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2030세대를 울린 전세사기 배후에는 수명의 '빌라왕'들을 거느린 컨설팅업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25일 KBS보도에 따르면 ‘무자본 갭투기’로 다세대 주택을 무더기로 사들여 전세 보증금 수십억원을 편취한 ‘빌라왕’들의 배후에 이들의 뒤를 봐주고 지역을 넘나들면서 사기 행각을 벌인 '큰 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13일 ‘빌라왕’들의 배후 인물로 꼽히는 신모씨가 구속된 가운데, KBS는 단독으로 신모씨 외 다른 전세 사기에도 배후 조직이 있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상의 인물은 신 씨처럼 여러 빌라왕들을 거느리면서 인천과 부천 지역에서 주로 활동했는데, 이 두 조직은 지역을 넘나들며 전세 사기를 공모하고 협업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3일 검찰에 검거된 신씨는 ‘빌라왕’ 송모씨를 내세워 주택 329채를 관리했는데 이 중 한 채에 지난해 6월 20대 여성 세입자를 들이며, 방 2개짜리 주택에 2억 3000만원을 책정했다. 그 직후 배후 신 씨는, ‘빌라왕’ 송 씨에게 전세보증금 중 2000만 원을 김 모 씨에게 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2000만원을 ‘수수료’라고 불렀고 그 돈을 다시 건네야 하는 곳을 ‘컨쪽’이라고 표현했는데 ‘컨쪽’은 전세 사기를 설계하는 ‘컨설팅’을 뜻한다는 게 KBS의 분석이다. 실제로 검찰에 검거된 신씨 등 일당 78명 중에는 컨설팅 업체 직원들도 포함돼 있었다.
KBS 취재 결과, 김 씨는 다른 사기 조직의 총책으로 신 씨처럼 여러 ‘빌라왕’을 거느린 ‘빌라왕’의 배후 인물로 드러났다. 김 씨 조직의 활동 무대는 주로 인천과 부천 지역이었으며, 신 씨는 서울 강서구가 본거지였는데 신 씨는 인천과 부천 지역 빌라를 사들인 뒤 그 지역이 기반인 김 씨에게 ‘컨설팅’을 의뢰한 것이다.
두 조직은 이렇게 서로 역할을 나누고 지역을 넘나들며 전세 사기를 통해 이익을 나눴던 것으로 보도됐다. 지난해 가을 김 씨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우려해 활동을 접으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자기가 관리하던 ‘빌라왕’ 중 한 명인 강 모 씨와 빌라 60채를 신 씨 조직에 통째로 넘기려는 모의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9일 새해 첫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취임이후 전세사기에 관해 총 399건의 사건을 수사, 884명을 검거하고 8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전세사기를 유형별로 보면 허위 보증보험이 493명으로 가장 많았고, 공인중개사법 위반(181명), 무자본 갭투자(34명)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