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홍콩지점이 '반도체 업종에 겨울이 온다'는 보고서를 낸지 10일 만에 뉴욕 증시가 일제 상승하며 또 다시 딥스(Deep-State)가 장난을 친 것 아닌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
그간 맥을 못추던 국내 주가도 반도체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며 오랜만에 회복세를 보였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1만 5600원(9.44%) 오른 18만 9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7월 27일(9.73%) 이후 약 1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일간 상승률이다.
이날 삼성전자도 전일 대비 2500원(4.02%) 오른 6만 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국내 주가 상승은 전날 뉴욕 증시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4분기(6~8월) 실적이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낸데 따른 것이다.
마이크론은 25일(현지시간) 2024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77억 5000만 달러(약 10조 2998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76억 4000만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또 주당 순이익도 1.18달러로 예상치(1.11달러)를 상회했고, 영업이익은 15억 22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힘입어 뉴욕 증시도 일제히 상승했다. 나스닥은 23일 이후 나흘 연속 상승세로 마감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멈췄던 사상 최고 행진을 다시 시작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도 사상 최고 경신에 바싹 다가섰다.
마이크론은 14.11달러(14.73%) 폭등한 109.88달러로 치솟았다. AMD는 5.47달러(3.38%) 급등한 167.49달러, 마벨테크놀로지는 2.27달러(3.19%) 뛴 73.45달러로 마감했다.
엔비디아는 장 초반 4.16달러(3.37%) 급등한 127.67달러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상승폭 상당 분을 내줬다. 엔비디아는 결국 0.53달러(0.43%) 오른 124.04달러로 마감하는 데 그쳤다.
다만 인공지능(AI) 서버 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는 미 법무부가 분식회계 조사에 들어갔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로 13% 가까이 폭락했다.
그간 미국 증시를 옥죄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사라지는 듯한 양상이다. 지난 18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0.5% p 금리 인하, 일명 '빅컷'을 단행했음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미국 증시는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들과 함께 경기 침체 우려를 날려버렸다.
노동부에 따르면 21일 현재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1주일 전보다 4000명 줄어든 21만8000명에 그쳤다. 시장 전망치 22만3000명을 밑돌아 미 실물 경제 기조가 비교적 탄탄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2분기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도 지난달 발표된 수정치 3%와 같았다. 역시 미 경제가 탄탄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날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서울지점 창구에서는 스스로 주장한 '반도체 겨울론'과 달리 SK하이닉스 주식 106만1547주, 삼성전자 주식 81만6964주의 매수 주문이 체결돼 의문을 자아냈다.
모건스탠리 한국 지점은 추석 연휴 중인 지난 15일 '반도체 겨울론'을 발표해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모건스탠리는 이 날 공개한 보고서 ‘(반도체의) 겨울이 곧 닥친다Winter looms)’를 통해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투자의견도 ‘비중확대’에서 ‘축소’로 변경했다. 추석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19일 SK하이닉스 주가는 6.14% 급락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는 보고서 발표 전인 지난 13일 서울지점 창구를 통해 SK하이닉스 주식 101만1719주의 매도 주문이 체결돼 선행매매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등 증권당국은 불공정거래 조사와 더불어 리포트 작성·배포와 관련해 잘못한 부분이 있는지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