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KT 차기 대표 후보 전격 사퇴...사상초유의 '경영 공백' 사태 발생
윤경림 KT 차기 대표 후보 전격 사퇴...사상초유의 '경영 공백' 사태 발생
  • 남궁현 선임기자 hws1905@gmail.com
  • 승인 2023.03.27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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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과 대주주인 국민연금 등의 압박이 원인..."이사회의 자율성 침해는 주주들과 국민의 불안감 키우게 될 것" 우려
윤경림 KT회장 내정자@KT
윤경림 KT회장 내정자@KT

KT그룹의 차기 회장(CEO)으로 내정됐던 윤경림 단독 대표 후보가 전격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재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올 초 다른 후보를 모두 물리치고 오는 31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회장 선임이 확실시되던 윤 후보는 최근 사퇴 의사를 KT 이사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KT는 차기 회장 선임 후보로 거론되던 3명의 후보가 모두 중도 하차함으로써 우려했던 경영 공백 사태가 현실화됐다.

27일 KT에 따르면 윤경림 KT 차기 대표 내정자 최근 이사회에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윤 내정자가 사퇴함에 따라 KT는 당장 4월부터 대표 없이 운영될 위기에 처했다. 후보자 물색과 주총 등 절차에 짧아도 두세 달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새로 선임되는 KT 대표는 일러도 올 하반기는 돼야 관련 업무에 착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표의 의사 결정이 필요한 △신사업 조직 개편 △상무급 이상 임원 인사 △계열사 투자 유치와 상장 추진 등 KT 핵심 경영 활동은 상반기 내내 '올스톱'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대미문의 대표 공백을 채우고 회사를 다잡아야 할 KT 이사회도 사내이사 부재와 주요 주주의 사외이사 연임 반대라는 내우외환에 처해 방향타를 잃게 됐다.

윤 내정자는 KT를 함께 이끌 사내이사로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 송경민 KT SAT 대표(사장)를 선임하고 주총에 안건으로 올렸으나 윤 내정자 사퇴로 이들도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8인으로 구성된 사외이사진은 기존 사외이사였던 이강철, 벤자민 홍 이사가 연초 사퇴한 데 이어 신규 사외이사로 내정된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도 이사 자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강충구·여은정·표현명 KT 사외이사 재선임이 이번 주총에 안건으로 올라가지만 통과 여부는 불분명하다. KT 1·2대 주주인 국민연금·현대자동차뿐 아니라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도 주주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사외이사 3명에 대해 연임을 반대할 것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최악에는 KT 이사회가 4월 이후 김대유·유희열·김용헌 사외이사 3명만으로 운영될 수도 있다. 사외이사 3명만으로 차기 대표 선임이라는 이사회 본연의 기능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업계에선 이사회 대신 KT 대주주 뜻에 따라 새로 꾸려지는 KT 대표 인선자문단을 중심으로 차기 대표 물색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KT그룹이 이같은 위기에 처한 것은 여권과 대주주인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차기 대표로 거론되던 후보들이 전방위 압박을 받아 왔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일 전·현직 임원으로만 채워진 차기 대표 후보 면접 대상자 4명의 명단이 공개되자 "그들만의 리그", "이권 카르텔' 등의 거친 말로 맹비난했다. 검찰과 경찰을 향해서는 "KT 구현모 전 대표와 일당들에 대한 수사를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특히 구 대표와 밀접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진 윤경림 후보에 대해서는 구 대표의 '아바타'라고 지목하며 논란을 키웠다.

KT의 대주주인 국민연금과 현대자동차그룹 등도 정치권의 움직임을 그대로 받아들여 후보들을 압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참고로 KT의 지분구조는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10.35%로 가장 많고, 현대차그룹 7.79%, 신한은행 5.58%, 기타 18.58%, 소액주주 57.36% 우리사주조합 0.34% 등으로 이뤄져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T 이사회가 소정의 절차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임한 윤 후보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소위 주인 없는 기업에 대해 여권이 전방위로 호불호를 드러내는 것은 KT경영에 대해 주주들, 그리고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차기 경영권이 오리무중이 되자 KT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T 직원 1만6000여 명이 가입한 다수 노조인 KT 노조는이번 사태에 대해 이사회 총사퇴와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비상대책기구 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30일로 예정됐던 대의원회의도 하루 앞당겨 진행하고 경영 공백에 따른 향후 노조 대응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소수 노조인 KT 새노조도 "KT 이사회가 대표 견제 측면에선 매우 부족했지만 정치권 낙하산이 와야 할 이유는 전혀 아니다"라며 "대표와 이사회가 정권 뜻에 따라 구성되면 KT는 주주와 고객들에게 외면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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