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역대 최장 기간 삼성전자 주식을 연속 순매도하고 있다. 지난달 3일 시작된 외국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주식 순매도 행진은 15일까지 계속됐다.
외국인들이 하루만 더 ‘팔자’를 이어가면, 삼성전자는 역대 최장 연속 순매도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식 6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3일부터 이날까지 총 25거래일간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444조원에서 이날 364조원으로 약 80조원 가량이 빠졌다. 지난달 3일 56.07% 수준이던 삼성전자 외국인지분율도 전일 기준 53.23%까지 낮아졌다.
그나마 개인과 기관이 물량을 받아내면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주가가 0.33%(200원) 오른 채 거래를 마칠 수 있었다.
이날까지 외국인들의 순매도 행진은 역대 최장기인 지난 2022년 3~4월의 25거래일과 동일한 기록이다.
이번 외국인 팔자 행렬은 지난 2022년보다도 더욱 거세다. 금액 기준으로 25거래일만에 총 10조8543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 2022년 외국인 역대 최장 순매도 당시의 순매도 금액은 4조4217억원이다. 같은 기간 동안 2배가 훌쩍 넘는 금액을 지난달부터 순매도한 셈이다.
역대 최장 기간 순매도 행렬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외인 매도세가 둔화된 만큼 저가 매수 기회가 될 것 이라는 '긍정론'과 과거와는 달리 글로벌 경쟁력 자체의 문제인 만큼 당분간 상승세가 제한될 것이라는 '부정론'이 여전히 맞선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속속 낮춰잡으면서도 외국인 매도 행렬이 이제는 멈출때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날 상상인증권은 ‘삼성전자, 바닥권 주가에도 기회비용이 너무나 크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초장기 투자시에만 저가매수해야 한다”며 사실상 당분간 ‘사지 마라’고 조언했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 급락에 따른 저가매수 전략은 초장기 투자자에만 국한되는 전략"이라며 "시간과 기회비용 모두가 중요한 상대수익률에 명운을 건 대다수의 액티브 투자가(펀드매니저)에겐 삼성전자는 계속해서 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할 사주경계 대상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논쟁 격화, 삼성전자의 산업 경쟁력 약화, 실적 불확실성 심화 등 삼중고 국면에선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 대응은 당분간 중립 이하의 경로를 따를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삼성전자의 부진은 HBM 5세대 제품인 'HBM3E'의 엔비디아 납품이 불발될 것으로 확실시되면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
실제로 HBM 시장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SK하이닉스로 외국인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3일부터 이날까지 SK하이닉스 주식 576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내년에 첫 선을 보일 HBM 6세대 'HBM4'를 반전 카드로 삼고, 개발에 주력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HBM은 해마다 신제품이 나오는 만큼 빅테크들은 매년 최신 HBM을 찾고, 내년에는 HBM4가 시장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이보다는 삼성전자의 거버넌스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날 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 관점에서 보면 삼성전자 보상체계는 (특히 핵심인력 입장에서) 전혀 경쟁력이 없다”면서 “창업 3세 시대에 바람직한 한국형 기업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