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경찰과 정부의 갈등이 드디어 폭발했다.
전국의 경찰서장들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나서자 제20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이들을 비판하는 가운데 집단행동을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이 대기발령 조치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발한 검사들의 집단행동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제기하며 류삼영 서장의 대기발령 조치를 맹비난했다.
지난 23일 충청남도 아산시에 있는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는 전국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총경 19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총경들은 회의 후 입장문을 발표해 “많은 총경이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우려를 표했다”며 “참석자들이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통제에는 동의하지만,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총경들은 “국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사안에 국민, 전문가, 현장 경찰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미흡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며 “오늘 논의된 내용은 적정한 절차를 통해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후보자)이나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전달하겠다. 앞으로 경찰의 중립성, 책임성, 독립성 확보를 위해 경찰청 지휘부와 현장경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20대 대통령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24일 서울특별시 용산구에 있는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해 “저는 공무원을 35년 했다. 과거 경험으로 봐서도 그것은 부적절한 행위가 아니었나 싶다”며 “대한민국에 힘이 아주 센, 부처보다 센 청(廳)이 3개가 있다.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이다. 법무부에는 검찰국이 있고, 국세청의 경우에도 기획재정부에 세제실이 있어 관장하고 같이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만 (부처 조직이) 없는 것인데, 민정수석이 (역할을) 해 왔다”며 “지금은 민정수석이 없어졌다. 경찰이 검수완박으로 3개 청 중에서 가장 힘이 셀지도 모르는데,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해 “경찰국 신설의 취지와 향후 운영 방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선 경찰서의 서장으로 국민을 위한 치안 행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총경들이 집단 반발로 맞선 현 상황을 국민께서는 매우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며 “경찰국은 과거 청와대가 민정수석실 등 밀실에서 권력을 자의적으로 전횡하던 경찰을, 법률상 상위 조직인 행정안전부를 통해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게 하는 행정조직이다. 권력자가 전횡을 일삼던 경찰 조직에 대한 지휘를 투명하게 운영하자는 취지다. 결국 경찰국 신설은 ‘비정상의 정상화’다”라고 강조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24일 류 서장에 대해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 대기 근무를 명하고, 황덕구 울산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을 울산중부경찰서장에 보임했다.
류 총경은 23일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처음 제안했다.
류삼영 총경은 2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칼만 휘두르면 머리를 숙일 줄 아는 모양인데, 우리는 목을 내놓고 하고 있다”며 “우리를 무시하는 처사다. 더 큰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2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해 “경찰의 중립성을 논의하는 움직임에 전두환 정권식 경고와 직위해제로 대응한 것에 대해서 대단히 분노한다”며 “평검사 회의는 되고 검사장 회의는 되는데 왜 경찰서장 회의는 안 되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는 경찰이 되고자 하는 경찰의 의지가 징계 사유일 수 있느냐?”라며 “검찰은 해도 되고 경찰은 해서는 안 되냐? 윤석열 정부에 공정과 상식은 없음을 자인한 인사조치다. 윤석열 대통령은 군부독재로 회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경찰국 신설에 대한 국민의 우려에 대해 직접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