몰입을 가능케 해주는 게죠.그들의 동반 여행이 거의 끝났음을 알리는 엔딩 신은 두 관계가 이뤄낸 여정의 결정체로 한없이 따스하게 울려옵니다.2. 드보르작 오페라 <루살카 - Rusalka> 1막 '루살카' 의  아리아 '달에 부치는 노래', Op.114- 체코 출신 소프라노 루치아 포프(체코어로 노래) 스태판 솔테츠 지휘 뮌헨 방송 교향악단: feat.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영상https://youtu.be/h00upnyREF4드보르작은 체코의 전통 설화와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에서 영감을 받아,인간이 되지 못하고 영원히 삶과 죽음 사이를 떠도는 정령으로 남게 되는 체코판 인어공주의오페라 <루살카>를 작곡했죠.사랑과 동경, 배신과 구원을 담은 이 작품은 드보르작의 음악적 어법으로 해석한 서정적인 선율이 아름답습니다.안개 자욱한 보헤미안 숲과 호수를 배경으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물의 요정 '루살카'...루살카는 숲의 정령인 아버지 '보드니크' 에게, 호수에 왔던 인간을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죠. 보드니크는 인간을 사랑하지 말라고 충고를 하지만, 결국 루살카는 숲의 마녀 '예지바바' 를 찾아가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간청합니다. 마녀가 내건 인간이 되는 조건은 두 가지... 목소리를 잃게 된다는 것과, 만약 인간에게 배신당하면 요정과 인간 둘 다 영원한 저주를 받는다는 것이었죠.사랑 때문에 자신의 온 마음을 빼앗겨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루살카는...'돌아다니다 혹시 왕자를 보면 자신의 사랑을 전해달라' 며 애절한 마음으로 '달에 부치는 노래'(Song to the moon : Mesicku na nevi hlubokem) 를 부릅니다.'오, 벨벳빛 하늘의 달님이여,당신은 저 멀리까지 빛을 보내고온 세상을 거닐며인간들의 집안도 내려 보십니다.오, 달님이여,잠시만 제 곁에 머물러제 사랑이 어디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부디 그에게 전해 주세요.은빛 달님이여,한 순간만이라도 그가 나를 꿈꾸리라는작은 희망만으로나의 두 팔은 그를 포옹한다고,이 세상 어디에 계시든그 분을 비추어 주세요.그리고 전해 주세요.여기서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고,인간의 영혼이 저를 꿈꾼다면어쩌면 깨어서도 저를 기억할 수도 있겠지요.오 달님, 부디 떠나가지 말아요.'루살카는 마녀의 도움으로 왕자의 사랑을 얻는데 성공하지만... 결혼식을 준비하는 도중에 왕자의 배신으로 그만 영원한 저주와 함께 버림받게 되죠.왕자의 뜨거운 피만이 자신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음에도 아직도 그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루살카는 차마 그러지 못한 채 단검을 호수에 던지고 맙니다.대신 루살카는 죽음의 요정인 '블루디카' 가 되어호수의 심연에 머무르죠.자책감과 절망감으로 괴로워하던 왕자는 루살카를 찾아와 용서를 구하며 다시금 맺어지길 간청합니다.그러나 루살카는 왕자의 입맞춤을 피하며 자신을 안는 것은 죽음의 파멸을 가져오는 거라고 간곡히 이르죠.하지만 왕자는 루살카가 없는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차라리 '죽음의 키스' 로 영원한 행복과 평화를 얻겠다고 절절하게 호소합니다.왕자의 진심을 느낀 루살카는 결국 그를 자신의 품에 꼭 안고 입을 맞추죠.뜨거운 포옹 속에 격정어린 키스를 나눈 후...루살카는 숨을 거둔 왕자를 안은 채 호수 깊은 곳으로 가라앉습니다.- 'Canción a la Luna :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https://youtu.be/EBM1VOA3zTk-  요요 마 첼로: 제시 다이너 베네트의 첼로와 오케스트라 편곡https://youtu.be/04fY0XP_3a0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3-25 16:19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새로운 사랑은 자못 다채로운 빛깔의 형상으로 우리 주변을 맴돌죠.그렇게 다가오는... 낯설으면서도 설레이는 신세계의 '판타지' 야말로 단조로운 일상으로 사그라진 너그러움과 여유를 풍성하게 채워줍니다. 나름 편하게 내려놓은 마음가짐은 스스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 하여 누군가를 향한 진심어린 호의까지 발견할 수 있는 안테나를 발달시키죠. <왓 위민 원트>,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처럼 중의적인 타이틀의 영화를 만든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로맨틱 홀리데이>. 영화의 원제는 '휴가' 또는 '휴일' 을 의미하는 <The Holiday>로, 명확하고 함축적입니다. 연말연시의 풍요로움, 여행지를 향한 설레임, 미답(未踏)의 로맨스에 대한 부푼 열망까지... 우리가 휴가에 기대하는 다양한, 모든 것들을 담아낸 종합선물세트의 제목으로는 제격이죠.<로맨틱 홀리데이>는 두 명의 주인공을 좇는 이중 플롯을 구사합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런던의 '데일리 텔레그래프' 웨딩 칼럼에 글을 쓰고 있는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렛 분)이죠.안타깝게도... 그녀는 3년간 짝사랑해왔던 재스퍼(루퍼스 스웰 분)가 다른 여자와 곧 결혼한다는 것을, 그것도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알게 됩니다. 춥지만 아기자기한, 런던 교외 서리의 예쁜 오두막집에 돌아가 목을 놓아 통곡하는 아이리스.바로 그 시각... 햇살이 내리쬐는, 따뜻하지만 뭔가 삭막한 LA 브렌트우드 집의 아만다(카메론 디아즈 분)가 두 번째 주인공으로 등장하지요.영화 예고편을 제작하는 회사를 운영하며 이른바 잘 나가는 그녀는, 부하 직원이자 연하의 동거남이던 에단(에드워드 번즈 분)이 바람을 피우자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두고 절교 선언을 합니다.이 두 여자의 사정은 왠지 낯설지 않죠. 집이 떠나가라 흐느끼는 아이리스와 울어보려 별별 애를 쓰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는 아만다.6천 마일이나 떨어져 사는 이들 두 여성은 사랑이 없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괜찮다' 는... 지겨운 일상으로부터 탈출해야 할 절체절명의 필요성을 느끼고는 인터넷에 매달려 봅니다. 그러곤, 크리스마스 휴일 동안 집을 바꾸어보는 황당한 계획에 동의하며 충동적으로 서로의 공간을 향해 떠나가게 되죠. 자신에게는 벗어나고픈, 서글픈 '현실' 이지만...아이리스에게 아만다의 LA 저택이, 아울러 아만다에게 영국 시골의 동화 같은 아이리스의 통나무집은, 각자의 삶을 온전히 바꿀 일생일대의 사건, 곧 무엇인가 '꿈' 같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을 줍니다.하지만 LA에 도착한 아이리스가 아만다의 커다란 집에 환호성을 지르는 반면... 눈 내리는 시골길을 하이힐을 신은 채 가방을 끌고 가야 하는 아만다의 신세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죠. 적어도 아이리스의 꽃미남 오빠인 그레이엄(주드 로 분)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영국 아가씨 아이리스에게 할리우드 황금기의 작가 아서 애봇(일라이 월락 분)과의 만남이 판타지라면, 영국의 어느 날 밤 아이리스의 집 앞에 홀연히 서 있는 그레이엄은 미국 커리어 우먼 아만다의 판타지로 자리하는 게죠.   그렇게... 워커홀릭 아만다와 어수룩함이 친숙한 아이리스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맞닥뜨린 '실연의 상처' 였던 겁니다.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새로운 환경, 새로운 관계, 그리고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죠.'성차(gender)' 에 대해 인식하면서 자신의 결함을 깨닫는 <왓 위민 원트- What women want>나, 잊고 살았던 자신의 진가를 발견하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 Something gotta give>을 통해 이미 시나리오 집필력과 연출력을 인정받은 낸시 마이어스 감독. 그녀의 매끈한 로맨틱 코미디를 완성하는 것은 주인공들의 다름 아닌 미묘한 성장담이었습니다. 마이어스는 <로맨틱 홀리데이>를 통해서도 앞으로 찾아올지도 모르는 사랑에 대한 희망을 예의 그 달콤한 방식으로 서술해나가죠.<로맨틱 홀리데이>에서 성장 스토리를 담당하는 주 캐릭터는 아이리스입니다. 먼저, 티가 들어간 그녀의 눈을 불어준...아만다의 동료 영화음악가 마일스(잭 블랙 분)와의 첫 만남에선 거부할 수 없는 인연이 예감되지요."'산티 아나' 바람은 이맘때쯤 다가와 우리를 따뜻하게 해 줍니다. 이 계절풍이 불어오면 새로운 인연이 찾아온다는 전설이 있어요."한데 아이리스의 에피소드에서 돋보이는 것은 다가올 로맨스보다는, 시나리오 작가 아서와의 따뜻한 마주침입니다. 아서는 운명적 조우에 대해 얘기하죠.“한 남자와 여자가 각자 잠옷을 사러 갔어요.남자는 점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난 바지만 사면 돼요’. 그런데, 여자는 이렇게 얘기하죠. '난 윗도리만 사면 돼요’. 그 순간,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게 되죠. 그게 바로 운명의 만남인 겁니다.”아이리스는 화답하지요."셰익스피어는 '여행의 끝에는 새로운 사랑과의 만남이 있다' 고 말했다죠. 정말 특별한 구절로 느껴져요.”그렇게... 아이리스는 거대해진 영화산업의 주변으로 밀려난 아서를 사려 깊게 응원하고, 아서 또한 “왜 자신을 조연 취급해? 당당히 인생의 주연이 돼야 하는데!” 라며 아이리스를 독려해주죠. 덕분에 아이리스는 구질구질한, 그야말로 찌질한 짝사랑을 향한  '병적인 관계' 를 말끔히 정리하고 새 인생을 펼칠 준비를 마칩니다. "​남자에게 상처를 받는 건 늘 내쪽이면서도 내가 잘못한 게 없는지, 혹시 오해한 게 없는지 곱씹어가며 나를 상처 주고는, 그게 다 내 탓인 양 그래 왔어요. 끝까지 착각을 해가면서 말이죠."이 또한 운명일런지요... 아이리스는 푸근한 외모와 따뜻한 유머감각을 지닌 마일스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마일스 또한 배신했던 여자 친구와 깨끗하게 헤어지고 운명의 동반자 아이리스에게 향하죠.휴가를 마치고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오르던 아만다...그녀 역시 모든 걸 떨쳐내곤 공항으로 향하던 차를 돌려 그레이엄에게 다시금 달려갑니다.​​두 커플과 그레이엄의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해피 뉴 이어를 연호하며 흥겨운 파티를 하는... 이토록 사랑스러운 영화 < 로맨틱 홀리데이 > 는 해피 엔딩의 막을 내리죠.'사랑하면 눈이 먼다' 는 셰익스피어의 말이야말로 만고불변의 진리일런지요...겉으로는 위풍당당하기 그지없는 아만다의 서사는 아이리스에 비하면 한결 환상적이지만,그만큼 비현실적인 게 사실입니다. 사뭇 우울한 상태에서 휴가 첫날을 마무리하려던 차에 들이닥친 그레이엄과의 모든 일들은, 휴가지에서의 짜릿한 연애에 대해 우리가 상상하던 모든 것들을 충족시켜 주죠. 사랑 앞에서 왠지 머뭇거리며 거리를 두려고 하는 그레이엄... 알고 보니 그는 주말이 돼야 코코아 가루가 묻지 않은 바지를 입을 수 있는, 어린 두 딸의 싱글 대디였습니다.'하면 해서 복잡하고, 안 하면 안 해서 복잡하다' 는 섹스관을 견지해온 아만다.공항에서 체크 인을 하던 아만다는 자신이 만들었던 예고편 식 독백을 떠올리게 되죠."아만다 우즈는 사랑을 원한 게 아니었다. 다만 사랑이 그녀에게 다가왔을 뿐... 아만다, 넌 지금까지 늘 남자를 거부해왔다. 변화를 원하는가? 두려워하는가?"아만다는 그토록 복잡해지는 것을 싫어하고 또 저어합니다만... 그레이엄으로부터 진솔한 사랑 고백을 받으며 완전히 달라집니다." 내 시나리오는 달라요. 난 당신을 사랑해요.당신이 곧 떠날 거라서도 아니고 지금 이 순간이 짜릿해서도 아니라, 뭐라 설명할 순 없지만 아무튼 당신을 사랑해요!"아만다는 그녀답게 응답합니다." 생각해봤는데 송년의 밤을 함께 못 보낼 이유가 없잖아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인생 좀 복잡해도 괜찮다'. 사실 복잡하면 또 어때요?"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 이후 강해지려고 맘먹으며 15살 이후로 울어본 적이 없던 아만다.그녀가 마침내 눈물을 되찾게 되는 모습은 순수에로의 회귀일 수도 있지만...어쩌면 페미니즘의 발랄한 문제를 제기하는 걸 꺼려했던 마이어스가 극중 아만다의 캐릭터를 통해 홀가분하게 마무리 지으려 했던 것은 아닐런지요.1. <로맨틱 홀리데이 - The Holiday> 예고편https://youtu.be/AhLVOrUYCjILA에서 무료함에 드라이브를 하던 아이리스는 거동이 불편한 동네 노인을 도와주게 되죠.알고 보니 그는 지금은 은퇴했지만... 한때 이름을 날렸던 유명 시나리오 작가 아서였습니다​​항상 자신감 없어하던 아이리스에게 아서는 진심을 담아 조언해주죠."내가 아가씨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드는 줄 아오?" "뭘요? 왜 이렇게 질문을 많이 해서 귀찮게 하냐구요?" "아니에요. 어째서 댁 같은 아름다운 아가씨가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남의 집에 와있는지 의아스럽다오. 그리고 이런 토요일에 나 같은 늙은이와 함께 있는 건지..." "그게...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있고 싶어서요. 항상 보던 사람들 한테서요. 모든 사람들은 아니구요, 한 남자한테서요. 떨어져 있고 싶었어요. 예전 남자 친구한테서요, 약혼을 해놓고도 나한테 말도 안 한 친구예요... 죄송해요.""얼간이로군." "사실 그래요. 완전 얼간이예요. 어떻게 아셨어요?" "아가씨를 찼으니까.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오. 영화에서 보면 주연 여배우가 있고, 옆에는 친한 친구 역할의 조연 여배우가 있기 마련이잖소. 당신은 확실히 주연 여배우 감이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당신은 조연처럼 행동하고 있어요.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주인공인 줄 모르고 살아요, 바로 당신처럼 말이죠. 당신을 어서 발견하세요. 그럼 자신감이 생길 거예요."아이리스는 용기를 얻습니다."자기 인생에선 자신이 주인공이어야 하잖아요.전 3년간 정신과 상담치료를 받아봤지만 시원한 해답을 얻진 못했어요. 선생님처럼 명쾌한 처방은 처음이에요. 정말 예리하셔요."​그날 이후 온전히 달라진 아이리스... 그녀는 LA까지 자신을 찾아온, 하지만 여전히 애매모호(?)한 재스퍼를 향해 후련하게 결정타를 날립니다." 당신은 나를 이용만 해왔어. 하지만 난 당신을 사랑한 죄로 자책만 하며 살았지. 수년 동안을! 나도 놓치기 싫고 결혼도 포기 못한다고? 이 뒤틀리고 병적인 우리의 관계, 드디어 끝났어.기적처럼 정나미가 뚝 떨어졌어. 내 삶에서 빠져줘. 나도 내 인생을 살 거야!"이처럼 낸시 마이어스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위트 있는 대사와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세심한 심리 묘사는,그가 감독과 각본을 공동으로 담당하는 연출자이자 시나리오 작가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동시에 성별에 상관없는 공감대를 아우르는 역량이 탁월한 마이어스.그는 이른바 ‘낸시 마이어스 표' 로맨틱 코미디의 또 다른 작품으로 자리할 <로맨틱 홀리데이>에서도, 일과 사랑의 성장 속도가 비례하지 않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마치 뜻밖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흐뭇하게 연출하고 있죠.드라마 속 반복되는 일상과 꼬이는 연애 문제로 인해 극도로 우울한 상태에 있는 두 여자에게 '홈 익스체인지' 는 그들의 삶을 회복시킬 수 있는 첫걸음이 됩니다. 이 특별한 휴가를 통해 오랫동안 자신들을 괴롭혀온 기억, 상흔의 애정사 등을 털어내고, 자신들의 인생이 뭔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길 바라는 것이죠. 그리고 낯선 곳에서 예기치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크리스마스에 시작된 기적 같은 사랑 <로맨틱 홀리데이>는 그렇게... 모든 것을 다 털어버리고 떠난 여행을 통해 자기 자신 앞에 놓여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스스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죠. 하여,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따뜻한 정감의 영화로 다가옵니다.돌이켜보면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각본),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연출) 등 '여성성' 을 무기로 차별화된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온 노라 에프런과... 낸시 마이어스는 흥미로운 비교 대상이죠. 에프런이 할리우드의 고전영화에 대한 애정을 중요한 설정으로 끌어들이고 고전영화의 위트를 계승하는 대사를 구사했다면, 마이어스는 여성주의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흥미로운 갈등의 서사로 엮어내는 데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습니다. LA의 영화업 종사자들을 주요 인물로 등장시킨 <로맨틱 홀리데이>에는 과거 에프런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흔적이 역력하죠. 아이리스는 아서가 권해준 옛날 영화들을 보면서 당시 여배우들의 당당함을 깨닫고, 마일스는 위대한 영화음악가들을 찬양하는 대사를 읊어댑니다. 마일스가 비디오 숍에서 아이리스에게 마이크 니콜스의 영화 < 졸업 > 에 대해서 설명할 때는 뒤편 손님으로 노년의 더스틴 호프만이 카메오로 깜짝 출연할 정도죠.영화 속 주인공들은 설레임으로 '따로 또 같이' 고백합니다."당신을 만난 날... 바로 그 날이 제 생애 최고의 '로맨틱한 홀리데이' 였어요!"2. <로맨틱 홀리데이> 사운드 트랙 - 한스 짐머2-1. 'Maestro'https://youtu.be/SvtaNQw4sGA도입부의 선율은 엔니오 모리코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테마를 떠올리게 하지요.* <Once upon a time in America> 테마 음악- 엔니오 모리코네 https://youtu.be/-LCAIUamxZ02-2. 'Iris and Jasper'https://youtu.be/53BOemIWyR82-3. 'Dream kitchen' https://youtu.be/hvGs7LgQB7k2-4. 'Separate vacations' https://youtu.be/ACN3kybDHPc2-5. 'Anything can happen' https://youtu.be/9zkSC_NmdKQ2-6. 'Light my fire' https://youtu.be/7HgbiOuwplA2-7. 'Definitely unexpected'https://youtu.be/NYUKqsdBd4o2-8. 'If I wanted to call you' https://youtu.be/Q6IyWJTsws02-9. 'Roadside Rhapsody' https://youtu.be/5Dt9duQ3U0A2-10. 'For Nancy'https://youtu.be/DKzIK8fyu7k2-11. 'Busy guy' https://youtu.be/xvEFQhS0Jo02-12. 'Kiss goodbye'https://youtu.be/8k9sT5SqtUw2-13. 'Verso E Prosa'https://youtu.be/JAXavpdJ-yc2-14. 'The Cowch'https://youtu.be/N1G_7tZvE082-15. 'Three Musketeers'https://youtu.be/vZBIjAtJ1782-16. 'Christmas surprise' https://youtu.be/qaHxEHpeUEU2-17. 'Gumption'https://youtu.be/BWkPIvwawEw<남과 여>를 만든 클로드 를르슈 감독의 팬이기도 한 마이어스는 프란시스 레이 스타일의 오리지널 스코어를, 아만다와 그레이엄이 눈 쌓인 아름다운 정원에서 만나는 장면에 고스란히 차용하고 있습니다.<로맨틱 홀리데이>가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달콤한 영화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영화만큼이나 포근하며 정감 어린 음악 덕분일 것이죠.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담당한 한스 짐머는 경쾌한 캐롤과 달콤한 음조의 노래들을 선사하며, 싱그러운 새 로맨스로 충일한 영화의 분위기를 우아하게 조율해주고 있습니다.-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3-01 12:06

국립춘천박물관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RUq2sexYhNypGqbPIDH_tw 국립춘천박물관(관장 김울림)은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을 맞이하여 집에서도 박물관을 즐길 수 있도록 국립춘천박물관 온라인 해설 영상을 서비스한다. 선사에서부터 근대까지 강원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국립춘천박물관 상설전시실(4종)과 야외전시실, 및 현재 기획전시실에서 개최 중인 특별전 ‘불심 깃든 쇳물, 강원 철불’의 전시 뒷이야기와 관련된 영상이 연휴기간에 순차적으로 제공된다. 또한 최근 3년간 국립춘천박물관은 ‘한국인의 이상향’이라는 박물관 브랜드에 맞춰 강원의 대표 문화유산인 ‘창령사 터 오백나한’,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주제로 여러 차례 특별전을 개최하여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번에 함께 제공되는 브랜드실 ‘창령사 터 오백나한, 나에게로 가는 길’, 브랜드존 ‘금강산과 관동팔경’ 온라인 전시 해설을 통해 집에서도 강원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편 온라인 해설 서비스와는 별개로 국립춘천박물관은 설날 당일을 제외한 연휴 기간 내내 개관하여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2-1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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