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이후 최초 법관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헌재, 심리 절차 본격화
건국 이후 최초 법관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헌재, 심리 절차 본격화
  • 이광효 기자 leekwhyo@naver.com
  • 승인 2021.02.05 1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관(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병석 국회의장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관(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초로 법관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4일 본회의를 개최해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쳐 찬성 179표, 반대 102표, 기권 3표, 무효 4표로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이날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해 조사를 우선 진행할 것을 제안했지만 부결됐다.

현행 국회법 제130조제1항은 “탄핵소추가 발의되었을 때에는 국회의장은 발의된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하고, 본회의는 의결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조사하게 할 수 있다”고, 제2항은 “본회의가 제1항에 따라 탄핵소추안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기로 의결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탄핵소추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 이 기간 내에 표결하지 아니한 탄핵소추안은 폐기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임성근 부장판사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당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추문설'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 등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985년 당시 유태흥 대법원장과 2009년 신영철 대법관에 대해 두 차례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윤호중)는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을 국회의장으로부터 송달받았다.

윤호중 위원장은 소추위원으로서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의 헌법재판소 제출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서울 은평구갑, 법제사법위원회, 재선)에게 위임해 헌법재판소 심판민원과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박주민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경기 용인시정, 교육위원회, 초선)은 이날 오후 5시쯤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 사건에 대한 헌재 심리 절차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임성근 부장판사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고 심히 유감”

현행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해야 한다. 탄핵심판에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형사재판에서 검사 역할을 하는 소추위원이 된다. 임성근 부장판사는 오는 28일 퇴임해 퇴임 전에 헌재 결정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헌재 전원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 사건을 검토하고 조만간 변론기일을 잡아 임 부장판사 측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해 임성근 부장판사 변호인 측은 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탄핵이라는 헌법상의 중대한 절차를 진행함에 있어선 먼저 엄정하고 신중한 사실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그럼에도 공소장과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1심 판결문의 일부 표현만으로 법률상 평가를 한 다음 국회 법사위원회의 조사절차도 생략한 채 탄핵소추를 의결했다.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고 심히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향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던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이 될 만한 중대한 헌법, 법률 위반행위가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사람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이에 따라 임 부장판사도 4일부터 직무가 정지돼 부산고법으로 출근하지 못한다. 임 부장판사는 1~5일 휴가를 낸 상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4일 서울특별시 서초구에 있는 대법원에서 퇴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해 “안타까운 결과라고 생각하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죄송하다”며 “이유야 어찌 됐든 임 부장과 실망을 드린 모든 분께 깊이 사과하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임 부장판사와) 만난 지 9개월 가까이 됐다. 기억이 희미했고 적지 않은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임 부장판사는 4일 변호인을 통해 지난해 5월 사의 표명 당시의 김명수 대법원장 녹취 음성파일과 녹취록을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금 상황을 잘 보고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며 “게다가 임 부장 경우는 임기도 사실 얼마 안 남았고 1심에서도 무죄를 받았잖아"라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탄핵이라는 제도 있지, 나도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탄핵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데 일단은 정치적인 그런 것은 또 상황은 다른 문제니까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수리해 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라며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3일 ”대법원장이 임 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었다. 이에 따라 김명수 대법원장은 ‘거짓 해명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해 정치권은 상반된 반응을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환영했지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치권 "입법부 의무 수행”vs“법원 겁박 위한 탄핵”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4일 서면브리핑에서 "재판개입 사건에 대해 법원 1심 형사재판부는 '법관독립을 침해한 위헌적 행위'라고 적시했다. 그러나 법원 내부에선 징계시효가 경과됐기 때문에 임성근 판사에 대한 징계가 이뤄질 수 없었다”며 “사법부는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각 법관의 독립성은 엄중하게 지켜져야 한다. 때문에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재판에 개입하고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는 삼권분립에 따라 사법부의 잘못을 견제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입법부의 의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오늘 임성근 판사의 변호인이 공개한 녹취록 역시 이번 사건의 본질을 가릴 수는 없다. 징계조치 전에 사표를 내서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는 공직사회의 잘못된 관행으로 여러 차례 지적받아 왔다”며 “임성근 판사는 향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헌법 위반 행위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개최된 정책조정회의에서 “재적 과반을 넘는 국회의원들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은 임성근 판사가 헌법에 규정된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했기 때문이다. 법원도 이미 위헌 행위를 인정했다. 임성근 판사에 대한 1심 판결문에는 여섯 차례에 걸쳐 위헌임이 적시돼 있다”며 “2018년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법원은 징계시효 경과를 이유로 임 판사를 징계하지 못했다. 이에 국회가 헌법이 부여한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한 브리핑에서 “사법농단이 불거지고 한참이 지나 첫 판사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것으로 매우 늦었지만 사필귀정”이라며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들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역사와 국민 앞에 사법신뢰를 무너뜨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사법부가 이번 법관 탄핵을 무겁게 반성하고 국민의 신뢰 위에 다시 서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4일 구두논평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방조와 조력이 없었으면 오늘의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며 “오늘 우리나라는 중우정치(衆愚政治)의 민낯을 봤다. 오늘 법관 탄핵은 아무런 실익도 없다. 명분마저 희미하다. 오로지 본보기식 길들이기 탄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긴급의원총회에서 “이 탄핵은 절차도 지키지 않은 부실 탄핵이고 법원을 겁박하기 위한 탄핵”이라며 “재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우리가 180석 가까이 갖고 있으니까 너희들 탄핵해서 목을 잘라 버릴 수 있다는 겁주기 위한 탄핵”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본인의 할아버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을 언급하며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판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1956년 당시 대통령은 법관들과 마찰이 생기자 국회 연설을 통해 법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대법원장은 ‘이의 있으면 항소하시오’라고 답하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며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맞서가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가치는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였다. 정권이 아니라 국민이 오늘날을 평가하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비굴한 모습으로 연명하지 말고 본인 스스로 되돌아보며 올바른 선택을 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4일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을, 외교통일위원회, 4선)을 단장으로 하는 ‘국민의힘 탄핵거래 진상조사단’을 발족시켰다. 김기현 단장은 5일 대법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다.

국민의당 소속 권은희·이태규·최연숙 의원은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부 독립 포기, 사법신뢰 훼손으로 성사가 된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은 법치주의를 훼손한 위헌적 절차”라며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4일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약 김명수 대법원장이 여당의 탄핵 추진을 염두에 두고 임 법관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후배의 목을 권력에 뇌물로 바친 것”이라며 “사법부 스스로가 권력의 노예가 되기를 자청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통일경제뉴스 는 신문윤리강령과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등 언론윤리 준수를 서약하고 이를 공표하고 실천합니다.
  • 법인명 : (사)코트린(한국관광문화발전연구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내수동 75 (용비어천가) 1040호
  • 대표전화 : 02-529-0742
  • 팩스 : 02-529-0742
  • 이메일 : kotrin3@hanmail.net
  • 제호 : 통일경제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51947
  • 등록일 : 2018년 12월 04일
  • 발행일 : 2019년 1월 1일
  • 발행인·편집인 : 강동호
  • 대표이사 : 조장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성섭
  • 통일경제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통일경제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kotrin3@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