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5ㆍ18 헬기 사격 목격자 사자명예훼손 징역 8개월ㆍ집유 2년
전두환, 5ㆍ18 헬기 사격 목격자 사자명예훼손 징역 8개월ㆍ집유 2년
  • 이광효 기자 leekwhyo@naver.com
  • 승인 2020.12.0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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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법정 경위들의 보호를 받으며 광주지방법원을 떠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법정 경위들의 보호를 받으며 광주지방법원을 떠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헬기 사격 목격자를 대상으로 한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 받았다.

이에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12ㆍ12 반란과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 유혈 진압(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로 기소돼 1997년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23년 만에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또 유죄 판결을 받은 것.

광주지방법원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30일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전두환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 내내 전두환 씨는 조는 모습을 보였다.

전두환 씨는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군이 헬기 사격한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에 대해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행 형법 제308조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전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에선 지난 1980년 5월 21일과 5월 27일 각각 500MD(공격형) 헬기와 UH-1H(수송용) 헬기에 의해 광주광역시 도심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음이 충분히 소명됐음이 인정됐다.

김정훈 부장판사는 “헬기 사격 여부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 피고인의 지위, 5·18 기간 피고인의 행위 등을 종합하면 미필적이나마 헬기 사격이 있었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며 “피고인의 변호인은 ‘목격자 수가 적고 공격형인 500MD 헬기의 1분당 발사 속도로 볼 때 소량 기총소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끊어 쏘기로 발사량 조정이 가능하고 40년 전 일이고 제반 증거에 부합하는 목격 증인들이 한정됐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해자인 고(故) 조비오 신부를 제외한 헬기 사격 직접 목격 증인 16명(사망 2명 포함)의 증언을 살펴보면 이 중 8명의 진술은 충분히 믿을 수 있고 객관적 정황도 뒷받침됐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광주에 출동했던 군인 증언은 대체로 헬기 사격을 부인하나 일부는 검찰과의 전화 조사에서 “위협 사격하라는 소리를 듣고 명령권자를 물어보니 연락이 끊겼다”고 진술했다.

전투교육사령부가 작성한 경고문과 광주소요사태분석 교훈집에 1980년 5월 22일 오전 ‘공중 화력 제공’, ‘유류 및 탄약의 높은 소모율’이 기재된 점도 500MD에 의한 사격이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판단됐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재판 내내 한 차례도 성찰하거나 사과하지도 않아 특별사면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고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피해자를 비난하는 회고록을 출간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도 “다만 이 재판이 5·18 자체에 대한 재판은 아니어서 피해자가 침해받은 권익의 관점에서 판단했다”며 실형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김정훈 부장판사는 “실형 선고는 양형 재량에 벗어나며 사자명예훼손죄 벌금형 상한이 500만원인데 추징금을 내고 있고 사자명예훼손 관련 민사 소송에서 손해배상도 해야 할 것으로 보여 실효성이 없으므로 집행유예 기간 동안 피고인이 5·18 왜곡을 못 하게 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이번 판결에 대해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비판하며 철저한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을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30일 서면 브리핑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5ㆍ18 피해자와 유가족, 광주 시민이 그간 받은 고통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국민의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 형량”이라며 “오늘도 전두환 씨는 사과 한마디 없이 법정에 나와 선고 당시에도 꾸벅이며 졸기 바빴다. 분통 터지는 피해자들 앞에서 참으로 뻔뻔한 얼굴을 들고 반성의 기미조차 없었다. 안하무인 식의 태도는 여전했다”고 비판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앞으로 진실을 규명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 ‘헬기사격’을 비롯해 최초 발포 명령자, 암매장, 성폭행 등에 대한 진실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며 “국민의힘도 그간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한 것이 진심이라면 5ㆍ18 관련 법안 통과에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한 브리핑에서 “유죄이기는 하나 전두환 씨의 죗값에 비해 너무도 가벼운 형량이라는 점에서 유감”이라며 “그럼에도 오늘 판결로 민간인을 겨냥한 헬기 무차별 사격이 인정됐다. 결국 대한민국 국민이면 다 알고 있는 사실,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는 바로 전두환 씨라는 점이 법의 심판대에서 확인된 것이다. 늦었지만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가 회복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광주시민들을 향한 무차별적인 헬기 사격과 목격자들의 증언과 증명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존재하는 모든 기록과 증언들이 당시 광주를 무참히 짓밟은 최종 책임자로 전두환 씨를 가리키고 있고, 오늘에서야 법원이 이를 인정한 것”이라며 “이제는 국회가 응답해야 할 시간이다. 불의의 역사를 청산하고 진실을 밝히는 일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의당이 앞장서서 5ㆍ18 역사왜곡처벌특별법을 제정하고, 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은 “오늘 내려진 법원의 유죄 판결로 말미암아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의 공분이 조금이나마 씻기고, 그날의 광주에 대한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국민의당은 향후에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부당한 공권력에 항거한 광주시민들의 명예를 되찾고 5ㆍ18 민주화 운동의 명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5ㆍ18 피해자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화해와 용서,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리고 화해와 용서의 전제는 가해자의 진실에 기초한 반성과 사죄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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