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의 ‘UAE 적 이란’ 발언으로 인해 한국·이란 정부가 대사를 맞초치하는 등 양국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반관영 ISNA 통신은 18일(현지시간) “이란 외무부가 주이란 한국대사를 초치해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외무부 성명에 따르면 레자 나자피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은 이날 윤강현 주이란대한민국대사관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란은 걸프 지역 국가 대다수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우호적 관계를 방해하고 지역(중동)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즉각적인 설명과 입장 정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자피 차관은 이란 자금 동결 등에 대해 “분쟁 해결을 위해 유효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를 재검토할 수 있다”며 “한국 대통령이 최근 핵무기 제조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론했는데,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에 어긋나는 것이다”라며 이에 대한 해명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외교부, 국방부로부터 2023년 업무계획을 보고 받고 북핵 문제에 대해 “문제가 심각해져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으로 한국에는 현재 약 70억 달러의 이란 자금이 원화로 동결돼 있다. 이는 이란의 해외 동결 자산 가운데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주한이란이슬람공화국대사관은 18일 입장문을 발표해 “이란이슬람공화국은 페르시아만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진 국가로 언제나 이 지역 국가들과의 공동의 노력과 협력을 통해 지역의 안정과 안보,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이란이슬람공화국은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지역 국가들과의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역사적이고 우호적이며, 전방위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달 동안에도 이 지역 국가들과의 우호적인 관계, 특히 이란의 두 번째 경제 교역 상대국인 아랍에미리트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란이슬람공화국은 대한민국 외교부를 통해 이란이슬람공화국과 아랍에미리트 관계에 대한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임수석 대변인은 19일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있는 외교부 청사 별관에서 브리핑을 해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은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 대사를 초치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은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 대사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UAE에서 임무 수행 중인 우리 장병들에 대한 격려 차원의 말씀이었고 한-이란 관계 등 이란의 국제관계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핵확산금지조약 관련 언급에 대해서도 이란 정부의 문제 제기는 전혀 근거가 없다. 우리 대통령의 발언은 날로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강화해 나가자는 취지로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핵확산금지조약의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고 이러한 의무 이행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현동 차관은 “이란과의 관계 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앞으로도 이란 측과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명확한 사실에 기초해 우호 관계 형성 노력을 지속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대사는 “(한국 정부의 그런 입장을) 본국 정부에 충실하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 원장은 18일 저녁에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과 인터뷰를 해 해당 발언에 대해 “세상의 외교를 모르고 상식도 모르는 무지의 대통령이 대형 외교 참사를 일으킨 것이다”라며 “국가안보실이나 외교부에서 충분한 자료를 항상 준다. 그것을 윤석열 대통령이 읽어 보시지 않은 것이다. 그분은 모든 것을 준비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해 버린다. ‘북한은 우리 적이다’ 한 것도 거기에서 하실 말씀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아랍에미리트도 굉장히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이란은 절대 참지 않는다”라며 “미국이 이란을 제재하면서 우리가 원유값 약 6조7천억원을 지금도 결제를 못하고 있다. 이슬람 국가는 무섭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