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9년이 구형됐다. 선고는 오는 2021년 1월 18일 있을 예정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30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ㆍ송영승ㆍ강상욱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 부회장의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7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5년이 구형됐다.
박영수 특검팀은 “우리나라 기업은 삼성과 삼성이 아닌 곳으로 나뉜다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가진 그룹이다.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선 부정부패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 삼성의 위치”라며 “국정농단 범행 과정에서 영향력이나 힘이 약한 다른 기업들보다 더 적극적이었고 쉽게 범죄를 저질렀으며 책임을 피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특검은 파기환송 전 1·2심에서 모두 징역 12년을 구형했던 것보다 구형량을 낮췄다. 이에 대해 특검은 “대법원에서 일부 혐의에 무죄가 확정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이재용 부회장의 판결을 파기하면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13억원이 뇌물이 아니라는 최종 결론을 내렸고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재산국외도피죄도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인은 ▲대법원에서 일부 혐의가 무죄 판단을 받음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 중인 올해 1월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킴 것 등을 제시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은 “(이 부회장이) 준법감시위를 설치하고 대국민 사과했다”며 “앞으로도 어떤 조치든 위법 행위를 막을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님께서 갑자기 쓰러지셨다. 경황이 없던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자리가 있었다. 지금 같으면 결단코 그렇게 대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최근 아버님을 여읜 아들로서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너무나도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 달라는 청탁을 하며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2017년 2월 기소됐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총 298억원이 넘는 뇌물을 건네고 213억원을 건네기로 약속한 것으로 판단했다.
1심에선 특검이 주장한 액수 중 최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 지원 72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16억원 등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심에선 승마 지원 일부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전체가 무죄로 판단돼 이 부회장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2심이 무죄로 판단한 정씨의 말 구입액 34억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을 뇌물로 봐야 함을 밝히며 사건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