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ㆍ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6)이 지난달 1일 경찰에 긴급 체포될 당시 영상이 공개됐다.
고씨는 체포되는 순간에도 차분한 태도로 경찰에게 혐의를 부인하고 정당방위를 암시하는 발언을 내뱉은 것으로 확인됐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은 경찰은 고씨와 함께 아파트 거주지로 올라가 압수물을 챙기고, 고씨의 차량 트렁크에서 숨진 전 남편 A(36)씨의 혈흔이 묻은 이불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또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함 등에서 살인과 시신을 훼손할 때 사용했던 범행도구를 찾아냈다. 범행도구에도 숨진 A씨의 혈흔이 발견됐다. 체포가 늦었다면 고씨의 혐의를 입증할 주요 증거도 훼손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고씨는 긴급체포 당시 범행을 부인했던 것과 달리 제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것을 형사들에게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송차 안에서 고씨는 “경찰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내가 죽인 게 맞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23일 제주법원에서 열린 고유정 첫 재판에서 고씨측은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사전에 계획된 범행이라는 검찰의 주장을 부인했다. 첫 재판에 불출석한 고씨는 오는 8월 12일 열리는 다음 재판에는 출석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서 유족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경찰청과 제주경찰청은 고씨를 수사했던 박 전 서장이 고씨의 긴급체포 당시 영상을 일부 언론사에 제공한 것과 관련해 공보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유출 경위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 당시 영상을 박 서장이 개인적으로 제공한 행위가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며 “내부적으로 영상 배포 자체가 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경찰 차원의 공식적인 영상 배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