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사' 뒤늦게 보물 지정한 문화재청의 '뒷북 행정'
'고려사' 뒤늦게 보물 지정한 문화재청의 '뒷북 행정'
  • 양성희 기자 kotrin2@hanmail.net
  • 승인 2020.12.2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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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역사서로는 첫 보물 지정 예고..소장처 3곳 6건 대상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고려사 금속활자본 @문화재청

고려 시대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문헌인 '고려사'(高麗史)를 뒤늦게 보물로 지정한 문화재청의 '뒷북행정'이 구설을 타고 있다.

문화재청은 고려사의 역사·학술·서지적 가치를 새롭게 평가해 보물 지정을 예고한다고 23일 밝혔다. 고려 역사서에 대한 보물 지정 예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삼국사기, 삼국유사, 조선왕조실록 등 고대와 조선 시대사 관련 중요 문헌들이 모두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상황에서 고려사도 국가지정문화재로서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가치를 검토했다"며 지정 예고 경위를 설명했다.

고려사는 고려 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인물 등을 정리한 역사서다. 고려 시대에는 정식으로 편찬된 적이 없고, 조선 시대인 15세기에 옛 왕조의 역사를 교훈으로 삼을 목적으로 간행이 시작됐다.

고려사 편찬 경위를 보면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선 고려 말에 문신 이제현, 안축 등이 편찬을 시도했지만 완성하지 못했다. 조선 건국 후 태조 이성계의 명으로 정도전, 정총 등이 '고려국사'(高麗國史)를 편찬했다고 하나 현재 전하지 않고, 1414년에는 태종이 고려국사의 수정편찬을 명했으나 완성되지 못했다.

문화재청은 "결국 세종이 고려국사의 오류를 지적하며 편찬을 지시했고, 1449년 편찬에 착수, 1451년(문종 1년)에 완성됐으며, 1454년(단종 2년)에 인쇄·반포됐다. 하지만 이때 간행된 판본은 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때 간행된 고려사는 총 139권으로 고려시대 역대 국왕 등의 기록인 세가(世家) 46권, 주요 인물을 다룬 열전(列傳) 50권, 문물(文物)에 대한 내용인 지(志) 39권, 연표(年表) 2권, 목록(目錄) 2권으로 구성돼 있다.

이후 고려사는 1455년(세조 1년) 주조된 금속활자인 을해자(乙亥字)로 판본이 간행됐고, 중종대(1506∼1544)에 을해자 판본을 목판에 다시 새겼다고 하나 이 또한 전해지지는 않는다.

을해자는 문신 강희안의 글씨를 바탕으로 만든 금속활자로, 실물로 남아 있는 조선시대 구리활자 중 가장 오래된 활자다. 을해자는 고려사를 비롯해 다양한 책들을 인쇄하는 데 사용됐다.

현재 고려사는 1482년(성종 13년)에 을해자로 간행한 판본, 1613년(광해군 5년)에 을해자본을 번각(飜刻, 뒤집어 다시 새김)해 새긴 목판본의 초간본, 을해자본을 번각한 목판본으로 17∼18세기에 찍어낸 것으로 추정되는 후쇄본 등이 전해지고 있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고려사는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을해자본 2건, 목판본 2건), 연세대학교 도서관(목판본 1건),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목판본 1건, 부산시 유형문화재 제104호) 등 3개 소장처에 보관된 6건이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한 2종의 을해자본은 완질(完帙, 권수가 모두 갖춰진 책)은 아니지만 현존 고려사 중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며, 목판본 2종은 각각 태백산사고와 오대산사고에 보관됐던 것으로 모두 을해자 번각 목판 초간본이자 완질이다. 동아대와 연세대 소장본은 번각 목판본으로 인쇄한 것으로 권수가 모두 갖춰져 있다.

문화재청은 "고려사는 고려의 역사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원천 사료라는 점, 고려 시대 사료를 그대로 수록해 사실관계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뛰어나다는 점, 고려의 문물과 제도에 대한 풍부한 정보가 수록됐다는 점에서 역사·문화사·문헌학적 가치가 탁월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전해진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자 목판 번각본이라는 점에서 서지적 가치도 높다"고 평가했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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