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수사 지휘 박순철 남부지검장 사의 “정치가 검찰 덮어”
라임 수사 지휘 박순철 남부지검장 사의 “정치가 검찰 덮어”
  • 이광효 기자 leekwhyo@naver.com
  • 승인 2020.10.2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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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철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개최된 서울고등검찰청·수원고등검찰청 산하 검찰청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순철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이 19일 국회에서 개최된 서울고등검찰청·수원고등검찰청 산하 검찰청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펀드 의혹 및 정치권 로비 의혹 수사를 지휘해 온 박순철(56, 사법연수원 24기)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은 22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라임 사태에 대한 입장’이란 제목의 글에서 “그동안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 오지 못했다. 검사장의 입장에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 다만, 정치와 언론이 각자의 프레임에 맞춰 국민들에게 정치검찰로 보여지게 하는 현실도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울 뿐”이라며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 이제 검사직을 내려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박순철 남부지검장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봉현의 2차례에 걸친 입장문 발표로, 라임 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고 있고 나아가 국민들로부터 검찰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까지 이르렀다”며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서 검찰이 이렇게 잘못 비춰지고 있는 것에 대해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며칠 동안 고민하고 숙고해서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최근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라임 사건 수사에서 검사ㆍ야당 정치인 비위 사실을 보고받고도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선 “검사 비리는 이번 김봉현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기 때문에 대검찰청에 보고 자체가 없었고, 야당 정치인 비리 수사 부분은 5월경 전임 서울남부검사장이 격주마다 열리는 정기 면담에서 면담보고서를 작성해 검찰총장께 보고했고, 그 이후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으며, 8월 31일 그간의 수사상황을 신임 반부패부장 등 대검에 보고했다"며 "저를 비롯한 전·현 수사팀도 당연히 수사를 해 왔고 그렇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은 있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따라 서울남부지검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해야만 한다. 그런데 검찰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며 “이미 지난 주말부터 별도의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고 수사 지휘에 따라 대검과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하게 수사하는 것만 달라졌을 뿐 진실을 있는 그대로 파헤쳐 나갈 것이다. 수사 지휘 여부와 관계 없이 부패범죄에 대해 추호의 망설임도 없어야 하고 이는 검찰의 당연한 임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총장 가족 등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는, 그 사건 선정 경위와 그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위 수사에 대해 검찰총장이 스스로 회피해 왔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며 “검찰청법의 입법 취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검찰권 행사가 위법하거나 남용될 경우에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를 검사가 아닌 검찰총장에게만 하도록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ㆍ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ㆍ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순철 지검장은 “2005년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 지휘 시 당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고 사퇴했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때 평검사인 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그때와 상황은 똑같지는 않지만 이제 검사장으로서 그 당시 저의 말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지검장은 “저는 의정부지방검찰청 검사장 시절(2020년 1~8월) 검찰총장 장모의 잔고증명서 위조 관련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이 사건에 대해 처음에는 야당에서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자 여당에서 반대했고, 그 후에는 입장이 바뀌어 여당에서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고 야당에서 반대하는 상황이 연출됐고, 언론도 그에 맞춰 집중보도를 했다”며 “그러자 이번에는 이 사건 이해관계인들의 고소나 진정은 없는데, 오히려 사건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 자신의 형사사건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진정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의정부지검 수사팀은 정치적 고려 없이 잔고증명서의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선택했고 기소했다. 그 이후 언론 등에서 제가 누구 편이다고 보도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어쩌면 또 한명의 정치 검사가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저는 1995년 검사로 임관한 이후 26년간 검사로서 법과 원칙에 따라 본분을 다해 온 그저 검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라임 사건도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돼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진행될 것”이라며 “그런데 이렇게 정치권과 언론이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비판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남부지검 라임 수사팀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그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제발 믿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라임 관련 사건을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야 할 중대한 시기에 상급기관과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철저한 수사에 관한 책무와 권한을 부여받은 검사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은 흔들림 없이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고 진실 규명에 전념할 것을 당부드리며, 독립적인 수사지휘 체계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금명간 후속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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