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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히치콕풍 스릴러로 풀어낸 기억과 정체성, 그 우화적 퍼즐게임의 서사 <피닉스>가 있습니다.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 6월 칠흑같이 어두운 밤, 온 얼굴에 붕대를 감고 피투성이가 된 채 독일 국경으로 입국하는 한 여자의 모습으로 시작되죠. 검문소 미군들은 가혹하게도 그에게 손전등을 들이대며 얼굴을 보여주길 강요합니다.그 여성은 다름아닌 아우슈비츠에서 얼굴에 총상을 맞고도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유대인 가수 넬리(니나 호스 분)였습니다.넬리는 유일하게 곁에 남은 친구 레네(니나 쿤첸도르프 분)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베를린으로 돌아와 성형수술을 받게됩니다. 전쟁은 그녀의 얼굴에 참혹한 상처를 새겼고, 결코 지워지지 않을 상흔을 남겼죠.그토록 예전의 얼굴을 되찾고 싶었던 넬리는 수술을 마친 후 전혀 달라진 모습에 당혹스러워하며, 레네를 향해 절규합니다. "넌, 나 알아보겠어? 나 알아보겠냐고?"넬리는 나치의 대학살이 자행된 홀로코스트에서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그 댓가로 그만 얼굴을 잃어버린 셈입니다.시종일관 넬리를 성심껏 보살펴준 친구 레네는 전쟁의 참화를 그만 잊고, 유대인들이 귀환하기 시작한 이상향 팔레스타인으로 함께 떠날 것을 넬리에게 제안합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행을 주저하며, 헤어진 남편 조니(로날드 제르펠트 분)찾기에 매달리는 넬리... 레네는 그런 그녀에게 믿기 힘든 이야기를 꺼냅니다."조니는 널 배신했어. 네가 체포됐던 1944년 10월 6일, 심문 끝에 유대인인 너를 밀고하고 풀려난 조니는 덕분에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어. 다시 피아노 연주도 할 수 있었지. 지금은 네 돈을 노리고 있는 거고."지옥같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활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남편였것만, 설마 조니가 그런 짓을 했을까...  넬리는 번민하고, 또 괴로워합니다.넬리가 겨우 수술을 마치자마자 찾아간 과거 자신의 집은 전쟁 과정에서 벽돌 더미로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감독은 이 폐허 묘사를 통해서 이미 넬리의 꿈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암유합니다. 넬리의 집이 폭격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것처럼, 깨어진 거울 조각에 비친 그녀의 형체도 본래의 모습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채, 전혀 알아볼 수 없죠.넬리는 쓸쓸히 되뇝니다. "다 사라지고 없어..."수소문 끝에 주둔 미군들을 상대하는 클럽 '피닉스' 에 찾아간 그녀는 마침내 그곳에서 허드레일을 하는 남편 조니를 발견합니만, 이름조차 바꾼 그는 넬리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죠.이제 그녀는 자기 정체성을 회복하고픈 집착과 더불어, 레네가 알려준 조니의 비밀에 대해 확인하고자 위험한 줄타기를 시작합니다. 넬리는 자신이 진짜(?) 아내임에도 남편 조니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한없이 고통스러워하며, 전쟁 전 행복했던 시절을 되살리고 싶은 갈망에 필사적으로 매달리죠. 그러나 넬리가 알던 거의 모든 이들은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휘말려 죽었고, 일부는 알고 보니 자신을 팔아넘기거나 배신하는데 일조한 상황였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왔음에도 남편 조니조차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지경으로...자신이 진짜 넬리가 맞는데도 오히려 대역을 자처해야 닮아 보인다는 소릴 듣게 되는 기이한 상황이 그녀의 혼란을 부추깁니다.넬리는 그 비통함을 온전히 느낄 새도 없이, ‘넬리와 닮은 넬리’ 에게 아내가 살아 돌아온 것처럼 연기해달라고 주문하는 조니와 맞닥뜨리게 되죠.아내가 죽었다고 확신하며 그녀의 재산을 가로채려는 조니는 넬리에게 놀라운 제안을 합니다. "아내는 가난했지만 죽어서 부자가 됐죠. 하지만 죽었다는 증거가 없어 그녀의 유산을 받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니 내 아내 역할을 해줘요. 돌아온 생존자로서 유산을 찾은 다음 나누는 겁니다."이제 넬리는 자신이 취해야 할 답을 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유산을 넘어선 '진실찾기 게임' 을 시작하죠.'가짜로서 진짜를 연기' 하며 제발 남편이 자기를 알아봐주길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조니 앞에서 '에스더' 라는 다른 인물로 자처하는 순간에야 오히려 아내 넬리와 비슷해 뵌다는 소리를 듣게 되죠.이토록 기구한 운명의 두 사람은 넬리의 행세를 해내기 위해 부부의 기억을 복원하는 연습을 수행하면서 되돌릴 수 없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조니는 에스더란 여인이 기가 막히게 넬리의 필체를 흉내 내거나 '생전의' 넬리가 입던 옷과 화장을 재현하는 걸 겪으며 순간 순간 혼란과 충격에 빠져들다가도,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살아 돌아온 아내의 목소리, 걸음걸이까지도 좀처럼 눈치채지 못합니다.반면, 넬리는 재현을 위한 훈련 과정을 치루며 이미 전쟁으로 사라져버린, 부부의 보금자리로 되돌아간 듯한 몽환적인 감정에 빠져들죠. 친구 레네는 전쟁으로 모든 게 파괴된 현실을 직시하라며 넬리를 만류하지만, 그녀는 지난날로 복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미련을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넬리가 팔레스타인에 동행할 것을 끝내 거절하자, 레네는 급기야 권총으로 자신의 생을 마감하죠. 레네는 넬리에게 베를린은 유대인에게 여전히 위험한 곳이니 권총을 주며 호신용으로 사용하라고 당부하지만, 정작 넬리가 받은 권총은 끝까지 사용되지 않는 맥거핀으로 남습니다. 반면 레네가 보유했지만 화면 속에 등장하지 않은 권총은 그녀를 역설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태생부터 어긋났으며 팔레스타인인을 탄압한 이스라엘은 이상향이 될 수 없었다는 의식의 반영으로 해석되죠. 독일의 유대인 학살 고발은 물론 유대인의 이스라엘 건국까지 비판하는 역사의식이 엿보입니다.넬리는 레네의 유서를 통해 자신이 수용소에 가기 전 조니가 이혼 수속을 마쳤음을 알게 됩니다. 조니는 유산 상속 자격이 없으며 윤리적으로도 넬리를 배신했음이 드러난 것이죠.그럼에도 넬리는 조니가 시키는 대로 외양을 다듬고 수용소에서의 스토리까지 재창조한 끝에, 홀로코스트 이전의 자기 자신과 거의 유사한 상태까지 도달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내를 배신했던 조니의 혐의는 점점 사실로 밝혀지지만... <피닉스>는 끝내 남편 곁에 머무는 인물의 속내를 낱낱이 끄집어내지 않은 채, 그 심연의 비사를 내밀하게 지켜내죠. 때로 남편이 몰두하는 과거의 자기 자신에게 질투마저 느꼈던 넬리는, 비록 얼굴은 달라졌어도 그 모습 그대로 사랑받고 싶어합니다. 하여 그녀는 거듭 질문하고, 또 확인하죠. "우린 어떻게 만났어요?",  "넬리 사진 갖고 있어요? 꼭 보고 싶어요."이토록 극적인 전제를 품은 드라마 <피닉스>는 전후 베를린을 무대로 크리스티안 페촐트가 직조한 한편의 우화로 자리하죠. 관객들은 신파극적 정념 또한 짙은 영화 <피닉스>를 통해, 주인공 넬리가 오랫동안 간직해온 믿음, 혹은 집착의 응어리와 마주하게 됩니다.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온 넬리를 기차역에서 맞아들이는 가짜 퍼포먼스를 계획한 조니는 넬리에게 화려한 붉은 드레스를 입히려 하죠.'이래야 우리가 원하는대로 된다' 며 조니는 전합니다. "당신은 동부에서 기차를 타요. 우리는 역에서 기다릴 겁니다."남편도 몰라보는 그녀를 지인들은 과연 알아볼 수 있을까요... 넬리는 그것이 현실에서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 조니를 납득시키려다 말고 둘 사이의 첨예한 간극을 뒤늦게 깨닫습니다.붕괴된 도시에서 살아남은 사람과 살아서 돌아온 사람... <피닉스>는 이 둘의 대화를 로맨스의 자리에서 도덕의 문제로까지 옮겨놓죠. 넬리의 얼굴이 전혀 다른 형상으로 ‘재건’('복귀')되었듯... 전후 베를린에서 사람들은 전과 다른 인간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 <아이 워즈 앳 홈, 벗 - I was at home, but> (2019)의 앙겔라 샤넬레크, 불편한 진실에 눈을 가리는 영화 <휴가 - Vacation> (2007)의 토마스 아슬란과 더불어 '베를린 학파' 라 불리는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그는 제2차 세계대전과 베를린장벽 붕괴를 근거지 삼아 독일인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상실감에 천착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죠. 평범한 이들의 미시적 일상사를 리얼리즘과 장르적 터치를 뒤섞어 다루어온 페촐트 감독은 <피닉스>에선 멜로드라마의 뼈대 위로 누아르적 심상을 더하고 있습니다.아울러 <피닉스>는 자못 오페라틱한 작품으로, 소프라노와 메조 소프라노, 테너 세 명에게 역할이 집중된 챔버 콘서트 오페라를 연상케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소프라노인 주인공 넬리의 역할일진데, 니나 호스처럼 이 캐릭터에 최적화된 배우는 떠올리기가 어렵죠.<바바라>에 이어 <피닉스>에서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과 콜라보한 니나 호스는, 바싹 마른 내면을 과거의 기억으로 회복해보려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넬리를 처절한 선뜩함으로 연기해냈습니다. 극 중반부, 넬리가 조니 앞에서 포로 수용소에서 겪은 끔찍한 기억을 남의 일처럼 이야기하는 시퀀스는, 인물의 이중적 위치를 복잡미묘하고도 설득력 있게 표현한 니나 호스의 연기로 충일하게 채워지죠.조니는 넬리 역의 에스더에게 아내가 좋아했던 배우처럼 머리에 염색하고  화장하기를 권유합니다만...넬리는 그 차림으론 수용소에서 나올 수 없다며 본인이 겪었던 참상을 그저 어디서 읽은 얘기처럼 털어놓습니다."수감자들이 둘러서 있는 가운데 막 들어온 사람들의 옷을 더듬었어요. 지폐가 있는지 확인했죠..."페촐트가 <피닉스>를 '트라우마를 숨기려는 이야기' 로 정의했던 것처럼, 극 중 넬리는 본인의 체험을 지어낸 허구라고 말하면서도 조니가 부여한 가짜 역할극을 진짜처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가짜가 되어버린 실제 경험이 진짜로 변용돼가는 가상의 연극에 함몰된 형국으로...불편한 진실을 대면하기 보다는 행복했던 시절의 향수를 통해서 고통을 잊고, 또 그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피해자의 이율배반적인 안타까움이 바로 이 장면에 선연하게 녹아 있는 게지요.1. 영화 <피닉스 - Phoenix> 트레일러- https://youtu.be/PMIf_PCPZ-4- https://youtu.be/Kka2dXuKNwg- https://tv.kakao.com/v/420577927모든 전쟁은 여자와 소수자들에게 적대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울러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이는 진정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지각 개봉한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2014년 영화 < 피닉스 > 또한 이러한 기본적 정서를 공유하죠. 페촐트는 독일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단선적으로 정의내리기 쉽지 않은 쟁점들을 복잡 다단한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로 풀어내는 작업들을 꾸준히 선보여 왔습니다.그의 수작 <바바라> (2012) 와 <트윈짓>(2018) 사이에 위치한 <피닉스>는 제2차대전 당시 유대인 홀로코스트를 주인공의 정체성 문제로 연동시킨 또 다른 연작으로 자리하죠.주인공 넬리와 그녀를 배신한 남편 조니와의 애증이 교차하는 가운데,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로 인한 상흔과 전후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 이스라엘 건국을 모색하던 시기의 쟁점을 절묘하게 씨줄 날줄로 교차시켜 확장시켜낸 <피닉스>...관객들은, 정체성의 혼돈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주인공의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를 폭넓게 해석하고, 또 그 의미를 추론하는 지적 유희에 동참하게 됩니다.영화를 복잡한 치정극으로 보건, 고도의 은유로 묘사된 독일과 이스라엘의 전후와 형성 과정의 역사극으로 보건, 그 해석은 관객의 몫이죠. 하지만 전자이건 후자든 간에 두 관점은 밀고 당기는 과정을 거듭하며 서로의 몸을 섞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정도에 따라, 아우슈비츠에서 심각한 외상을 입은 여자가 전후 베를린에서 새 삶의 양태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아낸 드라마의 색깔과 표정은 다른 결을 띠게 될 테니까요.사랑과 정체성의 문제를 역사적 미로 위에 펼쳐내는 페촐트 영화의 묘한 비감미는 <바바라>, 또 <피닉스>와 <트윈짓>을 아우르는 삼부작 모두 선명합니다만...그중에서도 <피닉스>야말로 페촐트의 필모그래피에서 통렬한 엔딩으로 기억될 만하죠. 독일 음악가 쿠르트 바일의 유명 재즈곡 'Speak Low(나지막이 말해)' 를 오래 흥얼거리게 될 장면과 함께 말입니다.2. 영화 피날레 'Speak Low' 신- 니나 호스(OST) https://www.dailymotion.com/video/x3gcxpe넬리는 남편 조니를 향한 의심을 지워버린 채, 자신의 과거를 묻어버림으로써 새롭게 남편과의 출발을 시도해 정서적인 안정감을 되찾고 싶었을지도 모르지요.하지만 넬리는 조니의 각본과 연출대로 넬리를 연기하면 할수록 자신이 예전의 넬리가 결코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비록 연출적 상황이었지만, 기차역에서 조니, 그리고 옛 친지들과 감격적인 상봉을 이룬 넬리...그녀는 조니에게 피아노 반주를 부탁하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들 앞에서 'Speak Low' 를 부릅니다. 곡 제목처럼 '나지막이'(low) 말이죠.극 중 단 한차례 풀어지는 이 노래와 더불어 조니의 표정은 점점 심각하게 변해갑니다.비로소 넬리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조니... 그는 그제서야 아내의 팔목에 지워질 수 없는 낙인으로 새겨진  아우슈비츠 수용번호를 발견하죠.가사에 내포된 영화 전체의 주제의식이 넬리와 조니, 두 사람의 애환을 타고 파도처럼 표표히 밀려옵니다. 그것도 불과 2분여 만에...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조니를 뒤로 한 채, 넬리는 홀연히 떠나며 남편과의 질곡어린 관계를 끊어내죠.'Speak Low'는 그렇게, <피닉스>의 피날레를 감싸안는 압권의 울림으로 스며져옵니다."그대여, 사랑을 말할 땐 나지막이 말해줘요우리 여름날은 시들어가요, 너무나 일찍,순간은 빠르게 지나가, 마치 표류하는 배처럼 우린 멀리 떨어지겠죠, 너무나 일찍나지막이 말해주세요, 그대여, 나지막이 말해줘요.사랑은 불꽃이라! 어둠 속에서 길을 잃었어요. 너무 일찍, 너무 일찍내가 어디에 가도 내일은 가깝고, 어느새 여기에 있어요그리고 항상 빠르게 흘러갑니다시간은 이렇게 긴데 사랑은 너무 짧아요사랑은 순금 같은데 시간은 도둑 같아요우린 늦었어요, 그대여, 우린 늦었어요막이 내려오면 모든 게 너무 일찍 끝나버려요, 너무 일찍, 너무 일찍난 기다릴래요, 그대여, 난 기다려요,내게 나지막이, 사랑을 말해주겠어요? 지금 바로요"- 작곡가 쿠르트 바일 연주https://youtu.be/VgQJvNhuiAE옥덴 내쉬의 가사에 쿠르트 바일이 곡을 붙인 ‘Speak Low'(나지막이 말해줘요).이 곡은 셰익스피어 희곡 <헛소동>에 나오는 'Speak low, if you speak love'(사랑을 말할 땐, 나지막이 말해줘요) 라는 명대사에서 착상된 노래입니다.<서푼짜리 오페라>로 유럽에서 이름을 널리 떨친 독일계 유대인 쿠르트 바일은, 1933년 미국으로 망명한 이후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예술혼을 불태운 작곡가이지요. 그가 미국에서 작곡한 작품들 가운데 대표작은 < 어둠 속의 그대 >, <비너스의 한 번의 손길>, <거리의 장면>과 같은 작품이 있는데요, 이 'Speak Low'는 뮤지컬 <비너스의 한 번의 손길>에 수록된 곡입니다.- 사라 본https://youtu.be/5rtFtj2Xwpc- 엘라 피츠제랄드https://youtu.be/2CwPnp2VCYM크리스티안 페촐트의 <피닉스>는 프랑스 작가인 위베르 몽테이에의 소설 'Le démon est mauvais joueur' 를 각색한 필름입니다. 이 작품은 1965년에 J. 리 톰슨 감독, 잉그리드 튤린, 막시밀리안 셸 주연의 <Return from the Ashes>라는 영국 영화로 이미 만들어진 적이 있었죠. 페촐트는 산만한 흐름의 장편 원작을 충실하게 옮기는 대신, 핵심적인 아이디어만 가져와 최대한 단순하게 정리해 날렵한 이야기로 탈바꿈시켰습니다.제1차 세계대전 후 전위적 문화의 중심지였고 도발적 공연의 캬바레가 융성했던 베를린의 잔재에 점령군인 미국의 대중문화가 결합된 풍경의 클럽 '피닉스'...그곳에서 재회한 과거 부부의 풍경은 역사적 배경과 두 남녀의 돌이킬 순 없지만 그림자는 가득 남은 감성을 위태롭게 교차시킵니다.이후 외줄타기처럼 연이어 전개되는, 에스더로서의 넬리가 남편 조니와 함께 하는 시간들은, 감독의 정치한 연출과 구성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마지막까지 이어나가죠. 넬리의 감정이 요동치는 수차례의 변곡점들은 그녀의 사소한 신체 동작과 태도, 화장과 의상의 작은 변화들 같은 소소한 미장센들로 차곡차곡 섬세하게 변주됩니다. 자칫 지리하거나 늘어질 법한 중반부를 전쟁이라는 파국적 상황이 낳은 기구한 현실 설정으로 풍부하게 채워내는, 노련한 경지 덕분에 서사 전개에 있어서 빈틈은 찾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사뭇 과격한 통속극적 설정은 전후 독일 사회와 생존자들에 대한 독특한 코멘트로 비춰지죠. 가장 눈에 뜨이는 건 피해자와 방관자의 비대칭적인 관계로... 영화는 거의 완벽한 반전의 결말을 통해 그 메시지를 올곧게 전달합니다.3. 비발디 합주협주곡 d단조, Op.3, No.11, RV 565 - 2악장 '라르고'- 조진주 와 김지윤 바이올린 / TIMF 앙상블https://youtu.be/dpPNasTsV404. 베를리오즈 '이탈리아의 해럴드(Harold en Italie) Op.16'  - 콜린 데이비스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https://youtu.be/CWzyz0nnak0주인공 넬리와 조니 부부가 전쟁 전 클래식 성악가와 피아니스트였던 점을 감안한 걸까요...영화 초반 아주 잠깐이지만 점령군의 파티 배경음악으로 비발디의 '합주협주곡' 11번과 베를리오즈의 '이탈리아의 해럴드' 속 한 소절이 은밀한 색깔로 흐릅니다.경건한 코랄 풍의 울림과 악마의 격정적인 멜로디가 뒤섞이며, 간절하게 삶의 구원을 찾아 순례하는 '해럴드' 의 이미지는, 남편 조니의 사랑을 갈망하는 넬리의 고뇌와 헤매임을 은유하고 있지요.5. 콜 포터의 'Nacht und Tag'(Night and Day)https://youtu.be/MgBLj8Jiqos- 프랭크 시나트라 https://youtu.be/fFwL1xwNBkU- 다이애나 크롤https://youtu.be/OaZdj1ZgiP4점령군인 미군들을 상대로 여성 듀엣(발레리 코흐 와 에바 베이)은 빅 밴드의 반주에 맞춰, 제목부터가 중의적인 'Night and day', 'Johnny (Du lump)', 그리고 '빛 속의 베를린'(Berlin in light) 을 노래합니다. '밤이나 낮이나 당신 생각 뿐이에요달이 뜨나 해가 뜨나 당신 뿐이에요                 - - - - - - - - - - 밤낮으로, 내 품안에 굶주린 그리움이 불타고 있어요그리고 이 고통은 나아지지 않을 거에요당신이 내 사랑을 받아줄 때 까지요밤낮으로, 낮밤으로...'6. 홀거 힐러 'Johnny'(Du Lump)https://youtu.be/xr0l_Yi7QtU안드레아스 모렐의 영화 <빛 속의 베를린 - Berlin in light>에서 배우 다그마 만첼은 역사적인 영화와 쿠르트 바일의 음악을 기리며, 내레이터로서 황금의 1920년대 베를린에 관해 얘기합니다. 당시 베를린은 문화적 화려함과 경제적 침체와 정치적 불안, 오락 음악과 진보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였죠. '빛 속의 베를린' 은 1928년 독일 수도의 밤을 낮처럼 환하게 밝힌 페스티벌의 제목인 동시에, 쿠르트 바일과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탄생시킨 히트곡으로 <피닉스>의 화면을 촉촉한 어둠의 찰나적 미학으로 품어내지요.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9-25 22:42

지난 11일 롯데콘서트홀. 조성진과 더불어 요즘 가장 핫한 피아니스트로 떠오른 선우예권(2017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의 섬세한 연주를, 싱어송라이터 권진아의 음성이 부드럽게 감싸 안았습니다. 이번 크로스오버 공연의 타이틀은 '커튼콜(Curtain Call)'... 음악으로 전해지는 감동, 나아가 공간을 한참 머무르는 잔향의 순간을 관객들이 기억하는 무대로 품어지게 하자는 뜻이 담겼죠.공연 1부는 느린 발라드를 사랑한다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리사이틀, 2부는 권진아와 선우예권, 두 사람의 컬래버레이션 앙상블로 꾸며졌습니다. 선우예권은 1부 리사이틀 무대에서 모차르트의 '론도' 와 리스트 편곡의 슈베르트 가곡 '세레나데', 그리고 쇼팽의 '발라드 1번' 과 '녹턴 20번', '스케르초 2번'을 비롯해 레거가 편곡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가곡 '내일(morgen)' 을 연주했죠.권진아 노래의 감정선을 흩트리지 않게 선우예권이 세심하게 편곡한 2부의 무대...그의 의도대로 피아노가 전체적인 곡의 흐름을 잘 유지하고 팔레트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색깔을 담아내는 형태로 펼쳐졌습니다.첫 번째 곡 '위로'(드라마 '멜로가 체질' OST)를 시작으로, '그녀가 말했다', '잘가', '운이 좋았지' 등...권진아의 고독감이 짙게 묻어나는 다섯 곡을 콜라보한 두 사람의 공연은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을 토닥토닥 위로하는 듯했습니다.피아노의 시인 쇼팽은 자신의 녹턴을 ‘피아노로 부르는 노래’ 라 칭했다고 하죠. 바로 두 사람의 협연 '커튼콜' 의 부제가 '피아노로 부르는 노래' 였습니다.2시간여 진행된 콘서트를 마치고 수차례 '커튼콜' 로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에 답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다음과 같이 말했죠.“ '커튼콜' 은 무한한 감사함 입니다. 마지막 음이 끝나고 공간에 퍼지는 침묵의 시간... 잔향으로 공연이 기억되고, 아쉬움으로 다음을 기약하는 무대를 그려내고 싶었어요.”전, 여기에서 '잔향' 은 '殘響' 보다는 '포근한 색깔로 머무는 향기, 곧 '殘香' 으로 느껴졌습니다. 1. 선우예권의 피아노 연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c단조, Op.18 / 윌슨 응 지휘 KBS 교향악단 협연https://youtu.be/aMYlrfbDUJw- 리스트 '위안(Consolation)' 3번 S.172 https://youtu.be/Fei5D2qnx-o2. 권진아의 노래 - '위로' ('멜로가 체질' OST)https://youtu.be/1CIIovBNH9Y- '그녀가 말했다'https://youtu.be/5bTQCp8c1sA- '잘가(Good Bye)' https://youtu.be/znR7ntGGihU- '운이 좋았지(I got lucky)'https://youtu.be/oiBswnuvv80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9-19 17:42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가 백종원과 술, 그리고 사람 이야기를 담은 <백스피릿>을 10월 1일 전 세계에 공개한다. 대한민국 대표 요리 연구가 겸 외식 사업가 백종원이 10월 1일, <백스피릿>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난다. <백스피릿>은 백종원이 한국을 대표하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매회 다른 우리나라 술을 테마로 미처몰랐던 술에 대한 모든 것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집밥 백선생], [백파더], 유튜브 ‘백종원의 요리비책’ 등 특유의 친근한 말투와 쉽고 재밌는 설명으로 전국에 있는 ‘요알못’들을 요리의 세계로 빠지게 만든 백종원이 그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혼의 음식, 술에 대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백종원은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친숙한 술인 소주와 맥주부터 다양한 재료와 스타일로 만들어진 각종 전통주, 그리고 함께 곁들이면 좋은 음식들을 소개하고 맛보는 모습을 통해 오감을 자극할 예정이다.뿐만 아니라, 가수 박재범과 로꼬, 배우 한지민, 이준기, 나영석 PD, 배구선수 김연경, 배우 김희애 등 매회 예상을 뒤엎는 다양한 게스트들과 함께,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솔하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은 마치 화면 너머 그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듯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공개된 포스터는 환한 얼굴로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백종원과 게스트들의 모습을 다채로운 색으로 담아내 눈길을 모은다. 이어 화려한 비주얼의 술과 음식, 구성진 우리 가락으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 예고편은 특유의 넉살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백종원과 게스트들의 모습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특히, “소주병이 왜 다 파란가?”, “진짜 히트는 생각지도 못한 재료가 들어가요~”라는 백종원의 말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진정한 술의 세계로 이끌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킨다.미각 백과사전으로 불리는 백종원의 가감 없는 맛 표현부터 술과 음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 각기 다른 분야의 다양한 게스트들과 꾸밈없는 모습으로 술잔을 기울이며 주고받는 인생 이야기까지. <백스피릿>은 단순히 먹고 요리하는 먹방, 쿡방을 넘어 우리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술과 음식,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낼 것이다.또한, 뛰어난 영상미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의 제작진과 <소금. 산. 지방. 불> <더 셰프쇼> 등 다양한 요리 콘텐츠로 사랑받는 넷플릭스의 만남은 흥미를 자극하기 충분하다.  백주부, 백선생, 백파더에 이어 ‘백믈리에’로 거듭날 백종원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의 만남부터 그들이 함께할 술과 음식, 사람과 인생 이야기를 유쾌하고 진솔하게 담아낸 <백스피릿>은 10월 1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될 예정이다.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9-10 11:29

어두운 갈색으로 풀어진... 영화 <페인티드 베일>의 오프닝 장면은 자욱한 안개 속에서 항해하는 배들을 담아냅니다. 이윽고 벼의 초록색 물결로 가득한 중국 오지의 농촌이 나타나며 주인공 부부가 그 모습을 드러내죠. 한데 남편 월터(에드워드 노튼 분)는 양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채 무거운 표정으로 무슨 생각에 골똘히 잠겨 있는 것 같고...아내 키티(나오미 와츠 분)는 월터와 120도 정도 틀어진 방향을 바라보며 서있는 뒷모습만 비춰집니다. 이 첫 시퀀스만으로도 이들 부부가 심각한 길항(拮抗)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죠.  1925년 영국 런던... 고고한 예술적 감성의 아가씨 키티는 숨 막히는 듯한 런던의 무료한 일상 속에서도 화려한 사교 모임과 댄스파티를 즐기며 지냅니다.그러나 세속적인 허영으로 가득한 키티의 엄마는 결혼은 생각도 없는 과년한 딸을 사뭇 못마땅해 하죠. 도도한 키티는 그런 억압적인 시선을 견디다 못한 채, 결국 애정이 없는 결혼을 충동적으로 결정하기에 이릅니다. 상대는 영국 정부 소속의 과묵한 세균학자 월터 페인이었죠. 에릭 사티의 피아노곡 '그노시엔느'가 몽환적으로 흐르는 사교 파티에서 월터는 첫눈에 반한 키티에게 곧바로 청혼을 합니다.청혼 후 키티와 함께 꽃집에 들른 월터는 그녀에게 꽃을 좋아하냐고 물어보죠..키티는 말합니다."좋아하긴 하지만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우리 집에선 꽃을 사는 일이 드물어요. 어머니는 그러셨죠. '공짜로 키울 수 있는 걸 뭐 하러 돈주고 사니?' 그렇다고 심고 가꾸는 것도 아닌데... 사실 맞는 말이긴 해요. 곧 시들어버릴 것에 시간과 정력을 들인다는 거 말에요."바로 그런 꽃처럼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는... 월터의 진지한 청혼을 키티는 얼떨결에 받아들였지만 사실 공허한 현실 도피나 마찬가지였죠. 자기중심적이고 외향적인 키티와 매사 너무 진중하고 조용히 연구와 독서를 즐기는 내성적인 월터... 성격과 취향이 이토록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의 결혼생활이 행복할 리 만무합니다.월터는 착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지만 아내를 사랑하는 방법은 무척 서툴기만 하죠. 그는 춤과 테니스를 좋아하는 키티의 취미를 헤아리지 못한 채, 아내를 위한다며 미술관으로 끌고 가기 일쑤입니다.비 오는 날 키티는 창밖을 바라보며 비가 엄청나게 내리고 있다고 되뇌지만, 정작 월터는 타자기를 두드리며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 식이죠.그렇게... 두 사람은 부부지만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처럼 서로 소원해져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 부부는 매력적인 외모의 부영사관 찰리 타운 센트(리브 슈라이버 분)가 초청한 파티에 참석하죠.키티는 세련된 매너와 생각이 통하는 찰리와 걷잡을 수 없는 불륜에 빠져듭니다. 급기야, 자신의 부정을 눈치 챈 월터 앞에서 키티는 찰리를 사랑한다며 오히려 이혼해 줄 것을 요구하죠. 월터는 분노하며 키티에게 냉소적으로 답합니다. "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소. 찰리가 자신의 아내와 법적으로 헤어지고 당신과 결혼하겠다는 약속을 해야지만 조용히 이혼을 해주겠소." 키티는 당연히 찰리가 아내와 깨끗이 결별하고 자신과 새로운 출발을 할 줄 믿었죠. 그러나 교활하고 비겁한 찰스에게 그녀는 단지 하룻밤 연애 상대였을 뿐...결국, 키티는 샤를 페로의 동화 속 폭력적인 주인공인 '푸른 수염'(La barbe bleau) 행세를 자처하는 남편을 따라 연옥의 한가운데에 발을 내딛게 됩니다.월터는 드러나지 않는 잔인한 방법으로 키티에게 내밀한 고통을 안겨주죠. 그는 절대로 키티의 눈을 쳐다보며 말을 건네지 않습니다. 부부관계도 없죠...더군다나 월터는 콜레라가 번지고 있는 중국 남서부의 관서 지구 메이탄푸에 자원합니다. 사지(死地)나 다름없는 콜레라 소굴에 아내를 끌고 들어간 것이죠. 믿음과 사랑을 배신한 대가를 치르게 할려는, 마치 같이 죽자는 가학적 복수의 심사인 셈으로...영화의 첫 시퀀스에서 두 사람이 서로 등을 보이고 있는 이유입니다. 자학(自虐)하듯, 굳이 2주나 걸리는 육로를 택해 힘겹게 오지 마을에 도착한 두 사람은 맨 먼저 콜레라로 죽은 시신을 목도하죠." 우리가 덜 불행했으면 해요. 그렇게 내가 경멸스럽나요?" 라 묻는 키티에게 월터는 냉소적으로 받아칩니다."아니, 나 자신을 경멸해! 당신을 한때나마 사랑했으니까."키티는 그렇게 자신을 몰아붙이는 월터를 향해 부르짖죠.“여자의 사랑을 못 받는 건 남자 탓이지, 여자 탓이 아녜요!월터 또한 키티에게 쏘아붙이듯 내뱉습니다."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걸 알면서도 당신을 사랑했어. 나중에라도 날 사랑해줄 줄 알았지.” 그들이 거주할 곳은 전에 살던 사람들이 이미 콜레라로 사망한 좡족의 전통가옥이었죠.집엔 죽음으로 가득한... 두 사람의 어두운 그림자만이 존재할 뿐으로, 식사 중 "소금 좀 건네줄래요?" 라는 의미 없는 질문에 대한 대답조차 돌아오지 않습니다.키티는 다음날 인사 온 지역 부책임자 워딩턴(토비 존스 분)을 이웃들 중 한 분이 오셨다며 반갑게 맞이하지만, 그는 정작 영국인 중 자기 혼자 살아남았다고 토로하죠.수녀님들에게도 하루빨리 마을을 떠나라 설득했지만 순교자가 되고 싶어 그러는지 거절했다며 곤혹스러워 하는 워딩턴...시대가 시대인지라 마을 주민들 또한 "서양 살인마를 처단하라!" 는 전단지를 곳곳에 붙일 정도로 강제 침략자 모습의 서양인을 극렬하게 배척하죠.그들은 숱한 생채기의 고통이 만들어낸... 신음과 노여움이 짙게 배인 저주의 욕을 퍼붓습니다."살인마들, 니네 땅으로 가!"워딩턴은 키티가 콜레라보다 국민당원들 손에 먼저 죽을지도 모른다며 그녀를 보호해줄 중국 군인 성칭을 배치해주죠.그렇게... 문명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콜레라로 마을 사람의 태반이 죽어나가는 곳에서,월터는 키티의 존재를 철저하게 무시한 채 연구와 의료봉사에 미친 듯이 매달립니다.그러나 무지와 피해 의식으로 인해 적대적인 마을 사람들로 괴로워하는 월터에게 국민당 장교 유대령은 충고하죠."중국은 중국인들 것입니다. 한데 세상이 그냥 놔두질 않는군요. 인민들에게 총구를 들이대지 않고 평화롭게 해결했으면 좋겠어요."그럼에도, 월터의 헌신적인 치료로 마을 주민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어갑니다만...키티에게 메이탄푸에서의 유폐된 삶은 생지옥이나 마찬가지였죠. 아는 사람도 전혀 없고 갈 곳도 없는 그녀는 집안에서 무료하게 하루를 보내며 속절없이 타들어갑니다. 키티는 자신들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워딩턴에게 에둘러 말하죠. “여자는 남자의 장점을 보고 사랑하진 않습니다.”남을 위한 일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키티였건만... 아수라도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수녀원이 운영하는 보육시설로 자원봉사를 나가죠.어느 교파를 믿느냐고 묻고는, 키티가 신앙심이 그리 깊지 않다는 걸 확인한 원장 수녀는, 보육일을 돕겠다는 그녀를 내심 탐탁지 않아 하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메시지를 건네며 수락합니다."사랑과 의무가 하나가 된다면 축복받은 거예요..."키티는 자신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기쁨을 얻게 되고, 아울러 월터가 일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보며 그에게 측은한 감정을 느낍니다. 나를 사랑했던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 해주어야겠다는 키티의 생각은 서서히 두 사람 사이의 막힌 담을 허물어뜨리죠.천진난만한 아이들과 흔연스레 어울리는 키티의 본성을 알게 된 월터는 마을 청년들의 공격을 받아 위기에 처한 키티를 성칭의 도움으로 무사히 구해냅니다.이를 계기로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이 살아나게 된 두 사람...월터는 후회어린 속내를 털어 놓죠."당신 말이 옳아.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서로에게 없는 것만 찾으려고 애썼어."두 사람은 그토록 사랑에 오만했던 자신들의 모습을 뉘우치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깊이 깨닫게 됩니다만, 그 소중한 화합의 시간은 너무 짧기만 합니다.월터는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강물을 공급하여 창궐하는 콜레라의 고삐를 잡는데 성공하죠.그런데, 운명은 더 이상 그들을 봐주지 않는 걸까요... 방역과 사랑이 그렇게 완성되려는 순간에 키티는 뜻밖에도 자신이 임신하게 됐음을 알게 됩니다.찰리의 아이일 것 같아 미안해하고, 또 괴로워하는 키티를 월터는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다며 애써 달래죠.그날 밤 월터는 잠든 키티를 뒤로 하며 원장 수녀에겐 아내가 상해로 돌아가길 원한다는 말을 남긴 채 도망치듯 떠나버립니다. 콜레라를 피해 이주해온 이웃마을 주민 난민촌을 돌본다는 명분 이였습니다만... 월터는 그곳에서 그만 콜레라에 감염되고 말죠.그는 키티에게 이곳을 어서 떠나라고 강권하다시피 이르지만, 그녀는 자신의 생명을 걸고 남편을 간호합니다.윌터는 그런 키티를 향해 혼신의 힘을 다해 말하죠.”용서해 줘““당신은 잘못 없어요. 정말 미안해요!” 키티의 눈물은 애절한 오열로 변하고... 월터는 아내의 곁을 홀연히 떠나갑니다. 원장 수녀가 말했던 것처럼, '사랑과 의무' 가 하나로 묶인 원작의 의도는 영화의 엔딩 신을 통해 투영되죠.화면은 어느덧 5살이 된 아들과 함께 런던 시내의 꽃집에 서있는 키티를 조명합니다. 그녀는 꽃을 손에 주어든 아이를 보며 혼잣말처럼 되뇌죠.“쓸데없는 일이야. 일주일이면 시들 텐데 돈이 아깝잖아?”이는 영화 초반부 키티가 청혼하는 월터에게 '어머니가 자신에게 늘상 했던 얘기' 라고 대답했었던 말에 다름 아닙니다.“그래도 예쁘잖아요?” 아들의 천진스런 한 마디에 그녀는 흡족해하며 장미꽃을 사죠.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들려지는 아이들의 노래는 담담하면서도 아련한 정감이 배어나옵니다.'맑은 샘물 곁에서'(A la claire fontaine) 라는 제목의 이 노래 속엔 반복되는 구절이 있죠.‘오랜 세월 그대를 사랑했고, 영원히 잊지 못할 거라네‘키티는 그렇게 영원히 잊지 못할 사랑, 그 하나 된 의무를 맘속 깊이 품게 됩니다.꽃을 든 아들과 함께 집에 돌아가던 키티는 뜻밖에도 찰리와 재회하게 되죠.아이가 몇 살이냐며 여전히 작업을 걸어오는 찰리를 싸늘하게 밀쳐내는 키티..."누구에요, 엄마?" 라 묻는 아이에게 그녀는 방금 아침 세수를 마친 사람처럼 시원스레 말합니다."아무도 아니란다!"1. <페인티드 베일 - The Painted Veil> 예고편https://youtu.be/2omHxU_KeuQ인류 역사에서 잔혹한 남편의 손에 처절히 죽어갔던, 혹은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결국 파멸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이른바 강요된 운명의 비극적 희생자 목록은 자못 긴 편입니다.보바리 부인,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 나오는 여성으로 시동생과 사랑에 빠져 남편의 손에 죽고 맘),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피아 데 톨로메이 등등.단테의 <신곡> '연옥' 편을 보면 불행한 여인 피아는 자신이 죽기를 바라는 남편에 의해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마렘마 언덕의 한 성에 유폐된 채 서서히 죽어가죠.이 고색창연(古色蒼然)한 중세 이야기가 한 소설가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모양입니다. 영국 작가 서머셋 몸은 단테의 피아 이야기와 자신의 홍콩 여행기를 바탕으로 한 편의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죠. 1925년 <인생의 베일>이란 장편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습니다.콜레라가 창궐하는 또 다른 마렘마인... 1920년대의 중국 메이탄푸에서는 남자는 남자였고, 여자는 여자였던 시대의 향수와 미몽이 하늘하늘 물안개처럼 피어오르죠.원작 <인생의 베일>에는 달콤한 연애담이 아닌, 세상 물정 모르는 한 여인이 지옥의 한가운데서 어떻게 자기 내면의 길을 발견해 가는지에 대한 통찰과 풍자가 담겨 있습니다. 반면, 존 커란 감독이 영화화한 <페인티드 베일>은 인생의 베일을 벗어던지고 남자가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여인의 이야기라기보다... 운명의 불꽃에 산화(散花)한, ‘불운한 연인들(star-crossed lover)’의 애틋한 연서를 닮아있죠.영화 오프닝 크레딧은 아름다운 꽃송이와 현미경을 통해 보이는 박테리아가 교차 편집된 장면과 함께 시작됩니다.이는 존 커란이 미묘한 방식으로 두 사람의 순탄치 못한 결혼 생활을 암유하는 것이죠. 커란의 시네마 버전에 의하면, 키티와 월터 두 사람의 불화는 다른 두 세계에서 기원한 꽃과 세균, 즉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의 문제처럼 보입니다.그러므로 키티가 꽃이 만발한 런던의 화원을 떠나 콜레라가 창궐하는 중국으로 떠나는 것은 오히려 자신의 세계를 떠나 월터의 세계로 진입한다는 의미로 여겨지죠.영화 속 내국인이 외국인을 배척하고 서로에게 살의를 품는 1920년대 중국의 근대화 과정은...남편과 아내로서가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타자였던 두 사람의 조우 과정과 무척이나 닮아 있습니다. 성실하고 강직한 인품을 지녔으면서도 자신의 감정과 여자의 육체 모두에 서툰 월터에게 키티는 이렇게 말하죠.“인간은 바보 같은 현미경보다 훨씬 복잡해요. 예측하기도 어렵고 실수도 하고 실망도 한다고요. 그러니 그만 비난해요.”복수와 용서... 늘 사랑의 열정에 뒤처지기만 하는 이 덕목은 죽음의 한복판에서야 비로소 사랑의 가변차선을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월터와 키티의 사랑이 조심스레 싹틀 때, 양쯔강의 넘실대는 물은 심지어 배우자의 불륜조차도 사소한 것으로 느껴지게 할 만큼 도도하게 흘러가죠.존 커란은 마치 대하소설을 읽듯 감정의 선을 정확히 조율해 매끈하면서도 아름다운 채색 판화 같은 영상미의 영화 한 편을 뽑아냈습니다.복고풍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페인티드 베일>은 소설 같은 영화의 향기를 품어내죠.화면에는 시종일관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이 자리합니다. 생명의 터전이자, 아이들의 놀이터로... 그리고 두 사람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때에도 강물 위에 뜬 뗏목이 함께 하죠. 월터의 목숨을 앗아가는 콜레라는 결국 탈수로 목숨을 잃는 병으로... 영화는 '물' 이 가지는 은유를 비감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콜레라에 걸린 월터는 의사임에도 '수액' 을 구하지 못해 속절없이 죽어가지요.죽음 앞에서야 '페인티드 베일', 곧 굳게 드리워진 장막을 걷어내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 두 남녀, 너무 늦게 도착한 사랑... 여전히 과거라는 시간의 굴레 속에서, 또 이국이라는 낯선 얼굴에서 할리우드는 그렇게, 동시대, 자신의 심장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진정한 사랑' 이란 판타지를 찾아 헤맵니다. - 영화 <페인티드 베일>(2006) 트레일러https://youtu.be/9q8s4eKcqeQ영화는 속세와는 동떨어진, 유려한 풍광의 산수와 콜레라의 창궐로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마을의 현실을 극명하게 대비시킵니다.한 폭의 수묵화 같은 선경(仙境)이 극에 희망을 불어넣은 걸까요... 두 사람은 종국에 이르러서야 서로를 향한 증오를 거두게 되죠.존 커란 감독은 애정 없는 부부가 파국으로 치닫던 길에 마주한, 얼룩진 행복의 섬광 같은 순간을 섬세한 시선으로 잡아내고 있습니다.2. 에릭 사티 '그노시엔느(Gnossiennes)' 제1곡 '렌트'(Lent : 느리게)https://youtu.be/YlNGACtIm1I<페인티드 베일> 주제가 격의 '그노시엔느' 1곡은 극중 두 차례 등장하죠.'렌트' 라는 표제처럼 단순한 듯 잔잔한 물결처럼 스며져오며 마치 빠져들 수밖에 없는 늪처럼... 음악은 광시 지구의 습한 공기 속으로 서서히 듣는 이를 침잠시킵니다.영화 초반부 키티가 월터를 무도회에서 처음 만나는 신에서 처음 나오는 이 곡은 화려하지만 왠지 딱딱하고 메마른 느낌으로 다가오지요.두 번째로는 키티가 자원봉사에 뛰어들어 보육원 아이들을 가르칠 때 원장의 간청으로 피아노를 치는 장면에서 흐릅니다.런던 파티장에서와는 너무도 달리... 매우 낡고 조율이 엉망인 피아노임에도 환상적인 신비의 에스프리가 살아 있는, 시정 넘치는 연주로 울려오지요.같은 곡인데도 처한 상황에 따라 또 다른 뉘앙스로 들립니다.이때 마침 현장에 들른 월터는 키티의 연주를 들으며 운명의 첫 만남을 떠올리게 되죠.그의 입술은 여전히 한일자로 굳게 다물어져 있습니다만...- https://youtu.be/t27rzTkFKmU: 랑랑 피아노그리스 남쪽의 섬 크레타, 혹은 ‘크레타 사람의 춤’ 을 뜻하는 '그노시엔느'는 명상성보다는 풍자성에 좀 더 방점을 찍는 작품으로 읽혀지죠.도입부도 종결부도 없는... 때도 없이 사라지고 결코 끝나지도 않는 음악으로, 시간을 초월해 속세를 벗어나고자 하는 인식을 줍니다.3.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페인티드 베일 - The Painted Veil> 사운드트랙 모음곡https://youtu.be/M7On3OIIwYw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내밀한 처연함으로 영화 전편을 감싸 안죠.마치 수면 위를 적요히 떠가는 안개처럼 풀어지는 그의 음악은 드라마 속 깊게 패인 두 사람의 상흔을 어루만져 줍니다.2007년 제64회 골든글로브는 데스플라에게 음악상의 영예를 안겨주었죠.3-1. 'Promade' & 'Walter's Mission' &'The Painted Veil'https://youtu.be/ZtAIZwJ9x4U3-2. Kitty's Journey'https://youtu.be/R03_yrvlvDI3-3. 'The End of Love' https://youtu.be/56IvXHU8lmM5개의 음으로 구성된 짧은 선율의 '월터의 테마'는 장중한 오프닝 스코어인 '페인티드 베일'(The Painted Veil) 에 이어, '키티의 여행'(Kitty's Journey)과 '프롬나드'(Promnade), '월터의 미션'(Walter's Mission), 그리고 월터가 콜레라로 죽어가는 결말부 스코어 '사랑의 종말'(The End of Love) 에 실려 옵니다.4. 'Kitty's Theme'https://youtu.be/0erYbZIvBtQ키티의 성격을 반영하듯 변덕스러운 카프리치오 풍의 '키티의 테마' 는 장중 내내 '월터의 테마' 와 교차되며,그녀가 찰리와의 불륜 문제로 월터와 싸우는 'The Deal', 황량한 오지 마을에 도착했을 때 외로운 감성의 목관악기 듀오로 편곡된 'Morning Tears', https://youtu.be/ohAPQMnJLXA그리고 어렵사리 생기를 되찾은... 화사하고 들뜬 키티의 마음을 담아낸 스케르초 풍의 'The Covenant' 로 엮어지죠.5. 'River Waltz'https://youtu.be/bIWAdO5FY_U그러다 극 종반에 들어서며 '두 사람의 용서' 라는 터닝포인트를 계기로 미려함의 극치인 '강의 왈츠'(River waltz) 로 변주됩니다.6. 'The Water Wheel'https://youtu.be/VuuXvoQzCc0월터는 콜레라 전염의 온상인 마을 우물과 하천 물 음용을 폐쇄하죠.그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레방아를 이용해 강 윗목의 깨끗한 물을 퍼 올려 대나무 관을 통해 마을로 흐르게 할 때 이 곡이 흐릅니다.눈이 부시도록 투명하고 경쾌하게 부서지는 물소리를 랑랑이 영롱한 터치의 피아노 연주로 표현해주고 있죠.7. '맑은 샘물 곁에서'('À la claire fontaine)https://youtu.be/IcSAd4Is-9ghttps://youtu.be/pDQS2kWRqXQ'잃어버린 시간' 의 주제를 노래하는 프랑스 민요 '맑은 샘물 곁에서' 는 영화 엔딩 신과 함께 합니다. 8. 'The Painted Veil' - 바이에른 방송 관현악단https://youtu.be/W6eqn_LKRLY9. 'From Shangai to London' - 랑랑 피아노 : 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https://youtu.be/PxRFs8DBDNw9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9-04 18:38

대한민국 전 세계 최초 개봉을 알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액션 블록버스터 <007 노 타임 투 다이>(수입/배급: 유니버설 픽쳐스)가 메인 포스터를 최초 공개했다.9월 29일(수) 오후 5시 전 세계 최초로 만나는 제임스 본드!<007 노 타임 투 다이> 메인 포스터 최초 공개!제임스 본드의 압도적 컴백 VS 가장 강력한 적 사핀카리스마와 매력을 동시에 무장한 ORIGINAL&NEW 캐릭터까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가장 강력한 운명의 적의 등장으로 죽음과 맞닿은 작전을 수행하게 된 제임스 본드의 마지막 미션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9월 29일(수) 오후 5시 대한민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을 확정 지으며 메인 포스터를 최초 공개했다. 압도적인 액션 블록버스터의 본격적인 홍보가 시작되며 전 세계 영화팬들의 설렘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공개된 <007 노 타임 투 다이> 메인 포스터는 압도적인 액션과 로케이션은 물론, 다양한 캐릭터까지 모두 담아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먼저 대체 불가능한 ‘제임스 본드’ 역으로 다시 돌아온 다니엘 크레이그의 모습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또한 이번에 선보일 카체이싱 액션까지 함께 엿볼 수 있어 이번 시리즈를 장식할 시그니처 액션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한다. 이어 시리즈 사상 가장 강력한 적 ‘사핀’ 역할을 맡은 라미 말렉 역시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며, 제임스 본드와 펼칠 강렬한 운명의 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인다. 이와 함께 007 요원 노미 역의 라샤나 린치, 매들린 스완 역의 레아 세이두, Q 역의 벤 위쇼, 팔로마 역의 아나 디 아르마스 등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빛낼 주요 캐릭터들도 눈길을 끈다. <007> 시리즈를 지켜온 오리지널 캐릭터뿐만 아니라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까지 강렬한 포스로 무장해 이전 007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카리스마와 볼거리를 선사할 것을 예고해 영화를 기다리는 팬들의 심장박동을 고조시키고 있다.타임테이블 포스터 첫 공개 이후, 대한민국에서 환호성을 자아내고 있는 2021년 최고의 액션 블록버스터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다니엘 크레이그, 라미 말렉, 라샤나 린치, 레아 세이두, 벤 위쇼, 아나 디 아르마스, 나오미 해리스, 랄프 파인즈 등의 출연으로 초호화 캐스팅 라인업을 완성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을 앞두고 있어 액션 블록버스터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007 노 타임 투 다이>에 대한 흥행 열기가 연이어 개봉하는 글로벌 극장가에도 영향을 미치며 압도적 흥행 질주를 이끌 것으로 주목 받고 있다. 오늘 공개된 메인 포스터에 이어 바로 내일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압도적 스케일의 액션을 확인할 수 있는 메인 예고편까지 공개될 것을 예고해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는 팬들의 갈증을 해소시킬 전망이다.대망의 메인 포스터를 공개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전 세계인들이 기다려온 가장 압도적인 액션 블록버스터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9월 29일(수) 오후 5시 대한민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한다.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9-02 10:49

2021년 9월, 대한민국 최초로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한 리얼범죄액션 영화가 찾아온다. 영화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변요한)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김무열)를 만나며 벌어지는 리얼범죄액션. <보이스>는 누구나 알고 있으나 그 실체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지 못했던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한 국내 첫 리얼범죄액션 영화다. 대검찰청 측 발표에 따르면 2020년 보이스피싱 피해금액 및 피해건수는 각각 7,000억원과 39,713건으로 드러났다. 이 중 피해금액의 환급률은 약 48.5%로 절반에 달하는 피해자들이 피해금액에 대한 구제를 받지 못했다.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대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비대면 피싱 사건이 기승을 부리며 보이스피싱은 우리의 삶에 더욱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범죄 초창기 단순히 전화를 걸어 현금을 요구하던 이들은, 이제는 공권력을 완벽히 사칭하고 스마트폰 어플, SNS 메신저 등을 이용해 고도화된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날로 늘어가지만 의문의 목소리 뒤에 숨은 가해자를 찾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고, 이들이 검거된다 하더라도 피해자들의 돈은 전국, 전 세계에 흩어져 찾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보이스>는 이렇게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진화해온 범죄인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차별화된 범죄액션을 탄생시켰다. 특히 피해자인 서준이 직접 보이스피싱의 세계로 뛰어들어 모든 것을 파헤치는 과정은 소름 돋는 공감과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지금껏 한국 영화에서 본 적 없는 보이스피싱의 세계를 배경으로 <보이스>만의 개성 있는 범죄액션을 선보일 예정이다.이처럼 <보이스>는 보이스피싱이라는 가깝고도 치명적인 범죄와 리얼범죄액션이라는 장르가 만나 탄생한 대한민국 최초의 영화인만큼, 보이스피싱의 치밀함과 스릴, 범죄액션 장르의 통쾌함을 잘 살린 올가을 극장가 최고의 다크호스가 될 예정이다.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8-29 15:38

전주시 공무원들이 동물원, 동고사, 청연루, 가맥 등을 유쾌하게 소개한 이색 홍보에 나섰다.전주시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화제가 된 세계 각국의 선수들을 패러디해 제작한 전주 홍보영상을 ‘비짓전주(visitjeonju)’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영상은 기존 전주시의 홍보영상과는 색다른, 코믹 버전의 홍보영상으로 전주시 공무원들이 직접 촬영에 참여했다.이들은 생태동물원과 전라감영을 찾아 올림픽 양궁 2관왕인 ‘파이팅맨’ 김제덕 선수를 패러디해 연신 파이팅을 외치며 소개했으며, 동고사에서는 네발자전거를 타며 배구여제 김연경 선수를 패러디했다. 또한 한옥마을 청연루에서는 높이뛰기에서 금메달을 딴 카타르의 무타스 바르심 선수만큼이나 여유롭게 전주를 즐기는 모습을 담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번 영상에는 잘 알려진 전주 가맥, 전주 막걸리 외에 MZ세대에게 핫한 감성술집들을 소개하는 등 야간관광을 홍보한다.전주시 관광거점도시추진단 관계자는 “이번 도쿄올림픽을 보시면서 많은 힘과 위로를 느끼신 것처럼 이번 영상을 보시면서 힘든 가운데 잠시나마 웃으시길 바란다”면서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전주에서 하룻밤 묵으시면서 여유로운 여행을 보내시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8-25 13:57

 지난 해에 이어 올해 초까지 이어진 KBS 트롯전국체전에서 최고의 이변은 김용빈의 8강 진출이 아닐까 한다.주현미가 선곡한 '물새 우는 강언덕'을 그가 덥썩 물었다. 직설적 성격인 주현미씨의 표정에서 다소의 염려와 실망감이 읽혀졌다. 김용빈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역량이 딸려 보였으며 점수도 이미 많이 벌어져 있었기 때문에 노래의 맛을 살려내지 못하면 8강 탈락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김용빈의 음색은 특히 독특하다. 가을하늘빛처럼 맑고 서늘하면서 대나무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처럼 싱그롭다. 그는 첫음을 잘 잡았다. 곱게 이어지는 노래가락 위로 노을에 젖은 넓은 강이 펼쳐져 간다. 강물은 유유히 끝 없이 흘러 바다로 이어진다. 강은 희망이 없는 땅에서 고운님과 함께 행복을 향한 떠나 갈 탈출구가 된다.가사는 단순해도 강변에서 바라 보는 여유와 평화로운 아름다움을 살려내야 한다. 더구나 옆에는 물새소리 들으며 같이 노래 부르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조각배에 두 사람의 행복을 실어야 한다. 용빈이 부르는 노래는 그렇게 슬프고도 아름답다. 주현미의 얼굴에서 만족과 기쁨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김용빈은 이 노래로 시청자의 가슴을 울리며 기적적으로 8강에 합류한다. 그의 눈빛은 바람 앞의 등잔불처럼 흔들린다. 경력으로 보면 트롯신동으로 일찍 방송을 탄 중고신인이다. 그래도 늘 신인같은 당황하는 표정을 띄고 있다. 파워풀한 성량보단 하늘거리는 연하늘빛 모시도포가 어울릴 듯한 연약함이 매력이다.그는 '물새 우는 강언덕'을 부르며 다시 태어났다. 힘과 힘이 부닺히는 각박한 현실에서 그의 노래는 우리의 정신을 여나게 한다. 그의 노래는 자주 들어도 깔끔하고 개운하다. 마음이 어두워질 때면 찾아서 들어 볼만 하다.   

통일경제TV | 백태윤 선임기자 | 2021-08-08 12:12

신중년 1인 미디어방송 시대를 선도하는 일드림사회적협동조합 「일드림TV」는 유튜브 채널 외에 최근 자체 제작한 온라인 마케팅 플랫폼 J-LOG(제이로그)를 런칭하고 온라인 마케팅이 필요한 도내 소상공인을 위한 ‘2021온라인마케팅S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첫 번째 지원모델로 지난 6월 부안군 고령자 협동조합 ‘마실밥상’을 찾았다. 해당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신중년팀은 ‘마실밥상’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연출 및 기획회의에 돌입했다. ‘마실밥상’의 숨겨진 스토리를 발굴하고 기업의 가치와 성장비전이 담긴 감동 카피라이팅을 확정하고 구성, 음향, 촬영 및 편집 등 프로젝트 단위로 세부화해서 드론촬영, 관계자 인터뷰 등을 끝내고 드디어 일명 『제이로그 부안군 마실밥상 편』을 완성하고 유튜브에 업로드 하였다. 일드림TV의 일경험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신중년경력형일자리팀 좌장인 이찬복 감독은(전 MBC 보도국장) “그간 노인일자리 및 사회공헌활동 사업, 고령친화기업, 소상공인 기업 등 다양한 분야별 직종에 종사하는 시니어들의 직업 현장과 취업사례 홍보, 유튜브 크리에이터 직무교육 등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온 전북노인일자리센터의 체계적인 지원과 협력이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장우철 센터장은(전북노인일자리센터) 일드림TV의 사회적 가치와 가능성 비전에 대해 “지금은 1인 미디어시대다. 누구나 나만의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서 세상과 공유한다. 취미활동이 1인 미디어 산업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인 미디어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1인 미디어 성장 기반 조성, 산업 생태계 강화, 1인 미디어 저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일자리분야에서 영상미디어 활용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우선적으로 도내 고령친화기업, 소상공인 기업 등의 창조적 홍보와 감동 마케팅을 위한 방송을 넘어 라이브쇼팅메니징, e몰마케팅, Live커머스아카데미 등 인에블러 서비스가 가능한 전용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한편 일드림TV는 지난 5월에는 TBN전북교통방송 19주년 개국방송 오픈스튜디오를 생중계로 송출하면서 그 전문성을 인정받은 바 있고, 또 2월에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등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다수의 영상공모전에 입상한 바 있다. 신중년경력형일자리사업은 퇴직 전문인력에게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제공하고 일경험을 통해 민간일자리로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으로 일드림사회적협동조합 신중년팀은 현재 4명으로 구성되어 운영 중이다.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7-28 10:12

영화는 흑인이 감히 백인과 같은 화장실을 쓴다는 것은 상상 못할 정도로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1940년대 후반, 그것도 KKK의 본고장 미국 남부 조지아주 애틀랜타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죠.자신에게는 완벽하려고 노력하며 남에게는 깐깐한, 또한 부자임에도 청빈한 청교도적인 삶을 사는 유대인 미망인 미스 데이지(제시카 텐디 분).온통 고집으로 뭉친 이 72세의 노인네가 자동차 기어를 잘 못 넣는 실수를 하면서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시작됩니다. 옆집의 담을 넘어 화단을 망치고서야 차는 멈춰 서죠. 제 몸으로 운전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직은 정정한(그렇다고 생각하는) 미스 데이지에겐 큰 시련이 닥친 겁니다.가업인 직물공장을 물려받아 꽤 부를 일군 아들 불리 워든(댄 애크로이드 분)은 어머니의 안전을 염려해 60대의 흑인 운전기사 호크 코번(모건 프리먼 분)을 고용하기로 결정하죠.하지만 워낙 꼬장꼬장한 성격 탓에 아들 내외와도 데면데면한 사이인 데이지 여사...천성이 도움받기를 싫어하는 그녀는 남의 눈에 띄는 게 싫다며 호크에게 좀처럼 운전을 맡기지 않으려 합니다.개인 운전기사라는 게 검소한 미스 데이지에겐 부자들의 거들먹거림이며 돈 낭비의 전형처럼 보이는 것이죠.가정부 아델라(에스더 롤 분) 외에는, 부엌에서 음식이나 축내고 전화질만 해 댈지도 모르는 사람을 자기 집에 들이는 것이 싫었던 그녀는,호크가 운전사로 온 이후 아예 외출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그렇지만 유머가 가득하고 인내심이 강하며 너그럽고, 사려 깊은 호크는 데이지 여사의 온갖 타박과 냉대에 굴하지 않고 항상 웃는 얼굴로 성심껏 그녀를 보살피죠.호크는 "비록 여사님을 모시지만 제 월급은 아드님이 주십니다" 라며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고용주 불리와 대화를 통해 주급 75불을 능수능란하게 이끌어내는 등 협상력 또한 만만치 않지요.호크는 임금 합의(?)를 끝내고 불리에게"사장님한테는 싸움 걸어오는 사람 없겠네요?"라고 너스레를 떱니다.호크는 전차를 타고 가게에 가려는 데이지를 뒤따라가 마침내 차로 모시는데 성공하죠.하나님도 세상을 만드시는데 6일 걸리셨는데, 데이지 여사를 차에 태우는데 6일 밖에 안 걸렸다며... 호크는 그렇게 느긋하고, 또 넉넉했던 것이죠.그럼에도 호크를 못마땅해 하던 데이지는 선반의 연어 통조림 하나가 없어졌다며 아들에게 호크가 훔쳐 먹었을 거라고 고자질합니다.이처럼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호크를 쫓아내려는 앙큼한(?) 계략까지 꾸몄던 미스 데이지...하지만 그녀는 출근을 한 호크가 어제 연어 통조림을 자기가 먹었다면서 새로 사 온 통조림을 갖다 놓는 걸 본 후 반성하게 되죠. 화면은 화사한 봄날 미스 데이지가 라디오에서 흐르는 드보르작의 '달에게 부치는 노래' 를 흥얼거리며 수를 놓는 장면으로 흔연스레 바뀝니다.통조림 사건을 계기로 호크를 향해 비로소 마음을 열어가는 미스 데이지의 변모를 은유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게죠.매사에 엄격하고 고집불통이던 데이지 여사는결국 호크의 신실한 인간성에 감동하며 그를 받아들이게 됩니다.호크 또한 완고함과 까탈스러움 속에 감추어진 데이지 여사의 따뜻함과 배려에 존경심을 갖게 되죠. 전직 교사 출신의 데이지 여사는 호크가 문맹임을 알고서는, 그에게 읽는 법을 가르치고 크리스마스이브에 습자교본 책을 선물로 줍니다. 책 선물은 처음 받아본다며 계면쩍어 하는 호크에게 그녀는 "열심히 연습하면 글도 잘 쓸 수있을 거야. 하츠필드 시장도 이 책으로 가르쳤다네" 라며 격려하지요. 두 사람은 그렇게 훈훈한 우정을 쌓아갑니다만...살아온 환경이나 생각들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데이지 여사는 호크로 인해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을 마주하게 되죠. 데이지는 자신은 가난 속에서 부를 일궈낸 유대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데이지는 불리와 호크에게 자신의 빈한했던 옛 시절을 자주 이야기하곤 하죠. 하지만 데이지는 호크가 어린 시절 메이포에서 친구의 아버지가 KKK단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자라온 아픔은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오빠의 생일잔치에 가는 도중에 데이지 여사는 경찰관들이 인종차별적으로 호크를 대하는 걸 목도하죠. 그러나 그녀는 경찰이 자신에게도 호크와 똑같이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합니다. 또한 미스 데이지는 호크가 주유소에서 왜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했는지도 알지 못하죠. 유대교 회당이 폭탄 테러를 당한 사건을 맞닥뜨리고 나서야 데이지는 유대인인 자신 또한 인종차별과 무시의 대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그제서야 그녀는 호크가 어떤 세계에서 살아왔는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게 되죠. 사업 수완이 탁월한 불리는 회사를 성장시키며1966년 애틀랜타시를 대표하는 경영인으로 선출됩니다.불리는 시상식에서 "제가 머리카락을 잃고 뱃살도 얻었는데, 저도 모르게 회사가 성장했나 봅니다" 라며 72년 전 사업을 일으킨 조부를 기립니다만...인종차별 문제에 비로소 관심을 갖고 흑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반대하는 어머니를 에둘러 설득하지요."저는 유대인으로서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거래처나 정치적 환경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네요."그럼에도 데이지는 아들이 그토록 꺼린 마틴 루터 킹의 연설 모임에 당당하게 혼자 참석합니다. 킹 목사는 사자후를 토하죠."변화의 시대에 가장 슬픈 비극은 나쁜 사람들의 폭력과 독선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과 독선입니다."그런데... 데이지 여사는 킹 목사의 연설회에 가던 길에 세상이 많이 변해 좋지 않냐면서 연설을 같이 듣지 않겠느냐고 호크를 넌지시 떠보지요.하지만 호크는 세상이 그렇게 많이는 변하지 않았다고 거절하지요. 호크는 이러한 민감한 문제를 마틴 루터 킹의 연설 당일에, 그것도 가는 도중에 꺼내는 데이지에게 야속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데이지는 데이지 대로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호크가 섭섭하기만 하죠.두 사람의 생각은 각자 살아온 환경만큼이나 달랐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 사이의 우정을 갈라놓지는 못하죠.세월은 무심히 흘러... 여사와 함께 평생을 함께 해온 아델라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떠나갑니다.데이지는 장례를 치루며 호크와 슬픔을 나누죠. "아델라는 운 좋게 편히 간 거야."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우정 어린 신뢰를 쌓아갑니다.어느덧 아흔 살이 넘어서며... 노쇠해진 데이지 여사는 급기야 치매기를 보이며 호크를 안타깝게 하죠.오락가락하다 정신을 차린 여사는 호크의 손을 꼭 잡고 진심어린 고백을 건넵니다."호크... 자네는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야!"자기 몸 하나 제대로 간수하기조차 어려워진 그녀는 양로원에 들어가게 됩니다.37살의 손녀딸을 둔 호크 역시 노령으로 운전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죠.그러나 변함없는 우정의 호크는 틈날 때마다 데이지를 찾아가 그녀의 말동무를 해주죠.영화 피날레... 추수감사절, 이미 팔려버린 어머니의 집을 호크와 함께 마지막으로 둘러본 불리는 호크를 태우고 양로원으로 향하죠! 데이지 여사는 정작 불리보다 호크를 더 반기며 "자넨 간호원들이나 만나 치근덕거리지 그러나" 라며 아들을 슬며시 밀어냅니다.불리는 그런 어머니에게 여전히 호크하고만 있고 싶어 한다며 씁쓸해 하면서도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위해 자리를 피해주죠.어떻게 지내냐고 안부를 묻는 데이지 여사에게 호크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라고 화답하며, "나도 그렇다네" 라는 그녀를 향해 한껏 미소 짓습니다. "그게(최선을 다하는 것) 저희가 할 일이에요."그러던 미스 데이지는 호크에게 물어봅니다."아직도 불리에게 급여 받나?""매주 받지요.""얼마나 받는데?""그건 저하고 사장님의 문제입니다만...""날강도 같으니라고!"한데, '주당 7불 이상 받으면 강도나 다름없다' 며 미스 데이지가 호크를 처음 만났을 때 따지듯 물어봤던 경우와는 그 뉘앙스가 자못 다르죠.서로를 향한 불신과 냉대가 아닌... 모든 걸 이해하고 품어내는, 따뜻함이 짙게 묻어나오는 표정과 말투였던 것입니다.처음에는 주인과 고용인으로 만났지만 이제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공평하게 늙어가는 친구가 된 것이죠.이제 두 사람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걸 알 수 있다는 듯,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봅니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서로가 곁에 있을 수 있어 죽음도 두렵지 않아 보이죠.이제 둘만이 오롯이 남겨진 식탁에서 호크는 데이지 여사에게 파이를 한 스푼씩 정성스럽게 떠먹입니다.미스 데이지는 이 세상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표정을 짓지요.유대인과 흑인이라는 소외된 인종에서 오는 교감과 주종의 관계에서 오는 화해할 수 없는 신분의 차이가 서로 엇갈리면서, 두 사람의 우정은 그렇게 크고 작은 오해와 편견을 겪어내며 4반세기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습니다.삶보다는 죽음이 더 가까워진 나이... 생의 마지막 뒤안길에서 모든 것을 서서히 잊어가는 순간에도 결코 잊혀지지 않을, 두 사람의 우정은 화면을 따뜻하게 감싸죠.이 작품으로 62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최고령(81세) 수상자가 된 제시카 텐디와 낙천적인 익살을 보여주는 모건 프리만.점차 처져가는 고개와 허리 각도, 조심조심 내딛는 발걸음, 약간씩 흔들리는 손... 그리고 가늘어져 가는 목소리와 힘이 빠져가는 안광 등, 25년에 걸친 세월의 흐름을 섬세하게 잡아내는 그들의 연기 하모니는 가히 완벽에 가깝습니다.미묘한 심리 변화도 놓치지 않는 부루스 베레스포드 감독의 정치(精緻)한 연출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화면을 이끌어내죠.1940년대에서 1960년대에 이르는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를 지켜보는 맛 또한 쏠쏠합니다.페리 코모, 빙 크로스비의 LP판이 등장하는가 하면,흑인들은 가정부나, 운전기사, 가구 배달원의 블루 칼러로... 또 불리 회사의 사무실 직원은 백인으로 자리하죠.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차종도 변화하고, 마르틴 루터 킹 목사가 주요 인물로 나옵니다.호크의 손녀가 대학에서 생물학을 가르친다고 언급되는 장면 또한 60년대 미국 남부에도 거스를 수 없는 변화가 이뤄졌음을 보여주죠.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평판에 지나칠 정도로 신경을 쓰는 데이지 여사... 그녀는 부자이면서도 부자로 보이지 않으려 하는, 아울러 자신의 소유물에 대해서는 병적으로 집착하고, 기독교도인 며느리와 불편한 관계지만 성탄절 행사에는 마지못해 참석합니다.별스럽지 않게 툭툭 던져지지만 차별에 민감한 유대인의 심성을 내밀하게 드러내주는 설정인 게죠.차별은 언제나 중층적입니다. 차별적 사회에서 내가 차별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남을 차별해야 하죠.“난 저들 편이 아니에요, 난 당신들 편에 속해 있어요” 라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야 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호크에게 냉담하기 이를 데 없을 뿐 아니라 흑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도둑으로몰거나 바보 같은 어린애로 취급해 버리고야 마는 데이지 여사의 심리란... 주류 백인 사회에 편입하지도 못하면서 비주류계층에 "난 너희들과 달라" 라고 강조하고 싶은 심리와 비슷한 것입니다.영화는 데이지 여사가 단지 유대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다른 백인으로부터 비하당하는 사례를 보여주죠! 호크가 운전하는 차에 있는 데이지를 보고 백인 경찰이 "유대인 할멈과 흑인 운전기사가 같이 있다니 볼만한 조합이로군" 이라며 비아냥대는 시퀀스는, 인종 차별의 시선에서 그녀 역시나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을 나타내줍니다. 살아오는 동안 그녀가 그런 낌새를 몰랐던 건지, 애써 무시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죠.베레스포드 감독은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를 통해 끊임없이 사람들을 구분하며 우열을 가리고 차별하려 드는 인간사회의 속성을 노골적이지 않게 언급하고 있습니다.극 중반...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데이지 여사 때문에 서로 옥신각신하던 두 사람의 관계가 한층 성숙됐음을 알려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극중 삽입된 아리아죠.데이지 여사가 한가로이 수를 놓는 정경과 함께 봄 햇살을 머금은 꽃과 풀향기로 가득한 화면에 흐르는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 1막 '루살카' 의 '달에 부치는 노래'(Song to the moon) 입니다.그들 사이의 우정이 한층 깊어졌음을 은유하고 있는 이 노래는 극 전체의 처연한 비극성과는 관계없이 미려한 선율로 오페라 전체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리아죠.극중 유대인 백인 여성과 흑인 남성의 관계는 이 '달에 부치는 노래' 를 통해,오페라 속 루살카와 왕자의 죽음을 초월한 사랑처럼 인종과 신분의 벽을 뛰어넘는 우정이 됩니다.1.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1989) 트레일러https://youtu.be/pKRj7QCIXnY퓰리처상을 수상한 알프레드 어리의 동명의 연극을 역시 알프레드 어리가 각색했고, 이를 화면에 옮긴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감독은 이 드라마를 통해 목소리를 높이거나 힘주어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진정한 인간애가 무엇인지 담담하게 말해주죠.  영화 속 인물들의 성격은 매우 명확하며 극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극명하게 대립됩니다.저마다의 말투와 표정으로 위치를 지키는...성격과 환경, 여기에 피부색까지 다른 데이지와 호크는 자기 삶의 주체이자, 어쩔 수 없는 이방인으로 자리하죠. 극 저변에 깔려있는 성, 나이, 인종, 종교, 신분의 문제는 시대가 켜켜이 떠안고 있는 단면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회당에 폭탄이 터지고 사람들은 무시당하며 타인을 향한 조롱의 시선이 분명 존재하지만,  드라마 안으로 성급하게 침입하지는 않지요. 데이지와 호크가 우정이라 부를만한 관계를 완성하기까지 장애물처럼 보이는 겹겹의 문제들은 분명 중요하게 언급되나 시간의 견고함을 무너뜨리지는 못합니다. 아직 말이 대화가 되지 못한 채 데이지의 명령과 호크의 변명으로만 이뤄지던 그때... 충돌하던 말들이 인사를 나누며 조우하는 모멘트는 소박하면서도 급작스러운 환희처럼 찾아오죠.데이지가 호크에게 글을 공부할 수 있는 교본을 건네는 순간, 타인 훑기를 즐기는 시선들과 인종에 대한 세상의 편견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전락합니다. '"이것은 절대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야" 라며 교본을 건네는 데이지는 차라리 귀엽기까지 하죠. 인간이 글을 깨우치며 세상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수월해졌듯 서로에 대한 수용면적이 조금씩 넓어져가는 겁니다.이렇듯, 때로는 거대한 시간에의 순응이 치기어린 반항보다 감동을 주지요. 그 치열함과 상관없이 어느 곳에도 시선을 두지 않고 흐르는 시간의 매정함은 야속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합니다. 시간의 이동을 구경할 요량이 없는 우리에게<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100분 가까이 한 발 물러나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해주죠. 지켜보면 시간의 흐름은 무심한 듯 꽤 친절하게 다가옵니다.데이지와 호크의 '드라이브' 는 시공간을 초월한 산들바람을 일으키고 관객들로 하여금 불필요한 어깨의 힘을 뺀 채 작은 여행을 만끽하도록 돕죠. 하여 드라마는 압도할만한 하나의 사건이 없음에도 두 사람의 서사로 인해 풍만해집니다. 추상적이고 거대한 관념에 의한 것이 아닌, 사소하고도 구체적인 에피소드들로 이뤄져 있기에 오히려 정서적 몰입을 가능케 해주는 게죠.그들의 동반 여행이 거의 끝났음을 알리는 엔딩 신은 두 관계가 이뤄낸 여정의 결정체로 한없이 따스하게 울려옵니다.2. 드보르작 오페라 <루살카 - Rusalka> 1막 '루살카' 의  아리아 '달에 부치는 노래', Op.114- 체코 출신 소프라노 루치아 포프(체코어로 노래) 스태판 솔테츠 지휘 뮌헨 방송 교향악단: feat.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영상https://youtu.be/h00upnyREF4드보르작은 체코의 전통 설화와 안데르센의 동화 < 인어공주 > 에서 영감을 받아,인간이 되지 못하고 영원히 삶과 죽음 사이를 떠도는 정령으로 남게 되는 체코판 인어공주의오페라 <루살카>를 작곡했죠.사랑과 동경, 배신과 구원을 담은 이 작품은 드보르작의 음악적 어법으로 해석한 서정적인 선율이 아름답습니다.안개 자욱한 보헤미안 숲과 호수를 배경으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물의 요정 '루살카'...루살카는 숲의 정령인 아버지 '보드니크' 에게, 호수에 왔던 인간을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죠. 보드니크는 인간을 사랑하지 말라고 충고를 하지만, 결국 루살카는 숲의 마녀 '예지바바' 를 찾아가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간청합니다. 마녀가 내건 인간이 되는 조건은 두 가지... 목소리를 잃게 된다는 것과, 만약 인간에게 배신당하면 요정과 인간 둘 다 영원한 저주를 받는다는 것이었죠.사랑 때문에 자신의 온 마음을 빼앗겨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루살카는...'돌아다니다 혹시 왕자를 보면 자신의 사랑을 전해 달라' 며 애절한 마음으로 '달에 부치는 노래'(Song to the moon : Mesicku na nevi hlubokem) 를 부릅니다.'오, 벨벳빛 하늘의 달님이여,당신은 저 멀리까지 빛을 보내고온 세상을 거닐며인간들의 집안도 내려 보십니다.오, 달님이여,잠시만 제 곁에 머물러제 사랑이 어디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부디 그에게 전해 주세요.은빛 달님이여,한 순간만이라도 그가 나를 꿈꾸리라는작은 희망만으로나의 두 팔은 그를 포옹한다고,이 세상 어디에 계시든그 분을 비추어 주세요.그리고 전해 주세요.여기서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고,인간의 영혼이 저를 꿈꾼다면어쩌면 깨어서도 저를 기억할 수도 있겠지요.오 달님, 부디 떠나가지 말아요.'루살카는 마녀의 도움으로 왕자의 사랑을 얻는데 성공하지만... 결혼식을 준비하는 도중에 왕자의 배신으로 그만 영원한 저주와 함께 버림받게 되죠.왕자의 뜨거운 피만이 자신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음에도 아직도 그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루살카는 차마 그러지 못한 채 단검을 호수에 던지고 맙니다.대신 루살카는 죽음의 요정인 '블루디카' 가 되어호수의 심연에 머무르죠.자책감과 절망감으로 괴로워하던 왕자는 루살카를 찾아와 용서를 구하며 다시금 맺어지길 간청합니다.그러나 루살카는 왕자의 입맞춤을 피하며 자신을 안는 것은 죽음의 파멸을 가져오는 거라고 간곡히 이르죠.하지만 왕자는 루살카가 없는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차라리 '죽음의 키스' 로 영원한 행복과 평화를 얻겠다고 절절하게 호소합니다.왕자의 진심을 느낀 루살카는 결국 그를 자신의 품에 꼭 안고 입을 맞추죠.뜨거운 포옹 속에 격정어린 키스를 나눈 후...루살카는 숨을 거둔 왕자를 안은 채 호수 깊은 곳으로 가라앉습니다.- 'Canción a la Luna :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https://youtu.be/EBM1VOA3zTk-  요요 마 첼로: 제시 다이너 베네트의 첼로와 오케스트라 편곡https://youtu.be/04fY0XP_3a0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7-26 12:24

여기, 낯선 길 위에서 만난 기적같은 위로의 서사 <노매드랜드>가 있습니다.영화는 어느 황량한 겨울날, 창고의 셔터문을 열면서 남편 유품의 체취를 맡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주인공 펀(프랜시스 맥도먼드 분)의 모습을 '프레임 인' 하며 출발하죠.수 세대에 걸쳐 광부들이 터를 잡고 살았던 미국 네바다주의 소도시 엠파이어.하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대변되는 금융위기의 후폭풍으로 도시를 지탱하던 석고보드 기업 'USG' 가 도산하게 됩니다. 생업을 잃은 시민들은 스산함만이 남은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몇개월이 지나자 엠파이어는 우편번호마저 없어지는 유령도시로전락하고 말죠.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모든 것이 무너진 후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남편까지 병으로 세상을 떠나 홀로 남겨진 펀은 이중으로 닥친 상실감을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지요. 펀은 추억이 깃든 도시를 떠나 평범한 일상의 삶을 뒤로 한 채... 홀로 낡아 빠진 밴을 타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국의 각지를 떠도는 '노매드(Nomad)'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는 다리를 쭉 뻗어 잘 공간도 부족해 웅크려 자야만 하는 작은 밴에 '선구자(Vanguard)' 라는 강렬한 이름을 지어주죠. 낯선 길 위의 세상에서 각자의 사연을 가진 노매드들을 만나고 헤어지며... 펀은 다시 살아가기 위한 여정, 곧 '길 위의 삶' 에 적응해 갑니다.'펀(fern)' 은 씨앗을 뿌리지 않고 포자를 뿌려 번식하는 양치식물을 뜻하죠. 한 군데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유랑하는 주인공의 굴곡(屈曲)진 운명을 암시하는 이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만...이 '펀' 이라는 이름에는 고독함과 강인함이라는, 노매드의 정체성에 대한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열렬한 소망, 감독 클로이 자오의 올곧은 주제의식, 그리고 저널리스트인 원작가 제시카 브루더의 생생한 대안적 목표가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지요.'가장 사랑했던 소중한 존재와 가치를 상실한 이들이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라는 과제를영화와 현실, 또 청자(聽者)와 화자(話者)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는 구도인 셈입니다.그런데 임시 교사였던 펀에게 시를 배웠던 한 여학생은 엄마 말로는 집이 없다던데 맞냐고 당돌하게 묻죠. 펀은 답해줍니다."  '집이 없는(homeless)' 건 아냐. '거주지가 없을(houseless)' 뿐이지. 둘은 다르잖아? 난 괜찮아."하지만, 평생 노동을 해도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이들 '무거주자' 노매드의 떠도는 삶은 '히피'(hippie)들의 그것처럼 마냥 자유롭고 낭만적인 것이 아니죠.아들의 죽음을 견뎌내기 위해 방랑을 시작한 사람도 있으며, 직장에서 해고당한 후 생을 끝내려 했을 때 자신만을 바라보는 반려견들을 보며 마음을 고쳐먹고 여행에 나선 이도 있습니다. 또 동료의 죽음으로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고길 위에 오른 사람, 부모님을 모두 암으로 잃고 혼자가 된 채 슬픔을 달래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얼마남지 않은 생을 병원에서 낭비하기 싫어서 그야말로 '잘 죽기 위해' 차를 끌고 나온 누군가 등...그 다양한 사람들만큼이나 각양각색의 신산(辛酸)스런 이야기가 풀어지죠.지긋한 나이의 한 여성 노매드는 스스로를 향해 다짐하듯, 펀에게 되묻습니다."당신은 어디든 갈 수 있는 복 받은 사람이죠?때로 노매드(Nomad)라 불리는..."밴에 살면서 스페어 타이어를 갖추지도 않고, 타이어를 교체하는 방법도 몰랐던 펀.하지만 그는 노매드 캠프에서 길 위의 생존법을 배우고, 다른 노매드들과 필요 없는 물건을 교환하며 손뜨개로 직접 만든 물건과 마음의 위로를 나눠가죠.아마 노매드들 모두에게 그렇겠지만, 펀에게도 주변인들의 시선은 따갑고도 매섭게 꽂힙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걱정과 관심이겠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별 볼 일 없는 오지랖에 불과한 공치사들... "길 위에서의 삶이 얼마나 힘들겠어. 도움이 필요하면 같이 살아도 돼" 와 같은 말들이죠.  그러던 와중에 펀은 '린다 메이' 라는 한 여성 노매드로부터 '밥 웰스' 라는 인물과  'RTR'(고무바퀴 유랑자 모임: Rubber Tram Rendezvous) 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노매드 공동체의 영적 지도자 격인 밥 웰스는 지금의 경제를 침몰해가는 타이타닉에 비유하며 최대한 많은 사람을 고무보트(자신의 커뮤니티를 이르는 말)에 태우는 것이 목적이라 얘기하죠.처음엔 주저하던 펀은, 아마존과의 계약이 끝나고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게 되자 결국 그들 커뮤니티를 찾아가게 됩니다.영화 속에서 펀이 커뮤니티 생활을 시작하는 포인트는 두 가지 중요한 전환점의 의미를 갖죠. 하나는 그동안 홀로 노매드의 삶을 살아왔던 펀이 이 지점을 시작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주고받는 집단으로의 노매드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또 하나는 펀이 단순한 객체적인 청자를 넘어... 세상을 향해 비로소 귀를 여는, 독립적인 행위자이자 화자로서, 그간 침묵 속에 넣어두었던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해나가기 시작한다는 것이죠.영화는 중후반부를 지나면서 데이브(데이빗 스트라탄 분) 라는 중요한 인물 하나를 등장시킵니다.처음에 데이브는, 펀이 애지중지하는 접시를 실수로 깨뜨리며 그녀의 노여움을 사기도 하지만... 게실염을 앓아 병원에 입원한 그를 펀이 돌봐주는 등 여러 사건을 거치며 친밀감이 깊어진 노매드이죠. 나중에는 아르바이트 일과 데이트를 함께 하며 특별한 감정을 주고 받게 되기도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영화 전체를 통틀어 그녀의 곁에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펀은 데이브와 같이 가이드로 일하던국립공원에서 일행과 떨어져 홀로 걷다가, 그만미로 속에 갇힌 것처럼 헤메게 되죠.그러자 데이브는 당황하지 않고, 높은 곳에 올라 길 잃은 펀을 찾아냅니다. 데이브가 소리 높여 "뭐 있어요?" 라고 묻자 펀은 그저 '바위들(Rocks)요!" 이라 답하죠('지붕이 있는 집' 이 없는 펀의 처지를 암유).데이브는 골초인 펀에게 '과거에의 집착' 을 상징하는 담배를 끊는 대신, 새로운 삶을 암유하는 감초스틱을 씹어보라고 권하기도합니다. 이렇듯, 데이브와의 사이 속에서 벌어지는 결정적인 일들은, 과거 남편과 함께 했던 일들이 다시 한번 반복되는 은유적 방식으로 엮어지고 있죠.그러던 어느 날, 펀의 밴 '뱅가드' 가 고장나는 일이 벌어집니다. 정비소에 밴을 맡기자 차라리 새로 사는 게 더  저렴할 지경으로 수리비가 많이 나왔지만... 펀은 차마 밴을 처분할 순 없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되뇌죠."저 차 안팎을 꾸미는데 적지않은 시간과 돈이 들어갔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 차는 그냥 그렇게 팔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난 거기서 살거든요. 이건 바로 내 집이라고요..."펀은 차 수리비를 빌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유일한 혈육인 언니의 집을 찾아가지만, '안정적으로 보이는 삶' 을 살고 있는 언니 역시 정처없이 떠도는 펀을 가엾이 여기며 함께 살기를 권유하긴 마찬가지였죠.언니는 펀이 너무 일찍 가족과 헤어진 채, 머나먼 네바다주의 엠파이어시에서 떨어져 살았던 게 몹시 허전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런 언니의 간청을 뿌리친 채, 노매드 커뮤니티로 돌아온 펀은 뜻밖에도 데이브의 초대를 받게 되죠.영화는 이처럼 펀과 데이브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 두 사람을 같은 출발선에 위치시키고 각각 한 번씩의 기회를 부여합니다. 데이브에게는 아들이 찾아오도록 하고, 펀에게는 언니의 집을 찾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준 것이죠. 각각의 시점에서 두 사람은 그렇게 현재의 삶을 멈추고, '지붕 밑의 삶' 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데이브는 안정된 삶을 향하게 되고 펀은 그렇지 않게 되죠. 동일한 기회 앞에서이제 떠나는 사람이 되는 이와 다시 남겨지는 쪽을 선택한 사람으로 갈라지게 된 겁니다.어쨌든 데이브는 펀이 조금 더 풍부하고 입체적인 인물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죠.펀과 완전히 대칭되는 지점에서 그녀의 선택을 두드러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한 번, 과거의 족쇄에 사로잡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그녀가 집착과 그리움의 사슬을 끊고, 앞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하는데 있어 최종적인 디딤돌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또 한 번 그러하죠. 이토록 동질의 감정을 서로 주고 받을 정도로 노매드의 삶 깊숙한 곳에 함께 머물던 두 사람이지만... 최종적으로는 다른 삶을 향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엇갈림의 아쉬움은 더욱 두드러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언니의 집을 나온 펀이, 막 태어난 손자가 있는... 따뜻하고 안락한 정주의 삶을 택한 데이브의 집으로 향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게 여겨지죠. 이 계기로 인해 펀 또한 데이브와 마찬가지로 지붕 아래에서의 삶을 다시 시작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입니다.하지만 함께 피아노를 치며 행복해하는 데이브 부자(父子)의 모습은 그녀를 다시 떠나게 만드는 동인이 되죠. 게다가 펀은 편한 침대에서 자다가 문득 잠이 깨서 다시 밴에서 잠에 들 정도로 이미 노매드 생활에 길들여진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그는 결국 밴을 '아늑하고 안정적인 집' 으로 삼아, 노매드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해 살아가기로 결단하죠.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 펀은 다시 빗속을뚫고 홀로 길을 떠나며, 어느 해안가에서 거친 파도와 맞닥뜨립니다.어쩌면 남편을 영원히 떠나 보낼 정도의 용기와 계기를 갖지 못했던 펀은, 데이브와의 관계를 통해 비로소 혼자 우뚝 서며 자신만의 생을 온전히 살 수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르죠.영화는 어느덧 첫 장면에 나왔던 창고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옵니다. 남아 있던 물건마저 전부 처분한 펀은 다시 아마존 물류센터 일을 하다, 밥 웰스와 그를 따르는 노매드들 곁으로 가죠. 그 사이에 스왠키는 자신이 원하던 데로 여행을 하다 세상을 떠났고, 노매드들은 펀과 함께모닥불 앞에서 그녀의 삶을 기립니다.펀은 죽은 남편 '보' 의 존재가 영원히 잊혀질 것만 같아 짐을 쌀 수도, 이사할 수도 없었다는 속내를 밥 웰스에게 털어놓죠. "우리 아버지는 그러셨어요. '기억되는 한 살아있는 거다'. 아마도 난 기억만 하면서... 인생을 다 보낸 거 같아요."사람들을 돕고 봉사하며, 5년 전 목숨을 끊은 아들을 비로소 기리는 계기가 됐다는 밥 웰스... 그는 펀에게 화답합니다."내가 이 삶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영원한 이별(final goodbye) 은 없다' 는 것입니다.난 결코 작별인사는 하지 않아요. 대신 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말합니다. 한달이든, 일년이든, 몇년이든 언젠가 만날 거라고 말이죠. 그러곤 만나요. 꼭 만나죠.분명 내 아들도 마음 속에서 다시 보게 될 겁니다. 당신도 남편 보를 보게 될 거에요. 당신 삶 속에서 그를 기억하는 한..."시작과 끝이 그리도 수미일관 되게 맞닿아 있는 <노매드랜드>는 엠파이어의 옛집에 다시 찾아온 펀이 뒷뜰을 둘러보며 '프레임 아웃' 되는 시퀀스를 보여주면서 그 막을 내리죠.옛집을 처음엔 그냥 흔하디 흔한 규격 사택으로 얘기하던 펀은, "굉장히 특별한(남편과의 소중한 추억이 애틋하게 묻혀있는) 집일 수도 있다" 라고 말을 바꿉니다.카메라는 이제 뒷마당 앞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네바다 사막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떼는 펀에게 다가가죠.하여, 화면은 객관적 시점의 숏이 아닌... 누군가의 시점으로 직결되는 주관적인 숏으로 변용됩니다. 그 상황에서, 폐허처럼 쇠락한 옛집은 텅 빈 공간으로 자리하며... 자연스레, 죽은 남편의 시점을 떠올리게 하죠.영화는 마지막 지점에 이르러 그토록 사랑하고 그리워했던 '과거' 의 남편을 온전히 떠나보낸 채, 홀로 밴에 몸을 싣고 '미래' 를 향해 끝없는 사막 길을 묵묵히 달려가는 펀을 무연스레 조명하고 있습니다.결국 <노매드랜드>는 "펀은 어떻게 엠파이어를 두 차례 떠나게 되었는가?" 에 대한 이야기로 축약될 수 있죠.'노매드의 삶' 을 향한 펀의 첫 출발은 사실상 몸만 억지로 떠난 거였지만... 두번째 떠남은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펀이 몸과 마음 모두 홀가분하게 출발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feat.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Ascent'/ 캣 클리포드 'Drifting away'https://youtu.be/P1jhRbR_RKY삶에 대한 성찰과 연대, 휴머니즘을 섬세하게 녹여낸 <노매드랜드>는 트럼프 시대의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사회 드라마가 아닌,오히려 노매드들이 선택한 대안적인 삶이 물리적인 집에 대한 집착을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먼저 포착해내죠더불어 여러 노매드들의 인생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어떤 과거를 가졌든 유랑민이란 교집합으로 싹트는 유대감을 주목합니다. 노동자 계층을 소외시키는 사회보장제도의 구멍을 간과하지 않지만, 노매드들을 연민의 대상으로만 놓지 않죠.그들의 일상을 표백하며 마냥 낭만화하지도 않는 사려 깊은 시선은 클로이 자오 감독의 삶의배경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릅니다. 중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10대 시절을 보내고 미국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클로이 자오는,노매드들의 '물리적 집(house)' 은 아닐지라도 '정서적인 집(home)' 이 되는 미국의 드넓고 변화무쌍한 자연을, 인간사로 환유하는 독창적이고 탁월한 시선을 품게 됐죠. 그는 <노매드랜드>를 통해 장엄한 바위 산맥과 황무지, 거대한 나무들 등 광활한 대자연의 압도적 풍광을 배경으로 길 위의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비춰냅니다. 또한 실제 노매드들을 출연시켜, 한 편의 다큐멘터리라고 느껴질 만큼 그들 삶의 방식을 사실감 넘치게 담아냈죠.길 위에 올라 설 때는 환경상 어쩔 수 없었을 수 있지만, 노매드들은 마지못해 길 위에서의 삶을 사는 게 아닙니다. 여행 속 새로운 만남과 헤어짐, 온몸으로 접하는 대자연을 통해 이들은 위로받고, 또 행복감을 느끼죠. 샬린 스완키, 린다 메이, 데릭 엔드레스, 그리고밥 웰스에 이르기까지... 펀이 만난 그들은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노매드들로 자신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습니다. 이들 노매드의 진중하고도 가식없는 연기 속에는 세상사 모든 시름이 켜켜이 담겨 있죠. 동시에 암울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강한 생명력을 보여줍니다.카메라는 기교 없이 그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아울러 그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주죠.펀은 '홀로' 지내면서도 다른 유랑민들과 '함께' 살아가며 새로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됩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홀로움’ 에 편안함을 느끼는... '외로움을 통한 그 혼자 있음의 환희' 속에 노매드 무리의 벗들과 함께 한 시대를 건너가죠. 내일, 또 내일을 향해 홀로 떠날지라도, "우린 언젠가 다시 만날 것" 을 기약하며 말입니다.1. 영화 <노매드랜드> 트레일러- https://youtu.be/g3YsKKr9mW0- https://youtu.be/BZ4o4jwSaHk우아하고 균형 잡힌... 그리고 폐부를 찌르는, 현시적인 <노매드랜드>는 그렇게, 높이 날아오르죠.숨을 멎게 하는 짙은 호소력은 경이로운 성찰과 공감의 깊이와 어우러지며 계속 아른거리는 미려한 자화상으로 각인됩니다.하여, 영화는 불편한 진실의 경계를 능숙하게 무너뜨리며, 절제되고도 반짝거리는 자서전 같은 드라마로 울려오죠.- https://youtu.be/tfmRVC_GADw2. 영화 <노매드랜드> 비하인드 영상- https://tv.kakao.com/v/4182020743. 프랜시스 맥도먼드 낭송의 감성 시집 - feat. 영상 <노매드랜드>  https://youtu.be/E0M1cLUgyeI서정적인 감성의 영화 < 노매드랜드 > 는 두 편의'시(詩)' 를 통해 더 넓고 근본적인 시선으로 유동민을 품습니다. 영화 초반부, 임시교사일 때 가르쳤던 여학생을  마트에서 만난 펀은 전에 알려준 시 그대로 외우고 있냐고 물어보죠.그 학생은 셰익스피어의 희극 <맥베스> 5막 5장 속 아내의 부음을 접한 맥베스가 토해내는 대사를 또렷하게 기억해냅니다. “내일, 내일, 그리고 또 내일. 어제의 모든 날들은 어리석은 자들에게 죽어 먼지가 될 길을 밝힌다. 꺼져라, 꺼져라. 짧은 촛불아.인생이란 그저 걸어 다니는 그림자일 뿐, 무대 위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우쭐대고 걸으며 투덜거리지만, 곧바로 잊히는 가련한 배우.그것은 바보 천치가 지껄이는 이야기다. 소음과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영화 종반부, 펀은 재회한 노매드족 청년 데릭(데릭 엔드레스 분)에게 자신의 결혼식 때 읊었던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8번' 을 들려주죠."그대를 여름날에 비할까사랑스럽고 부드러워라거친 바람이 5월의 꽃봉오리를 흔들고우리가 빌려온 여름은 짧기만 하네때로 하늘의 눈은 너무 뜨겁게 빛나고그 황금빛 얼굴은 번번이 흐려진다네아름다운 것들은 아름다움 속에서 시들고우연히 혹은 자연의 변화로 빛을 잃지만그대의 여름날은 시들지 않으리그대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리죽음도 그대가 제 그늘 속을 헤맨다고 자랑 못 하리그대 시간의 일부가 되리니사람이 숨을 쉬고 눈이 보이는 한이 시는 살아남아 그대에게 생명을 주리"이 두 시는 매우 대조적으로, 처음 시가 진정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라는 촛불을 꺼야 한다고 노래하고 있다면...  두번 째 시는 '시들지 않을 여름', 곧 결혼식장의 남편 '보' 를 가리키는... '그대' 라는 소중한 과거의 추억과 그 가치를 아름답게 떠올리고 있죠.시간이 흘러 남편은 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영원한 운율 속에 시간의 일부' 가 됐습니다. 남편 뿐이겠습니까. 펀도, 다른 유랑민도, 우리 모두도 광대무구한 대자연의 호흡 속에 영원히 살아가죠.이와 관련해 영화 중반부에 '별빛' 을 보여주는 시퀀스가 등장합니다.무리 중 한 사람이 '지구로부터 24광년이 떨어져 있는 직녀성' 을 가리키며, 여러분들이 보고 있는 별빛은 24년 전에 출발해서 지금에야 도착한 거라고 설명하죠.우리는 불현듯 깨닫게 됩니다. '과거의 추억' 처럼, 아무리 아름답고 가치있는 소중한 별빛이라도 결국 꺼져야 될 촛불일 수 밖에 없다는 걸...프랜시스 맥도먼드는 별도 영상을 통해 노매드들의 여정을 오롯이 품은 시들을 펼쳐 놓았죠.3-1. '나 자신의 노래(Song of myself)'  - 월트 휘트먼'나도 다른 어느 누구도 너를 위해 저 길을 여행할 수 없다너는 네 스스로그 길을 여행해야 한다그것은 멀리 있지 않다그것은 손닿을 거리에 있다너는 그곳에 가본 적이 있으나아마 기억하지 못 하는 것 같구나그 곳은 물과 땅 위 어느 곳에나 있다'3-2. '블루 하이웨이(Blue Highways)'  - 윌리엄 리스트 히트문'지금까지 해온 일이앞으로의 일을 결정하리니여정 속 지금, 이 순간만이 전부여라과거에 연연하며 괘념치 말지어다길 위에는 어제의 자리가 없으니'3-3. '찰리와 함께 한 여행 : 아메리카를 찾아서'(Travels with Charlies search of America)  - 존 스타인백'그들의 눈빛에서 나는 보았네이땅 곳곳에서 다시 만날 무언가길에 오르고자 하는 타오르는 열망길을 떠나'여기' 보다 그 어딘가를 향해언젠가 나설 여정을 그리는조용한 웅성거림자유롭고 정처없는 길다다르고자 함이 아닌떠나고자 함이 아닌 길보이고 들리는 모든 곳갈망으로 가득했네발길 닿는 곳 어디에서든수많은 이들이 길 떠날 날에 굶주려 있네'4. 영화 <노매드랜드> 사운드트랙 웅혼(雄渾)한 미국 서부 로케이션으로 완성된  노매드랜드의 사색적인 이미지에 적요하게스며드는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어쿠스틱 피아노 스코어.그토록 정결한 미니멀리즘의 하모니는 가히  한없이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4-1.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 'Oltremare'https://youtu.be/adudqtq2gBw- 'Ascent(Day 7)'https://youtu.be/EJ7C-HXcITg- Making of 'Ascent from DAY 7' https://youtu.be/cA9pVW9nvqk'21세기의 에릭 사티' 로 일컬어지는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이탈리아 밀라노 음악원 출신인 그의 음악은 잔잔하고 명상적으로,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인 그의 피아노 음악들은 '미니멀리즘' 음악으로 불릴 만도 하죠. 그러나, 희소하게 사용되는 관현악과 단순한 멜로디에서 나오는 그만의 음악 스타일은 일반적인 미니멀리즘 운동의 전형과는 분명히 다릅니다.그의 곡 중 미국 네티즌에 의해 가장 아름다운 10대 음악으로 선정된 'Divenire(디베니레)'는영화 <인터처블 : 1%의 우정>(2011)에 삽입되기도 했죠.-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Divenire' : Live, 런던 로열 앨버트 홀https://youtu.be/X1DRDcGlSsE- https://youtu.be/b8SkX9CSJQo4-2. 캣 클리포드의 'Drifting away I go' https://youtu.be/XOD_0aGV4wg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6-27 16:53

여기, 우디 앨런이 선사하는 삶의 아이러니와 사랑의 환상에 대한 한바탕 헛소동의 수다<환상의 그대>가 있습니다.앨런은 자신이 좋아하는 셰익스피어를 인용하며 드라마를 시작하지요. “인생은 헛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고 결국 아무런 의미도 없다!” 50년 가깝게 매년 쉼없이 정력적으로 영화를 만들어왔고 등장인물들을 수다의 홍수에 빠뜨린 우디 앨런... 그가 도달한 결론치곤 사뭇 허무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이는 오래전부터 자신의 작품 세계의 바탕이었죠.<환상의 그대>는 40년간 결혼생활을 해온 헬레나와 알피, 그리고 그들의 딸인 샐리와 사위 로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영화는 이 두 커플이 이혼하고 각자 다른 짝을 만나는 부부 해체 과정과 새로운 사람에게로 끌리는 국면을 솜씨있게 담아내죠.일에 빠져 앞만 보고 달려온 알피(앤소니 홉킨스 분)는 어느 날 밤 갑자기 '영원한 죽음' 이 다가옴을 느끼며 대오각성하게 되는데... 그 뒤 그의 인생 모토는 '웰빙', 곧 조깅과 건강식품이 돼버립니다. 알피는 스포츠카를 사고, 치아 미백과 태닝을 하며 새 삶인 '제2의 청춘' 을 꿈꾸죠.그는 젊게 살고 싶은 일념으로, 언제나 '솔직하고 바른 말' 만 해줬던 조강지처 헬레나(젬마 존스 분)를 버리고, 딸벌의 어린 여자와 결혼한다고 전격 발표합니다. 불쌍한 헬레나, 그녀는 '진실은 늘 아름답다' 라는 말을 철썩같이 믿었던 게죠. 사실은 반대인데...남편에게 배신당한 채, 큰 충격과 절망으로 알코올 중독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자살까지 시도했던 헬레나는, 미래를 본다는 깜찍한 사기꾼 점성술사 크리스탈(폴린 콜린스 분)을 만나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됩니다.크리스탈은 첫 상담일부터 감언이설로 헬레나의 혼을 쏙 빼곤, 그녀를 장미빛 환상에 빠뜨리죠."헬레나, 당신의 문제는 늘 스스로를 탓한다는데 있습니다. 당신은 자신을 너무 괴롭히고 있어요.제 앞엔 지금 엄청난 게 보입니다. 긍정적 에너지의 거대한 물결이 당신에게 몰려가고 있어요. 당신에겐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에요. 내 말 믿어요. 더욱이 당신 전남편은 새로 만난 여자를 당신만큼 사랑하지는 않을 거에요."한데... 그들의 딸 샐리(나오미 와츠 분)는 소설가 데뷔 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내지 못하고 있는 반백수 남편 로이(조쉬 브롤린 분)와 다툼이 끊일 날이 없습니다. 차기작 압박에 시달리던 로이는 건너편 집 창가의 붉은 옷을 입은 신비스런 여인 디아(프리다 핀토 분)에게 집착하게 되죠.생활고와 스트레스에 괴로워하다 결국 꿈을 접고 갤러리에 취직한 샐리 역시, 부유하고 지적인 매력남 직장 상사 그렉(안토니오 반데라스 분)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을 품기 시작합니다.그렇게, 삶의 전환점과 관계의 위기, 그리고 사랑의 유혹 앞에 선 여덟 명의 남녀... 그들을 둘러싼 동상이몽의 좌충우돌 로맨스가 코믹하게풀어지죠.헬레나는 남들이 뭐라든 환생을 믿으니 삶에 희망이 생깁니다.예지력이 넘치는 크리스탈에게 전적으로의지하게 된 헬레나는 "그저 듣고 싶은 이야기 해주고 돈 받는 거에요" 라며 비아냥대는 밉쌀스런 사위 로이를 향해 한방 먹이죠."자네는 나에게 돈(생활비) 받으면서도 듣고 싶은 이야기 안 해주잖아?"시니컬한 로이는 그런 장모 헬레나를 보며 “신경안정제보다 환상이 도움이 된다” 는 평가를나름 내립니다.생뚱맞게도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6번 D장조가 우아하게 흐르는 가운데... 샐리는 로이와 함께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 격인, 아빠의 새 아내 샤메인(루시 펀치 분)과의 상견례를 갖습니다.공상과학영화 속 외계 행성 지도자의 딸 역할로 할리우드에 잠깐 진출했었지만 워낙 배타적인 동네인지라 연줄이 없어 잘 안됐다는 샤메인...샐리가 샤메인에게 그럼 앞으로의 계획이 뭐냐고 묻자, 그녀의 삶을 변화시킬 거라던 알피는 대신 대답하죠."계획은 나랑 결혼하는 거야. 셰프리지 부인이 되는 거지. 아들을 낳아 축구를 가르칠 거야."집에 돌아온 샐리는 로이에게 흥분하며 외칩니다. "엄마랑 이혼하고 만난 여자라는 게 그런 싸구려라니! 잠자리 연기가 다였을 삼류 여배우하고 말야. 남보기 창피하고 역겨워 혼났네. 아빠가 나보다 먼저 애를 가지면 그게 무슨 망신이야?"알피는 그래도 전처 헬레나가 너무 무기력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오랜 친구인 피터 부부에게 그녀를 퍼스널 쇼퍼로 고용하도록 부탁합니다.그런데 헬레나는 그곳에서 피터의 자상한 신비주의자 삼촌 조나단을 소개받게 되죠.요즘 한창 영혼과 접촉(?) 중이라는 그는 최근에 부인과 사별했는데 '오컬트(Occult) 서점' 을 운영하며 그 쪽에 아주 독실하다고 조카는 전합니다.한편, 로이와 샐리는 싸우는게 일상이 돼버려 그들이 어떻게 처음부터 사랑했는지 잊어버렸죠.서로에게 빠졌던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시절... 로이는 샐리에게 말했습니다."의대를 졸업하던 날 의사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깨달았지. 오로지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뿐였어."로이의 처녀작은 그런대로 주목받았지만 그걸로끝이었습니다.한편, 샐리의 상사 그렉은 선물용 명품 목걸이를 사야 한다며 그녀에게 조언해달라고 하더니만, 오페라 공연에 함께 가면 어떻겠냐고 은밀히 다가섭니다.그것도 품격있는 도니제티의 벨칸토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말이죠.오페라를 같이 감상하며 샐리는 이토록 고상하고 배려심 깊은 훈남 그렉에게 홀딱 반하고 맙니다.파국을 예감했을까요... 매력이 철철 넘친다며, 그렉에게 완전히 빠진 샐리를 향해 친구는 진지하게 충고하죠."상사와 너무 가까이 지내면 안돼. 파멸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그래도 친구는 지금이 적기라며 샐리에게 갤러리 비지니스를 동업하자고 제안해 그녀의 마음을 한껏 부풀게 합니다. 어느날, 로이는 친구 헨리로부터 자신의 첫 소설을 읽어봐 달라는 부탁을 받죠. 한데 헨리의 처녀작은 로이의 네번째 소설보다 훨씬 훌륭했고... 작품을 다 읽고 난 로이는 다시 침울해집니다.그가 삶의 위안을 받는 유일한 대상은 건너편 창가에서 갈수록 자신을 애타게 만드는  디아뿐이죠.그녀는 보케리니의 기타 5중주곡 '판당고' 한 소절을 연주하다가 방해가 된 건 아닌지 미안해합니다.누군가의 뮤즈가 되는 게 꿈이었다는 디아에게 로이는 "제 다음 책은 붉은 옷의 여인에게 바치겠습니다" 라며 노골적으로 집적거리죠.책 출판에 대한 아무 소식이 없자 불안감만 커져 가던 로이는 출판사로부터 '부분은 좋은데 전체론 그렇다' 는... 사실상 거절 통보를 받곤 매우 고통스러워 하죠.한데 뜻밖에도 동료로부터 헨리가 사고로 죽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앞뒤 가릴 계제(階梯)가 아닌 로이는 이성을 잃은 채, 헨리의 원고를 훔쳐 출판사에 버젓이 자신의 야심작이라며 건네죠.결국 기대 이상으로 폭발적인 호평을 받으며 스타 작가 반열에 오른 로이... 그는 급기야 샐리와 이혼한 후, 유명 소설가와의 로맨틱한 삶을 꿈꾸는 디아의 집으로 들어가게 됩니다.이렇듯 남편에게 헌신짝처럼 버림받은 헬레나와 샐리 모녀는 각자 짝을 찾아나서지만 결코 수월한 일이 아니죠.샐리는 그렉에게 신인작가로 적극 추천해줬던 친구 아이리스가, 자신이 그렉을 위해 모델 노릇까지 하며 골라준 목걸이를 하고 있는 걸 발견합니다.안타깝게도... 아이리스는 그렉과 사랑에 빠졌다며 샐리를 절망케 하지요.미련을 못버린 채 다가서는 샐리를 향해, 그렉은 야속한 결별의 말을 전하며 그녀를 또다시 비참하게 만듭니다."우린 예술적 취향이 비슷한 동료 관계였소. 난 이혼한 후 당신이 소개해준 아이리스와 새 삶을 꾸릴거요. 아뭏든 이젠 갤러리 업계의 라이벌이 됐네요. 정말 인생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아름답지 않소? 새 사업에 행운이 있기를 빌겠소."훤칠하고 잘 생긴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사람이라며... 헬레나가 새롭게 결합하려 애쓰는 조나단 역시, 사별한 전처를 잊지 못한 채 사뭇 그녀의 애를 태웁니다. 죽은 여자와 경쟁하는 게 제일 힘든 셈이죠.하지만 네명의 중심 인물 중에서 가장 안쓰러운 처지로 전락하는 건 알피입니다. 엉덩이에 인공관절을 넣은 자기 나이 또래의 여성은 질색였던 알피는, 그토록 원하던 쭉쭉빵빵 몸매를 지닌 콜걸에게 매혹되어 재혼했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남는 건 환멸뿐이었죠.그런 알피는 고민 끝에 헬레나를 만나 크게 실수했다며 다시 시작해보자고 간청하지만, "새 삶이 있어 과거를 잊고 싶을 뿐" 이라는 그녀에게 보기좋게 퇴짜를 맞고 맙니다.헬레나는 나름 진지하게 거절의 변을 얘기하죠. "알피, 다음 생이 있으니 걱정말아요. 우리 인생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아요. 이 세상엔 우리가 모르는 신비한 비밀이 있다고 해요. 난 전생이 있어요. 크리스탈이 알려줬고, 내 영적 세계를 이해해주는 신사분 조나단도 알아요. 이제 당신에겐 새 아내가 있잖아요. 아들 갖는 게 소원이었으니 그 여자한테 낳아달라 해요..."소설가 사위 로이의 결말 또한 결코 이에 못지않게 찌질하기 짝이 없습니다.그는 뜻밖에도, 죽은 줄만 알았던 헨리가 비록 의식불명의 큰 부상을 입은 상태이지만 아직 살아 있다는 청천벽력의 비보를 접하죠.실제 병문안 자리에서 헨리는 로이가 벨파스트의 아동 포르노 작가 얘기를 써 베스트 셀러는 따논 당상이라는 얘기를 들려주자... 눈을 깜빡거리는 기적(?)같은 반응을 보입니다.샐리 역시, 철석같이 믿었던 엄마 헬레나로부터 자신의 새로운 갤러리 사업을 위한 경비 지원을 거부당하죠.크리스탈이 별점을 보아하니, 당분간 딸 샐리는 전망이 없어 보이니까 돈 빌려주면 안좋다고 했다나요...영화 엔딩 신... 내레이터는 오프닝 크레딧에서도흘렀던 레온 레드본의 노래 'When you wish upon a star' 를 배경으로 담담하게 전합니다."이제 헛소리와 분노로 가득 찬 무의미한이야기를 마쳐야겠다. 인생은 이렇듯 불확실성과고통으로 가득 차있는데 그럼 우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로이가 말했듯이 가끔은 환상이 신경안정제보다 도움이 된다."새 연인 조나단은 헬레나에게 하늘나라의 전처가 당신과의 재혼을 드디어 허락했다며 고백하죠. "난 전생이 가끔 떠올라요. 농부였던, 그냥 평범한 농부... 그렇지만 당신은 아주 특별한 존재였소. 내 직감에는 당신은 클레오파트라나 잔다르크 였던 것 같소."헬레나는 이에 화답합니다."크리스탈도 제게 분명히 전생이 있었다고 했어요. 제가 프랑스제를 좋아하는 걸로 봐선아마 잔다르크 쪽이 맞나 봐요."예측불허의 유쾌한 연애소동극 <환상의 그대> 는 그렇게...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6번 D장조의 3악장 론도 알레그레토' 와 함께 그 막을 내립니다.1. 영화 <환상의 그대 -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트레일러(2010)- https://youtu.be/BMOpyl14mII삶에 실망한 인물들은 ‘환상의 그대’ 를 그리며 제2의 커리어, 두 번째 청춘, 내생(來生),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꿈꿉니다만... 우디 앨런이 보기에 아무리 난리를 쳐도 우리가 확실히 만날 영화 타이틀의 주인공, 다가올 ‘그’(tall dark stranger)는 다름 아닌 '죽음' 인 것이죠. 영화평론가 김혜리가 언급한 바 있듯이 "우디 앨런 영화가 예외없이 제공하는 다른 즐거움 하나는 그의 인물들은 진득이 앉아서 논쟁하지 않는다" 라는 점입니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실내에서 부부나 가족들이 흥분해 이 방 저 방을 쏘다니며 말다툼을 벌이는 광경을 앨런만큼 훌륭하게 쓰고 연출하는 작가는 달리 없다" 는... 하여, "저런 집안 싸움이라면 언제든지 구경할 용의가 있다" 라는 식으로 말이죠.- https://youtu.be/GKRKTJPE94M“인생이란 걸어 다니는 그림자. 무대에서 한동안 활개치고 안달하다 끝내 아무도 귀기울여주지 않는 가엾은 배우. 소음과 광기가 가득하나 결국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바보가 지어낸 이야기.”  셰익스피어 희곡 < 맥베드 > 5막5장의 인용으로 그 막을 열어가는 < 환상의 그대 >.영화 속 키워드는 ‘환상’ 으로... 여기서 환상은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게 아니라 씁쓸하고도 퍼석퍼석한 맛이죠. 그거라도 없으면 인생살이가 너무 고달파서 붙들고 있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손아귀에 쥔 모래처럼 스르륵 빠져나가 더 큰 공허와 고통으로 우리를 몰아넣는 게 환상인 겁니다. 잡을 수도 놓아버릴 수도 없이 질기게 우리 곁에 머무는 환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을 추동하는 강한 힘을 발휘하죠. 우디 앨런은 이 '환상' 이란 명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 방식대로 끔찍한 불행을 부정하고 또 합리화해요. 그렇게 해야 인생을 살아갈 수 있거든요. 계속해서 현실을 부정하거나, 또는 예술적 영원성 또는 우주의 섭리라는 환상을 믿거나 환생 같은 여러 가지 환상들을 믿으면서요. 우리가 인생을 지탱하고 필연적인 것을 피하기 위해 추구하는 모든 것들 - '명성, 부, 화려함과 명예 같은 것들' - 이 결국 불멸을 영속시키고 모두의 마음 깊숙이 느끼고 있는 삶과 죽음의 비밀이라는 공포를 피하기 위해서니까요.”그럼에도... 영화 < 환상의 그대 > 는 왠지 <한나와 자매들> , <범죄와 비행> ,<앨리스>, <부부일기> 등 뒤틀린 결혼생활을 다룬 1980, 90년대 우디 앨런 작품들과 한궤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 짙게 드리워지는 게 사실입니다.우디 앨런이 노장이라는 사실에 기댄 쉬운 짐작이라는 걸 인정하지만... 2010년을 넘어선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관찰보다 기억의 창고에서 끄집어낸 재료로 만들어지고 있는 인상을 떨쳐낼 수 없죠.2.보케리니 기타와 현을 위한 5중주 4번, G.448 '판당고(Fandango)' 3악장 'Grave assai'  - 보케리니 앙상블https://youtu.be/UziMcCHnwQg- 전악장(배경 '고야' 의 회화)https://youtu.be/6CEJkj34fbU끝악장에 ‘판당고’ 가 붙어 있는 기타 퀸텟 D장조는 아마도 보케리니의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자 스페인 실내악의 꽃일 것입니다. 이 기타 5중주 곡을 쓴 동기에 대해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 보케리니는, "당시 스페인 왕실 기타리스트인 바실리오 신부가 루이스 황태자를 위해 스칼라티의 판당고를 멋지게 즉흥 연주하는 것을 듣고 감동한 나머지 그것을 본떠 작곡하였다." 라고 적고 있죠.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스페인의 민속음악은 확실히 어느 정도 보케리니의 음악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수 있습니다. 첼로 연주에 능숙했던 그가 기타란 악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죠.본디 이곡은 1788년에 작곡한 '두 개의 첼로를 위한 5중주, Op.50-2' 의 첫 악장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그가 만든 12개의 기타 5중주곡 중 첫 곡 D장조 3악장에서 다시 인용하였습니다. <환상의 그대>에 등장하는 3악장 첫머리 서주의 성격을 띠는 '그라베 앗사이(Grave assai)' 에 이어, 빠른 템포의 판당고는 기타의 힘찬 라스기아도 주법과 첼로의 쉼 사이에 타악기인 캐스터네츠를 울려주어 스페인의 향취를 더욱 강렬하게 맛보여 주고 있죠.비온디, 사발 등 판당고에 불꽃 같은 열정을 담아낸 화끈하고 감각적인 연주도 훌륭하지만...호세 미구엘 모레노와 라 레알 카마라의 연주는 그와는 전혀 다른 우아하고 고전적이며 섬세한 아름다움을 담아낸 또 다른 명연으로, 5중주의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줍니다.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고아한 울림과 과장되지 않은 앙상블의 매력은 여전히 각별하며, 모레노 형제가 예페스와 이 곡을 녹음했던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정이기도 하죠.3. 모차르트 세레나데 6번 D장조, K.239'Serenata notturna'- 조르디 사발 과 르 콩세르 드 나시옹(2006)https://youtu.be/j1EI4kwr1kw모차르트는 이 세레나데 작품을 20살 때인 1776년 잘츠부르크에서 작곡했으며 곡의 부제,  '세레나타 노르투나 (Serenata notturna)'는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드 모차르트가 붙였다고 합니다.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의 궁정 음악가로 일할 때 세레나데와 디베르티멘토 같은 실내 음악을 많이 작곡했죠. 교향곡이나 소나타처럼 형식이나 내용의 깊이가 있기보다는 사교적, 오락적 목적 때문에 우아하고 화려한 색채가 강합니다.그런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 바로 영화에 삽입된 '세레나데 6번 D장조, K.239', 그리고 '하프너 세레나데 D장조 K.250' 이죠.4. 도니제티 오페라 <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Lucia di Lammermoor > 3막 3장 에드가르도의 아리아 '날개를 펴고 하늘로 간 그대여'(Tu che a dio spiegasti l'ali)-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리차드 보닝 지휘 로열오페라https://youtu.be/MDP5yollRxM?list=PLIeruqp_VemoJcpfrUDScA8dEckcLaElk- 테너 호세 카레라스https://youtu.be/Mz8tRioI4JY3막 피날레... 비탄에 빠진 채 조상들의 묘비 사이를 서성이던 에드가르도는 연인 루치아가 정신착란으로 남편을 살해하고 죽고 말았다는 비보를 접합니다.그는 마지막 아리아 '날개를 펴고 하늘로 간 그대여' 를 비통하게 부르며 자기의 가슴을 비수로 찌르고 루치아의 뒤를 따르죠.'당신은 하느님에게 날개를 펼쳤지오 아름다운 나의 사랑에 빠진 영혼이여내게로 몸을 돌려요 진정하고 당신과 함께 올라가게 해요 당신의 진정한 사랑아! 만일 인간의 분노가 우리에게 그렇게 잔인한 싸움을 하게 했다면만일 우리가 지상에서 갈라져 있었다면결합시켜 주소서 우리를 하늘에 계신 하느님이여'이 엘레지 풍의 아리아는 극중 샐리가 그렉과 함께 오페라를 관람하던 시퀀스에 흐르지요.루치아의 죽음을 슬퍼하며 에드가르도가 부르는‘날개를 펴고 하늘로 간 그대여’ 는 리릭 테너의 기교를 초절정으로 보여주는 벨칸토 아리아의 정수입니다. 특히 마지막 첼로 반주와 숨이 끊어지며 부르는 테너의 목소리는 루치아의 '광란의 아리아(Mad Scene)' 에 필적할 만하죠.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처연한 비감미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감동의 진폭을 온몸으로 공명케 하는... 이토록 비극적 운명의 아리아는, 새로운 사랑에 들뜨며 설레이는 샐리의 표정과 교차되며 기묘한 조화를 이뤄냅니다.4. 'When you wish upon a star' / 디즈니 <피노키오 - Pinocchio>- 클리프 에드워즈 와 디즈니 스튜디오 코러스https://youtu.be/pguMUFyJ3_U- 루이 암스트롱(부에나 비스타 레코드, 1968) https://youtu.be/uReGn1l4ir8- 렉시 워커https://youtu.be/IQZcjc5WhmE'When you wish upon a star(별에 소원을)' 은 1940년에 제작된 디즈니의 명작 애니메이션 < 피노키오 - Pinocchio > 의 주제곡이죠. 꿈을 꾸는 듯한 분위기의 낭만적인 선율에 누구든지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별에 소원을 바란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건 없다고 노래합니다. 네드 워싱턴이 쓴 가사에 레이 할린이 선율을 더하여 발표한 곡으로, 1941년 제1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과 음악상을 수상하였죠.이후 디즈니 제작영화를 대표하는 로고송으로 쓰였던 이 'When you wish upon a star' 는, < 환상의 그대 > 오프닝 크레딧과 엔딩 신을 장식하며 언젠가 다가올 장미빛 사랑을 꿈꾸는 주인공들의 환상을 암유하고 있습니다.5. <환상의 그대> OST마술쇼, 오페라 등이 자주 등장하는 우디 앨런 영화에는 공연이 끝나고 관람을 마친 극중 인물들 - 주로 커플- 이 집으로 돌아가는 다음 신까지, 앞선 공연 장면의 음악이 흘러넘치는 경우가 많죠.매번 마냥 진부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방식이지만 좀처럼 질리지 않는 연결로 다가옵니다. 질리기는커녕 볼 때마다 마음의 속살이 연해지죠. 라이브 공연을 보고 난 직후 몸 안에 음악과 그것이 자아낸 감정이 한동안 괴어 있는 경험이 그만큼 보편적이기 때문일 겁니다.오프닝 크레딧과 엔딩 시퀀스에서 주제가 역할을 하는 'When you wish upon a star' 외에도,앨런 취향의 재즈 스타일 스코어들이< 환상의 그대 > 속 화면 곳곳을 유쾌하고도 익살스런 색깔의 선율로 수놓고 있죠. 5-1. 'When my baby smiles at me' - 테드 루이스 재즈 밴드(1920 버전 폭스 트롯)https://youtu.be/GoELSBpR9Nk5-2. 'I'll dee you in my dreams' - 브루스 스프링틴 https://youtu.be/dJkaZ8hQM605-3. 'If I had you' - 프랭크 시네트라https://youtu.be/6mi7RUNy24w5-4. 'Let your body move' - 바이브즈 카르텔https://youtu.be/9eQqK6aqugI5-5. 'Only you (and you alone)' - 더 플래터스https://youtu.be/3FygIKsnkCw5- 6. 'Mais si l'amour...' - 기울리야 로스 텔라리니https://youtu.be/UmAQ4XuvtCI5-7. 'I never loved you' - 루비 아만푸https://youtu.be/pDDGVCg8Jjk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6-14 11:49

전북동부보훈지청(지청장 이윤심)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고귀한 희생 가슴깊이 새깁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대국민 호국정신 함양과 보훈 공감대 형성을 위하여 ‘기억해요 1950 챌린지 캠페인’을 추진한다.이는 기억해요 195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기억하다’라는 의미의 수어를 통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유공자의 희생을 기억하고, 그분들께 감사를 전하는 것이다. 참여방법은‘기억하다’라는 의미의 수어를 하는 모습을 촬영하여 본인 SNS에 게시하거나, 지청 자체 SNS에 업로드되어 있는 수어동작 이미지를 재공유하면 된다. 기존의 챌린지 방식과 다르게 지목 없이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자세한 참여방법은 전북동부보훈지청 SNS(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챌린지에 ‘강철부대’의 박군, KBS TV유치원 21대 하나언니 김수연, 그리고 송하진 전라북도지사, 김성주·김윤덕 국회의원도 동참하였으며, 유명인사들의 챌린지 참여 영상은 6월부터 전북동부보훈지청 SNS에 순차적으로 게시될 예정이다.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6-05 16:04

2021년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영화제 기간인 6월 19일과 20일 양일 간,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기념관에서 ‘평화 아카데미’를 개최한다.  평화 아카데미는 강원 지역 유소년들과 각 분야의 예술가, 연구가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유소년들에게 평화를 모토로 한 문화 예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2021년 평화 아카데미 주제는 '공존과 유대'. 아카데미 기간 동안 활동가와 유소년들이 수평적 배움의 시간을 갖게 되며 평화, 환경, 감각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친근하고 가벼운 놀이 방식으로 평화에 대한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워크숍이 열리며, 올해는 도내 최초의 공립 대안학교인 강원도 홍천의 노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빠띠, 춘천마임축제 그리고 알맹상점과 함께 한다. 새로운 소통과 협력 방식을 확산하기 위한 커뮤니티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는 평화와 공존을 주제로 청소년 스스로 캠페인을 기획하고 콘텐츠를 제작하여, 이론적 학습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실천과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토론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문화 축제인 춘천마임축제는 몸이 가진 원초적 에너지와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신체를 통한 몸의 언어를 찾아보고 나와 타인에 대한 소통 창구를 열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쓰레기를 줄이는 우리 동네 대안 프로젝트로 시작한 알맹상점은 환경 복합 플렛폼으로, 생활 속 깊게 자리잡은 플라스틱의 문제점과 심각성을 파악하고 어렵게만 생각했던 환경 실천의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수업으로 개인이 노력할 수 있는 방법과 실질적인 실천 방법을 생각해고 실천해 보는 워크숍을 진행한다.평화 아카데미는 코로나 19 상황을 반영, 거리두기와 정부 지침 방역 매뉴얼을 철저히 준수하며 진행된다. 올해 세 번째로 개막하는 2021년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알펜시아 일원에서 6월 17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된다.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6-04 14:00

“그는 뉴욕의 거리를 사랑하고 있다. 무엇보다 뉴욕은 현대 문화의 황폐함에 대한 은유인 곳이다...그는 또한 강한 남자다. 그의 검은 뿔테 안경 뒤론 강인한 섹시함이 숨겨져 있다(맘에 드는군). 그는 뉴욕을 사랑하며 영원히 그럴 것이다." 우디 앨런(이삭 데이비스 역)의 제법 장황스런 1인칭 내레이션으로 그 막을 열어가는 영화 <맨해탄>은, 먼저 뉴욕의 거대한 빌딩 숲과 사람들의 일상적 풍경을 하나하나 비춰냅니다. 마천루의 야경과 뒷골목의 주차장, 건설 현장과 노동자들, 시위하는 군중, 학교 수업이 끝나고 왁자하게 몰려나오는 아이들, 거리를 지나가는 예쁜 여자들, 연애를 즐기며 키스하는 청춘 남녀들, 그리고 브로드웨이의 명멸하는 입간판, ‘즐겨요 코카콜라!’ 광고판, 링컨 센터, 롱샷으로 잡은 뉴욕 양키즈의 야간 스타디움과 밤 전철의 풍광들이 화면 위로 바쁘게 흘러가면서, 이삭은 자신이 쓰고 있는 드라마 대본을 약간 시니컬한 목소리로 읽어나가죠. “제1장, 그는 뉴욕시를 흠모한다” 는 대사와 함께 뉴욕에 대해 이런저런 묘사를 늘어놓다가... "아니, 다시 해야겠군", "이건 너무 감상적이야", 또 "이게 낫군" 하면서 여러 차례 말 바꾸기를 시도합니다. 뉴욕의 매력을 줄줄 늘어놓는가 싶다가도 “마약, 시끄러운 음악과 TV, 범죄와 쓰레기로 가득찬 도시” 같은 단어들을 토해내기도 하지요. <맨해탄>은 이렇게 묘한 뉘앙스의 대사로 뉴욕을 툭툭 건드리면서 시작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도입부 시퀀스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흐르는 음악이 있죠. 바로, 주빈 메타 지휘의 뉴욕 필하모니가 연주하는 조지 거쉰인의 '랩소디 인 블루' 로, 이삭은 뉴욕에 대해 “조지 거쉬인의 음악이 고동치는 도시” 로 정의합니다.이삭의 직업은 TV 방송 코미디 작가로,낭만적이고 수다스러우면서도 어딘지 소심해 보이는 이혼남의 캐릭터이죠.거대하고 휘황한 메가시티에서 뭔가 애정 결핍 같은 것을 지니고 살아가는... 뿔테 안경을 쓴, 약간 위선적인 지식인으로 비치기도 합니다.이혼한 이유가 아주 웃기죠. 결혼 생활을 하다가 아내 질(메릴 스트립 분)이 성 정체성을 찾았다면서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간 겁니다. 이토록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블랙 코미디 같은 상황은 더 악화되어서 질은 이삭과의 악몽같았던 결혼 생활을 책으로 내려고까지 하죠. 그렇다고 이삭이 마냥 우울하게 지내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는 17세 소녀 트레이시(마리엘 헤밍웨이 분)와 사귀며 나름 행복하게 지내고 있지요. 불륜은 아니지만 자신보다 27살이나 적은... 너무 어린 나이의 여자와 사귀는 모습은 이삭의 혼돈스런 정신 세계를 대변합니다. 자신에게는 오리려 행운이라면서 이혼 생활을 즐기는 식이죠. 오프닝 시퀀스에서 뉴욕을 예찬하는 이삭의 내레이션을 끝낸 앨런은, 이어 '엘레인(Elaines)' 간판의 레스토랑을 조명합니다.그곳엔 예일과 에밀리 부부, 그리고 연인 관계인 이삭과 트레이시, 두 커플이 토론을 벌이고 있지요.자못 현학적인 예술관을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하는 트레이시... 먼저 예일이 시작합니다. "예술의 기본은 인간의 주어진 상황들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야만 자신이 몰랐던 그런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거야." 이삭은 말하죠. "재능은 운이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야."에밀리는 트레이시를 향해 "이 말싸움을 20년째 하는 중이란다" 라며 웃습니다.이삭은 아랑곳 않고 촌철살인의 '썰' 을 신랄하게 풀어대죠."만약 우리 네 사람이 같이 다리 위를 걸어가는데 물 속에 사람이 빠져서 죽어가고 있다면 그 차가운 물 속으로 그 사람을 살리기 위해 뛰어들 용기있는 사람이 우리 중에 있을까? 중요한 질문이야. 난 물론 수영을 못하니깐 제외되지만..."암에 걸릴까봐 연기를 들여 마시지는 않으면서도 "멋져 보이는데 어떻게 담배를 피우지 않을 수 있겠냐" 라고 촐삭대는 이삭입니다.예일은 맞장구치죠. "맞아, '근사한 당신의 모습' 이란 광고 문구지?"이삭은 먼저 일어나는 트레이시를 보며 예일 부부에게 얘기합니다."난 내 또래의 아빠를 둔 아이와 사귀고 있는 거라고. 낼 시험이 있어 그만 가봐야 한다는 학생과 말이야. 내 인생에 처음있는 마법 같은 일이지."예일은 레스토랑에서 나와 아내를 멀찌감치 떨어뜨리곤 이삭에게 말 못할 고민을 은밀히 털어놓죠."요즘 표현하기 힘든 성격의 소유자로, '메리' 라는 멋지고 아름다운 여자 작가를 만나고 있어. 늘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그렇게, 이삭의 친구인 예일(마이클 머피 분)은 메리(다이안 키튼 분)와 사귀고 있습니다. 문제는 예일이 유부남으로, 그녀와 바람을 피고 있다는 것이죠.이삭은 트레이시와 같이 전시관에서 카스텔리 사진 작품을 관람하다 예일과 함께 온 메리와 처음 마주치게 됩니다만... 주관이 강하고, 달라도 너무 다른 둘은 첫 만남부터 티격태격하죠. 전시 작품이 환상적이고 멋있었다는 이삭을 향해 메리는 다이앤 아버스 작품을 흉내만 낸 것처럼 보여 별로였다고 깎아내립니다. "부정적인 가능성이 있었고요. 아래층의 다른 것들은 전부 쓰레기였죠."한데 메리가 빼놀 수 없다는 모차르트에 빗대며, 고호랑 잉마르 베르히만을 언급하는 이삭의 깐죽거림에 제대로 열받은 그녀는 결국  폭발합니다."잉마르는 현대 영화의 유일한 천재 감독이에요. 어쩜 완전 반대네요. 멋진 TV 프로 작가이면서 사고방식은 완전 북유럽풍이니, 너무 차갑지 않나요? 진정한 사춘기와 염세주의 ... 침묵으로 일관하잖아요. 한 개인의 정신과 성적인 의존도를 웅장한 철학이란 이름으로 너무 엄숙하게 표현하는 게 보이지 않아요?점입가경으로... 메리는 이러고 싶지 않았다며, 자신은 필라델피아 출신이고, 하나님을 믿는다는 식으로 그만 논쟁을 마무리하려 듭니다."그건 무슨 말이에요? 나 원...흥분한 이삭은 게거품을 물며 트레이시에게 외치죠. "정말 '또라이' 지 않나? 완전 정서불안이지. 최악이라고! 말장난만 하고 말야.어떻게 감히 피츠제랄드와 하인릭 같은 위대한 사람들을 평가하겠다는 생각이 나온 거지? 똑똑한 체, 아는 체 하는 게 너무 싫어. '고호' 발음하는 거 봤지? 주제에 잉마르 베리히만 이야기라니, 렌즈가 빠지도록 쳐줬을거야. 그녀가 예일 애인이라니 불가사의한 일이야. 멋진 아내를 두고도 그런 정서불안의 여자를 만나다니..."베로니카 헤이와 리타 헤이워즈를 혼동하는, 또 애니메이션 < 톰과 제리 > 속 '제리' 처럼 말하는 트레이시... 너무 긴장해서 그런 거 아니겠냐며 메리를 나름 이해해주는 그녀에게 이삭은 삶의 충고랍시고 한마디 던집니다."날 네 인생의 도피처로 삼으면 안돼. 난 보수적이라 유부남과 사귀는 건 반대야.비둘기나 천주교 신자처럼 한 사람과만 살아야 한다고 봐."트레이시는 "사람들은 한사람만 사랑하긴 힘든가 봐요. 어쩜 우린 다양한 길이의 인간관계를 갖도록 뜻해졌는지도 모르죠. 아저씨 생각은 고리타분한 거에요." 라며 자못 어른스럽게 응답하죠.이토록 기묘한 커플인 두 사람은 논쟁을 이어갑니다... " '고리티분' 을 함부로 말하지 마. 넌 겨우 17살이야!" 넌 마약과 TV 세대지만 난 2차대전 세대라고. 난 참호 속에도 있어봤어.""2차대전 때 8살이었잖아요."허풍을 떨다 들통난 이삭은 바로 꼬리 내리며, "맞아. 참호 속에 없었어. 중간에 들어가 있었지. 아주 힘든 상황이었어." 라며 횡설수설 주절댑니다.어쨌든 든든한 직장도 있겠다, 그다지 두려움도 불편함도 없었던 이삭은 그놈의 성질머리 때문에 직장을 박차고 나오게 되죠. 이삭은 방송사에서 가짜 웃음 소리와 허구의 박수 소리를 주조종실에서 넣는 모습에 진절머리를 칩니다.이건 조작이요, 거짓이라면서 평생 쓰레기 같은 프로그램이나 만들라고 저주를 퍼붓고 일을 때려친 이삭...저녁 모임에서 "왜 직업을 그만 뒀냐" 는, 걱정섞인 질문에 그는 능숙하게(?) 둘러댑니다. "한 30초 정도 영웅이었지만 이젠 졸지에 실업자가 됐어요. 엄청난 실수를 한 거죠."스스로를 망친 충동적인 거였지만... 덕분에(?) 시간이 많이 남아 평소에 원하던 책 출판을 준비하며 지내던 그는 앙숙 메리와 우연찮게 수 차례 부딪히게 됩니다. 처음에는 성향도 성격도 다른 듯해서 데면데면 했던 메리와 대화를 해보니, 이 여자 위트도 있고 지적인 모습이 트레이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공감대가 많음을 깨닫게 되죠. 그렇게 두 사람은 점점 친해지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의 아픔과 고민도 알게되죠. 언필칭(言必稱) '필라델피아 출신' 이라며...자존심 강한 메리는 유부남인 예일과 사귀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좋아하지만 결혼할 수 없는 자신의 현실이 버겁기만 하죠. 메리는 결혼생활을 깨는 것, 깊은 관계를 갖는 것 모두 원치 않는다면서도 막상 예일이 곁에 없을 땐 늘 그 생각만 합니다.그녀는 예일에게 "내가 왜 이래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 난 예쁘고 똑똑해서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데... 결혼 안 한 남자를 만나야 할까 봐" 라고 푸념하죠.만나는 횟수가 잦아지던 이삭과 메리는 센트럴 파크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와 맞닥뜨린 끝에 천문관에 들어가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합니다. 전혀 영문을 모르는 예일의 아내 에밀리(앤 베른 분)가 이삭의 새 여자친구 메리를 보고 싶다는 성화에... 못말리는 두 커플은 클래식 음악당에서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을 함께 감상하는, 해괴하고도 어색한 만남을 갖죠.공연 관람 후 이들은 수다를 떨다... 한 서점에서 이삭의 전처 질이 출간한 자서전 <결혼, 이혼, 그리고 자신 본위 - Marriage, Divorce, and Selfhood>를 견합니다."더 깊고 능숙한 여자와의 섹스는 허무한 경험과, 남편과의 이상한 몸짓뿐인 섹스에서 날 깨어나게 해줬다. 그는 분노를 부여받았고, 유대계 자유주의자란 망상을 가진 남성우월주의자에 혼자 잘난 염세주의자이며 절망적인 허무주의자이다.그는 인생에 불만은 있었지만 해결책은 없었다. 예술가가 되고 싶어 했지만 필요한 희생엔 주저했다. 가장 개인적인 순간엔 죽음에 대한 공포를 말했고, 자신의 비참함만 더했으며 거의 자기 도취증 수준이었다." 사실 얄밉게도 맞는 얘기입니다만.... 죽이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난다며 따지러 온 이삭에게, 질은 "전 남편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는 식의 나름 좋은 얘기도 썼다고 대꾸하지요.그녀는 한 술 더 떠 "이 책을 영화로 만드는데 판권을 팔까 생각 중이야" 라고 경고합니다.아뭏든 메리는 예일과의 연인 관계를 정리하고, 이삭 또한 하모니카를 선물한 트레이시에게 쓸데없이 정열을 소모한다며 그만 만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통보하죠. "넌 나한테 너무 의존하는 거 같아. 네가 21살이 될 때 쯤엔 남자를 12명도 더 만날 거다. 이보다 훨씬 더 정열적인 사랑일 거야. 이젠 네 인생을 펼쳐야지, 넓은 세상을 봐야 해.""날 위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아저씨가 원하는 거잖아요.""너무 앞서가지마. 난 42살이고 머리도 빠지고 있어. 이젠 귀도 안들리기 시작해. 이런 사람을 원하니?" "나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게 안 믿어져요. 불쾌하고요. ""내가 왜 죄책감을 가져야 하니? 늘 네 또래 애들을 만나라고 했잖아? 날 그냥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면 다 좋은 거잖아? 네가 성적으로 가장 왕성할 36살이 되면 난 61살이라고!"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진심으로 이삭을 좋아했던 트레이시는 크게 상심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죠.그런 모습에 어쩔 줄을 모르지만 자신의 새로운 사랑이 더 중요한 이삭은 메리와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날, 메리가 이삭에게 청천병력의 고백을 하죠. 아직도 예일을 잊지 못하고 있다고말입니다.메리와 사귀기 위해서 트레이시를 정리했는데... "아이를 함께 가질 유일한 남자로 이삭을 생각한다" 는, 바로 그 메리가 다시 예일에게 돌아가겠다고 나선 게죠. 그런 모습에 이삭은 분통이 치밀어 오르지만 그 울화를 표현할 방법을 잘 모르고, 또 그게 본인 스타일도 아닙니다. 그는 맥아리 없는... 병약해 보이는 지성인인 뉴요커의 표본처럼 당혹해 하다, 그 원수같은 친구 예일에게 한걸음에 달려가 어쩜 그럴 수가 있냐며 외치죠."개인적인 고결성을 갖는게 중요해! 죽은 후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았던 사람으로 기억되는..."이삭은 실연의 질곡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하릴없이 책 원고를 녹음합니다."인생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들이 있지. 나 같은 경우엔 투덜이 마르크스가 그 한 사람이고, 위대한 야구 선수 윌리 메이스, 주피터 교향곡의 2악장, 또 루이 암스트롱의 포테이토헤드 블루스 녹음이 있고...물론 플로베르트작의 '애정의 교육' 이란 스웨덴 영화,  말론 브란도와 프랭크 시내트라,화가 세잔의 놀라운 명화 '사과와 배',  삼우 중국식당의 게 요리가 있고, "그러다 "트레이시의 얼굴이 있다..." 대목에서 글 녹음을 무연히 멈춘 이삭은 벌떡 일어나서 예전에 트레이시가 선물했던 하모니카를 꺼내보죠.그는 집을 뛰쳐나와 2시간 넘게 줄창 달려간 끝에 막 공항으로 가려고 하는 트레이시 앞에 섭니다.이삭은 궁색하게도 메리와 관계가 깨졌다고 털어놓으며, 상처가 컸다는 트레이시에게 큰 실수였고, 또 그때 내 시각이 그랬었다며 제발 영국으로 가지 말라고 애원하죠. 트레이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국으로 가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고 해놓고 이제는 가지 말라고 왔다 갔다 하니 황당하기만 합니다.그래도 트레이시는 이삭을 사랑하기에, '6개월' 만 기다리라고 하죠. 이삭은 6개월이라는 소리에 난감해 합니다. 그에겐 아주 긴 시간인 게죠.이삭은 그저 "내가 좋아하는 네 모습이 변치 않길 바래" 라며 매달릴 뿐입니다.트레이시는 반년도 못 기다려주냐고 타박하죠. 그러곤 자신도 18세가 됐다며 어엿한 성년답게 충고(?)합니다."모든 사람이 다 변하는 건 아니에요.  사랑한다면 6개월은 긴 시간이 아니에요. 사람에게 믿음을 좀 가져봐요."콘크리트 블럭을 쌓아 올린듯한 허드슨강 건너편의 마천루를 보면서 54번가의 다리 밑에서 맨하탄을 관조하는 듯한 표정으로...이삭은 이 어른 같은 소녀의 "믿음을 가져보라" 는 말에 희미하게 웃습니다.어느덧 엔딩 크레딧... 드라마 < 맨해탄 > 은 조지 거쉬윈의 '랩소디 인 블루' 와 함께 그 막을 내리죠.1. 영화 <맨해탄> 트레일러 https://youtu.be/yt3cGMqtqyA<맨해탄>의 오프닝 신은 '주차장'(Parking) , '맨해탄'(Manhattan)으로 표시된 빌딩 네온사인이 명멸하는 가운데,조지 거쉬인의 몽환적인 '랩소디 인 블루' 에 실리는 이삭의 내레이션과 함께 합니다."챕터 1... 그는 뉴욕시를 흠모한다. 모든 것을 지각없이 숭배하고. 아니, 그러니깐... 생각없이 로맨틱하다 믿고... (이게 훨씬 낫군)그에게 계절에 상관없이 뉴욕은 변함이 없는, 조지 거쉬인의 음악이 고동치는 그런 도시이다(아니, 다시 해야겠군).챕터 1... 그는 맨해탄에 대해 모든 것에 그렇듯이 지나치게 낭만적이다. 사람들과 교통의 분주함 속에서 성장했다. 그에게 뉴욕은 아름다운 여인과 모든 것을 알듯한 똑똑한 사람들과 같은 그런 의미이다(아니, 이건 너무 감상적이야. 조금 더 심오하게 다시 해야지).챕터 1... 그는 뉴욕시를 흠모한다. 그에겐 뉴욕은 현대 문화 부패의 상징이다. 쉬운 길만을 찾는 개인들의 성실성 결핍은 그들의 도시에 대한 꿈을(아니, 이건 설교 같잖아. 책을 팔려는 티가 너무 나!)...챕터 1... 그는 현대 문화 부패의 상징이지만 뉴욕을 흠모한다. 마약, 시끄러운 음악과 TV, 범죄와 쓰레기로 가득찬 도시에서 살아남기란 얼마나 힘들었겠는가(아니, 너무 성난 느낌이다).챕터 1... 그는 뉴욕을 흠모하며 또한 강한 남자다. 그의 검은 뿔테 안경 뒤론 강인한 섹시함이 숨겨져 있다(맘에 드는군). 그는 뉴욕을 사랑하며 영원히 그럴 것이다."2. 영화 <맨해탄> 오프닝 신- feat. 조지 거쉬인 '랩소디 인 블루'https://youtu.be/UYG2oJP4fC8“영화란 건 멋진 장면 몇 개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하워드 혹스 감독의 이야기이죠. 그의 말을 곱씹으면서... 복고적인 화면에 담긴 뉴욕의 도회적 풍경이 인상적인 < 맨해탄 > 을 연상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습니다.'지나치게 지성적인 뉴요커들의 지나치게 특별한 고통으로 이뤄진 사랑의 서사...' < 맨해탄 > 은, 뉴욕 지식인의 사회를 유머 있게 풍자해온 우디 앨런의 작품 중 가장 완성도 높은 평가를 받는 필름으로 자리하죠.앨런은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으로 < 맨해탄 > 속 남녀 관계를 자전적 요소가 어우러진 로맨틱 코미디로 직조해냈습니다. 장중반, 동틀 무렵 이삭과 메리가 맨해탄 다리를 배경으로 앉아 있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이죠. 무려 16시간을 메리와 꼬박 함께 보낸 이삭은 벤치에서 일어나며 말합니다."정말 멋진 도시야. 다른 사람 말은 신경 안 써.여긴 정말 멋지지 않니?"오래지 않아 메리에게 사랑을 느낀 이삭이 "이해하지 못하는 지식은 전혀 필요가 없잖아? 모든 진정한 가치는 잊어버릴 거라면 다른 통로를 통해 네 안에 담아야지." 라고 주장하자,그녀는 반박합니다. "그건 동의 안 해. 합리적인 생각이 없다면 어떻겠어? 아마 네가 너무 지적인 것에만 집착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겠지."이삭은 이에 화답하지요. "넌 너무 걱정이 많지만 멋진 여자야!"우디 앨런의 영화를 논할 때 자주 거론되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찰리 채플린, 페데리코 펠리니, 잉마르 베리히만, 프랑소와 트뤼포 등이 그러하죠. 코미디언으로 출발했던 우디 앨런은 유럽 영화의 자양분을 자신의 영화로 끌어들였습니다. 니힐리스트 작가인 브레히트 식 연출기법을 영민하게 소화하고 희비극을 자유롭게 넘나듦으로써 영화세계를 넓힌 것이죠. <맨해탄>은 굳이 분류하자면 < 애니 홀 > 이후 우디 앨런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필독(必讀)의드라마로 논할 수 있습니다.<애니 홀>에서 그랬듯, 우디 앨런은 뉴욕이라는 도시의 열렬한 예찬자가 되었죠. 영화계의 가장 뛰어난 촬영감독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되는, <대부> 시리즈의 고든 윌리스가 촬영한 2.35 : 1의 와이드 스크린 속 풍경은 수려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중에서 도시의 조형미를 가장 빼어나게 담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밤에 질주하는 자동차, 공원에서 산책하는 사람들, 마차를 타고 바라보는 도시의 야경, 그리고 실내에서 은은한 음악을 틀어놓은 채 춤추는 남녀의 실루엣에 이르기까지...흑백 영화인 <맨해탄>은 세련되게 빛나고, 또 질서정연하며 이상화된 뉴욕의 모습을 매혹적으로 포착하고 있습니다. 우디 앨런은 이 영화가 '자신이 사랑하면서도 증오하는 도시에 대한 존경인 동시에 비판이 되기를 원했다' 고 밝혔지요.그의 작품에서 늘 또 다른 주인공으로 자리하는 감각적인 영화음악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도시를 포용하듯 울려퍼지는 거쉬인의 음악은 <맨해탄>을 '현대 도시에 관한 영화' 이자 '재즈 영화' 로 자리매김시켜주는 키워드가 되죠.우디 앨런 감독은 < 맨해탄 > 을 통해 자신만의 변함없는 고민을 줄기차게 투영합니다. 여러 여성들과의 관계 속에서 혼란과 방황을 거듭하는 남성을 직접 연기하면서 말이죠. 영화 결말에서 우디 앨런이 연기한 이삭은 10대 소녀에게 오히려 충고를 듣는 경험을 하죠. 그렇게... <맨해탄>은 <애니 홀>에서처럼 여성은 드라마 속 우디 앨런에게서 벗어나고 사랑은 과거시제로 환원됩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인물들 관계가 좀 더 복잡해진 것 정도라고 할까요. 코미디와 로맨스의 융합, 대중문화에 대한 은근한 비꼬기의 시선 또한 여전합니다. <맨해탄>은 프레임면에서도 흥미로운데 인물의 대화, 그리고 휴지기의 반복적인 구조는 영화의 감미로운 리듬감을 배가하는 장치로 작동하죠.하여, 영화는 재즈음악가이기도 한 앨런이 자신이 좋아하는 조지 거쉬인의 음악과, 자신이 아끼는 뮤즈 격의 배우들과 함께 흔연스레 어우러진 ‘뉴욕 예찬’ 의 작품으로 울려옵니다. 3. 조지 거쉬인 '랩소디 인 블루'- 게리 그라프만 피아노 주빈 메타 지휘 뉴욕 필https://youtu.be/kB2rzhfXGMI- 레나드 번스타인 피아노와 지휘 뉴욕 필https://youtu.be/cH2PH0auTUU재즈를 예술음악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 미국의 작곡가 조지 거쉬윈.거쉬윈은 뉴욕의 대중음악에서 출발해 그것을 자신의 음악적 특성으로 만들며, 클래식, 재즈, 그리고 영화음악까지 모든 음악 분야에서 뛰어난 작곡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당시 '킹 오브 재즈' 라 불리며 재즈 빅 밴드인 '폴 화이트먼 밴드' 를 이끌던 폴 화이트먼은,'스와니' 같이 유명한 곡을 지은 거쉬윈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그에게 재즈와 클래식을 아우르는 심포닉 재즈 스타일의 곡을 의뢰했죠. 이에 거쉬윈은 먼저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만들었습니다.하지만 자신의 오케스트레이션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그는, 화이트먼 밴드의 편곡자인 퍼디 그로페('그랜드 캐년 모음곡' 작곡가) 에게 편곡을 의뢰해 독주 피아노와 재즈밴드를 위한 음악으로 재탄생시켰죠. 물론 나중에 그로페의 오케스트레이션 실력은 '파리의 미국인' 으로 증명되었습니다.1924년 2월 12일 뉴욕 아이올리언 홀에서 초연되었는데 당시 상황은 이렇게 전해지죠."당시 아이올리언 홀의 분위기는 말이 아니었다. 많은 작품들이 서로 비슷비슷하게 들렸고, 홀의 환풍기도 고장난 상태였다. 청중들은 점차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랩소디 인 블루' 의 도입부인 글리산도(glissando)로 연주하는 클라리넷 선율이 들려왔다. 청중들의 눈은 갑자기 초롱초롱해졌다."재즈 음악과 클래식 음악의 경계선(?) 상에 걸쳐 있는 이 곡의 공연은 '현대 음악에서의 실험(An Experiment in Modern Music)'이라는 프로그램의 일부였죠.이때 콘서트를 관람한 유명인사 중에는 존 필립 수자,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야샤 하이페츠 등이 있었고, 공연 이후 이 곡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제목 ‘랩소디 인 블루’ 속 ‘블루’는 파란색, 또는 우울한의 의미가 아닌 '블루노트' 를 뜻하는 말이라고 하는데요.블루노트는 3음, 5음, 7음을 반음씩 내리는재즈의 독특한 음계를 뜻합니다.타이틀 자체에서도 재즈 요소가 숨어있었던 셈으로, '랩소디 인 블루' 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도입부의 클라리넷 글리산도가 리허설 도중 만들어졌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기도 하죠.문학수 음악평론가는 그의  저서 <내 인생의 클래식 101>을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해 줍니다."뒤로 갈수록 음악의 완성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이야말로 ‘거쉬인의 힘’ 이라고 할 수 있죠.미국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남긴 언급들이 흥미롭습니다. 그는 (느낌이 있는 책) 을 통해 말하고 있죠.'거쉬인은 대중음악을 쓰다가 클래식을 작곡한 사람입니다. '랩소디 인 블루' 는 별개의 이야기를 쑤셔 넣은 다음, 밀가루 반죽으로 얼기설기 이어붙인 곡이죠. 하지만 차이콥스키 이래 거쉬인만큼 아름다운 선율을 쓴 사람은 달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율에 있어서만큼은 슈베르트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지요. 거쉬인은 작곡을 거듭할수록 나아졌어요. 내가 거쉬인의 작품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진실함에 있지 않나 싶어요. 훌륭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오직 선한 의도만을 가진 작품이니까요.' "재즈 음악과 클래식 음악의 경계선(?) 상에 놓여있는 이 '랩소디 인 블루' 외에도 'Someone to watch over me' 를 비롯한 조지 거쉬인의 재즈와 발라드 풍 노래 세곡은,마이클 틸슨 토마스가 이끄는 버팔로 심포니오케스트라에 의해 미려하게 바리아시옹되며<맨해튼>의 화면을 서정적인 몽환미의 빛깔로장식해주고 있죠.4. 'Someone to watch over me'- 엘라 피츠제럴드 노래https://youtu.be/gDhF-PsDuCw5. 'He loves and she loves' - 주빈 메타 지휘 뉴욕 필https://youtu.be/4oIrEGiONeE6. 'But not for me' - 뮤지컬 < Girl Crazy >: 주빈 메타 지휘 뉴욕 필https://youtu.be/SotKBZJN5y0: 쳇 베이커 트럼펫https://youtu.be/R_f_mMJAezM: 주디 갤런드 https://youtu.be/X03uSwM07_A주빈 메타의 뉴욕 필 또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변주한 조지 거쉬인의 보석 같은 명곡들을 <맨해탄> 속 주요 장면 곳곳에 풀어내고 있습니다.7. 'Love is sweeping the country'- 'Land of the gay caballero': 주빈 메타 지휘 뉴욕 필https://youtu.be/G046vrvk6x08. I've got a crush on you' -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와 프랭크 시내트라https://youtu.be/5DsgfuPa1gE9. 'Strike up the band' - 조지 거쉬인의 피아노(1929년 리허설 실황)https://youtu.be/M3XwQqTAK3E10. 'Embraceable you' - 사라 본 노래https://youtu.be/bzq-LyibcUk11. 'Oh lady, be good' - 벅 앤 버블스https://youtu.be/H6Qky-CvePc12. 'S Wonderful' - 앨범 'Love is here to stay' : 토니 베넷 과 다이애나 크롤https://youtu.be/F9y8fMzzbtk13. 'Sweet and Lowdown'https://youtu.be/tjuUVyZR8Q414.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g단조 K.550 - 칼 뵘 지휘 빈 필하모니커https://youtu.be/qX7J1HejyHU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통일경제TV | 이상호 기자 | 2021-05-2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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