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3대 지수가 8일(현지시간) 일제히 큰 폭으로 뛰어 올라 최근의 변동성이 큰 이른바 '미친 장세'를 이어갔다.
이날 주가 급등은 지난 5일 대폭락세를 이끌었던 이유와 정반대의 해석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이른바 '샴의 법칙'은 유효하지만 과장된 허풍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683.04포인트(1.76%) 오른 3만9446.49에 마감했다. 대형주 위주의 S&P500지수는 119.81포인트(2.30%) 상승한 5319.31을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64.22포인트(2.87%) 뛴 1만6660.02로 집계됐다. 이날 S&P500지수의 상승 폭은 지난 2022년 11월 이후 가장 컸다.
이날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3000건으로 직전 주의(25만0000건)보다 1만7000건 감소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24만0000건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는 미국 고용 지표의 개선을 통해 미국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것이 확인됐다는 평가를 낳아 이날 주식시장에서 갑작스런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졌다.
지난 5일 미국 증시는 물론 세계 증시의 대폭락세를 이끈 미국의 고용 둔화가 경제침체에 대한 우려를 낳던 것이 갑자기 이날 완전히 사라지면서 증시가 급반전한 것이다. 지난 2일 미국 노동부 발표에서 7월 실업률이 4.3%로 나오자 '삼의 법칙'이 주목받으면서 미 경제가 침체로 향하고 있다는 우려가 증폭됐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정반대 현상이다.
이날 특히 최근 폭락세를 보이던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종목들이 크게 뛰면서 증시 상승 흐름을 주도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시간이 갈수록 상승세가 강화돼 6.06달러(6.13%) 폭등한 104.97달러로 치솟았다. 경쟁사 AMD도 7.65달러(5.95%) 급등한 136.32달러, 브로드컴은 9.47달러(6.95%) 폭등한 145.74달러로 뛰어올랐다. AI용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5.27달러(6.07%) 폭등한 92.07달러로 올라섰다.
테슬라도 이날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키맨 리스크를 딛고 3.7% 급등 마감했다.
'월가 공포지수'라고 부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도 이날 15% 가까이 추락해 경기 침체 우려가 과장됐다는 신호를 내보냈다.
하지만 미국 월가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와 모건 스탠리 분석가들은 주가가 계속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 스탠리의 마이클 윌슨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결론은 올해 소비자 관련 지표가 악화되었다는 것”이라며 “주식에 대한 위험 대비 보상은 전반적으로 여전히 낮은 상태다. 반전의 모멘텀이 확실하지 않다면 많은 주식이 여전히 싸다고 주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투자자에게 진짜 문제는 회사가 현재 가격에 매겨진 것, 즉 앞으로 수년간의 확장을 앞두고 수익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지 인데, 우리는 그 점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샴의 법칙’(Sahm rule)을 고안한 미국의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샴도 최근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경기 침체에 빠져 있지 않다. 하지만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지 않으며 이자율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있다”며 경기침체의 필연성은 부인했다.
그러면서 샴은 “연준이 한꺼번에 금리를 내릴 필요는 없지만, 경제에서 압박을 덜어낼 레버를 여전히 가지고 있는 상태”라며 “미국의 경제는 좋은 상태고, 그저 금리 압박을 덜어내기만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6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기에 인하하지 않으면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샴의 법칙’은 미국의 실업률의 3개월 이동 평균이 12개월 최저치보다 최소한 0.5% 포인트 높을 때 경기 침체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평가하는 지표인데, 미국 정부가 7월 발표한 실업률 지표는 삼의 법칙에 정확히 부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데이터는 투자자들이 오는 9월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조치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너무 늦은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생성형 인공지능(AI) 발 열풍이 꺼지고 있는 점, 일본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피봇으로 인한 엔화 급등, 그리고 그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해소에 대한 추측이 전 세계 주식에서 3일간 매도 열풍을 일으켰다. 엔-캐리 트레이드란, 이자율이 낮은 일본 엔화를 통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이자율이 높은 위험자산에 투자한 돈이 회수되는 현상을 말한다. 신용을 사용하여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는 주가가 예상보다 많이 하락하면 담보로 충분한 현금이 없는 한 포지션을 청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