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고금리 여파로 전국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공시가 보다 더 싼 아파트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로써 내년 부동산 가격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유예되거나 하락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이어진 집값 급등으로 공시가가 인상된 아파트들이 올들어 시세가 급락하면서 거꾸로 공시가보다 낮게 거래된 사례들이 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8㎡는 지난달 초 12층이 19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 동일 평형의 올해 공시가격은 15억 6300만 원에서 19억 8500만 원 사이인데 최고 공시가격보다 3500만 원 낮게 팔린 것이다. 아파트 공시가격은 같은 단지라 하더라도 동 위치, 층 위치, 조망과 조향, 일조, 소음 등에 따라 다르게 산정된다.
잠실 레이크팰리스 전용 84.82㎡도 지난달 말 17억 9500만 원에 거래돼 올해 공시가격 최고값인 18억 2600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수도권과 지방에서도 공시가보다도 싼 아파트 거래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값이 급등해 공시가격이 많이 올랐던 인천 지역도 실거래가와 공시가격이 역전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인천 송도 더샵센트럴시티 전용 59.99㎡는 지난달 5억 500만 원에 중개 거래됐다. 이는 같은 평형의 올해 최고 공시가격인 5억 2400만 원보다 1900만 원 이상 낮은 금액이다. 인천 송도동 e편한세상송도 전용 70.23㎡ 역시 최고 공시가격은 5억 1200만 원인데 해당 평형은 이보다 200만 원 싼 5억 1000만 원에 지난달 거래됐다.
수원시 영통구 힐스테이트영통 62㎡는 지난달 4억5700만원에 거래돼 공시가격(최고 5억2800만원) 아래로 하락했고, 화성 동탄역시범더샵센트럴시티 84㎡도 공시가격(최고 10억100만원)보다 싼 10억원에 팔렸다.
아파트값 하락세가 1년째 이어지고 있는 대구도 마찬가지다. 대구 범어동 e편한세상범어 전용 84.79㎡는 지난달 중순 실거래가가 5억 9700만 원으로 하락해 올해 최고 공시가격인 6억 4800만 원보다 약 5000만 원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집값 하락이 계속되고 있어 현실적으로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역전되는 아파트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송경호 한국조세제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4일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에서 “전년 동월 대비 주택 가격이 하락한 곳이 다수 확인돼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로 설정할 경우 (공시가격과 시세의) 역전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며 “재산세·종부세 납부 시점에 공시가가 시세를 역전하지 않도록 현실화 목표치 하향 조정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년도 부동산 가격 하락 폭이 불확실한 만큼 기존 현실화 계획을 1년 유예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은 지난달부터 공시가격 조사·산정 업무에 착수해 내년 초까지 집값 변동분을 내년 3월께 발표할 2023년도 공시가격에 반영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