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식의 '아트 무비의 향기' 21013] 노매드랜드 - Nomadland
[이충식의 '아트 무비의 향기' 21013] 노매드랜드 - Nomadland
  • 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 승인 2021.06.27 1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기, 낯선 길 위에서 만난 기적같은 위로의 서사 <노매드랜드>가 있습니다.

영화는 어느 황량한 겨울날, 창고의 셔터문을 열면서 남편 유품의 체취를 맡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주인공 펀(프랜시스 맥도먼드 분)의 모습을 '프레임 인' 하며 출발하죠.

수 세대에 걸쳐 광부들이 터를 잡고 살았던 미국 네바다주의 소도시 엠파이어.

하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대변되는 금융위기의 후폭풍으로 도시를 지탱하던 석고보드 기업 'USG' 가 도산하게 됩니다. 

생업을 잃은 시민들은 스산함만이 남은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몇개월이 지나자 엠파이어는 우편번호마저 없어지는 유령도시로
전락하고 말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모든 것이 무너진 후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남편까지 병으로 세상을 떠나 홀로 남겨진 펀은 이중으로 닥친 상실감을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지요. 

펀은 추억이 깃든 도시를 떠나 평범한 일상의 삶을 뒤로 한 채... 홀로 낡아 빠진 밴을 타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국의 각지를 떠도는 '노매드(Nomad)'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는 다리를 쭉 뻗어 잘 공간도 부족해 웅크려 자야만 하는 작은 밴에 '선구자(Vanguard)' 라는 강렬한 이름을 지어주죠. 

낯선 길 위의 세상에서 각자의 사연을 가진 노매드들을 만나고 헤어지며... 펀은 다시 살아가기 위한 여정, 곧 '길 위의 삶' 에 적응해 갑니다.

'펀(fern)' 은 씨앗을 뿌리지 않고 포자를 뿌려 번식하는 양치식물을 뜻하죠. 

한 군데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유랑하는 주인공의 굴곡(屈曲)진 운명을 암시하는 이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만...

이 '펀' 이라는 이름에는 고독함과 강인함이라는, 노매드의 정체성에 대한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열렬한 소망, 감독 클로이 자오의 올곧은 주제의식, 그리고 저널리스트인 원작가 제시카 브루더의 생생한 대안적 목표가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지요.

'가장 사랑했던 소중한 존재와 가치를 상실한 이들이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라는 과제를
영화와 현실, 또 청자(聽者)와 화자(話者)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는 구도인 셈입니다.

그런데 임시 교사였던 펀에게 시를 배웠던 한 여학생은 엄마 말로는 집이 없다던데 맞냐고 당돌하게 묻죠. 

펀은 답해줍니다."  '집이 없는(homeless)' 건 아냐. '거주지가 없을(houseless)' 뿐이지. 둘은 다르잖아? 난 괜찮아."

하지만, 평생 노동을 해도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이들 '무거주자' 노매드의 떠도는 삶은 '히피'(hippie)들의 그것처럼 마냥 자유롭고 낭만적인 것이 아니죠.

아들의 죽음을 견뎌내기 위해 방랑을 시작한 사람도 있으며, 직장에서 해고당한 후 생을 끝내려 했을 때 자신만을 바라보는 반려견들을 보며 마음을 고쳐먹고 여행에 나선 이도 있습니다. 

또 동료의 죽음으로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고
길 위에 오른 사람, 부모님을 모두 암으로 잃고 혼자가 된 채 슬픔을 달래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얼마남지 않은 생을 병원에서 낭비하기 싫어서 그야말로 '잘 죽기 위해' 차를 끌고 나온 누군가 등...

그 다양한 사람들만큼이나 각양각색의 
신산(辛酸)스런 이야기가 풀어지죠.

지긋한 나이의 한 여성 노매드는 스스로를 향해 다짐하듯, 펀에게 되묻습니다.

"당신은 어디든 갈 수 있는 복 받은 사람이죠?
때로 노매드(Nomad)라 불리는..."

밴에 살면서 스페어 타이어를 갖추지도 않고, 타이어를 교체하는 방법도 몰랐던 펀.

하지만 그는 노매드 캠프에서 길 위의 생존법을 배우고, 다른 노매드들과 필요 없는 물건을 교환하며 손뜨개로 직접 만든 물건과 마음의 위로를 나눠가죠.

아마 노매드들 모두에게 그렇겠지만, 펀에게도 주변인들의 시선은 따갑고도 매섭게 꽂힙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걱정과 관심이겠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별 볼 일 없는 오지랖에 불과한 공치사들... "길 위에서의 삶이 얼마나 힘들겠어. 도움이 필요하면 같이 살아도 돼" 와 같은 말들이죠. 
 
그러던 와중에 펀은 '린다 메이' 라는 한 여성 노매드로부터 '밥 웰스' 라는 인물과  'RTR'(고무바퀴 유랑자 모임: Rubber Tram Rendezvous) 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노매드 공동체의 영적 지도자 격인 밥 웰스는 지금의 경제를 침몰해가는 타이타닉에 비유하며 최대한 많은 사람을 고무보트(자신의 커뮤니티를 이르는 말)에 태우는 것이 목적이라 얘기하죠.

처음엔 주저하던 펀은, 아마존과의 계약이 끝나고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게 되자 결국 그들 커뮤니티를 찾아가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 펀이 커뮤니티 생활을 시작하는 포인트는 두 가지 중요한 전환점의 의미를 갖죠. 

하나는 그동안 홀로 노매드의 삶을 살아왔던 펀이 이 지점을 시작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주고받는 집단으로의 노매드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펀이 단순한 객체적인 청자를 넘어... 세상을 향해 비로소 귀를 여는, 독립적인 행위자이자 화자로서, 그간 침묵 속에 넣어두었던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해나가기 시작한다는 것이죠.

영화는 중후반부를 지나면서 데이브(데이빗 스트라탄 분) 라는 중요한 인물 하나를 등장시킵니다.

처음에 데이브는, 펀이 애지중지하는 접시를 실수로 깨뜨리며 그녀의 노여움을 사기도 하지만... 

게실염을 앓아 병원에 입원한 그를 펀이 돌봐주는 등 여러 사건을 거치며 친밀감이 깊어진 노매드이죠. 

나중에는 아르바이트 일과 데이트를 함께 하며 특별한 감정을 주고 받게 되기도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영화 전체를 통틀어 그녀의 곁에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펀은 데이브와 같이 가이드로 일하던
국립공원에서 일행과 떨어져 홀로 걷다가, 그만
미로 속에 갇힌 것처럼 헤메게 되죠.

그러자 데이브는 당황하지 않고, 높은 곳에 올라 길 잃은 펀을 찾아냅니다. 

데이브가 소리 높여 "뭐 있어요?" 라고 묻자 펀은 그저 '바위들(Rocks)요!" 이라 답하죠('지붕이 있는 집' 이 없는 펀의 처지를 암유).

데이브는 골초인 펀에게 '과거에의 집착' 을 상징하는 담배를 끊는 대신, 새로운 삶을 암유하는 감초스틱을 씹어보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데이브와의 사이 속에서 벌어지는 결정적인 일들은, 과거 남편과 함께 했던 일들이 다시 한번 반복되는 은유적 방식으로 엮어지고 있죠.

그러던 어느 날, 펀의 밴 '뱅가드' 가 고장나는 일이 벌어집니다. 

정비소에 밴을 맡기자 차라리 새로 사는 게 더  저렴할 지경으로 수리비가 많이 나왔지만... 펀은 차마 밴을 처분할 순 없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되뇌죠.

"저 차 안팎을 꾸미는데 적지않은 시간과 돈이 들어갔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 차는 그냥 그렇게 팔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난 거기서 살거든요. 이건 바로 내 집이라고요..."

펀은 차 수리비를 빌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유일한 혈육인 언니의 집을 찾아가지만, 

'안정적으로 보이는 삶' 을 살고 있는 언니 역시 정처없이 떠도는 펀을 가엾이 여기며 함께 살기를 권유하긴 마찬가지였죠.

언니는 펀이 너무 일찍 가족과 헤어진 채, 머나먼 네바다주의 엠파이어시에서 떨어져 살았던 게 몹시 허전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런 언니의 간청을 뿌리친 채, 노매드 커뮤니티로 돌아온 펀은 뜻밖에도 데이브의 초대를 받게 되죠.

영화는 이처럼 펀과 데이브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 두 사람을 같은 출발선에 위치시키고 각각 한 번씩의 기회를 부여합니다. 

데이브에게는 아들이 찾아오도록 하고, 펀에게는 언니의 집을 찾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준 것이죠. 

각각의 시점에서 두 사람은 그렇게 현재의 삶을 멈추고, '지붕 밑의 삶' 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제안을 받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데이브는 안정된 삶을 향하게 되고 펀은 그렇지 않게 되죠. 동일한 기회 앞에서
이제 떠나는 사람이 되는 이와 다시 남겨지는 쪽을 선택한 사람으로 갈라지게 된 겁니다.

어쨌든 데이브는 펀이 조금 더 풍부하고 입체적인 인물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죠.

펀과 완전히 대칭되는 지점에서 그녀의 선택을 두드러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한 번, 

과거의 족쇄에 사로잡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그녀가 집착과 그리움의 사슬을 끊고, 앞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하는데 있어 최종적인 디딤돌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또 한 번 그러하죠. 

이토록 동질의 감정을 서로 주고 받을 정도로 노매드의 삶 깊숙한 곳에 함께 머물던 두 사람이지만... 최종적으로는 다른 삶을 향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엇갈림의 아쉬움은 더욱 두드러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언니의 집을 나온 펀이, 막 태어난 손자가 있는... 따뜻하고 안락한 정주의 삶을 택한 데이브의 집으로 향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게 여겨지죠. 

이 계기로 인해 펀 또한 데이브와 마찬가지로 지붕 아래에서의 삶을 다시 시작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함께 피아노를 치며 행복해하는 데이브 부자(父子)의 모습은 그녀를 다시 떠나게 만드는 동인이 되죠. 

게다가 펀은 편한 침대에서 자다가 문득 잠이 깨서 다시 밴에서 잠에 들 정도로 이미 노매드 생활에 길들여진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는 결국 밴을 '아늑하고 안정적인 집' 으로 삼아, 노매드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해 살아가기로 결단하죠.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 펀은 다시 빗속을
뚫고 홀로 길을 떠나며, 어느 해안가에서 거친 파도와 맞닥뜨립니다.

어쩌면 남편을 영원히 떠나 보낼 정도의 용기와 계기를 갖지 못했던 펀은, 데이브와의 관계를 통해 비로소 혼자 우뚝 서며 자신만의 생을 온전히 살 수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르죠.

영화는 어느덧 첫 장면에 나왔던 창고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옵니다. 

남아 있던 물건마저 전부 처분한 펀은 다시 아마존 물류센터 일을 하다, 밥 웰스와 그를 따르는 노매드들 곁으로 가죠. 

그 사이에 스왠키는 자신이 원하던 데로 여행을 하다 세상을 떠났고, 노매드들은 펀과 함께
모닥불 앞에서 그녀의 삶을 기립니다.

펀은 죽은 남편 '보' 의 존재가 영원히 잊혀질 것만 같아 짐을 쌀 수도, 이사할 수도 없었다는 속내를 밥 웰스에게 털어놓죠. 

"우리 아버지는 그러셨어요. '기억되는 한 살아있는 거다'. 아마도 난 기억만 하면서... 인생을 다 보낸 거 같아요."

사람들을 돕고 봉사하며, 5년 전 목숨을 끊은 아들을 비로소 기리는 계기가 됐다는 밥 웰스... 그는 펀에게 화답합니다.

"내가 이 삶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영원한 이별(final goodbye) 은 없다' 는 것입니다.

난 결코 작별인사는 하지 않아요. 대신 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말합니다. 한달이든, 일년이든, 몇년이든 언젠가 만날 거라고 말이죠. 그러곤 만나요. 꼭 만나죠.

분명 내 아들도 마음 속에서 다시 보게 될 겁니다. 당신도 남편 보를 보게 될 거에요. 당신 삶 속에서 그를 기억하는 한..."

시작과 끝이 그리도 수미일관 되게 맞닿아 있는 
<노매드랜드>는 엠파이어의 옛집에 다시 찾아온 펀이 뒷뜰을 둘러보며 '프레임 아웃' 되는 시퀀스를 보여주면서 그 막을 내리죠.

옛집을 처음엔 그냥 흔하디 흔한 규격 사택으로 얘기하던 펀은, "굉장히 특별한(남편과의 소중한 추억이 애틋하게 묻혀있는) 집일 수도 있다" 라고 말을 바꿉니다.

카메라는 이제 뒷마당 앞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네바다 사막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떼는 펀에게 다가가죠.

하여, 화면은 객관적 시점의 숏이 아닌... 누군가의 시점으로 직결되는 주관적인 숏으로 변용됩니다. 

그 상황에서, 폐허처럼 쇠락한 옛집은 텅 빈 공간으로 자리하며... 자연스레, 죽은 남편의 시점을 떠올리게 하죠.

영화는 마지막 지점에 이르러 그토록 사랑하고 그리워했던 '과거' 의 남편을 온전히 떠나보낸 채, 

홀로 밴에 몸을 싣고 '미래' 를 향해 끝없는 사막 길을 묵묵히 달려가는 펀을 무연스레 조명하고 있습니다.

결국 <노매드랜드>는 "펀은 어떻게 엠파이어를 두 차례 떠나게 되었는가?" 에 대한 이야기로 축약될 수 있죠.

'노매드의 삶' 을 향한 펀의 첫 출발은 사실상 몸만 억지로 떠난 거였지만... 두번째 떠남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펀이 몸과 마음 모두 홀가분하게 출발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 feat.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Ascent'
/ 캣 클리포드 'Drifting away'
https://youtu.be/P1jhRbR_RKY

삶에 대한 성찰과 연대, 휴머니즘을 섬세하게 녹여낸 <노매드랜드>는 트럼프 시대의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사회 드라마가 아닌,

오히려 노매드들이 선택한 대안적인 삶이 물리적인 집에 대한 집착을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먼저 포착해내죠

더불어 여러 노매드들의 인생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어떤 과거를 가졌든 유랑민이란 교집합으로 싹트는 유대감을 주목합니다. 

노동자 계층을 소외시키는 사회보장제도의 구멍을 간과하지 않지만, 노매드들을 연민의 대상으로만 놓지 않죠.

그들의 일상을 표백하며 마냥 낭만화하지도 않는 사려 깊은 시선은 클로이 자오 감독의 삶의
배경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릅니다. 

중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10대 시절을 보내고 미국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클로이 자오는,

노매드들의 '물리적 집(house)' 은 아닐지라도 '정서적인 집(home)' 이 되는 미국의 드넓고 변화무쌍한 자연을, 인간사로 환유하는 독창적이고 탁월한 시선을 품게 됐죠. 

그는 <노매드랜드>를 통해 장엄한 바위 산맥과 황무지, 거대한 나무들 등 광활한 대자연의 압도적 풍광을 배경으로 길 위의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비춰냅니다. 

또한 실제 노매드들을 출연시켜, 한 편의 다큐멘터리라고 느껴질 만큼 그들 삶의 방식을 사실감 넘치게 담아냈죠.

길 위에 올라 설 때는 환경상 어쩔 수 없었을 수 있지만, 노매드들은 마지못해 길 위에서의 삶을 사는 게 아닙니다. 

여행 속 새로운 만남과 헤어짐, 온몸으로 접하는 대자연을 통해 이들은 위로받고, 또 행복감을 느끼죠. 

샬린 스완키, 린다 메이, 데릭 엔드레스, 그리고
밥 웰스에 이르기까지... 펀이 만난 그들은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노매드들로 자신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습니다. 

이들 노매드의 진중하고도 가식없는 연기 속에는 세상사 모든 시름이 켜켜이 담겨 있죠. 동시에 암울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강한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카메라는 기교 없이 그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아울러 그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주죠.

펀은 '홀로' 지내면서도 다른 유랑민들과 '함께' 살아가며 새로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홀로움’ 에 편안함을 느끼는... '외로움을 통한 그 혼자 있음의 환희' 속에 노매드 무리의 벗들과 함께 한 시대를 건너가죠. 

내일, 또 내일을 향해 홀로 떠날지라도, "우린 언젠가 다시 만날 것" 을 기약하며 말입니다.

1. 영화 <노매드랜드> 트레일러
- https://youtu.be/g3YsKKr9mW0

- https://youtu.be/BZ4o4jwSaHk

우아하고 균형 잡힌... 그리고 폐부를 찌르는, 현시적인 <노매드랜드>는 그렇게, 높이 날아오르죠.

숨을 멎게 하는 짙은 호소력은 경이로운 
성찰과 공감의 깊이와 어우러지며 계속 아른거리는 미려한 자화상으로 각인됩니다.

하여, 영화는 불편한 진실의 경계를 능숙하게 무너뜨리며, 절제되고도 반짝거리는 자서전 같은 드라마로 울려오죠.

- https://youtu.be/tfmRVC_GADw

2. 영화 <노매드랜드> 비하인드 영상
- https://tv.kakao.com/v/418202074

3. 프랜시스 맥도먼드 낭송의 감성 시집 - feat. 영상 <노매드랜드>  
https://youtu.be/E0M1cLUgyeI

서정적인 감성의 영화 < 노매드랜드 > 는 두 편의
'시(詩)' 를 통해 더 넓고 근본적인 시선으로 유동민을 품습니다. 

영화 초반부, 임시교사일 때 가르쳤던 여학생을  마트에서 만난 펀은 전에 알려준 시 그대로 외우고 있냐고 물어보죠.

그 학생은 셰익스피어의 희극 <맥베스> 5막 5장 속 아내의 부음을 접한 맥베스가 토해내는 대사를 또렷하게 기억해냅니다. 

“내일, 내일, 그리고 또 내일. 어제의 모든 날들은 어리석은 자들에게 죽어 먼지가 될 길을 밝힌다. 꺼져라, 꺼져라. 짧은 촛불아.

인생이란 그저 걸어 다니는 그림자일 뿐, 무대 위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우쭐대고 걸으며 투덜거리지만, 곧바로 잊히는 가련한 배우.

그것은 바보 천치가 지껄이는 이야기다. 소음과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

영화 종반부, 펀은 재회한 노매드족 청년 데릭(데릭 엔드레스 분)에게 자신의 결혼식 때 읊었던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8번' 을 들려주죠.

"그대를 여름날에 비할까
사랑스럽고 부드러워라
거친 바람이 5월의 꽃봉오리를 흔들고
우리가 빌려온 여름은 짧기만 하네
때로 하늘의 눈은 너무 뜨겁게 빛나고
그 황금빛 얼굴은 번번이 흐려진다네

아름다운 것들은 아름다움 속에서 시들고
우연히 혹은 자연의 변화로 빛을 잃지만
그대의 여름날은 시들지 않으리
그대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리

죽음도 그대가 제 그늘 속을 
헤맨다고 자랑 못 하리
그대 시간의 일부가 되리니
사람이 숨을 쉬고 눈이 보이는 한
이 시는 살아남아 그대에게 생명을 주리"

이 두 시는 매우 대조적으로, 처음 시가 진정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라는 촛불을 꺼야 한다고 노래하고 있다면...  

두번 째 시는 '시들지 않을 여름', 곧 결혼식장의 남편 '보' 를 가리키는... '그대' 라는 소중한 과거의 추억과 그 가치를 아름답게 떠올리고 있죠.

시간이 흘러 남편은 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영원한 운율 속에 시간의 일부' 가 됐습니다. 

남편 뿐이겠습니까. 펀도, 다른 유랑민도, 우리 모두도 광대무구한 대자연의 호흡 속에 영원히 살아가죠.

이와 관련해 영화 중반부에 '별빛' 을 보여주는 시퀀스가 등장합니다.

무리 중 한 사람이 '지구로부터 24광년이 떨어져 있는 직녀성' 을 가리키며, 여러분들이 보고 있는 별빛은 24년 전에 출발해서 지금에야 도착한 거라고 설명하죠.

우리는 불현듯 깨닫게 됩니다. '과거의 추억' 처럼, 아무리 아름답고 가치있는 소중한 별빛이라도 결국 꺼져야 될 촛불일 수 밖에 없다는 걸...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별도 영상을 통해 노매드들의 여정을 오롯이 품은 시들을 펼쳐 놓았죠.

3-1. '나 자신의 노래(Song of myself)'
  - 월트 휘트먼

'나도 다른 어느 누구도 
너를 위해 저 길을 여행할 수 없다
너는 네 스스로
그 길을 여행해야 한다

그것은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손닿을 거리에 있다

너는 그곳에 가본 적이 있으나
아마 기억하지 못 하는 것 같구나
그 곳은 물과 땅 위 어느 곳에나 있다'

3-2. '블루 하이웨이(Blue Highways)'
  - 윌리엄 리스트 히트문

'지금까지 해온 일이
앞으로의 일을 결정하리니

여정 속 지금, 이 순간만이 전부여라
과거에 연연하며 괘념치 말지어다
길 위에는 어제의 자리가 없으니'

3-3. '찰리와 함께 한 여행 : 아메리카를 찾아서'
(Travels with Charlies search of America)  - 존 스타인백

'그들의 눈빛에서 나는 보았네
이땅 곳곳에서 다시 만날 무언가
길에 오르고자 하는 
타오르는 열망

길을 떠나
'여기' 보다 그 어딘가를 향해
언젠가 나설 여정을 그리는
조용한 웅성거림

자유롭고 정처없는 길
다다르고자 함이 아닌
떠나고자 함이 아닌 길

보이고 들리는 모든 곳
갈망으로 가득했네
발길 닿는 곳 어디에서든
수많은 이들이 길 떠날 날에 
굶주려 있네'

4. 영화 <노매드랜드> 사운드트랙 

웅혼(雄渾)한 미국 서부 로케이션으로 완성된  노매드랜드의 사색적인 이미지에 적요하게
스며드는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어쿠스틱 피아노 스코어.

그토록 정결한 미니멀리즘의 하모니는 가히  한없이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4-1.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 'Oltremare'
https://youtu.be/adudqtq2gBw

- 'Ascent(Day 7)'
https://youtu.be/EJ7C-HXcITg

- Making of 'Ascent from DAY 7' 
https://youtu.be/cA9pVW9nvqk

'21세기의 에릭 사티' 로 일컬어지는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이탈리아 밀라노 음악원 출신인 그의 음악은 잔잔하고 명상적으로,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인 그의 피아노 음악들은 '미니멀리즘' 음악으로 불릴 만도 하죠. 

그러나, 희소하게 사용되는 관현악과 단순한 멜로디에서 나오는 그만의 음악 스타일은 일반적인 미니멀리즘 운동의 전형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그의 곡 중 미국 네티즌에 의해 가장 아름다운 10대 음악으로 선정된 'Divenire(디베니레)'는
영화 <인터처블 : 1%의 우정>(2011)에 삽입되기도 했죠.

-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Divenire' 
: Live, 런던 로열 앨버트 홀
https://youtu.be/X1DRDcGlSsE

- https://youtu.be/b8SkX9CSJQo

4-2. 캣 클리포드의 'Drifting away I go' 
https://youtu.be/XOD_0aGV4wg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