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안에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막을 내리지만 새로운 위기가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기의 핵심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균열로 인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7%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것. 세계 경제의 블록화로 인한 시장과 기술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가 심해질 경우 일부 국가의 GDP 손실 규모는 12%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1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IMF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수십년간 경제 통합이 이뤄졌지만 최근 지리 경제학적인 분열(Fragmentation)로 전 세계 GDP가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유무역을 통해 세계 경제가 성장해 왔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공급망을 창출하기 위한 자국 우선주의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경제 규모는 오히려 축소될 수 있다는 경고다.
IMF는 지금까지 세계화가 전 세계에서 가난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선진국 저소득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세계 각국 기업들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저렴한 가격에 곡물이나 중간재를 수입하고 소비자가격을 낮춘 영향 덕분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됐고,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로 인한 국제 협력 감소는 원자재와 최종재 공급에 위험을 초래하면서 각국의 GDP 확충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IMF는 내다봤다.
IMF는 “각국의 분열이 깊어질수록 자원과 기술, 시장의 디커플링은 보호무역주의와 함께 더욱 큰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 가운데 빈국과 선진국의 저소득층이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IMF는 또 국제 지불시스템의 분절화와 금융의 지역 분권화가 진행되면서 신흥국과 빈국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경제의 블록화로 인해 경제 분절화가 이뤄지면 거시경제 변동성이 확대되고 국제적인 위험 분산이 제한되면서 더욱 심한 경제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
수십년 만에 아시아 최초로 채무불이행 국가가 된 스리랑카, 외환보유액이 급감한 파키스탄, 지난해 국가통화기금(IMF) 도움을 요청한 방글라데시 등이 세계가 직면한 위험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IMF는 “위기에 빠진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 능력이 약화하고 미래 국가채무 위기 해결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IMF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끝이 보인다며 올해 미국 경제의 연착륙이 가능하고 내년부터는 성장을 기대한다고 예측했다.
게오르기에바는 1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의 IMF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경제는 올해 바닥을 친다고 생각한다”며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내년에 경제 방향이 성장세로 반등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에너지 위기가 아직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며 "국제적인 물가상승과 생활비 문제가 여전히 불안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결과나 금리 인상에 따른 노동시장의 피해 등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