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로 올리며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은행은 14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2022년 4월 14일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 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0.25%p 상향 조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의 큰 폭 상승, 공업제품 및 개인서비스 가격의 오름세 확대 등으로 4%대 초반으로 크게 높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과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모두 2%대 후반으로 상승했다”며 “앞으로 소비자 물가는 당분간 4%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금년 중 상승률도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상당 기간 3% 내외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국내경제는 회복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가 글로벌 공급차질에 영향받아 조정됐지만, 수출이 호조를 지속했고 민간소비는 회복 흐름이 주춤했다가 최근 방역조치 완화 등의 영향으로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냈다”며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 수 증가가 이어지는 등 개선세를 지속했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일부 영향받겠지만 수출이 여전히 견실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민간소비도 개선되면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금년 중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3%)를 다소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세계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회복세가 다소 둔화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가속됐다. 국제금융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에 대한 기대 변화 등으로 주요국 국채금리가 큰 폭 상승하고 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냈다”며 “주가는 상당폭 하락했다가 반등했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주요국의 방역조치 완화 등에 힘입어 회복 흐름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되나, 코로나19 전개 상황,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아직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주상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의장 직무대행)은 14일 한국은행에서 기자간담회를 해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대략 4% 또는 그에 근접한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성장률은 낮아져도 2%대 중후반은 될 것이다. 이 정도로 성장하면 물가가 다소 높지만,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라며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성장·물가 흐름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이는 한국은행도 인정하고 있다.
주상영 의장 직무대행은 “현재 공급 측면에서 주로 물가상승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금으로선 물가 상방 압력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14일 발표한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금년 중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 2월 전망수준(3.1%)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금통위는 지난 2020년 3월 16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 발생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1.25%→0.75%로, 같은 해 5월 28일 0.75%에서 0.5%로 내렸다.
이후 동결을 지속하다 지난해 8월 26일 0.75%로 올린 이후 인상을 거듭해 결국 1.5%로까지 기준금리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