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일 6년만에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사외이사를 조기 선임했다.
최근 회장으로 승진한 이재용 회장의 경영 재편 의지가 반영된 첫 행보로 평가된다. 내년 3월 정기 주총에 앞서 임시 주총을 통해 사외이사를 선임함으로써,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한다는 의지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날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서천연수원에서 열린 임시 주총에서 유명희와 허은녕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안건을 상정, 의결시켰다.
표결 결과 유명희 사외이사 99.25%, 허은녕 사외이사 88.29%의 찬성표가 나왔다.
유명희 사외이사는 산업부 통상교섭실장과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경제통상 분야 전문가로, 통상교섭본부장이던 2020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입후보해 최종 결선에 오르기도 했다.
허은녕 사외이사는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한국혁신학회 회장,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에너지 전문가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사외이사를 조기에 신규 선임해 사외이사의 이사 총수 과반 요건을 충족시키고,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지속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회사 발전과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 주주는 "4개월 뒤에 정기 주총이 있는데 지금 임시 주총을 열어 선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한 부회장은 "상법상 내년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충원할 수도 있었지만, 이사회의 독립성 유지를 위해 빠른 시일내에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자 임시 주총을 소집하게 됐다"고 답변했다.
앞서 한화진 사외이사가 4월 윤석열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으로 지명돼 사임하고, 박병국 사외이사가 5월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삼성전자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가 4명으로 줄어든 데 따른 조치란 설명이다.
이번 선임으로 삼성전자의 사외이사는 다시 6명으로 늘었다. 사내이사는 5명이다.
삼성전자는 주주 편의와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사전 신청한 주주를 대상으로 이날 주주총회를 온라인 중계했다.
또 2020년 도입한 전자투표 제도를 이용해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2일까지 주주들이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주총 시작 시간인 이날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출석 주주는 위임장을 제출한 주주를 포함해 56명이었다.
출석 주주의 의결권 있는 주식 수는 주식 총수 56억3천528만주 중 74.3%인 41억8천674만주로 집계됐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 앞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또 현장에 참석한 임직원은 어두운색 복장과 검정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엄숙한 분위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1일 53주년 창립기념일 행사도 당초 계획했던 내부 공연을 취소하고 행사에 앞서 희생자를 애도하는 묵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