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大漁)라더니...잡어(雜魚)였어?”
내년 2월 기업공개(IPO)를 앞둔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를 두고 시장에서 터져 나오는 탄식이다.
딱 1년전 이맘때만 하더라도 컬리의 기업가치는 4조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현재는 1조원대를 한창 밑돈다. 5분의 1 토막이 난 것이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우선 당장, 미국의 기준금리가 1년새 0.25%에서 4%로 훌쩍 뛰었다는 점이 꼽힌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물가를 잡기 위해 연속 4차례의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를 가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당연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미 국채 등으로 몰리다 보니 IPO 시장은 찬바람이 불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다 컬리 자체의 문제도 차곡차곡 누적돼 있다. ‘업친데 덥친 격’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의 누적 가입자는 현재 1000만명 정도다. 경쟁사라 할 수 있는 쿠팡에 반 정도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려면 가입자를 늘려야 한다”며 “컬리는 식품 외에 화장품 등까지 배송 품목을 늘리고 있으나 한계에 부딪혔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컬리가 초창기 확보한 가입자의 상당수는 이른 바 ‘체리 피커’다”라고 덧붙었다. 체리 피커는 기업 영리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혜택만 챙기는 소비자를 말한다. 실제 컬리는 시장에 진입할 때 고객을 확보하고자 일부 신선식품을 단돈 1000원에 팔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컬리의 실적은 악화일로다.
2018년(1571억원)이후 지난해(1조5614억원)까지 연매출액은 쭉쭉 늘어나긴 했다. 허나 영업적자 폭도 덩달아 급증했다. 지난해 영업 적자는 2177억원에 이른다. 2018년(-337억원)에 비해 6배가 뛴 것.
시장에서 예측하는 컬리의 흑자 전환 시점은 빨라도 3~4년 이후다
이러다 보니, 컬리에 대한 투자 심리는 좋지 않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증권신고서 제출을 앞둔 컬리는 1조원보다 낮게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활한 투자자 모집을 위해 컬리의 기업 가치를 7000~8000억원까지 낮출 것이라는 얘기마저 돈다. 컬리의 기업 가치가 단 1년만에 5분1로 쪼그라드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성우 컬리 홍보실장은 “컬리는 기업 가치가 1조원대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며 “혹 그 정도 수준에서 기업 가치를 산정하더라고 회사가 직접 공개하지는 못 한다”고 말했다. 컬리측 스스로 기업가치가 급락했음을 알리는 대목이다.
이처럼 안 좋은 상황에서 왜 컬리는 상장을 진행하려 할까.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상장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조기에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해서 펀드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는 컬리의 기업 가치를 4조원 규모를 보고 2500억원 투자했으나 투자금 회수를 요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5일 “적자 스타트업에 대한 기업 가치 평가가 극도로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며 “컬리는 IPO를 성공적으로 진행시키기 위해 적정 기업가치를 낮출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