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결국 "콜옵션 행사"… 레고랜드 사태 이어 금융시장 혼란 가중
흥국생명 결국 "콜옵션 행사"… 레고랜드 사태 이어 금융시장 혼란 가중
  • 정연미 기자 kotrin3@hanmail.net
  • 승인 2022.11.0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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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화면캡쳐
@SBS화면캡쳐

흥국생명이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권(콜옵션)을 연기하기로 했다가 결국 행사하기로 번복하면서 채권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휘청거리자 강원도가 뒤늦게 채무를 보증하겠다며 무마에 나선 것처럼 흥국생명발 제2의 레고랜드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오는 9일 만기가 되는 5억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달러 표시 영구채)을 예정대로 중도상환(콜옵션 이행)하기로 했다. 흥국생명은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과 자체 유동자금으로 총 5600억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대주주인 태광그룹이 강력한 해결 의지를 가지고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결과라면서 다만 이번에 그룹이 추가로 출자하거나 자금을 보태지는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콜옵션 행사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한국 기업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사들였던 외국투자자들 사이에서 더 이상 한국물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급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흥국생명이 자본 여력이 충분한데도 당장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콜옵션 이행을 미뤘고, 보험 업계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렸다"면서 "이런 소탐대실이 없다. 이렇게 바로 상환할 수 있었다면 왜 진작 자금 마련 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흥국생명은 지난 2017년 11월 5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5년이 지난 올해 11월 1일 흥국생명은 이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권인 콜옵션을 행사해야 했지만 돌연 행사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이같은 흥국생명의 결정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150%를 조금 상회하는 흥국생명의 낮은 지급여력비율(RBC)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 감독규정에는 해당 증권을 상환한 뒤 RBC 비율이 150%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또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콜옵션을 이행하지 않아도 페널티로 현재 연 4.475%인 금리가 연 6.742% 수준으로 높아질 뿐이었다. 반면 콜옵션을 행사해 새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경우 국제 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조달금리가 연 12%가 넘다 보니 미이행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흥국생명의 콜옵션 연기 이후 DB생명도 콜옵션 행사를 미루면서 금융시장 혼란이 가중되자, 흥국생명은 갑자기 입장을 바꿔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은 모호한 규정을 명확히 해 RP 발행에 물꼬를 터줬다. 흥국생명이 발행한 RP는 4대 시중은행이 매입할 예정이다. 금융당국과 업계의 공조로 급한 불은 껐지만, 흥국생명의 행태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융당국의 행보에 대해 날선 비판이 제기됐다. 오기형 의원은 "금융당국이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이 사안에 대해 이해력과 대처를 종합적으로 가졌는지 의문이 든다"고 질타했다. 특히 금융당국의 태도가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주 의원도 "레고랜드 사태도 그렇고 왜 이렇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느냐를 지적하는 것"이라며 "금융위원장이 반복되는 상황을 왜 외면하고 축소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금 전 경제 분야에서 언제 어디서 돌발적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대응이 늦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며 "(흥국생명) 불안 해소가 안되기에 저희가 근본적인 자본확충(증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신속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흥국생명 건은 대주주가 증자하기로 했고 콜옵션도 원래대로 발행하기로 했다"며 "수습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만기(3년이나 5년)가 오면 통상 콜옵션을 행사하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국제금융업계의 관례를 깨는 것이어서 시장의 불안감을 확대시키고 있다. 가뜩이나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채권 수요가 없고, 금리도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물 금융채권에 대한 대한 불신감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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