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 전북 문화예술계 박교수 성폭력사건 무죄 규탄 기자회견문
[우리의 주장] 전북 문화예술계 박교수 성폭력사건 무죄 규탄 기자회견문
  • 이상호 기자 sanghodi@hanmail.net
  • 승인 2020.10.2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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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전북시민행동(37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남북제주권역(18개), 전북여성폭력상담소시설협의회(24개) 등 총 72개 단체가 ‘전북 문화예술계 박교수 성폭력 사건’ 무죄 선고한 사법부가 유죄다! 라고 주장하며 28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전북 문화예술계 박교수 성폭력 사건’ 무죄 선고한 사법부가 유죄다

항소심이 시작한 이래 단 한번도 피해자의 안위를 걱정한 적 없던 판사는 항소심 선고가 있던 날까지 오롯이 피고인을 배려하고 염려하였다. 편파적인 그의 태도를 전북 미투시민행동의 시민들이 재판이 있을 때마다 지켜보았기에 오늘의 재판결과를 예상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사건 재판결과는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이 아니라 판사의 성인지감수성이 문제다.

법정에서 판사는 “진술보다 확실한 건 증거 아니겠습니까!”라며 이미 확신에 찬 목소리로 방청연대에 온 시민들을 보며 호통 치듯 말했다.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가해자가 만진 것을 ‘어떤 증거’로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객관적 증거’는 어렵기에 ‘피해자의 진술신빙성’ 을 주로 다투는 성폭력 사건의 특성을 이해했다면, 수많은 사실 확인서의 피해를 고발하고 증명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면, 오늘의 무죄선고는 결단코 있을 수 없다.

사법부가 가해자의 거짓말탐지기 거짓 반응은 쉽게 무시하고, 피해자들이 어렵게 용기 내 미투했으나 재판과정에서조차 끊임없이 난도질당하면서 반복된 증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무참하게 피해자의 목을 짓밟는 선고를 한 것은 그 자체로 유죄다. 성범죄피해자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배제하기는커녕 “이해가 안된다”며 증인으로 나온 피해자에게 큰소리치는 재판부가 계속해서 다른 성범죄재판을 하는 것이 지속된다면, 사법부의 정의실현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재판방청 연대하러 온 시민들에게 재판부가 “재판이 증거로 하는 것이지, 여론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라며 눈에 힘을 주고 큰소리치는 것을 보고 들었다. 방청연대의 목적은 피고인의 재판에서 사라지기 십상인 피해자의 권리가 잘 보장될 수 있도록 지켜보고 기록하는 것이다. 또한 시민이 재판을 방청하는 것은 시민의 알 권리다. 그 권리를 존중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되레 호통치고, 증인으로 나온 피해자가 신청도하지 않은 비공개재판을 유도한 재판부는 시민의 알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1심에서 무죄도 아니고 충분한 심리를 거쳐 유죄였음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에서 또 피해자들을 소환하여 피고인 앞에서 고통스러운 증언을 하도록 했다. 권력 있는 교수였던 피고인을 ‘외간남자’라고 칭하는 재판부의 인식은 가부장적이며 이 사건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이 단순 기습추행이 아니라, 위력에 의한 성폭력임을 알고는 있는지 의문이다. 이 나라가 떠들썩하게 ‘미투’를 외친 것은 보기 싫은 사람을 지목하여 마녀사냥하자는 것이 아니다.

가해자는 한명이지만 수많은 세월, 수많은 피해자들이 있었다. 이 사건 공소제기된 피해자들이 처음부터 형사고소를 했던 것이 아니라 주변인들의 요청에 언론에 자신의 피해사실을 다른 피해자와 연대하는 마음으로 알렸던 것이다. 가해자 한 사람이 너무 많은 사람에게 성폭력을 일삼았지만 그가 가진 권력에 감히 목소리 내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다수였다. 그나마 일터였던 학교를 나왔고, 용기 낸 피해자가 목소리 낸 것을 경찰에 연계되어 이 자리까지 오게 됐던 것이다.

재판과정 내내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가해자변호인으로부터, 가해자의 가족들로부터, 재판부로부터 끊임없이 2차 피해와 모욕을 당했다. 도대체 이 피해자들이 무엇을 원하여 자신의 삶을 욕되게 하겠는가. 정의로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의 끝이 결국 무죄라면, 앞으로 어떤 피해자가 권력을 가진 이의 횡포와 폭력을 발설할 수 있겠는가.

사법부의 무죄선고는 이로써 성폭력가해자의 앞날을 꽃길로, 피해자와 그를 지지하던 이들의 앞날을 가시밭길로, 아직 피해를 말해보지도 못한 수많은 피해자들의 앞날을 깜깜하게 만든 것이다.

대법원은 반드시 이 사건을 파기 환송하여 다시 심리할 수 있도록 응답하길 바란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성폭력가해자가 반성이 아닌 반격을 할지라도, 거짓과 위선으로 연기하는 가해자가 더는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정의의 이름으로 이 자리에 함께 선 우리는 피해자와 함께 끝까지 연대하고, 성폭력 통념에 맞서 성 평등한 세상을 만들 것이다.

 

▣▣▣ 우리의 요구 ▣▣▣

一. 피고인의 권리만 보장하고 무죄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를 규탄한다!

一. 사법부는 성폭력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성인지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교육을 실시하라!

一. 법원은 조용하게 방청하는 시민들의 알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라!

一. 대법원은 문화예술계 박교수 항소심 무죄사건 파기 환송하라!

 

2020년 10월 28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사)성폭력예방치료센터, (사)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정의당 전북도당, 전북여성단체연합,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 (사)전주여성의전화, (사)익산여성의전화,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유)전북민주시민교육센터 바스락, 페미니스트연극인연대, 성폭력반대청주대연극학과졸업생모임, KTS(한국공연예술자치규약)워킹그룹, 전북녹색당, 여성생활문화공간비비협동조합, (사)성폭력예방치료센터부설성폭력상담소, 군산성폭력상담소, (사)성폭력예방치료센터김제지부성폭력상담소, (사)성폭력예방치료센터정읍지부성폭력상담소, 익산성폭력상담소장애인성폭력상담소, 남원YWCA통합상담소, 익산여성의전화부설가정폭력상담소, 전북이주여성인권센터, 전북이주여성쉼터, 전주가정폭력상담소, 군산은혜의쉼터, 군산성가정의집, 군산여성의전화부설가정폭력상담소, 전주여성의전화부설가정폭력상담소, 전주여성의전화부설쉼터, 아시아이주여성쉼터, 남원YWCA사랑의집, 한국가정법률상담소정읍지부부설가정폭력상담소, (사)성폭력예방치료센터부설디딤터,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익산지부부설가정폭력상담소, 성평등전주, 전주시인권담당관, (사)성폭력예방치료센터부설교육센터더한, 책방토닥토닥, 전주비정규노동네트워크, 너나나나, 언니들의병원놀이, 문화기획단달, 청어람, 살롱드전북, 여성주의독서모임리본, 전북대페미니스트네트워크,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청년스프모임, 페미씨어터, 지식공동체지지배배, 미쓰리딩, 전교조전북지부, 전북기본소득당, 민주노총전북본부, 전북여성노동자회, 전북여성노동조합전북지부, 전북여성장애인연대,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진보당 전북도당, 나주여성상담센터, 담양인권지원상담소, 무안여성상담센터, 함평보두마상담센터, 여수성폭력상담소, 전남성폭력상담소, 해남성폭력상담소, 행복누리부설목포여성상담센터, 광주여성의전화부설광주여성인권상담소, 광주여성민우회성폭력상담소, 인구협회광주성폭력상담소, 제주여성인권연대부설제주여성상담소, 제주YWCA통합상담소, (무순, 총72개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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