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태 SK케미칼·애경산업 전 대표 1심 무죄 선고 '논란'
가습기 살균제 사태 SK케미칼·애경산업 전 대표 1심 무죄 선고 '논란'
  • 이광효 기자 leekwhyo@naver.com
  • 승인 2021.01.1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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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가 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2일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가 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기소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 대해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애경산업·SK케미칼·이마트 관계자 등 11명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가 폐 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CMIT·MIT는 앞서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제조사 관계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나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는 다른 성분이다.

재판부는 CMIT·MIT 성분이 담긴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확인하려고 동물 실험과 역학 조사 등을 했으나 폐 질환과 천식에 영향을 줬다고 결론을 내린 보고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각 실험을 실행한 교수와 전문가들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CMIT·MIT 사용과 사망 또는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지 못했다”며 “일부 전문가는 ‘사람에게 이미 폐 질환 등이 발생했다는 전제를 하고 CMIT·MIT 성분의 영향을 확인하는 의미에서 동물 실험을 했지만, 뒷받침할 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CMIT·MIT 함유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피해를 인정해 왔다.

재판부는 “모든 시험과 연구 결과를 종합하고 있는 환경부의 종합보고서는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한 기존 연구에 대해 추정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일종의 의견서에 그친다. 이 같은 추정에 기초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연구 결과가 추가로 나오면 역사적으로 (이번 판결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모르겠지만, 재판부로선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형사사법의 근본원칙 범위 안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당초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등은 처음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엔 CMIT·MIT 함유 제품의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기소됐으나 이후 CMIT와 MIT의 유해성에 대한 학계 역학조사 자료가 쌓이고 환경부가 관련 연구 결과를 제출해 지난 2018년 시작된 검찰 재수사로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관계자들이 기소됐었다.

재판부는 SK케미칼에 근무하면서 PHMG 제조·판매에 관여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사 전직 직원 4명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PHMG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혐의로 관계자들이 유죄를 선고받은 옥시에 이 물질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SK케미칼 관계자들이) 업무 과정에서 다소의 부주의가 있었더라도 판매 경위 등에 비춰볼 때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과 상해라는 결과가 발생하는 데 본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항소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12일 법원 출입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CMIT/MIT의 인체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가해기업 측의 궤변에 대해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하고 온갖 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피해를 의학적으로 검증하면 되는 사안을 동물실험으로 검증됐는지를 따지는 어처구니 없는 1심 재판부의 모습에서 피해자들은 할 말을 잃었다”며 “2019년 7월에 발표한 검찰의 수사 결과만 보더라도 가습기메이트로 인한 피해 인과관계가 확인된 피해자가 모두 97명이며, 이 가운데 세상을 떠난 사람이 12명이다. 이 피해자들이 어딘가에서 저절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에 목숨을 잃은 것인가! 기체 상태로 흡입하면 안 되는 물질을 가습기 살균제로 만들어 팔면서 흡입독성조차 검증하지 않은 가해기업들의 '업무상 과실'조차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사법부의 존재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한 브리핑에서 “정부 피해 규모 추산, 피해자의 수만 40만 명에 이르는 대한민국 최악의 환경 시민 재해다.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이 명백함에도 경영책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최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발생시킨 ‘옥시싹싹 가습당번’ 제품의 제조·판매사의 대표이사는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두 번째로 피해자가 발생한 ‘가습기 메이트’ 경영책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무죄 판단의 근거는 가습기 메이트 제조에 사용한 CMIT·MIT 성분 살균제를 폐 질환, 천식 발생 등의 인과관계로 볼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증거’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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