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에 연결된 끈이 풀리자 마을의 모든 재액을 실은 띠 배가 넘실대는 파도를 타고 바다 저 멀리 둥실 떠내려 간다.
띠배를 바다 한가운데로 끌 고온 어선의 농악대들은 사라져 가는 띠배를 바라보며 징 장구 꽹과리 등의 농악 장단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춘다.
"우리 동네 사고 없이 우리 배도 사고 없이 만선일세 만선일세 조기 실어 만선일세~"
뱃사람들의 신명 난 노랫가락은 더욱더 높아져 간다.
부안군 격포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40분 거리의 섬 위도의 대리 주민들이 14일 정월초 사흘을 맞아 마을의 태평과 만선을 기원하며 올린 풍어제의 모습이다.
멸치잡이와 김양식이 생업인 이 섬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이 마을의 풍어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옛 모습을 잃지 않은 채 잘 보존돼 왔다.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로 지정된 “위도 띠 뱃놀이”의 풍어제는 아침부터 해질 무렵까지 계속되는데 마을 뒷산 꼭대기에 있는 당집에서의 당굿과 바닷가에서 용왕굿. 그리고 진짜 배처럼 꾸민 띠배를 바다 한가운데로 끌고 나가 띄워 보내는 세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월 초 사흗날인 14일 아침 선주와 농악대 등 20여 명의 마을 사람들은 오색선기를 들고 징 장구 꽹과리 등을 울리며 무녀를 뒤따라 당 집으로 올랐다.
바다와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해발 3백m의 가파른 산길. 기예능보유자인(조금례 무녀)가 사망함에 현재는 김상원 악사가 “천상천하 여러 신령 임들이여 이제 당도했습니다”라며 인사굿을 하면서 시작된다.
무녀가 제물을 원당 앞에 차려 놓은 후 산신님 성주님 지신님 등 주문을 외우며 당산굿을 하면 마을 주민들이 소원을 비는 순서로 진행된다.
농악대가 산을 오르면서 풍물 가락이 마을 전체에 울려 퍼지자 바닷가에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 주민들은 허수아비 선원들 돛대. 닻. 그물. 뱃기 등을 두루 갖춘 길이 3m. 폭 3m 정도의 띠배를 만들기 시작했다.
마을 전체가 굿의 공간이며 무녀의 굿에 농악대의 굿 장단과 노래 춤 그리고 술판이 어우러지는 마을 사람들의 공동놀이마당이었다.
이어 마을 앞바다로 내려와 마을 부녀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바닷가에서 풍어를 기원하는 용왕굿이 펼쳐진다.
마을 동쪽과 서쪽에서는 용왕을 위해 회식밥을 던지며 마을 입구 당산에는 동아줄을 어깨에 메고 두 편으로 나누어 지신밟기를 한다.
수숫대와 짚 가마니를 이용해 만들었던 띠배에 밥과 떡. 고기. 과일 등 제물을 싣고 허수아비선원 10여 개와 마을기를 꽂고 ‘유자망 낭장망 대 풍어와 용왕님 귀하’라고 쓴 판자를 실어 칠산 앞바다로 멀리 띄어 보낸다.
이때 마을 사람들은 다시는 재액이 찾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농악대와 함께 어우러져 바닷가를 빙빙 돌면서 용왕밥을 던지며 한바탕 신명나게 추는 춤으로 띠 뱃놀이는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