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온라인 유통제국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삐에로쑈핑) 기대해주세요’ 라는 등 정 부회장이 2018년 3월 채용박람회 현장에서 밝힌 청사진들은 벌써 빛을 바랬다. 코로나19가 유통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아서다.
정 부회장이 그리는 그림은 크게 두 개의 축으로 나뉜다.
먼저 이마트가 운영하고 있는 전문점 사업에 과감한 ‘메스’를 가하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으론 예상을 빗나갈 정도로 빠르게 찾아온 '온라인 시대'에 맞춰나가는 작업이다.
25일 재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전문점의 비효율 점포 효율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마트는 일렉트로마트(가전)·몰리스(반려동물용품)·토이킹덤(장난감)·PK마켓(고급 식품점)·노브랜드(자체 브랜드) 등 전문점을 운영 중이다. 이들 매장은 효율화 작업 대상에 놓여 있다.
입점 위치와 무관하게 오로지 사업성만 따지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정 부회장은 피에로쇼핑과 PK피코크·부츠·쇼앤텔을 순차적으로 접은 실패의 노하우도 체득한 바 있다. 이들 전문점은 실험적 성격이 짙었지만 정 부회장이 야심하게 준비한 출발과 비교하면 결과는 뼈아팠다.
정 부회장은 사업성이 부족하다면 무리하게 끌고 가지 않겠다는 과감한 결단을 보이고 있다는 게 재계의 진단이다.
정 부회장은 3년전만 하더라도 이커머스 사업의 확장에는 선을 그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충분히 자체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랬던 정 부회장이 이마트가 지난 6월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를 약 3조404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결정을 내렸다.
코로나19로 온라인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미처 대비할 시간이 없었는데, 과감한 기업 인수합병(M&A) 카드로 국면의 전환을 꾀한 것이다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면 신세계그룹은 국내 2위 이커머스 기업으로 올라선다지난해 기준 이베이코리아 결제액은 20조원이다. SSG닷컴(4조원)을 더하면 네이버쇼핑(28조원) 뒤를 잇는다.
정 부회장은 ‘적과의 동침’도 마다 않는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3월 네이버와 상호 지분 교환을 체결했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이 각각 1500억원, 1000억원 규모로 참여하기로 했다. 급변하는 온라인 시장 판도가 적극대응하기 위해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주저했다면 경쟁사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을 것이다”라며 “전문점 사업 철수 등에서도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