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식의 '영화는 클래식을 타고' 21014] 크레센도 - Crecendo
[이충식의 '영화는 클래식을 타고' 21014] 크레센도 - Crecendo
  • 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 승인 2021.07.1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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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평화를 향한 문지방 너머로 발을 디디며, '하나의 오케스트라' 를 소망했던 젊은이들의 열정어린 서사 <크레센도 - Crecendo>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지휘자 에두아르트 스포크(페테르 시모니슈에크 분)는 어느 날, 프랑크푸르트에서 '효율적 이타재단' 의 매니저 카를라(비비아나 베글라우 분)를 만나게 되죠.

카를라는 에두아르트에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출신의 젊고 재능 있는 연주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오케스트라를 출범시키고 싶다며 이를 맡아 달라 부탁합니다.

에두아르트는 "그들이 더불어 연주한다고요? 지금 농담해요? 돈이 모든 걸 구원할 수 있으리라 믿나 보죠?" 라며 완곡히 거절하죠.

그럼에도 카를라는 포기하지 않고 그를 끈질기게 설득합니다.

" 돈을 어떻게 잘 쓰느냐에 달려있죠. 저희 재단은 선(善)한 자본을 지양하며, 그런 의미에선 믿을 수 있을 겁니다."

에두아르트는 카를라의 열성과 진지함에 빠져들며, 결국 그의 제안을 수락하지요.

하지만... 평화 콘서트에 합류하기 위해 오디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두 나라의 청년들이 처한 상황은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이스라엘의 바이올리니스트 론(다니엘 돈스코이 분)은 평화로운 가운데 여유 있는 미소를 머금고 연주를 하지요.

반면 팔레스타인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라일라(사브리나 아마리 분)는 최루탄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양파 냄새를 맡으면서 이를 악물고, 그야말로 처절하게 연습합니다.

오디션이 열리는 텔아비브까지 이스라엘 연주자들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오지만,
팔레스타인 연주자들은 적대적인 이스라엘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검문소를 갖은 조롱과 수모를 당하며 힘들게 통과해야만 하죠.

오로지 음악에 대한 열정 그 하나 만으로, 거장 에두아르토 스포크와 함께 하고파 모였지만... 양국 간에 오랫동안 이어져온 반목과 분쟁으로 인한 음악도들의 적대적 갈등과 긴장은 쉬이 해소되지 못합니다.

뿌리 깊이 담겨 있던 분노와 증오는 오히려 이내 서로를 향한 공격으로 표출되기에 이르죠.

론은 팔레스타인 출신의 연주자들이 부족하다는 얘길 듣고는, 건설적인 대안(?)이랍시고 아랍인을 닮은 이스라엘 출신 동료 연주자들을 데리고 와 에두아르트에게 '드보르작의 관악기를 위한 세레나데 8중주' 를 연주해 보입니다만...

라일라는 이스라엘 연주자들이 오디션도 거치지 않고 오케스트라에 합류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크게 반발하지요.

게다가, 한 수 아래라며 깔보았던 라일라가 악장으로 발탁되자... 엘리트 출신의 론은 의자까지 발로 걷어차며 에두아르트에게 격렬히 항의합니다.

왜 저를 선택했냐며 걱정하는 라일라를 에두아르토는 차분하게 설득하죠.

"론이 더 뛰어난 연주 능력이 있다는 건 잘 알아. 하지만 나는 재능보다는 신뢰를 더 중시하지. 너는 믿음이 가거든.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아슬아슬하게 거리를 유지하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음악도들의 감정은 급기야 첫 리허설에서부터 폭발하고야 맙니다. 

이들이 어렵사리 함께 하는 연습 과정에서도 서로에 대한 배척과 적대감이 고스란히 드러나죠.

결국 에두아르트는 상대방에 대한 편견과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파격적인 대화의 자리를 마련합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연주자들 사이로 라인을 설정하겠네. 여러분은 그어진 금을 넘어서도 안 되고, 상대방의 몸도 터치하면 안되네. 

이제, 그간 맘에 담았던 생각들을 솔직히 털어놓으라고. 시간은 5분!"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서로를 향해 증오와 저주로 가득찬 악다구니를 퍼붓죠.

'이 살인마들!', '킬러들!' , '내 사촌을 죽인 자들!', '폭파범들!', '테러리스트들!', '오만한 유대인들!',  '팔레스타인과는 평화는 없어!'.

그렇게 5분 간... 오랫동안 쌓였던 울분과 화, 반감을 폭풍처럼 쏟아내던 그들은, 서로의 눈을 응시하며 자신들이 그저 핏줄이 다를 뿐, 모두가 똑같이 피 끓는 순수한 열정의 청춘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청년들은 서로의 비극사를 내밀하게 털어놓으며,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어가죠.

유대인 모자와 아랍인 히잡을 바꿔 써보자는 에두아르트의 제안에 가장 먼저 나선 건 뜻밖에도... 초반의 격렬한 싸움에서 물러서 있던, 소심하고 유약한 팔레스타인 클라리넷 연주자 오마르(메드히 메스카르 분)와 이스라엘의 프렌치 호른 연주자 쉬라(에얀 핀코비치 분)였습니다.

에두아르트는 재능이 뛰어난 오마르에게 프랑크푸르트 음악학교 유학을 권유하지요.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선뜻 결단을 주저하는 오마르에게 그는 장학금 지원도 추천해 줄 수 있다며, "예술가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라고 충고해 줍니다.

진정어린 소통과 나눔, 나아가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에두아르트의 진심을 담은 노력은 그 소중한 빛을 발하고, 영원히 평행선을 걸을 것 같던 이들은 조금씩 서로를 받아들이기 시작하죠.

양쪽의 젊은이들은 아무래도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 2악장 부분이 부족해 보인다며, 비로소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듣는 연주를 함께 펼쳐 갑니다.

그러던 중, 에두아르투는 비발디의 '사계' 속 '겨울' 리허설을 마치곤 단원들에게 선언하죠.

"완전하진 않지만 이제야 상대방의 연주를 서로 들으며 합주하는 모습이 맘에 와 닿네. 드디어 공연이 모레로 다가왔어. 이제 더 이상 연습은 없으니 푹 쉬도록 하게나!"

이렇듯, 굳게 응어리진 마음을 풀고 화합되어가던 오케스트라였건만... 예기치 못한 비극적 사건으로 단원들은 걷잡을 수 없는 충격과 대혼란에 빠집니다.

'사랑은 우리를 강하게, 증오는 우리를 약하게
만든다' 는 메시지를 남긴 채, 연인 쉬라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감행했던 오마르...

바로 그가 보안팀의 제지를 뚫고 달아나다 그만 절벽에서 추락해 쉬라의 곁을 영원히 떠나고 말았던 것이죠.

오마르 아버지는 아들이 직접 작곡, 연주했던 '오마르와 3형제' 를 트럭에 장착한 스피커로 틀어주며, 최고의 클라리넷 주자였던 오마르가 
더 이상 연주할 수 없게 됐다며 울부짖습니다.

결국 평화 콘서트는 취소되고... 에두아르트는 침통한 표정으로, 이젠 말라리아 프로젝트를 지원코자 소말리아로 간다는 카를라에게 '의도는 좋았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정말 안타깝다' 라며 애석해 하죠.

공항 라운지에서 탑승을 기다리던 이스라엘 연주가들은 TV를 통해 팔레스타인 청년의 뜻하지 않은 죽음으로 콘서트가 결렬됐다는
보도를 접합니다.
  
그러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론은 드럼 스틱을 대신해 바이올린 활로 유리창을 라벨의 볼레로 첫 부분 소절과 함께 두드리다가 본격적으로 주제 선율을 연주하기 시작하죠.

이에 론의 동료들은 일제히 투티 앙상블로 화답하고...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슬픔에 잠겨있던 팔레스타인 연주자들 역시 용서와 화해의 하모니를 격정적으로 풀어냅니다.

영화 표제처럼 그들은 '점점 세게, 또 점점 강하게(Crecendo)'... 오직 음악을 통해 서로를 듣고, 또 서로를 바라보다, 마침내 서로를 힘껏
포용하며, 말 그대로 '하나' 가 된 게죠.

서로를 짓눌렀던 증오의 그늘이 접히고, 
'볼레로' 가 엄숙하게 동료 오마르의 안타까운 죽음을 조문한 셈으로... 치열함의 열정을 함께했던 날들을 그들은 이토록 아우르고, 또 기립니다.

그렇게... '화합과 평화' 를 향한 영혼의 하모니  
<크레센도>는 애틋하고도 찬연한 아우라를 발하며 고요히 막을 내리죠.

1. 영화 <크레센도 - Crecendo> 트레일러
- https://youtu.be/iCMEpO76wV4

일촉즉발의 위험을 안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음악도들이 증오와 반목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화합의 선율과 평화의 하모니를 완성해가는 화해의 서사 <크레센도>...

영화는 유대인 명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젊은 연주가들로 구성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West - Eastern Divan Orchestra)' 를 창단했던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태생으로 다수의 다큐멘터리 영화, TV 시리즈 등을 오가며 독일에서 폭넓은 활약을 하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갈등을 다룬 영화 <포 마이 파더> 를 연출한 바 있는 드로 자하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죠.

그는 이 <레센도>를 통해 오디션 단계에서의 분명한 대비와 리허설 과정에서의 불화 등 
두 국가의 젊은 음악가들이 맞닥뜨린 문제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동시에, 이들의 뿌리 깊은 상처를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토니 에드만>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여 호평을 받은 독일 연기파 배우 페테르 시모니슈에크가 마에스트로 ‘에두아르트’ 역으로 극을 이끌었죠. 

다소 도식적인 설정과 전개가 아쉽습니다만,
<크레센도>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변혁을 향해 내딛는 소중한 첫 걸음을 보여주며, 진솔한 화해의 의미에 대해 생각케 하는 영화로 자리합니다.

무엇보다도 클라이맥스에서 울려 퍼지는 평화와 화합의 '볼레로(Bolero)' 선율은 짙은 여운을 드리우며... 사람을 움직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음악의 힘을 보여주죠.

- https://youtu.be/XgJz-pf_noQ

하나의 땅을 둘러싼 두 나라, 중동의 
철천지원수(徹天之怨讎)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조상은 같지만 살아온 역사와 종교가 다른 두 국가가 같은 영토를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며 촉발된 이 질곡어린 충돌과 투쟁의 역사는 너무도 길고 험난하기만 합니다. 

당장이라도 큰 전쟁이 터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위태로움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죠. 

영화 <크레센도>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평화를 염원하며 탄생된 드라마입니다. 

마에스트로 에두아르트의 지휘 아래 시작된 오케스트라 공연은 안타깝게도 좌초됐지만... 그 노력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을 것 같던 둘' 을 '음악이라는 이름의 하나' 를 위한 디딤돌로
승화되죠. 

영화는 어떠한 편 가름도 없이, 마음을 울리는 클래식 선율과 하모니에 맞춰 모두를 화합으로 이끕니다. 

비록 현실은 끝나지 않는 분쟁으로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또 약자의 희생은 되풀이되고 있죠.

하지만 감독은 이 <크레센도>를 통해서나마 언젠가 마주할... 평화를 향한 의미 있는 발자욱을 올곧게 내딜 수 있게 해줍니다.

1999년, 아르헨티나 태생의 이스라엘 국적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이념, 종교적 대립을 버리고 인종, 지역 차별 없이 모두가 치유받길 열망하는... '꿈의 오케스트라 프로젝트' 를 시작했죠. 

그는 팔레스타인 출신의 영문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에드워드 사이드와 의기투합해,
세상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치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이집트, 이란,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등 중동국가 출신의 청년 음악도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창단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타이틀 또한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동서 문명 간 화합을 염원하며 쓴  작품 ‘서동 시집’ 에서 따왔죠.

그들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화해의 시작이 될 거라는 굳은 믿음 아래...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하나가 되는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를 열정적으로 밀고 나갔습니다.

크나큰 관심 속에 오직 음악을 통해 소통하기 시작했던 청년 음악도들은 전 세계에 큰 평화의 희망을 전하고 있죠. 

현재는 스페인 국적 연주자들도 참여하여 활동하고 있는데, 바렌보임은 오케스트라 설립 취지에 맞게 두 명의 악장에 이스라엘과 레바논 출신을 각각 임명하여 활동시키고 있습니다. 

매년 세계 순회 연주를 통해 '평화와 화합' 의 메시지를 역설해 오던 서동 시집 오케스트라는,

2005년 중동의 가장 뜨거운 화약고이자, 첨예한 대립지역인 팔레스타인의 임시 수도 라말라에서 기념비적인 공연을 개최해 전 세계인들 마음에 큰 감동을 선사한 바 있죠. 

변함없이 서동 시집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다니엘 바렌보임은 유엔 평화대사이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시민권을 동시에 갖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2006년에는 이 오케스트라를 주제로 파울 슈마츠니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바렌보임과 서동 시집 오케스트라 - Knowledge is the beginning>은 예술 관련 최우수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에미상을 수상했죠.

서동 시집 오케스트라는 그렇게... 음악을 통한 소통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아랍과 이스라엘 분쟁의 평등한 해결책을 찾는데 일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2011년 8월, 다니엘 바렌보임과 서동 시집 오케스트라가 펼쳐내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 

그리고 '신이 주신 목소리' 소프라노 조수미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죠.

이른바 ‘클래식의 기적, 마법’으로 불리는 조합이 찾아왔던 겁니다.

첫날 베토벤 교향곡 1번, 8번과 5번 '운명' 과 함께 베토벤 교향곡 투어를 시작했던 서동 시집 오케스트라는, 

둘째 날 4번과 3번 '영웅' 에 이어 셋째 날에는 6번 '전원' 과 7번, 그리고 마지막 날엔 2번과 9번 '합창' 을 연주했죠!

'평화의 전령사' 로 불리는 바렌보임은 광복절엔 비극적 남북분단의 상징인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무대에서 별도의 대규모 평화콘서트를 개최해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 을 펼쳐냈습니다.

그는 말했죠. “남북한이 함께 연주하는 날이 온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 https://youtu.be/J5ebbdRxjZA

다니엘 바렌보임은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 와 '소통' 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서동 시집 오케스트라의 출범이 중동 지역에 온전한 평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디반’은 다만, 무지(無知)에 대한 반발입니다.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상대방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설사 나와 같지 않다 하더라도 그들을 이해할 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이죠. 

‘디반’에 속해 있는 아랍계 단원들이 이스라엘 사상으로 전향하게 하려는 것도, 이스라엘 단원들에게 아랍인들의 생각을 강요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양측이 최후의 선택으로 창과 칼에 의존하지 않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길 원할 뿐입니다. 안타깝게도 저와 뜻을 함께 했던 에드워드 사이드가 2003년 세상을 떠나 이젠 혼자 꾸려 나가야 하지만 말이죠..."

오케스트라 한 젊은 단원도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서동 시집 오케스트라를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마에스트로 바렌보임은 늘 이 프로젝트가 정치적이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사실 이 프로젝트는 양측의 정치적 사상을 모두 드러내는 프로젝트라는 바로 그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비롯한 단원들에게보다도, 다른 사람들에게 분쟁 국가 출신의 사람들이 한군데 모여 앉아 연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죠. 

이 오케스트라는 사람을 상대하는 법을 세상으로 하여금 관찰하게 해주는 실험의 장과도 같습니다.”

2. 영화 <크레센도> 속 클래식 사운드 트랙

극중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음악도들이 점차 서로에 대한 편견과 불신을 극복해가는 가장 중요한 메신저이자 촉매는 바로 클래식 음악이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젊디젊은 음악가들 개개인의 마음 속 깊이 담겨있는 아픔, 굴곡진 감정, 그리고 젊은 또래들의 활기찬 에너지가 클래식 음악 선율과 한껏 어우러집니다.

오직 음악을 바라보고 평화 콘서트에 합류한 이들은 파헬벨, 비발디, 바흐, 드보르작, 라벨 등 클래식 거장들의 작품을 연주하며 서로의 연주를 듣고 화음을 맞춰나가는 기적을 만들어가죠.

2-1.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3번 E장조, BMW. 1006 중 1악장 '프렐류드(Preludio)'

6곡에 달하는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곡의 대미를 장식하는  파르티타 3번은, 청량한 햇살이 내리쬐는 모습이 그려지는... 경쾌하고도 명랑한 분위기가 전편에 감도는 곡입니다.

특히 1곡 '프렐류드' 는 명징하게 반짝이는 듯 한 미려함이 돋보이죠.

영화 도입부, 론과 라일라는 평화 콘서트
오케스트라의 단원 선발 오디션을 겨냥해 
이 곡을 연습합니다.

바흐의 파르티타 선율의 감동은 몇 백 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건만... 각자에게 차별적으로 처해진 여건에 따라 이토록 강렬한 콘트라스트의 사운드로 울려오는 게 사뭇 인상적이죠.

- 힐러리 한 바이올린
https://youtu.be/QyRBAvmUHcg

2-2. 비발디 '화성과 창의에의 시도' Op.8의 4 -
'사계(Le quattro stagioni)' 중 '겨울(L'Inverno) f 단조, RV.297

비발디는 겨울 악장을 역설적이게도 정겹고
훈훈한 남풍의 선율로 그려냈습니다.

그는 춥고 음산한 겨울의 터널을 지나 따스하고 화사한 봄으로 순환하는 계절의 자연스런 흐름을 표현코자 했던지도 모르지요.

영화 <크레센도>에서도 이 '겨울' 의 리허설을 통해 단원들이 비로소 서로를 듣고 연주하는 경지에 이르게 됐음을 보여줍니다.

요원하게만 여겨졌던... 그 평화의 봄 또한 다가올 것임을 에둘러 암유하고 있는 것이죠.

- 이 무지치(I Musici) 챔버
https://youtu.be/FLGWNQX-XgE

https://youtu.be/nGdFHJXciAQ

- 파비오 비온디 지휘 유로파 갈란테
https://youtu.be/8SrE0VNoNNY

- 일 지아르디노 아르모니코
https://youtu.be/kY1XTGqu2ps

2-3. 드보르작의 '관악기를 위한 세레나데'
(Serenade for Wind Instruments) Op.44 
- 에스트라다 지휘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심포니
: hr - Sendesaal, 2020
https://youtu.be/st6vwMhukSc

2-4. 요한 파헬벨 '캐논(Canon)' D장조
- 'en Re Mayor-RTVE (Adrian leaper) Orquesta sinfonica Navidad 2008' 
https://youtu.be/OFfYGoVstgc

- 원곡 오리지널 버전
https://youtu.be/JvNQLJ1_HQ0

에두아르토는 '파헬벨의 캐논' 곡을 연습시키면서 무연한 색깔의 돌림조로 흐르는 이 곡의 캐릭터에 맞춰, 라일라와 론에게 순차적으로 솔로를 이어가도록 이끕니다.

그러곤 질문하지요. " 처음 연주했던 라일라의 사운드는 왜 약하게 들렸을까? 또 론의 보잉은
유독 에너지가 넘쳤을까? 각자 생각해 보길 바라네.

이유는 바로 서로가 적대적이기 때문이지. 자기만 연주하기에 급급할 뿐, 소통도 전혀 없어.
상대방의 연주를 듣지 않는 게지. 서로 보고, 듣는 배려와 소통이 필요한 거야!"

같은 멜로디를 다른 악기로 바꿔가며 시대의 벽을 넘어서 바리아시옹되는 '캐논(Canon)'...

분명 서로 다르지만 어떻게 보면 닮아 보이기도 한 양측의 젊은 음악도들은 '따로 와 똑같이' 의 영감어린 앙상블로 <크레센도>를 시종 포근히 감싸 안죠.

- 브루클린(피아노와 첼로) 듀오
https://youtu.be/Ptk_1Dc2iPY

2-5-1.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신세계' e단조, 
Op.95, 2악장 '라르고(Largo)'
- 카라얀 지휘 빈 필하모니커
https://youtu.be/ASlch7R1Zvo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젊은이들 모두에겐 '돌아가고픈(Going Home)', 또는 '정착하고픈 (Staying Home)'... 꿈속의 고향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영화는 조상들의 뒤틀린 역사를 뒤로 하며, 
두 나라의 청춘들 모두가 정겹게 품을 수 있는 고향을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2악장 '라르고' 선율로 은유하고 있죠.

2-5-2. '고잉 홈(Going Home)' 노래 - '리베라(Libera)' 합창단
https://youtu.be/TvThHk-wMRk

- 시셀(Sissel)
https://youtu.be/iJFhTb1gi6Y

2-5-3. '신세계' 교향곡 전악장
- 에스트라다 지휘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심포니 
https://youtu.be/jOofzffyDSA

2-6. 라벨의 '볼레로(Bolero)'

영화 <크레센도> 엔딩 시퀀스... 거대한 화합과 공존의 퍼포먼스로 불꽃처럼 찬연하게 타올랐던 라벨의 볼레로는 피날레의 일성(一聲)과 함께 그 파격의 끝을 마무리하지요.

하여, 양쪽의 젊은이들은 국적과 인종, 종교를 초월해 온전히 혼연일체가 되며, '사랑과 평화의 하모니' 를 완성하기에 이릅니다.

라벨이 1928년 작곡했던 '볼레로(Bolero)' 는 스페인 풍의 숨결을 강렬하게 느끼게 하는 음악으로, 그는 곡에 대해 이렇게 말했죠. 

"1928년, 무용가 이다 루빈슈타인의 요청에 따라 나는 관현악을 위한 볼레로를 작곡했다. 상당히 느린 무곡으로 선율, 화성, 리듬이 시종일관 반복되며, 특히 리듬에서 작은 북소리가 끊임없이 뒤따른다. 이 곡에서 변화의 요소는 관현악 합주 부분의 '크레센도' 밖에 없다.”

볼레로는 이렇듯 매우 단순하게 전개되죠. 
작은북(스네어 드럼)이 처음부터 끝까지 집요한 리듬을 반복합니다.  그와 동시에 두 개의 주제 선율을 계속 반복하면서 점차 음량이 '고조(크레센도)' 되죠.

플루트로 시작되는, 느릿한 동양적 맛이 풍기는 2개의 연속된 주제 선율은 볼레로의 끊임없는 리듬을 타고서, 발전이라든가 변형도 없이 악기만 바꾸어가며 무려 169회나 채색되고 반복된 채 엮어져 나갑니다.

유일하게 변화하는 것은 악기 편성에 따른 음색과 음량뿐으로... 음악사상 전례가 없던 것이죠. 

볼레로는 반복될 때마다 악기의 수를 늘이고, 마지막으로 3관 편성의 풀 오케스트라가 주제를 연주하다, 오케스트라의 장대한 '크레센도'가 가장 절정에 달했을 때 맨 피날레의 불과 두 마디에서 급전하여 그 끝을 맺습니다.

- 두다멜 지휘 빈 필하모니커
https://youtu.be/E9PiL5icwic

- 에스트라다 지휘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심포니 
https://youtu.be/y9Slb7VKA0U

- 게르기에프 지휘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
https://youtu.be/igWt_WnqmUw

3. 마틴 스톡의 OST 'Onyx'
- https://band.us/band/74468325/post/11280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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