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동조합이 파업에 나선다. 퇴직자에게 제공하는 과도한 신차 구매 할인 혜택을 줄이겠다는 회사 측의 조치에 노조가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전날 오후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약 4시간의 논의를 거친 끝에 파업을 결의했다. 오는 13일 2시간, 14일 4시간 파업을 진행한다.
앞서 기아 노사는 무분규로 한 차례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런데 임협은 통과됐지만 단협이 부결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기아는 임협과 단협안 중 하나라도 부결될 경우 재협상을 하게 된다.
핵심 쟁점은 퇴직 후에도 차량 구입 시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 ‘평생 사원증’ 제도 축소다.
지금까지 기아는 25년 이상 근무한 퇴직자에게 평생 차량 할인 혜택을 제공해왔다.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할인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바꾸고 할인율도 최대 30%에서 25%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에 전격 합의했다.
또 고령 운전자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연령도 75세로 제한을 두기로 했다.
차량 할인 혜택이 축소되더라도 경쟁 업체보다 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세계 1위 자동차기업 도요타는 퇴직자 차량 할인이 전혀 없다. 도요타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858만엔(약 8500만원) 수준이다. 기아는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1억100만원으로 도요타보다 20% 가까이 높다.
퇴직자 복지 축소에 파업까지 나선 배경에는 ‘늙어가는’ 인력 구조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0세 이상 직원 비중이 절반을 웃돌 정도로 고령화하면서 ‘나도 곧 퇴직자’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아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되면 차량 출고지연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이달 기준 기아 쏘렌토·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18개월 이상을 대기해야 차량을 인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주문계약이 밀려 있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