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의 조건으로 ‘당사자들의 반성’을 제시한 것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후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이 문제는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오(사진)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시중 잡범들이나 하는 이야기다. 국민의 공감이라는 게 찬성도 있고 반대도 있지 않느냐? 찬성을 택하느냐, 반대를 택하느냐 하는 것은 사면권자의 정치적 결단”이라며 “반성의 여부라고 하는 것은 당사자들 입장에서 사면을 해 주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사면을 받는 당사자의 입장도 생각해야 된다”고 비판했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당사자들은 2~3년 감옥에서 산 것만 해도 억울한데, 억울한 정치보복으로 잡혀갔는데 ‘지금 내주려면 곱게 내주는 거지 무슨 소리냐’가 사면을 받을 당사자들 입장”이라며 “사면은 사면을 해 주는 사람의 의지와 사면을 받는 사람들의 생각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뤄야지 사면하는 사람이 내가 칼자루를 잡았다고 ‘너 반성해라, 사과해라’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역대 어떤 정권도 그런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가 군사정권 때 민주화 운동 하고 감옥에 오래 살았다. 그럼 ‘이번에 8ㆍ15에 석방을 하니까 반성문 좀 써라’(고 당국에서 말하면) 우리가 ‘잡아넣은 당신들이 반성해야지 우리가 뭐 반성하냐’하고 그냥 나왔었다”며 “그런 게 전직 대통령인데 해당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는 4일 국회에서 개최된 대표단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께선 이명박ㆍ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입장을 거두시기 바란다”며 “이명박과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저지른 범죄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이낙연 대표가 무마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두 전직 대통령이 통치하는 동안 용산과 쌍용자동차에선 대규모 희생이 발생했고 고 이용마 기자는 돌이킬 수 없는 병을 얻었다. 세월호 희생자와 고 백남기 농민을 기억한다면 사면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재판 진행 여부와 상관없이 아직도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를 반성하거나 사죄하지 않는 두 전직 대통령을 우리 국민은 용서할 수 없다”고 촉구했다.
김종철 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한다는 것은 원세훈과 최순실 등 그들의 하수인 또는 공범도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국가정보원 정치개입을 저지른 몸통만 사면하고, 전 국민이 분노한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 중 한 명은 정치적 이득을 따져 용서할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다. 대통령께서 직접 본인의 생각을 국민 앞에 밝히는 것이 정도다”라며 “사면은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선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