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증시 3대 지수가 특별한 악재 없이 모두 급락하는 괴이한 현상을 보였다. 호사가들은 이를 두고 차익실현 매물이 홍수를 이뤘다고 보거나 아니면 '딥스의 출현'으로 묘사했다.
18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33.06포인트(1.29%) 급락한 40,665.02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43.68포인트(0.78%) 밀린 5,544.59,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125.70포인트(0.70%) 떨어진 17,871.22에 장을 마쳤다.
다만 다우지수는 이날도 장 중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고치는 41,376.00이었다.
대부분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이날 월가의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약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5.93(10.01%) 포인트로 뛰어올랐다. 거의 모두가 투매에 뛰어들었다는 의미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던진 것이다.
전날 기술주가 급락한 이후 이 날은 우량주들도 역시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았다. 대형 기술주 빅7 종목 가운데 메타와 테슬라를 제외하고 대체로 강한 하락 압력을 받았다.
애플과 아마존은 2%대 하락률을 기록한 반면 엔비디아는 2.63%, 메타플랫폼스는 3%, 브로드컴도 2.91% 강세를 보였다. 알파벳은 1%대 하락률을 보였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테슬라는 보합권에서 오르내렸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TSMC(대만 반도체 제조회사)는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분기 실적을 내놓고 연간 매출 전망도 상향 조정했다. 뉴욕증시에서 주가는 2% 넘게 하락하다 강보합으로 마무리했다.
아마존은 연례 할인 행사 기간인 프라임데이(Prime Day) 기간에 시장 예상을 웃도는 기록적 매출을 달성했지만,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기술주보다는 순환매 과정에서 최근 며칠간 급등했던 블루칩 우량주들이 더 강하게 조정을 받았다.
업종별로 보면 에너지를 제외한 모든 업종이 하락했다. 헬스케어가 2.29% 급락하며 낙폭이 가장 컸고 임의 소비재와 금융, 재료 업종도 1% 넘게 떨어졌다.
넷플릭스는 2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 총가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면서 호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이 날의 주가 움직임에 대해 월가의 분석가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별한 악재가 없는 상황에서 거의 모든 주식이 투매 현상이 일어나기에는 상식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전날 이들은 대형 기술주들의 주가 하락에 대해 투자자들이 경기민감주로 갈아타는 순환매 장세가 펼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트 인베스트먼트의 키스 뷰캐넌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차익실현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순환매) 거래 시작 후 5일 만에 차익실현을 하면 다소 민망하긴 하지만, 이는 그동안 우리가 본 순환매의 규모를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알리안츠의 찰리 리플리 선임 투자 전략가는 "명백히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는 소기업에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올해 기술주가 상당히 수익성이 좋았기 때문에 차익 실현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투자관리사 뉴욕 라이프 인베스트먼츠의 수석 시장전략가 로렌 굿윈은 "금리 인하를 2~3개월 앞둔 상태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라며 중소형주를 비롯해 고금리의 영향을 받던 종목들이 여전히 상승 무드에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수는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증가했다. 역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지지하는 지표중 하나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3일로 끝난 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수는 계절 조정 기준 24만3천명으로 집계됐다. 직전 주보다 2만명 증가한 동시에 시장 예상치 22만9천명을 상회하는 수치다.
미국의 6월 경기선행지수(LEI)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미국 경제분석기관 콘퍼런스보드는 지난 6월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전월 대비 0.2% 하락한 101.1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에도 0.4% 하락한 바 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야후파이낸스에 출연해 "노동시장은 확실히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연준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경제의 '황금 경로(golden path)'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를 조속히 인하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전쟁에서 이기면서 실업률을 급등시키지 않는 순탄한 경로에서 이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주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움직임이라 자산 가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이날 마감 무렵 9월 금리 인하 확률을 96.2%로 반영했다. 전날보다 소폭 하락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