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맛기행-전주 시골밥상] 고풍스런 맛의 백반의 끝판왕

2020-01-19     백태윤 선임기자

 

전주 가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그래도 '전주구나'라고 느낄 때도 있지만 그다지 흡족한 식당을 만나지는 못했다. 

나그네의 설움이랄까 한옥마을 같은 관광지는 특히 가성비가 떨어진다. 기자의 불평에 토박이 지인들과 함께 찾아 간 효자동 '시골밥상'. 밋밋한 형광등 조명에 외견상 맛집 같아 보이진 않았다. 그런데 6천원 짜리 백반에 몇가지 반찬이 테이블을 다 덮는다. 

'반찬 많다고 꼭 좋은 건 아니지'라고 생각할 새도 없이 냄새로 식욕이 동한다. 고봉밥을 다 비우고도 더 먹었다. 밥도 무한리필. 이렇게 맛난 반찬에 공기밥이면 추가 밥 값도 수월찮을 것 같다. 

조기새끼도 1인당 두 마리. 짭쪼롬한 간으로 생선 맛이 제대로 살았다. 식었다면 비릴 텐데 바로 구워 내다니! 찌개맛이 입에 착 달라 붙는다. 간장게장은 젓가락이 쇄도하며 빈 접시가 되었다. 맛도 못 봤으니 더 달라면 갖다 주겠지만 불만을 못 느꼈다. 

굳이 반찬 맛을 논할 필요도 없이 다 맛있다. 곰삭은 맛이라 반찬 국물까지 숟가락이 가게 만든다. 전체적으론 양념 맛이 좀 강하다는 느낌 정도? 그래도 질리지 않는다. 그냥 실컷 먹으면 되는 집이다. 

주인(백성란ㆍ 60)에게 맛의 비결을 물으니 50년 이상 요리를 해 오신 엄마의 솜씨라고 한다. 팔순이 넘으셨다는데 나같은 나그네를 위해서라도 장수하셔야겠다. 

'시골밥상'은 시골스럽다기 보다는 고풍스러운 맛이다. 신세대의 입맛엔 어떨지 모르겠다. 공무원 손님이 많단다. 다들 오래 하시길 당부한다고. 기자도 같은 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