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용구 차관 택시기사 폭행 블랙박스 영상’ 묵살 수사관 대기발령
경찰, ‘이용구 차관 택시기사 폭행 블랙박스 영상’ 묵살 수사관 대기발령
  • 이광효 기자 leekwhyo@naver.com
  • 승인 2021.01.2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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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단 구성, 위법 발견 시 지위고하 막론 엄정 수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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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이용구(사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의 결정적 증거인 블랙박스 영상을 담당 수사관이 확인하고도 덮었다는 의혹에 대해 해당 수사관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은 24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서울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 A경사가 지난해 11월 11일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는 보도 내용이 일부 사실로 확인돼 1월 24일자로 대상자를 대기발령 조치함과 동시에, 국가수사본부장 지시에 따라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을 편성(총 13명),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진상조사단은 ▲담당자가 해당 영상 존재 여부를 알게 된 시점 ▲서초서 팀장·과장·서장에게 보고 여부 등 관련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위법행위 발견 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지난해 11월 6일 오후 11시 30분쯤 서울특별시 서초구 아파트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려던 택시기사 A씨를 폭행했다. A씨는 같은 달 9일 담당 형사에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한 뒤 처벌 불원서를 제출했고, 서초서는 12일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이에 대해 경찰이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대신 반의사불벌죄인 형법상 폭행 혐의를 적용하고 내사를 종결해 `봐주기 수사' 논란이 확산됐다.

현행 형법 제260조제1항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하지만 현행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0은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ㆍ하차 등을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에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해도 이 법에 의해 똑같은 처벌을 받는다.

이에 대해 경찰은 ‘블랙박스에 영상이 녹화돼 있지 않아 증거관계가 불분명했다’며 사건 처리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A씨는 24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11일 경찰조사에서 서초서 수사관에게 휴대폰으로 촬영한 30초 분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줬지만 이 수사관은 “정차해 있는 상태”라며 “안 본 걸로 할게요”라고 말했음을 밝혔다.

이 수사관은 차량이 정차해 있어 ‘특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A씨는 “해당 영상에 계기판·미터기·기어 등 ‘운행 중’임을 증명해 줄 단서는 없지만, 차가 움직이는 중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있다”며 “‘영상을 못 본 체하겠다’는 경찰에 항의하거나 추가 조사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는 영상 확인 후 10분 만에 끝났고, 따로 영상도 확보하지 않았다.

이 영상에는 지난해 11월 6일 택시를 타고 서울 서초동 자택으로 향하던 이 차관이 A씨의 뒷목을 움켜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폭행 직전 이 차관은 A씨에게 “XX놈의 XX”라고 욕설을 했고, 이에 A씨가 “지금 저한테 욕하신 것이냐”고 항의하자 목덜미를 잡았다.

이 사건을 재수사 중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5부(이동언 부장검사)도 최근 A씨로부터 ‘담당 경찰관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동안 A씨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해당 영상을 복원하고 택시의 위치정보시스템 자료 등도 확보해 사건 당일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서초서 담당 수사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덮었다는 의혹을 경찰 스스로 인정해 앞으로 검찰은 경찰의 직무유기 혐의 수사도 할 예정이다.

검찰은 조만간 해당 수사관을 불러 ▲해당 영상의 존재 사실을 상부에 보고했는지 ▲내사 종결 과정에 이용구 차관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24일 ‘통일경제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A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블랙박스 영상을 복원한 것으로 볼 때 A씨의 휴대전화에서 해당 블랙박스 영상이 삭제된 상태일 수 있다”며 “현재로선 A씨를 불러 해당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할지, 이용구 차관을 조사할지 등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용구 차관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비록 공직에 임명되기 전의 사건이기는 하지만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 송구스럽고 경찰의 1차 조사와 검찰 재조사를 받는 등 고통을 겪고 계시는 택시기사 분께도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검찰에 제출된 것에 대해선 ”사건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며 ”어떤 경위에서건 수사기관에 제출된 것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A씨에게 해당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선 ”택시기사 분의 진술 내용을 놓고 진위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기사분께 또 다른 고통을 줄 우려가 크다“며 언급을 피했다.

정의당 장태수 대변인은 ”영상의 존재, 사건 담당 경찰관의 업무처리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았다면 봐주기라는 형평성에 이어 부실하기 짝이 없는 경찰 능력을 탓해야 할 상황“이라며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 권한을 강화한 것은 시민 기본권을 지키고, 갑질이라 할 수 있는 권력형 범죄 또는 비위는 단호하게 단죄하라는 시민들의 바람이 담긴 것이다. 경찰이 시민들의 그 바람을 담아낼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 이용구 차관 폭행 사건 처리가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허청회 부대변인도 ”경찰이 커진 권한에 걸맞은 자질과 능력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경찰도 언제든 ‘국민의 손’에 의해 개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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