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중동 정세 악화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 신중 기류 확산
정치권, 중동 정세 악화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 신중 기류 확산
  • 이광효 기자 leekwhyo@naver.com
  • 승인 2020.01.0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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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종대 의원(가운데)이 지난해 8월 1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의당 김종대 의원(가운데)이 지난해 8월 1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갈등 고조로 중동 정세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반대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백승주 의원은 7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최근 중동 상황과 관련해서 중요한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회, 특히 야당과 국민을 패싱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 드리고 싶다”며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는 이 부분에 대해서 국회, 특히 야당과의 철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선 “지난 2019년 7월 30일, 본 의원의 서면질의에 국방부가 답변 자료를 내면서 ‘청해부대의 정원을 증원할 때, 청해부대에 명시된 임무를 변경할 때는 반드시 국회의 비준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답변서를 보내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방부는 지난해 7월 30일 백승주 의원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청해부대 파견연장 동의안에 명시된 내용 외의 활동 시에는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함”이라고 밝혔다.

2018년 청해부대 파견연장 동의안에 따르면 파견부대 인원은 320명 이내이고 파견지역은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다.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이 포함된다.

국회가 지난해 12월 10일 통과시킨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연장 동의안’의 내용도 이와 같다.

백승주 간사는 “‘파병 결정에 북한 입장을 고려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파병은 철저하게 대한민국의 안전, 대한민국의 미래 번영, 이 부분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되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여기에 북한 문제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60조제2항은 “국회는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의원총회에서 “군의 해외 파병은 우리 청년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다는 점과 명분 없는 전쟁에서는 침략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극도로 신중히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번 미-이란 갈등은 2015년 이란과 미국, 러시아 등 6개국이 맺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미국이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재가동하는 데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구나 갈등을 증폭시킨 최근의 사건은 제3국에서 해당국 동의 없이 한 나라의 정규군 장성을 암살한 것으로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편을 들어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군을 파병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더구나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우리 상선을 보호하기 위해 아덴만 해역에 파견한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돌린다는 것은 애초의 파병 목적과는 전혀 다른 위법적 발상”이라며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이번 사태 이후 중동에서의 국가적 이익을 고려해 신중하게 대처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만약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을 하고자 한다면 별도의 국회 동의 절차를 통해 파병의 타당성과 위헌성 등을 철저히 논의한 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30%, 국내 원유 물동량의 70%가 통과하는 요충지다. 이란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이 우리의 타격권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파병을 결정할 경우, 최전선에 나가는 군 장병을 비롯해 이란과 이라크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들의 안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손학규 대표는 “파병 문제는 한·미 동맹의 기반 위에서 고려돼야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 생명권 보호와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2003년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여 전 세계 3위 규모, 약 3천 명의 병력을 파견했지만 우리가 얻은 것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고 김선일 씨가 안타깝게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핵협정 탈퇴에서 비롯됐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도 중국의 석유 조달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숨겨져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파병을 섣불리 결정했다가는 우리는 열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새우등 터지는’ 결과만을 얻을 수 있다. 이라크 파병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호르무즈 파병 문제를 더욱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정부 당국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미국과 이란의 분쟁에 끼어드는 것은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다. 이란과 이란을 지지하는 무장세력들에게 적대국으로 규정돼 호르무즈 해협을 이동하는 우리 선박들과 국민의 안전에 위험이 생길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라며 “더구나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 긴장은 미국이 이란과의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면서 시작됐다. 파병의 명분도 없다. 정부는 명분도 없고 국민과 장병을 위험에 빠뜨릴 염려가 큰 호르무즈 파병을 감행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국방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은 7일 국방부 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국방부는 호르무즈 해협 해양안보 구상과 관련해서 우리 선박과 국민 보호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비례대표, 국방위원회)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작년에 국방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참 적극적이었다. ‘국회 추가 동의가 없어도 이미 파병된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할 수 있다. 그래도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 이러면서 적극적인 의사를 보였다”며 “어제 제가 확인을 해 보니까 ‘그때 그 파병 이야기는 해적퇴치나 교민안전이란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전제 하에서였다. 그런데 지금 호르무즈는 해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건 정규 국가를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문제다. 고로 파병 얘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이런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국방부의 공식입장은 ‘미국으로부터 파병 요청은 없었다’는 입장인데 이거 해석을 잘 해야 된다”며 “작년에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와 가지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야기를 장시간 했다. ‘국제적인 연합 호위함대를 구성해 호르무즈 해협의 치안 활동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 그 다음에 앞으로 한국의 협력을 장황하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종대 의원은 이날 ‘통일경제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미국은 한 번도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파병 요청을 한 적이 없다”며 “(미국은 우리나라가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우리 정부는 알고 있지만) ‘파병 요청이 없었다’며 버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번에도)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대 의원은 “광해군은 명나라의 파병 요청에 ‘황제 칙서가 없어 파병 요청이라 볼 수 없다‘며 버티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고 중동 사태에 대한 철저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동 지역 정세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중동에 대한 병력 증파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이란의 핵 협정 무효화 선언까지 이어지면서 양측의 갈등이 더욱 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라며 ”사태의 추가적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우리 정부도 역시 전방위적 차원의 대응책을 적극 마련해야 하며 국회도 이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첫째 이란과 이라크 등 해당 지역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과 기업에 대한 안전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우리 국민들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컨틴전시 플랜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의 유기적 협조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둘째 경제적 파장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석유 및 가스 수급 불안정에 대비해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필요 시 비상대응체계 조속 가동 등 만반의 대비를 갖춰야 할 것“이라며 ”유가 급등과 그에 따른 물가와 환율 불안정 가능성, 글로벌 교역 위축 등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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