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윤석열 검찰총장 사의 표명 1시간여 만에 즉각 수용
문재인 대통령, 윤석열 검찰총장 사의 표명 1시간여 만에 즉각 수용
  • 이광효 기자 leekwhyo@naver.com
  • 승인 2021.03.0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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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정치 평가받을 것”vs“정권의 폭주 막을 브레이크 없어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즉각 수용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4일 청와대에서 한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2시 사의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이후 1시간여 만에 이를 수용한 것.

윤석열 검찰총장은 4일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들에게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특별시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특별시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총장은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신 분들, 그리고 제게 날 선 비판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계 진출'에 대한 명시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그는 오전 반차를 내고 직접 입장문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은 4일부터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해 조남관 차장검사가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한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은 오는 7월 24일까지인 2년 임기를 4개월 넘게 남기고 물러나게 됐다. 지난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시행된 후 취임한 22명의 검찰총장 중 임기를 채우지 못한 14번째 검찰 수장이 될 전망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정례브리핑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저는 윤석열 총장이 임기 내내 대통령님의 국정철학을 잘 받들고 또 국민들의 여망인 검찰개혁을 잘 완수해 주기를 기대했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다”며 “법무부와 잘 협의해서 앞으로 검찰개혁이 제대로 잘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는 등의 비판을 한 것에 대해선 “우리 정부는 헌법체계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민주화의 진전 그리고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상반된 반응을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 등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보수야당들은 여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4일 국회에서 한 브리핑에서 “‘국민에 신뢰받는 기관이 될 때까지, 검찰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돼 중단 없는 개혁을 하겠다’던 윤 총장의 취임사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총장은 오로지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에 충성하며 이를 공정과 정의로 포장해 왔다”며 “검찰의 ‘선택적 정의’와 ‘선택적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윤석열 죽이기’로 포장하며 정치 검찰의 능력을 보여 왔다. 이제 정치인 윤석열이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오롯이 윤석열 자신의 몫”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한 브리핑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이 있었다. 정계 진출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나 사실상 정계 진출 선언과 다를 바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무엇이 어떻게 파괴되고 있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불만과 입장에 동조하지 않으면 헌법 정신 파괴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까지 하다.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그동안의 행보가 검찰총장으로서 직무에 충실하기보다 정계 입문을 위한 알리바이 쌓기용이 아니었는지 강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고 늘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살아 있는 권력을 핑계로 가장 정치적인 검찰총장으로 마침표를 찍게 된 것”이라며 “끝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이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누구에 의해 무너지고 있는 것인지 분명히 구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사욕과 안위가 먼저인 정권의 공격에 맞서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정권은 자신들이 세운 ‘검찰개혁의 적임자’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자, 인사폭거로 식물총장을 만들다 못해 아예 형사사법시스템을 갈아엎고 있다”며 “정부여당은 헌정사를 새로 쓰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탄생시켰고,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마저 급조하려 하고 있다. 이렇게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검찰총장의 회한이 짐작된다”고 말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의 ‘우리 윤 총장님’이 사퇴하면, 정권의 폭주를 막을 마지막 브레이크가 없어지는 셈이다. 정권의 썩은 부위를 도려낼 수술용 메스가 없어지는 격”이라며 “정권의 핵심과 그 하수인들은 당장은 희희낙락 할지 몰라도, 이제 앞으로 오늘 윤 총장이 내려놓은 결과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의 말대로 대한민국의 상식과 정의가 무너진 것을 확인한 참담한 날”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은 4일 국회에서 한 브리핑에서 “국가형사사법시스템을 송두리째 흔드는 중수청을 설립해 부패 범죄나 권력 비리 수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작금의 현실에 법치주의를 수호해야 할 검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손발이 잘리고 폐부 깊숙한 곳에 칼을 들이미는 형국에 직을 걸고서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없었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권력 수사에 대한 무력화 시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직을 내려놓기로 결심하기까지 숱한 고뇌의 날들을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진 대변인은 “입으로는 공정이니, 정의니 남발하며 위선과 가증스러운 행태로 내로남불이 당연히 여겨지는 세상을 만들어버린 현 정권에 맞서서 무너진 공정과 정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에 남은 일생의 모든 힘을 보태어 달라”며 “점점 범법자 소굴이 돼가고 있는 부패 정권에 대항해 피 끓는 국민의 열망을 위해 검찰총장으로서 다 하지 못한 소임을 다해달라.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선한 국민을 보호함에 최선봉에 서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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