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불황에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전기차 전시회의 분위기가 웬지 싸~하다.
이번 대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업체들이 참가했다고 하지만 전기차 산업의 선두격이라 할 미국의 테슬라가 1분기 최악의 실적을 낸데다 전기차관련 다른 업체들의 실적 부진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공급하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25일 출범 후 처음으로 투자 규모 축소 계획을 밝혔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연간 10조원 이상의 설비투자(CAPEX)를 단행한 지난해보다 투자 규모를 늘리겠다고 예고했던 기세등등함이 사라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요 완성차 고객사들의 신규 전기차가 출시되는 하반기 들어서야 수익성 개선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이날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1월 실적발표 때와는 달리 현시점에서는 당분간 전방 수요 개선에 대한 가시성이 크지 않은 것 같다”며 “중장기 수요 대응이나 북미 생산능력(CAPA)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신증설 투자에는 선택과 집중을 하되 투자 집행 규모는 다소 낮추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사측이 밝힌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매출은 6조12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9%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75.2% 하락한 1573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는 1889억원으로 이를 제외하면 영업손실 316억원을 기록해 사실상 적자 전환했다.
올 1분기 테슬라에 공급 중인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가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달성했으나 전방 시장 수요 둔화와 메탈 가격 하락분 판가 반영 등의 요인으로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또 유럽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지난해 4분기부터 가동률을 낮춘 폴란드 공장의 적지 않은 고정비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2분기에도 실적 부진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사장)는 “2분기에는 미국 고객사들의 신차 출시에 따른 합작법인(JV) 물량 증가로 1분기 대비 매출이 증가하긴 하겠지만 당초 기대했던 수준에는 못 미칠 수 있다”며 “올 한 해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이 예상되지만 근본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압도적 기술 리더십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단단히 준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12년 만에 큰 폭으로 감소한 매출액을 신고했다.
23일(현지 시각) 테슬라는 주식시장 마감 후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한 213억달러, 순이익은 55% 줄어든 11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0.45달러로 집계됐다.
테슬라 실적은 전문가 예상치를 밑돌았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LSEG는 테슬라 매출이 221억5000만달러, 조정 EPS는 0.51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자동차 판매량 감소 폭은 코로나19로 생산 차질을 빚은 2020년보다 컸다. 1분기 차량 판매 매출은 173억4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3% 줄었다. 1분기 매출도 전 분기 대비 9% 떨어져 2012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도 2020년 2분기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기업의 수익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매출 총이익률은 17.4%로 전년 동기(19.3%)보다 1.9%포인트 낮아졌다. 영업이익률도 5.5%를 기록해 1년 전(11.4%)보다 5.9%포인트 하락했다. 매출 총이익은 매출액에서 원자재, 노동비, 생산설비 투자 비용 등 매출원가를 뺀 금액을 말한다.
예상을 밑돈 실적이었지만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실적 발표 후 가진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말에 안되더라도 오는 2025년 초에 신형 저가 모델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혀 주가를 시간외 거래에서 일시적으로 끌어 올리는 노련함을 보였다.
최근 전기차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테슬라는 미국과 중국 등에서 전기차 가격을 인하하고 전 세계 인력의 10%를 감원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예고했다. 테슬라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머스크는 그동안 제품 개발 계획만 언급했던 로보택시를 오는 8월 공개하겠다는 등 주가견인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편 지난 24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37회 세계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37)는 26일까지 '미래 모빌리티로 향하는 웨이브'라는 주제로 다양한 학술토론과 최근의 발전 동향을 응집한 신기술을 선보인다.
흔히 '전기차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세계 최대 전기차 학술대회·전시회 'EVS37'은 세계전기자동차협회(WEVA)가 1969년부터 개최하는 행사로 이번 서울 대회에는 현대자동차·기아는 물론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삼성SDI 등 12개국 150여개의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들이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