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샘의 생태이야기-21010] 산동에서 장 담그는 날
[부엉샘의 생태이야기-21010] 산동에서 장 담그는 날
  • 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 승인 2021.03.2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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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담그는 날이다.

햇살은 가랑가랑하고

매향 품은 바람마저 잔잔하여 참 좋은 날.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고

발효되었던 메주들이

오늘 드디어 두번째 문으로 들어간다.

곰팡이 옷을 잘 씻어 내고

이제 물과 소금을 만날 시간이다.

스무개의 항아리에 메주들이 들어간다.

콩을 품고,

메밀을, 고구마를,

잘 마른 육포와 새우,

겨우내 눈과 바람이 푸석하게 만져준 민어까지 안고 항아리에 들어간다.

항아리는 아득한 동굴이다.

동굴안에서 메주는 이제 다른 꿈을 꿀거야. 잠에서 깨어나면

각기 다른 맛과 향을 입고 세상에 얼굴을 내밀겠지?

마른 고추와 숯을 넣고,

댓잎 달린 대나무를 가득 채우고,

푸른 청대로 빗장을 건다.

조상들이 먹었던 발효의 세계는 넓고 깊어 혼미하기까지 하다.

시간은 과거를 건너오고

나는 그 어귀에 관찰자로 서있네.

 

닿을 듯 저 아득한,

동굴의 장들이 태어나기까지 지난하고 힘든 노동을

견뎌왔을 이 땅의 수 많은 어머니들께 진심어린

존경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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