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거센 한파가 닥치면서 국내 반도체산업의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4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이 두 업체는 내년 가격 유지를 위해 메모리 반도체 감산과 투자 축소를 검토하는 가운데 세계시장에서 밀렸던 일본 반도체 업계는 파운드리 반도체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와 손잡고 재기의 추격 의지를 밝혔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4분기 실적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최근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증권사 전망치 평균)이 매출 76조7130억원, 영업이익 8조2264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4분기보다 0.3%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7%(5조6403억원)이나 감소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5조1200억원)의 절반에 그치고, 지난해 4분기(8조8400억원)와 비교하면 3분의 1수준으로 추락하는 실적이다.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은 더 어두워 올해 4분기에 적자로 돌아서면서 4192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2년 3분기(영업손실 150억원) 이후 10년 만에 처음 적자 전환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D램 가격의 하락세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의 영향이며, 이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악화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10월 D램(PC 범용제품 기준) 고정거래가격은 2.21달러로 전월(2.85달러)보다 22.46%나 떨어졌고, 낸드플래시의 고정거래가격도 4.14달러로 3.73% 내렸다. 지난달에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이달 들어서 내림세의 폭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적정 재고를 유지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감산과 투자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스마트폰, PC, 서버 등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재고가 10주치 달하자 적정 재고인 약 6주치를 유지하기 위해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의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 3분기에 뚜렷한 수요 회복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세계 반도체 산업 1위인 대만의 TSMC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황 상승세에 힘입어 올해도 견실한 실적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가 자체적으로 제시한 올해 4분기 매출 전망치는 199억~207억 달러(약 26조~27조원)에 달한다.
일본의 반도체 기업들도 그 동안의 부진을 씻고 TSMC와 손잡고 반도체 분야에서의 재기를 꾀하고 있다. 소재와 장비 부문에 경쟁력이 높은 일본 반도체 기업을 재건하려는 일본 정부의 의지와 글로벌 생산 및 연구·개발(R&D) 거점을 다변화하려는 TSMC의 목적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18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허우융칭 TSMC 부사장은 지난 8일 일본 TV도쿄 뉴스 프로그램인 ‘월드 비즈니스 새틀라이트’에 출연해 일본에 추가적인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TSMC는 현재 규슈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완공되기도 전에 새로운 공장 추가 설립 계획을 내비친 것이다.
현재 건설 중인 구마모토 공장은 TSMC과 일본 소니가 약 1조엔(약 9조5900억원)을 공동 투자해 2024년 12월부터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공장 건설에 사실상 절반에 가까운 최대 4760억엔(약 4조5600억원)을 지원한다. 일본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 산하 부품 기업인 덴소도 여기에 400억엔(약 38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TSMC측은 "일본과 대만은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다"며 "시설에서 협력 관계가 더 많은 혁신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