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에 퍼진 경기 침체 우려에 전세계 주요국의 증시가 연일 하락세를 반복하면서 이른바 'R의 공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로 불리는 S&P500, 나스닥종합,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연일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고, 특히 지난 2년간 AI(인공지능) 열풍으로 상승세를 이끌었던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가 지난 2주간 20%이상 폭락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상해종합지수나 닛케이225지수, 홍콩 항셍지수 등이 연일 급락세를 보이고 있고, 한국의 주식시장도 연일 하락세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소비 둔화로 에너지 수요 전망이 약해지면서 세계 원유 가격이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10일(현지시각) '석유 가격 하락과 중국 경제 악화로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시장 우려가 더욱 커졌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은 흐름을 긴급 진단했다.
이날 국제원유시장에서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3.7% 떨어진 배럴 당 69.15달러(약 9만2612원)를 기록했다. 브렌트유가 70달러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21년 12월 이후 약 2년 9개월 만이다. 아울러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 거래일보다 2.96달러(4.31%) 하락한 배럴당 65.75달러(약 8만8039원)에 장을 마쳤다. WTI 가격 하락률은 이달 들어 10.61%까지 확대됐다.
이 매체는 이날 유가 하락의 배경에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위축이 있다고 짚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날 월간 보고서를 발표해 중국 성장 둔화로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를 일일 기준 8만 배럴 하향 조정했다. 기존 석유 수요 증가분 전망치를 하루 211만 배럴에서 203만 배럴로 낮춘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유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중국 경기 침체'가 연쇄적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도 영향을 끼쳐, 전 세계적인 경제 위축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중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면서, 기업 이익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이것이 해고와 급여 삭감으로 이어지며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 경제는 현재 내수 부진에 이은 부동산 과잉 공급으로 인한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고, 특히 8월 생산자물자지수(PPI)가 23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앞서 세계 증시는 지난 2주간 연일 급락세를 반복하면서 미국은 물론 한국·일본 등 주요국 증시 투자자들 간에 경기침체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주가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3월 크게 폭락했으나 그 이후 지난 7월까지 3년 이상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긴축이 발생한 2022년 상반기 다소 주춤했으나 빠른 속도로 반등하며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안겼다.
그러나 최근 미국 증시는 지난달 초 경기 침체 우려가 돌출하면서 급속히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고용지표가 노동시장 냉각을 반영하며 S&P500 지수가 1주일 만에 4.25% 내렸고, 나스닥100 지수도 2022년 11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다음주 중 미국 연준(FRB)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의 확정적이지만, 반대로 증시 상승 모멘텀이 사라지고 있다는 비관적 시각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4년 만의 기준금리 인하가 다가오고 있지만 미국 대선을 포함해 투자심리를 해칠 수 있는 리스크가 많이 남아있다”며 뉴욕 증시의 상승세 전환 가능성에 비관론을 폈다.
그러면서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그간 금리인하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이게 너무 늦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