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정진석 대통령실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은 21일 서울특별시 용산구에 있는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께서는 국무회의를 거쳐 순직 해병 특검 법률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며 “이번 특검법안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삼권분립은 우리 헌법의 골간을 이루는 대원칙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삼권분립 원칙하에서 수사와 소추는 행정부에 속하는 권한이자 기능이다. 특검 제도는 그 중대한 예외로서 행정부 수반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며 “이는 단순히 여야 협치의 문제가 아니다. 야당이 일방 처리한 이번 특검법안은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지키기 위한 국회의 헌법적 관행을, 여야가 수십년간 지켜 온 소중한 헌법 관행을 파괴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삼권분립 원칙상 특별검사에 대한 대통령 임명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하는데 이번 특검법안은 특검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만 독점적으로 부여해 대통령의 특별검사임명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했다”며 “행정부의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입법에 대해선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특별검사임명권 원천적 박탈”
정진석 실장은 “이번 특검법안은 특검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특검 제도는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 또는 객관성이 의심되는 경우에만 보충적·예외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다. 현재 경찰과 공수처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정 실장은 “공수처는 지난 정부서 민주당이 사실상의 상시 특검으로 일방적으로 설치한 수사기관이다”라며 “지금 공수처 수사를 못 믿겠다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자신이 만든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자기모순이자 자기부정이다”라고 비판했다.
채 상병 특검법 제2조는 “이 법에 따른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은 다음 각 호의 사건에 한정한다”며 “1. 채수근 해병 사망 사건, 2. 제1호와 관련된 대통령실, 국방부, 해병대 사령부, 경북지방경찰청내 은폐, 무마, 회유 등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대상에 군사법경찰, 군검찰단, 군법무관 등 사건 관계자를 포함한다), 3. 위 각 호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3조제1항은 “국회의장은 제2조 각 호의 사건을 수사하기 위하여 이 법 시행일부터 3일 이내에 1명의 특별검사를 임명할 것을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요청하여야 한다”고, 제2항은 “대통령은 제1항에 따른 요청서를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1명의 특별검사를 임명하기 위한 후보자추천을 ‘국회법’ 제33조에 따른 교섭단체 중 대통령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에 서면으로 의뢰하여야 한다”고, 제3항은 “제2항에 따라 특별검사후보자추천의뢰서를 받은 교섭단체는 ‘변호사법’ 제78조에 따른 대한변호사협회의 장으로부터 15년 이상 ‘법원조직법’ 제42조제1항제1호의 직에 있던 변호사 4명을 추천받아 이 중 2명의 특별검사후보자를 의뢰서를 받은 날부터 5일 이내에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하여야 한다”고, 제4항은 “대통령은 제3항에 따른 특별검사후보자추천서를 받은 때에는 추천서를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추천후보자 중에서 1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야당이 고발한 사건의 수사 검사 야당이 고르겠다는 것”
현행 ‘국회법’ 제33조제1항은 “국회에 20명 이상의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된다. 다만,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아니하는 20명 이상의 의원으로 따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변호사법’ 제78조제1항은 “변호사의 품위를 보전하고, 법률사무의 개선과 발전, 그 밖의 법률문화의 창달을 도모하며, 변호사 및 지방변호사회의 지도 및 감독에 관한 사무를 하도록 하기 위하여 대한변호사협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법원조직법’ 제42조제1항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20년 이상 다음 각 호의 직(職)에 있던 45세 이상의 사람 중에서 임용한다”며 “1. 판사·검사·변호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특검법안은 특별검사 제도의 근본 취지인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며 “이는 야당이 고발한 사건의 수사 검사를 야당이 고르겠다는 것으로 입맛에 맞는 결론이 날 때까지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이 법안에 따른 수사 결과가 공정하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정진석 실장은 “우리 사법 시스템 어디에도 고발인이 자기 사건을 수사할 검사를 고르도록 하는 모델은 없으며, 이는 사법 시스템의 기본에 관한 문제이고 상식에 관한 문제다”라며 “이번 법안에 사건의 대국민보고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실시간 언론브리핑을 하도록 했다. 이 조항은 법상 금지된 피의사실 공표를 허용하는 잘못된 효과를 낳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고 진상규명TF(Task Force)는 지난해 9월 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공용서류무효죄 등을 이유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및 관련 대통령실 주요 관계자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