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SH(Seoul Housing&Communities Corporation,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시절 구의역 참사에 대해 한 발언 등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해 사과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23일 국회에서 개최된 인사청문회에서 “저는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단지 장관 후보자로서 앞으로의 정책만을 생각하기보다는 저의 지난 삶과 인생 전반을 무겁고 진지하게 되돌아봤다. 그 성찰의 시간 속에서 국민들의 마음과 아픔을 사려 깊게 헤아리지 못했다는 반성을 했으며 새로운 각오도 다졌다”며 “4년 전 제가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의 발언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서 질책해 주신 사항에 대해 무거운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제 발언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변창흠 후보자는 “특히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김군과 가족 분들, 그리고 오늘 이 시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고 계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거듭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앞으로 공직 후보자로서 더 깊게 성찰하고 더 무겁게 행동하겠다. 또한 반성과 사과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생명을 더욱 소중히 여겨 안전 문제에 대해선 더욱 철저하게 정책적인 노력을 해 나가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관으로 취임하게 되면 가장 먼저, 위험한 노동 현장에서 일하고 계시는 하청 근로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의 근로여건 개선을 위한 특별 대책을 세우고 현장을 철저하게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23일 서면브리핑에서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주택공급 확대와 국토균형발전의 적임자인지를 검증하는 장이 돼야 한다. 우선 변창흠 후보자에게 바란다. 산업안전에 대한 과거의 잘못된 언행에 관해 다시 한번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장관 후보자로서 산업안전에 대한 면밀한 대책과 의지에 대해 소상하게 밝혀 주길 바란다”며 “우리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현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정책 전문성을 갖춘 실행 전문가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있다"며 "과거 언행에 다소 논란이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집값을 잡을 부동산 전문가다. 급한 불을 끄러 온 소방수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수야당들은 일제히 변창흠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정의당도 사실상 변창흠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려 변창흠 후보자의 장관 취임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어제 변창흠 후보자는 구설과 막말을 무마하려고 예고도 없이 산재피해 유가족 농성장을 사진사 대동하고 방문해 고개 숙이는 쇼까지 연출했다”며 “아무런 진정성도 없고 청문회만 지나면 된다는 계산으로 국회와 국민을 모독하지 마라. 정의당도 ‘유가족 용서 없인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법률 문제, 지인 일감 몰아주기와 특채 등으로 사법절차로 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은 23일 논평에서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변창흠 후보의 인사청문회가 전 국민의 두통을 야기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연출한 듯한 저급한 인성을 가진 사람을 장관 후보 타이틀을 주고 인사 검증하는 자체만으로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대한민국의 현 상황은 모든 면에서 매우 엄중한 시기인 만큼 지금이라도 변 후보자는 더 부끄러운 치부가 들춰지기 전에 서둘러 자진 사퇴하고 청와대는 국민 세금 탕진하며 호사를 누린 자가 아닌, 건설 실무경력이 충분하고 책임감이 강한 민간 기업 인재를 임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는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변창흠 후보자에 대해 “당에선 오늘 청문회까지는 보고 최종판단을 하자는 입장이다. 다만 당내의 의원들이나 지도부는 굉장히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며 “저도 변 후보자가 부동산이라든지 주거 정책에 있어선 나름 진보적인 측면이 있으나 부동산이나 집을 짓고 국토를 개발하는 데 있어선 노동자들의 인권이 굉장히 또 소중하다. 거기서 사고가 워낙 많이 나기 때문에 ‘그런 인식을 갖고 있다면 상당히 문제가 있지 않나’ 이 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경기 고양시갑, 국토교통위원회, 4선)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개최된 의원총회에서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니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이냐. 이 말이야 말로 어제도 오늘도 죽음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산재공화국 대한민국을 만든 말이 아니냐. 바로 그런 인식을 바꾸고자 고(故) 김용균 어머니, 고(故) 이한빛 아버지께서 이 엄동설한에 목숨을 걸고 이 국회 앞을 지키고 계신 것이 아니냐”라며 “‘사람이 먼저다’를 내건 정부라면 이런 시대착오적 인식부터 점검하고 퇴출해야 마땅하다. ‘정부와 정치권에 생명과 인권에 관한 이런 저급한 인식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지금까지도 미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국민들은 반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토부 장관은 우리나라에서 산재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설, 교통 분야의 안전을 지휘해야 할 자리다. 그 어느 자리보다도 생명의 존엄과 안전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 필요한 자리다. 변창흠 후보자가 주택정책에 있어 진일보한 입장을 갖고 있음을 잘 알고 있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그 안에 사람이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그것이 변창흠 후보자를 향한 민심이라는 점을 분명히 유념해야 할 것”이라며 “따라서 국민의 이해와 유가족의 용서가 전제될 때만 정의당은 변창흠 후보자를 장관 후보자로서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22일 국회에서 한 브리핑에서 “오늘 오후 3시 10분경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장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방문했다. 오늘 단식농성장 방문은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일방적인 방문이란 점에서 매우 유감이다. 어제 변창흠 후보 측에서 단식농성장 방문 의사를 밝혔으나 정의당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며 “과거 변창흠 후보의 매우 부적절한 언행도 그렇지만 단식농성을 하시는 분들에 대한 고려 없는 행보 또한 짚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ㆍ보건복지위원회는 23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개최해 여야 합의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