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식의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21012] 우디 앨런의 환상의 그대 -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이충식의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21012] 우디 앨런의 환상의 그대 -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 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 승인 2021.06.1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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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우디 앨런이 선사하는 삶의 아이러니와 사랑의 환상에 대한 한바탕 헛소동의 수다
<환상의 그대>가 있습니다.

앨런은 자신이 좋아하는 셰익스피어를 인용하며 드라마를 시작하지요. 

“인생은 헛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고 결국 아무런 의미도 없다!” 

50년 가깝게 매년 쉼없이 정력적으로 영화를 만들어왔고 등장인물들을 수다의 홍수에 빠뜨린 우디 앨런... 

그가 도달한 결론치곤 사뭇 허무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이는 오래전부터 자신의 작품 세계의 바탕이었죠.

<환상의 그대>는 40년간 결혼생활을 해온 헬레나와 알피, 그리고 그들의 딸인 샐리와 사위 로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영화는 이 두 커플이 이혼하고 각자 다른 짝을 만나는 부부 해체 과정과 새로운 사람에게로 끌리는 국면을 솜씨있게 담아내죠.

일에 빠져 앞만 보고 달려온 알피(앤소니 홉킨스 분)는 어느 날 밤 갑자기 '영원한 죽음' 이 다가옴을 느끼며 대오각성하게 되는데... 그 뒤 그의 인생 모토는 '웰빙', 곧 조깅과 건강식품이 돼버립니다. 

알피는 스포츠카를 사고, 치아 미백과 태닝을 하며 새 삶인 '제2의 청춘' 을 꿈꾸죠.

그는 젊게 살고 싶은 일념으로, 언제나 '솔직하고 바른 말' 만 해줬던 조강지처 헬레나(젬마 존스 분)를 버리고, 딸벌의 어린 여자와 결혼한다고 전격 발표합니다. 

불쌍한 헬레나, 그녀는 '진실은 늘 아름답다' 라는 말을 철썩같이 믿었던 게죠. 사실은 반대인데...

남편에게 배신당한 채, 큰 충격과 절망으로 알코올 중독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자살까지 시도했던 헬레나는, 미래를 본다는 깜찍한 사기꾼 점성술사 크리스탈(폴린 콜린스 분)을 만나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됩니다.

크리스탈은 첫 상담일부터 감언이설로 헬레나의 혼을 쏙 빼곤, 그녀를 장미빛 환상에 빠뜨리죠.

"헬레나, 당신의 문제는 늘 스스로를 탓한다는데 있습니다. 당신은 자신을 너무 괴롭히고 있어요.

제 앞엔 지금 엄청난 게 보입니다. 긍정적 에너지의 거대한 물결이 당신에게 몰려가고 있어요. 당신에겐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에요. 내 말 믿어요. 더욱이 당신 전남편은 새로 만난 여자를 당신만큼 사랑하지는 않을 거에요."

한데... 그들의 딸 샐리(나오미 와츠 분)는 소설가 데뷔 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내지 못하고 있는 반백수 남편 로이(조쉬 브롤린 분)와 다툼이 끊일 날이 없습니다. 

차기작 압박에 시달리던 로이는 건너편 집 창가의 붉은 옷을 입은 신비스런 여인 디아(프리다 핀토 분)에게 집착하게 되죠.

생활고와 스트레스에 괴로워하다 결국 꿈을 접고 갤러리에 취직한 샐리 역시, 부유하고 지적인 매력남 직장 상사 그렉(안토니오 반데라스 분)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을 품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삶의 전환점과 관계의 위기, 그리고 사랑의 유혹 앞에 선 여덟 명의 남녀... 그들을 둘러싼 동상이몽의 좌충우돌 로맨스가 코믹하게
풀어지죠.

헬레나는 남들이 뭐라든 환생을 믿으니 삶에 희망이 생깁니다.

예지력이 넘치는 크리스탈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게 된 헬레나는 "그저 듣고 싶은 이야기 해주고 돈 받는 거에요" 라며 비아냥대는 밉쌀스런 사위 로이를 향해 한방 먹이죠.

"자네는 나에게 돈(생활비) 받으면서도 듣고 싶은 이야기 안 해주잖아?"

시니컬한 로이는 그런 장모 헬레나를 보며 “신경안정제보다 환상이 도움이 된다” 는 평가를
나름 내립니다.

생뚱맞게도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6번 D장조가 
우아하게 흐르는 가운데... 샐리는 로이와 함께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 격인, 아빠의 
새 아내 샤메인(루시 펀치 분)과의 상견례를 갖습니다.

공상과학영화 속 외계 행성 지도자의 딸 역할로 할리우드에 잠깐 진출했었지만 워낙 배타적인 동네인지라 연줄이 없어 잘 안됐다는 샤메인...

샐리가 샤메인에게 그럼 앞으로의 계획이 뭐냐고 묻자, 그녀의 삶을 변화시킬 거라던 알피는 대신 대답하죠.

"계획은 나랑 결혼하는 거야. 셰프리지 부인이 되는 거지. 아들을 낳아 축구를 가르칠 거야."

집에 돌아온 샐리는 로이에게 흥분하며 외칩니다. 

"엄마랑 이혼하고 만난 여자라는 게 그런 싸구려라니! 잠자리 연기가 다였을 삼류 여배우하고 말야. 남보기 창피하고 역겨워 혼났네. 아빠가 나보다 먼저 애를 가지면 그게 무슨 망신이야?"

알피는 그래도 전처 헬레나가 너무 무기력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오랜 친구인 피터 부부에게 그녀를 퍼스널 쇼퍼로 고용하도록 부탁합니다.

그런데 헬레나는 그곳에서 피터의 자상한 신비주의자 삼촌 조나단을 소개받게 되죠.

요즘 한창 영혼과 접촉(?) 중이라는 그는 최근에 부인과 사별했는데 '오컬트(Occult) 서점' 을 운영하며 그 쪽에 아주 독실하다고 조카는 전합니다.

한편, 로이와 샐리는 싸우는게 일상이 돼버려 그들이 어떻게 처음부터 사랑했는지 잊어버렸죠.

서로에게 빠졌던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시절... 로이는 샐리에게 말했습니다.

"의대를 졸업하던 날 의사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지. 오로지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뿐였어."

로이의 처녀작은 그런대로 주목받았지만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한편, 샐리의 상사 그렉은 선물용 명품 목걸이를 사야 한다며 그녀에게 조언해달라고 하더니만, 오페라 공연에 함께 가면 어떻겠냐고 은밀히 다가섭니다.

그것도 품격있는 도니제티의 벨칸토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말이죠.

오페라를 같이 감상하며 샐리는 이토록 고상하고 배려심 깊은 훈남 그렉에게 홀딱 반하고 맙니다.

파국을 예감했을까요... 매력이 철철 넘친다며, 그렉에게 완전히 빠진 샐리를 향해 친구는 진지하게 충고하죠.

"상사와 너무 가까이 지내면 안돼. 파멸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그래도 친구는 지금이 적기라며 샐리에게 갤러리 비지니스를 동업하자고 제안해 그녀의 마음을 한껏 부풀게 합니다. 

어느날, 로이는 친구 헨리로부터 자신의 첫 소설을 읽어봐 달라는 부탁을 받죠. 

한데 헨리의 처녀작은 로이의 네번째 소설보다 훨씬 훌륭했고... 작품을 다 읽고 난 로이는 다시 침울해집니다.

그가 삶의 위안을 받는 유일한 대상은 건너편 창가에서 갈수록 자신을 애타게 만드는  디아뿐이죠.

그녀는 보케리니의 기타 5중주곡 '판당고' 
한 소절을 연주하다가 방해가 된 건 아닌지 미안해합니다.

누군가의 뮤즈가 되는 게 꿈이었다는 디아에게 로이는 "제 다음 책은 붉은 옷의 여인에게 바치겠습니다" 라며 노골적으로 집적거리죠.

책 출판에 대한 아무 소식이 없자 불안감만 커져 가던 로이는 출판사로부터 '부분은 좋은데 전체론 그렇다' 는... 사실상 거절 통보를 받곤 매우 고통스러워 하죠.

한데 뜻밖에도 동료로부터 헨리가 사고로 죽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앞뒤 가릴 계제(階梯)가 아닌 로이는 이성을 잃은 채, 헨리의 원고를 훔쳐 출판사에 버젓이 자신의 야심작이라며 건네죠.

결국 기대 이상으로 폭발적인 호평을 받으며 스타 작가 반열에 오른 로이... 그는 급기야 샐리와 이혼한 후, 유명 소설가와의 로맨틱한 삶을 꿈꾸는 디아의 집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렇듯 남편에게 헌신짝처럼 버림받은 헬레나와 샐리 모녀는 각자 짝을 찾아나서지만 결코 수월한 일이 아니죠.

샐리는 그렉에게 신인작가로 적극 추천해줬던 친구 아이리스가, 자신이 그렉을 위해 모델 노릇까지 하며 골라준 목걸이를 하고 있는 걸 발견합니다.

안타깝게도... 아이리스는 그렉과 사랑에 빠졌다며 샐리를 절망케 하지요.

미련을 못버린 채 다가서는 샐리를 향해, 그렉은 야속한 결별의 말을 전하며 그녀를 또다시 비참하게 만듭니다.

"우린 예술적 취향이 비슷한 동료 관계였소. 난 이혼한 후 당신이 소개해준 아이리스와 새 삶을 꾸릴거요. 아뭏든 이젠 갤러리 업계의 라이벌이 됐네요. 정말 인생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아름답지 않소? 새 사업에 행운이 있기를 빌겠소."

훤칠하고 잘 생긴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사람이라며... 헬레나가 새롭게 결합하려 애쓰는 조나단 역시, 사별한 전처를 잊지 못한 채 사뭇 그녀의 애를 태웁니다. 죽은 여자와 경쟁하는 게 제일 힘든 셈이죠.

하지만 네명의 중심 인물 중에서 가장 안쓰러운 처지로 전락하는 건 알피입니다. 

엉덩이에 인공관절을 넣은 자기 나이 또래의 여성은 질색였던 알피는, 그토록 원하던 쭉쭉빵빵 몸매를 지닌 콜걸에게 매혹되어 재혼했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남는 건 환멸뿐이었죠.

그런 알피는 고민 끝에 헬레나를 만나 크게 실수했다며 다시 시작해보자고 간청하지만, "새 삶이 있어 과거를 잊고 싶을 뿐" 이라는 그녀에게 보기좋게 퇴짜를 맞고 맙니다.

헬레나는 나름 진지하게 거절의 변을 얘기하죠.

 "알피, 다음 생이 있으니 걱정말아요. 우리 인생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아요. 이 세상엔 우리가 모르는 신비한 비밀이 있다고 해요. 난 전생이 있어요. 크리스탈이 알려줬고, 내 영적 세계를 이해해주는 신사분 조나단도 알아요. 

이제 당신에겐 새 아내가 있잖아요. 아들 갖는 게 소원이었으니 그 여자한테 낳아달라 해요..."

소설가 사위 로이의 결말 또한 결코 이에 못지않게 찌질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는 뜻밖에도, 죽은 줄만 알았던 헨리가 비록 의식불명의 큰 부상을 입은 상태이지만 아직 살아 있다는 청천벽력의 비보를 접하죠.

실제 병문안 자리에서 헨리는 로이가 벨파스트의 아동 포르노 작가 얘기를 써 베스트 셀러는 따논 당상이라는 얘기를 들려주자... 눈을 깜빡거리는 기적(?)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샐리 역시, 철석같이 믿었던 엄마 헬레나로부터 자신의 새로운 갤러리 사업을 위한 경비 지원을 거부당하죠.

크리스탈이 별점을 보아하니, 당분간 딸 샐리는 전망이 없어 보이니까 돈 빌려주면 안좋다고 했다나요...

영화 엔딩 신... 내레이터는 오프닝 크레딧에서도
흘렀던 레온 레드본의 노래 'When you wish upon a star' 를 배경으로 담담하게 전합니다.

"이제 헛소리와 분노로 가득 찬 무의미한
이야기를 마쳐야겠다. 인생은 이렇듯 불확실성과
고통으로 가득 차있는데 그럼 우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로이가 말했듯이 가끔은 환상이 신경안정제보다 도움이 된다."

새 연인 조나단은 헬레나에게 하늘나라의 전처가 당신과의 재혼을 드디어 허락했다며 고백하죠. 

"난 전생이 가끔 떠올라요. 농부였던, 그냥 평범한 농부... 그렇지만 당신은 아주 특별한 존재였소. 내 직감에는 당신은 클레오파트라나 잔다르크 였던 것 같소."

헬레나는 이에 화답합니다.

"크리스탈도 제게 분명히 전생이 있었다고 했어요. 제가 프랑스제를 좋아하는 걸로 봐선
아마 잔다르크 쪽이 맞나 봐요."

예측불허의 유쾌한 연애소동극 <환상의 그대> 는 그렇게...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6번 D장조의 3악장 론도 알레그레토' 와 함께 그 막을 내립니다.

1. 영화 <환상의 그대 -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트레일러(2010)
- https://youtu.be/BMOpyl14mII

삶에 실망한 인물들은 ‘환상의 그대’ 를 그리며 제2의 커리어, 두 번째 청춘, 내생(來生),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꿈꿉니다만... 

우디 앨런이 보기에 아무리 난리를 쳐도 우리가 확실히 만날 영화 타이틀의 주인공, 다가올 ‘그’(tall dark stranger)는 다름 아닌 '죽음' 인 것이죠. 

영화평론가 김혜리가 언급한 바 있듯이 "우디 앨런 영화가 예외없이 제공하는 다른 즐거움 하나는 그의 인물들은 진득이 앉아서 논쟁하지 않는다" 라는 점입니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실내에서 부부나 가족들이 흥분해 이 방 저 방을 쏘다니며 말다툼을 벌이는 광경을 앨런만큼 훌륭하게 쓰고 연출하는 작가는 달리 없다" 는... 하여, "저런 집안 싸움이라면 언제든지 구경할 용의가 있다" 라는 식으로 말이죠.

- https://youtu.be/GKRKTJPE94M

“인생이란 걸어 다니는 그림자. 무대에서 한동안 활개치고 안달하다 끝내 아무도 귀기울여주지 않는 가엾은 배우. 소음과 광기가 가득하나 결국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바보가 지어낸 이야기.”  

셰익스피어 희곡 < 맥베드 > 5막5장의 인용으로 그 막을 열어가는 < 환상의 그대 >.

영화 속 키워드는 ‘환상’ 으로... 여기서 환상은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게 아니라 씁쓸하고도 퍼석퍼석한 맛이죠. 

그거라도 없으면 인생살이가 너무 고달파서 붙들고 있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손아귀에 쥔 모래처럼 스르륵 빠져나가 더 큰 공허와 고통으로 우리를 몰아넣는 게 환상인 겁니다. 

잡을 수도 놓아버릴 수도 없이 질기게 우리 곁에 머무는 환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을 추동하는 강한 힘을 발휘하죠. 

우디 앨런은 이 '환상' 이란 명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 방식대로 끔찍한 불행을 부정하고 또 합리화해요. 그렇게 해야 인생을 살아갈 수 있거든요. 계속해서 현실을 부정하거나, 또는 예술적 영원성 또는 우주의 섭리라는 환상을 믿거나 환생 같은 여러 가지 환상들을 믿으면서요. 

우리가 인생을 지탱하고 필연적인 것을 피하기 위해 추구하는 모든 것들 - '명성, 부, 화려함과 명예 같은 것들' - 이 결국 불멸을 영속시키고 모두의 마음 깊숙이 느끼고 있는 삶과 죽음의 비밀이라는 공포를 피하기 위해서니까요.”

그럼에도... 영화 < 환상의 그대 > 는 왠지 <한나와 자매들> , <범죄와 비행> ,<앨리스>, <부부일기> 등 뒤틀린 결혼생활을 다룬 1980, 90년대 우디 앨런 작품들과 한궤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 짙게 드리워지는 게 사실입니다.

우디 앨런이 노장이라는 사실에 기댄 쉬운 짐작이라는 걸 인정하지만... 2010년을 넘어선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관찰보다 기억의 창고에서 끄집어낸 재료로 만들어지고 있는 인상을 떨쳐낼 수 없죠.

2.보케리니 기타와 현을 위한 5중주 4번, G.448 '판당고(Fandango)' 3악장 'Grave assai'  
- 보케리니 앙상블
https://youtu.be/UziMcCHnwQg

- 전악장(배경 '고야' 의 회화)
https://youtu.be/6CEJkj34fbU

끝악장에 ‘판당고’ 가 붙어 있는 기타 퀸텟 D장조는 아마도 보케리니의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자 스페인 실내악의 꽃일 것입니다. 

이 기타 5중주 곡을 쓴 동기에 대해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 보케리니는, 

"당시 스페인 왕실 기타리스트인 바실리오 신부가 루이스 황태자를 위해 스칼라티의 판당고를 멋지게 즉흥 연주하는 것을 듣고 감동한 나머지 그것을 본떠 작곡하였다." 라고 적고 있죠.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스페인의 민속음악은 확실히 어느 정도 보케리니의 음악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수 있습니다. 

첼로 연주에 능숙했던 그가 기타란 악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죠.

본디 이곡은 1788년에 작곡한 '두 개의 첼로를 위한 5중주, Op.50-2' 의 첫 악장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그가 만든 12개의 기타 5중주곡 중 첫 곡 D장조 3악장에서 다시 인용하였습니다. 

<환상의 그대>에 등장하는 3악장 첫머리 서주의 성격을 띠는 '그라베 앗사이(Grave assai)' 에 이어, 

빠른 템포의 판당고는 기타의 힘찬 라스기아도 주법과 첼로의 쉼 사이에 타악기인 캐스터네츠를 울려주어 스페인의 향취를 더욱 강렬하게 맛보여 주고 있죠.

비온디, 사발 등 판당고에 불꽃 같은 열정을 담아낸 화끈하고 감각적인 연주도 훌륭하지만...

호세 미구엘 모레노와 라 레알 카마라의 연주는 그와는 전혀 다른 우아하고 고전적이며 섬세한 아름다움을 담아낸 또 다른 명연으로, 5중주의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줍니다.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고아한 울림과 과장되지 않은 앙상블의 매력은 여전히 각별하며, 모레노 형제가 예페스와 이 곡을 녹음했던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정이기도 하죠.

3. 모차르트 세레나데 6번 D장조, K.239
'Serenata notturna'
- 조르디 사발 과 르 콩세르 드 나시옹(2006)
https://youtu.be/j1EI4kwr1kw

모차르트는 이 세레나데 작품을 20살 때인 1776년 잘츠부르크에서 작곡했으며 곡의 부제,  '세레나타 노르투나 (Serenata notturna)'는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드 모차르트가 붙였다고 합니다.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의 궁정 음악가로 일할 때 세레나데와 디베르티멘토 같은 실내 음악을 많이 작곡했죠. 

교향곡이나 소나타처럼 형식이나 내용의 깊이가 있기보다는 사교적, 오락적 목적 때문에 우아하고 화려한 색채가 강합니다.

그런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 바로 영화에 삽입된 '세레나데 6번 D장조, K.239', 그리고 '하프너 세레나데 D장조 K.250' 이죠.

4. 도니제티 오페라 <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
Lucia di Lammermoor > 3막 3장 에드가르도의 아리아 '날개를 펴고 하늘로 간 그대여'(Tu che a dio spiegasti l'ali)
-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리차드 보닝 지휘 로열오페라
https://youtu.be/MDP5yollRxM?list=PLIeruqp_VemoJcpfrUDScA8dEckcLaElk

- 테너 호세 카레라스
https://youtu.be/Mz8tRioI4JY

3막 피날레... 비탄에 빠진 채 조상들의 묘비 사이를 서성이던 에드가르도는 연인 루치아가 정신착란으로 남편을 살해하고 죽고 말았다는 비보를 접합니다.

그는 마지막 아리아 '날개를 펴고 하늘로 간 그대여' 를 비통하게 부르며 자기의 가슴을 비수로 찌르고 루치아의 뒤를 따르죠.

'당신은 하느님에게 날개를 펼쳤지
오 아름다운 나의 사랑에 빠진 영혼이여
내게로 몸을 돌려요 진정하고 당신과 함께 올라가게 해요 당신의 진정한 사랑

아! 만일 인간의 분노가 우리에게 
그렇게 잔인한 싸움을 하게 했다면
만일 우리가 지상에서 갈라져 있었다면
결합시켜 주소서 우리를 
하늘에 계신 하느님이여'

이 엘레지 풍의 아리아는 극중 샐리가 그렉과 함께 오페라를 관람하던 시퀀스에 흐르지요.

루치아의 죽음을 슬퍼하며 에드가르도가 부르는
‘날개를 펴고 하늘로 간 그대여’ 는 리릭 테너의 기교를 초절정으로 보여주는 벨칸토 아리아의 정수입니다. 

특히 마지막 첼로 반주와 숨이 끊어지며 부르는 테너의 목소리는 루치아의 '광란의 아리아(Mad Scene)' 에 필적할 만하죠.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처연한 비감미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감동의 진폭을 온몸으로 공명케 하는... 

이토록 비극적 운명의 아리아는, 새로운 사랑에 들뜨며 설레이는 샐리의 표정과 교차되며 기묘한 조화를 이뤄냅니다.

4. 'When you wish upon a star' 
/ 디즈니 <피노키오 - Pinocchio>
- 클리프 에드워즈 와 디즈니 스튜디오 코러스
https://youtu.be/pguMUFyJ3_U

- 루이 암스트롱(부에나 비스타 레코드, 1968) 
https://youtu.be/uReGn1l4ir8

- 렉시 워커
https://youtu.be/IQZcjc5WhmE

'When you wish upon a star(별에 소원을)' 은 1940년에 제작된 디즈니의 명작 애니메이션 
< 피노키오 - Pinocchio > 의 주제곡이죠. 

꿈을 꾸는 듯한 분위기의 낭만적인 선율에 누구든지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별에 소원을 바란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건 없다고 노래합니다. 

네드 워싱턴이 쓴 가사에 레이 할린이 선율을 더하여 발표한 곡으로, 1941년 제1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과 음악상을 수상하였죠.

이후 디즈니 제작영화를 대표하는 로고송으로 쓰였던 이 'When you wish upon a star' 는, 
< 환상의 그대 > 오프닝 크레딧과 엔딩 신을 장식하며 언젠가 다가올 장미빛 사랑을 꿈꾸는 주인공들의 환상을 암유하고 있습니다.

5. <환상의 그대> OST

마술쇼, 오페라 등이 자주 등장하는 우디 앨런 영화에는 공연이 끝나고 관람을 마친 극중 인물들 - 주로 커플- 이 집으로 돌아가는 다음 신까지, 앞선 공연 장면의 음악이 흘러넘치는 경우가 많죠.

매번 마냥 진부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방식이지만 좀처럼 질리지 않는 연결로 다가옵니다. 질리기는커녕 볼 때마다 마음의 속살이 연해지죠. 

라이브 공연을 보고 난 직후 몸 안에 음악과 그것이 자아낸 감정이 한동안 괴어 있는 경험이 그만큼 보편적이기 때문일 겁니다.

오프닝 크레딧과 엔딩 시퀀스에서 주제가 역할을 하는 'When you wish upon a star' 외에도,

앨런 취향의 재즈 스타일 스코어들이< 환상의 그대 > 속 화면 곳곳을 유쾌하고도 익살스런 색깔의 선율로 수놓고 있죠.
 
5-1. 'When my baby smiles at me' 
- 테드 루이스 재즈 밴드
(1920 버전 폭스 트롯)
https://youtu.be/GoELSBpR9Nk

5-2. 'I'll dee you in my dreams' 
- 브루스 스프링틴 
https://youtu.be/dJkaZ8hQM60

5-3. 'If I had you' - 프랭크 시네트라
https://youtu.be/6mi7RUNy24w

5-4. 'Let your body move' 
- 바이브즈 카르텔
https://youtu.be/9eQqK6aqugI

5-5. 'Only you (and you alone)' 
- 더 플래터스
https://youtu.be/3FygIKsnkCw

5- 6. 'Mais si l'amour...' 
- 기울리야 로스 텔라리니
https://youtu.be/UmAQ4XuvtCI

5-7. 'I never loved you' - 루비 아만푸
https://youtu.be/pDDGVCg8Jjk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칼럼을 쓰며 강의도 하고 있고, 조만간 책으로 출판 예정이라고... 현재 영등포문화재단 혁신경영관으로 재직 중이다.

- 李 忠 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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