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교 의원, 이명박 정권 국정원 사찰문건 공개
배진교 의원, 이명박 정권 국정원 사찰문건 공개
  • 이광효 기자 leekwhyo@naver.com
  • 승인 2021.02.1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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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 검토..비협조 지자체 행ㆍ재정적 제재”
정의당 배진교 의원(비례대표, 정무위원회, 초선)이 18일 국회에서 인천광역시 남동구청장 임기 당시 국가정보원의 사찰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의당 배진교 의원(비례대표, 정무위원회, 초선)이 18일 국회에서 자신의 인천광역시 남동구청장 임기 당시 국가정보원의 사찰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자신을 불법 사찰한 문건을 공개하며 문건 작성자를 형사고발하는 것 등을 검토할 것임을 18일 밝혔다.

배진교 의원은 국회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사찰 당시에도 막연하게 사찰이 행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막연한 두려움만으로도 저는 자신의 행동과 구정을 항상 스스로 검열해야 했다. 그리고 문건을 받아본 뒤, 그 불쾌함과 괴로움이 전혀 아물지 않고 생생히 되살아남을 느꼈다”며 “작년 (12월 8일) 저의 남동구청장 시절 사찰 관련 자료를 국정원에 정보공개 청구했다. (올해 1월 15일)받아 본 사찰 문건의 내용은 저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세세하고, 악의적인 내용들”이라고 말했다.

배진교 의원이 18일 공개한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사찰 문건./사진=배진교 의원실 제공
배진교 의원이 18일 공개한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사찰 문건./사진=배진교 의원실 제공

배진교 의원이 이날 공개한 국정원 사찰문건의 제목은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이다. 이 문건은 2011년 9월 15일 작성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배진교 의원은 지난 2010년 7월~2014년 6월 인천광역시 남동구청장을 지냈다.

이 문건 1페이지에는 ‘좌파강사를 동원한 각종 강연회ㆍ특강 주선으로 지역사회 종북의식 주입과 함께 관내 미군기지 환경문제 쟁점화 등 반미감정 조장 골몰’이라며 배진교 당시 남동구청장에 대해 ‘부모스쿨(150명)을 운영하며 강사진에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ㆍ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출신 배치’라고 쓰여 있다.

배진교 의원이 18일 공개한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사찰 문건./사진=배진교 의원실 제공
배진교 의원이 18일 공개한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사찰 문건./사진=배진교 의원실 제공

6페이지에는 배진교 당시 남동구청장의 주요 국정 저해 사례에 대해 ‘종복좌파 인물의 제도권 내 활동기반 마련’이라며 ‘조례개정을 통해 구청장 자문기구인 ’정책자문위‘ 규모를 확대(6→21명)하고 ○○○ 소장 등 종북인물을 대거 기용’이라고 기재돼 있다.

◆국정원 사찰 문건 “배진교, 종북인물 대거 기용”

또한 ‘지역사회 이념 오염 조장’이라며 ‘지역 학부모 등 대상 강좌를 개설하면서 전교조 출신 등 종북ㆍ좌파성향의 인물을 강사로 초청, 종북ㆍ좌파 논리 전파 및 정부정책 비판 여론 조성, 4월 27~6월 1일 ’2011 남동 희망교육 부모스쿨‘(150명)을 운영하면서 강사진을 ○○○ 등 전교조 출신으로 구성’이라고 쓰여 있다.

이에 대해 배진교 의원은 “지목된 강좌는 ‘2011 남동 희망교육 부모스쿨’이다. 이 강좌는 제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남동구청장 후보로서 내세운 ‘혁신학교 추진’ 공약의 일환으로 개설된 강좌 프로그램이었다”고 밝혔다.

배진교 의원이 18일 공개한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사찰 문건./사진=배진교 의원실 제공
배진교 의원이 18일 공개한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사찰 문건./사진=배진교 의원실 제공

배진교 의원에 따르면 강좌 제목은 ▲1회 강좌, 21세기 학교의 새로운 비전 ‘배움의 공동체’ ▲2회 강좌, 핀란드 교육을 통해서 본 우리 교육의 과제 ▲3회 강좌, 사유하는 부모가 자녀들의 희망을 만든다 ▲4회 강좌, 우리 시대, 행복한 부모로 살아가는 법 ▲5회 강좌, 자녀와 소통하기-부모코칭이다.

배진교 의원은 “이게 종북 논리냐? 아이들과 학부모를 무조건 무한 경쟁 속으로 밀어넣고, ‘성적 올리고 좋은 대학 가는 게 최고’라고 말하면 ‘건전한 논리’고, 좀 더 나아지기 위해서 생각을 바꿔보고 외국의 사례를 공부하면 ‘종북 논리’가 된다는 식이다. 이런 사찰과 왜곡은 과거 군사독재 정권에서나 벌어질 일”이라며 “사찰 문건에 쓰인 표현과 인식을 보면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이 정신적으로 냉전시대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배 의원은 “제가 종북좌파 인물의 제도권 내 활동기반을 마련했다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정책자문위를 확대하고 종북인물을 대거 기용했다는 것인데, 그들이 종북이라는 근거가 정말 황당하다”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천 남동지부장 출신으로 해임됐으며, 현재 좌파단체에서 활동 중이라는 것이다. 과거 이력에 따라서 사람을 제멋대로 색칠하는 주제에 누구에게 종북이라고 하는지,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 문건 2페이지에는 ‘당ㆍ정은 가용수단을 총동원, 야권 지자체장들의 국익ㆍ정책 엇박자 행보를 적극 견제ㆍ차단함으로써 국정결실기 안정적인 국정운영 뒷받침’이라며 ‘국정 비협조 지자체 대상 행ㆍ재정적 제재 다각 추진’이라고 쓰여 있다.

또한 ‘시ㆍ도당은 지방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현안 질의 시 지자체장의 국정 비협조 사례 등을 집중 추궁하는 등 견제 강화’라고도 기재돼 있다.

이에 대해 배진교 의원은 “국정원이 이 보고서를 통해 당시 여당을 동원해서 자신들의 인식을 퍼뜨리고 야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을 견제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건 2페이지에는 ‘건전 언론 및 보수단체와 협조, 규탄성명 발표ㆍ항의집회 개최 등으로 지역 내 비판여론 조성을 통해 지자체장의 독단적 행보 저지’라고도 쓰여 있다.

이에 대해 배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불거진 보수단체 관변집회 배후조종이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기획되고 이뤄져 왔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측이 드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DJ 때 국정원, 가장 조직적으로 불법도청”

배진교 의원은 “광역지자체장이나 기초지자체장에게도 이렇게 사찰이 이뤄지고 이념의 칼날을 들이댔는데, 힘 없는 일반 국민에게는 어땠겠느냐? 활동이력으로 사람을 색칠하고, 그들을 한 뭉텅이로 종북좌파라는 딱지를 붙여서 실제 불이익까지 줬다. 이는 사실상의 블랙리스트 작성이다.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의 뿌리는 이명박 정부였을지 모른다”며 “이 문건의 작성자는 직권남용의 소지가 있다. 24명의 기초지자체장, 8명의 광역지자체장, 그리고 문건에 등장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형사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18일 국회에서 한 브리핑에서 “불법 흥신소도 하지 않을 짓을 벌인 것”이라며 “불법사찰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행위다. 이명박 정부의 불법사찰 진상규명은 헌법정신을 지키는 것이다. 헌법정신을 지키는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 불법사찰 진상규명에 모든 정당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정책조정회의에서 “저희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중대 범죄를 저지른 이명박·박근혜 정부 불법사찰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 국정원은 사찰 피해 당사자의 정보공개 청구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그리고 국회 정보위원회는 국정원이 자체 TF(Task Force)를 구성해서 불법사찰의 범위와 규모를 밝힐 것을 요구했고 박지원 원장도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민주당은 정보위 의결을 통한 불법사찰 자료 열람 등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해 진상을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진실을 고백하고 진상규명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이날 ‘통일경제뉴스’와의 통화에서 “불법사찰에 대한 자체 조사 실시 여부 등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당시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옛날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에서도 국정원의 정보관 또는 조정관이라는 IO라는 게 있었다. IO가 각 부처에 출입을 하면 자기들이 들은 이야기, ‘뭐 어느 부처에 갔더니 어느 누구 장관이 밥 먹었다. 국회에 갔더니 어떤 의원이 이랬다’ 같은 것이 그 사람들의 업무”라며 “IO의 업무를 보고해 놓은 것을 모아놓으면 그것을 일종의 ‘정보보고’라고 하는데 그것은 어느 정권에도 다 있었던 것이다. MB 정권 때도 그런 정보보고가 있었을 것이다. 그걸 모아놓은 걸 갖고 지금 ‘불법사찰’이라 이야기하는 것은 제가 볼 때는 정치공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박근혜 정부 때 국회에 국정원 개혁특별위원회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각 기관에 출입하는 IO가 정보 내용이 부실하고 부작용도 많다’고 2014년 12월에 없앴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민식 부산광역시장 예비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인권대통령으로 불렸던 김대중 정부 때 역대 국정원 사상 가장 조직적으로 불법도청이 이뤄졌음은 이미 사법부에서 실체적 진실로 명백히 밝힌 바 있다. 1998~2002년 당시 국정원은 수십억원을 들여 자체 개발한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인 R2 6세트와 휴대폰 감청장비인 ‘CAS’라는 특수장비 20세트를 활용해 여야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고위공직자, 시민단체 및 노조 간부 등 사회지도층 인사 약 1800명의 통화를 무차별 도청했다”며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 1부(주임검사 박민식)는 김대중 정부 당시 국정원장 신건, 임동원, 국내담당 차장 김은성을 구속기소했다. 법원에서 이들은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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