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갑질'로 회사 벼랑 끝에 몰렸다는 수입약제상 방씨
종근당 '갑질'로 회사 벼랑 끝에 몰렸다는 수입약제상 방씨
  • 남궁현 선임기자 woolseyjr@naver.com
  • 승인 2021.01.1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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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키트 납품 약속 저버려 회사 부도 위기" 주장
종근당 본사 전경
종근당 본사 전경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  종근당 본사 앞.

한 남자가  '갑질기업 퇴출! 종근당 불매운동!'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에 가까운 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는 며칠째 이 자리에서 서 있다.  
무슨 사연일까.

그는 수입약제상을 운영하는 방모씨다.

방씨는 지난 2018년 9월 종근당과 독감진단키트인 '알소닉 플루'라는 제품을 독점으로 납품하는  계약을 맺는다.

이 제품은 일반 병원 등에서 독감을 진단하는 데 사용하는 의료용 기기다. 일본 유명 제약회사인 A사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방씨 회사는 이 제품의 국내 독점 수입과 판매 권한을 갖고 있다. 

독감진단키트는 국내 대형 제약회사를 통해 매년 수십만여 개가 전국 병·의원 등에 유통되고 있다.

국산 제품과 함께 일본수입 제품 등이 유통되는데, 업계에서는 수입 진단키트의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씨는 지난 2018년 일본 진단키트를 찾던 종근당쪽과 접촉하게 됐다.

종근당에서는 '국산 키트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알소닉 플루만을 유통할 것'이라면서 방씨에게  독점 납품을 요구했다.

방씨는 “종근당과의 납품 계약 체결 역시 철저하게 갑을 관계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며 “ 종근당쪽에서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진단 키트의 국내 판매 독점권을 달라고 방씨에게 요구했다”고 했다. 

방씨 회사 입장에선 종근당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계약이었지만, 그들의 약속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종근당과의 계약 첫해인 2018년, 방씨는 진단키트 30만 개 납품 요구를 받았다. 그해 9월 그는 종근당쪽에 20만 개를 납품했고, 이후 추가로 5만 개를 종근당 쪽에 보냈다.

하지만 나머지 5만 개에 대해 종근당에서 구매를 하지 않았는데 그 과정에서 방씨측과  어떤 사전 협의도 없었다.

결국 해를 넘겨 2019년까지 5만여 개에 달하는 진단키트는 수입 물류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었다.

그런데 종근당에서 창고에 쌓아둔 수입 진단키트  4만여 개를 공짜로 제공하라는 요청을 했다.

종근당은 요구를 들어주면, 앞으로 60만 개의 진단키트를 구매할 것이라고 구두로 약속했다.

방씨는 어쩔 수 없이  진단키트 8400개(약 4000여만원 상당)를 종근당쪽에 무상으로 제공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그해 20만 개 진단키트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종근당의 요구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2019년 8월 종근당은 인천과 여수, 경주 등지에서 병의원을 상대로 한 의료 심포지엄을 열었다. 종근당쪽에선 심포지엄 이후 진단키트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각종 경비 부담을 요구했다.

방씨는 "종근당의 요구에 따라 일본 회사쪽 관계자를 초청해 진단키트의 장점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면서 "물론 이에 들어가는 각종 경비는 우리가 부담해야 했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이 진행중이던 9월 방씨는 종근당쪽에 약속대로 20만 개의 진단키트를 납품했다.

이후 방씨는 종근당쪽으로부터 독감 피크 시즌에 대비해 추가로 20만 개를 준비해 놓으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월 본사에서 가진 미팅 자리에서 "매년 평균적으로 30만개 이상 진단 키트 판매가 이뤄졌으니, 올해는 미리 재고량을 준비해 놓으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20만개의 진단키트를 주문해 일본쪽으로부터 공급 받았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작년 2월께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기 시작하면서, 독감진단 역시 크게 줄었다.

게다가 당시 방씨의 소통창구였던 실무자들도 일부 회사를 떠나는 등 변화가 있었다.

종근당쪽에선 방씨의 진단키트 구매를 거부했다. 코로나 상황에 따라 독감진단키트 수요가 크게 줄었고, 정식 구매 계약서 등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결국 방씨의 20만 개 진단키트는 수입창고에 그대로 쌓이게 됐다.

방씨는 "수입 과정에서 은행으로부터 10억원에 가까운 돈을 빌렸고, 창고 관리비 등 빚만 계속 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난 1년동안 피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진단키트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이상,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는 고스란히 부도와 파산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종근당은 법적으로 구매할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방씨 회사가 추가로 수입한 20만개 키트에 대해선 정식으로 발주서가 발행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이를 구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 방씨 회사와 구두계약을 맺었던 일부 실무자는  회사를 떠났다"고 덧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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