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3년을 끌어온 대기업 동일인(총수) 지정 기준을 개정했지만, 논의의 촛점이 된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또다시 예외 조항을 적용받아 4년 연속 동일인 지정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외국 국적자도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인 대기업의 경우 동일인 지정을 가능하게 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경제력 집중 완화를 위해 매년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집단의 범위를 확정하고, 여기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동일인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 공정거래법의 내용을 변경한다. 공정위는 특히 동일인이 자연인인 경우 공정거래법의 사익 편취 조항을 적용한다.
지금까지 흔히 '재벌 총수'로 불리는 자연인이 대부분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5월 기준 82개 대기업집단의 동일인 중 자연인은 72명, 법인은 10개다. 그러나 공정위는 2021년 쿠팡이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뒤 3년간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못했다. 통상 마찰을 우려한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의 반대 때문이다.
이에 공정위가 두 부처와 협의해 내·외국인에 모두 적용하는 동일인 판단 기준을 올해 새로 마련했으나 쿠팡의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에도 김 의장이 아닌 쿠팡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쿠팡의 지배 구조상 공정위가 내세운 모든 조건에 부합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총수 친족의 경영참여’에서 김 의장 개인의 총수 지정 여지가 남아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쿠팡㈜ 소속 임원으로 재직 중인 김유석씨(김 의장의 동생)의 경영 참여에 대한 판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씨는 ‘지역 배송캠프’ 관리총괄로, 2022년에 약 33만3979달러의 급여를 받았다. 쿠팡 쪽은 김유석씨가 임원에 준하는 직급을 보유했으나 쿠팡의 경영 전반에서 의사결정자로 참여한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김유석씨의 ‘경영 참여’ 수준을 구체적으로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곧 동일인 및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미국의 로비자금 추적 단체 오픈시크릿 누리집을 보면 쿠팡은 지난해 투입한 로비자금의 58%에 달하는 83만달러(약 11억2800만원)를 올해 1분기에 사용했다. 로비스트 숫자도 지난해 5명에서 올해 9명으로 늘렸다. 로비 대상기관은 백악관을 포함해 미 상무부, 미국무역대표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