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진정성 있는 반성과 용서 원해”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진정성 있는 반성과 용서 원해”
  • 이광효 기자 leekwhyo@naver.com
  • 승인 2021.03.1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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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사진: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사진: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진정성 있는 반성과 용서를 원하고 있다며 더이상의 소모적 논쟁과 2차 가해를 중단할 것을 호소했다.

피해자 A씨는 17일 서울시 명동의 한 호텔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저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상식과 멀어지는 일들로 인해 너무도 괴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하고 싶다. 잘못한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인정하신다면 용서하고 싶다”며 “지금까지도 존재하는 그분과 남은 사람들의 위력 때문에 겁이 나서 하는 용서가 아니다. 저의 회복을 위해 용서하고 싶다. 그분의 잘못뿐만이 아니다. 제게 행해지던, 지금까지 행해졌던 모든 일들에 대해서 사과하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과연 제가 누구를 용서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고, 오히려 직면한 현실이 두렵기까지 하다”며 “저는 불쌍하고 가여운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다. 저는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는 존엄한 인간이다. 사실에 관한 소모적인 논쟁이 아닌 진정성 있는 반성과 용서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사회를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A씨는 “제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긴 시간 고민해 온 결과, 저는 깨달았다. 저의 회복에 가장 필요한 것은 용서라는 것이다”라며 “용서란 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해 꾸짖거나 벌하지 않고 덮어준다는 의미를 가졌다. 용서를 하기 위해선 지은 죄와 잘못한 일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게 먼저라는 뜻이기 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겪은 사실을 사실로 인정받는 것, 그 기본적인 일을 이루는 과정은 굉장히 험난했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었고,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우리 사회에 저라는 인간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졌다”며 “그 속에서 제 피해사실을 왜곡해 저를 비난하는 2차 가해로부터 저는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라는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A씨는 “아직까지 피해사실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께서 이제는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방어권을 포기한 것은 상대방이다. 고인이 살아서 사법절차를 밟고, 스스로 방어권을 행사했다면 조금 더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졌을 수 있었다”며 “고인의 방어권 포기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제 몫이 됐다. 피해 사실을 인정받기까지 험난했던 과정과 피해사실 전부를 인정받지 못하는 한계, 그리고 이 상황을 악용해 저를 비난하는 공격들. 상실과 고통에 공감한다. 그러나 그 화살을 저에게 돌리는 행위는 이제 멈춰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의 수사결과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로 제 피해 실체를 인정받았다. 그리고 지난주 비로소 60쪽에 달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을 받아봤다”며 “저는 그동안 '제가 고소하기로 한 결정이 너무도 끔찍한 오늘을 만든 건 아닐까' 견딜 수 없는 자책감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 고통의 시작도 제가 아닌 누군가의 ‘짧은 생각’ 때문이었음이 드러났다. 이 일로 인해 우리 사회는 한 명의 존엄한 생명을 잃었고 제가 용서할 수 있는 ‘사실의 인정’ 절차를 잃었다”고 말했다.

A씨는 더불어민주당의 지금까지의 행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A씨는 “‘사실의 인정’과 멀어지도록 만들었던 피해호소인 명칭과 사건 왜곡, 당헌 개정, 극심한 2차 가해를 묵인하는 상황들. 처음부터 모두 잘못된 일이었다. 모든 일이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의)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였다. 아직 늦지 않았다. 구체적인 사과의 방법으로는 민주당이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피해호소인'으로 명명했던 의원들에 대해 직접 사과하도록 박영선 후보가 따끔하게 혼냈으면 좋겠다. 그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가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흔들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저는 이번 사건의 이유가 무엇인지 잊혀져 가는 이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다. 저라는 존재와 피해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듯 전임 시장의 업적에 대해 박수치는 사람들의 행동에 무력감을 느낀다. 이 사건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시며 사건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발언에 상처를 받는다”며 “거대한 권력 앞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그 즉시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 권력의 불균형 속에서 누군가 고통을 받는 일이 생긴다면, 모두가 약자의 고통을 공감하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여성과 약자의 권익을 위한 운동이 진영과 상관없이 사회적 흐름임을 인정하고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며 “피해자가 조심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가 좋게 에둘러서 불편함을 호소해야 바뀌는 것이 아닌, 가해자가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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