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이 고종에게 선물한 도자기 등 첫 공개
프랑스 대통령이 고종에게 선물한 도자기 등 첫 공개
  • 양성희 기자 kotrin2@hanmail.net
  • 승인 2020.07.2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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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린 '신(新) 왕실도자,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 언론공개회에서 관계자들이 일본, 중국 등에서 온 수입 화병 등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1888년 사디 카르노 프랑스 대통령(재임 1887∼1894)은 두 해 전 체결한 조불수호조약을 기념해 자국을 대표하는 명품 도자기인 '백자 채색 살라미나(Salamis) 병'을 '백자 채색 클로디옹(Clodion) 병' 한 쌍과 함께 조선 왕실에 선물했다.

이에 고종은 12세기에 제작된 비색 청자 대접 두 점과 왕실 공예품인 '반화'(盤花) 한 쌍을 보내 양국 간의 우애를 다졌다. 반화는 놋쇠로 만든 받침 위에 각종 보석류로 나무와 꽃을 만들어 꽂은 조화 장식품이다.

개항 이후 서양 국가가 수교예물을 선물하고, 조선 왕실이 답례품을 보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조선과 프랑스의 수교 상징인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이 국내 처음으로 공개된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오는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특별전 '新(신)왕실도자,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를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살라미나 병을 비롯해 필뤼비트(Pillivuyt) 양식기 한 벌, 백자 색회 고사인물무늬 화병 등 그동안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근대 서양식 도자기 40여 점이 처음으로 전시되며, 이를 포함해 프랑스·영국·독일·일본·중국에서 제작된 서양식 도자기 등 약 310건 총 400점의 유물이 선보인다.

전시는 총 5부로 구성된다.

1부 '조선후기 왕실의 도자 소비'에서는 조선 왕실 청화백자를 전시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용, 꽃 등으로 치장된 화려한 청화백자 영상이 눈길을 끈다. 용무늬가 그려진 큰 백자 항아리인 '용준'(龍樽)과 모란무늬 청화백자, 화협옹주묘에서 출토된 화장품 그릇 등 조선왕실의 전통 도자기를 감상할 수 있다.

2부 '新(신)왕실도자 수용 배경'에서는 개항 이후 서양식 도자기가 왕실에 유입됐던 배경을 살펴본다. 전시 공간에는 1887년 전기 도입 후 궁중 실내외에 설치됐던 '오얏꽃무늬 유리 전등갓' 등 150여 점의 각양각색의 유리 등갓이 진열돼 있다.

관람객은 조선이 빛(Light)의 시대로 진입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공간에서 가지각색의 유리 전등갓을 비교해보고 유리 전등갓으로 만든 문을 통과해 본격적으로 서양식 도자기의 공간으로 진입하게 된다.

3부 '조선과 프랑스의 도자기 예물'에서는 조불수호조약 체결 기념으로 프랑스 세브르 도자 제작소에서 제작해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조선에 보낸 '백자 채색 살라미나 병'이 위풍당당하게 전시돼 있다. 아름다운 꽃무늬로 치장된 병은 높이 62.1㎝, 굽지름 30.5㎝의 대형 작품이다.

하지만 전시장에서 프랑스 대통령이 함께 선물했다는 '클로디옹(Clodion) 병'은 볼 수 없다.

이날 특별전 언론공개회에서 곽희원 연구사는 "1918년까지 덕수궁 석조전에 있던 클로디옹 병이 최근 일본 도쿄 프린스호텔(더 클래식 하우스 아카사카) 1층 레스토랑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곽 연구사에 따르면 조선왕실의 봉헌예물 기록과 사진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1918년 덕수궁 석조전에서 찍은 황실 가족 사진 속에서 클로디옹 병이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후 1930년대 고종의 일곱번째 아들인 영친왕이 거주했던 일본 도쿄 아카사카 저택 사진 속에서 다시 클로디옹 병이 등장했다.

곽 연구사는 "1955년 영친왕의 저택이 일본 기업에 매각되며 함께 소유권이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후 저택은 호텔로 이용됐다가 호텔 신관이 건축되며 현재는 호텔 레스토랑으로 사용되고 있다.

4부 '서양식 연회와 양식기'에서는 미디어 맵핑 기술을 활용해 조선 왕실의 서양식 연회를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다. 한쪽에서는 창덕궁 희정당 권역에 남아 있는 서양식 주방을 그대로 본뜬 구조에 '철제 제과틀', 러시아식 주전자인 '사모바르'(Samovar) 등 각종 조리용 유물을 전시한다.

5부 '궁중을 장식한 수입 화병'에서는 만국박람회를 통해 세계 자기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른 자포니즘(Japonism, 19세기 중반 이후 서양에서 나타난 일본 문화 선호 현상) 화병과 중국 페라나칸(Peranakan, 19세기 후반부터 말레이반도, 싱가포르 등지에 사는 중국 무역상의 후손) 법랑 화병이 선보인다.

국립고궁박물관은 29일부터 다음 갤러리(https://gallery.v.daum.net)에서 주요 전시 내용과 유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담은 온라인 전시를 연다. 또 9월 1일부터는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제작해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www.gogung.go.kr)에서 공개한다.

매주 목요일에는 유물에 대한 상세 정보와 설명, 전시 뒷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박물관 누리집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제공한다.

김동영 국립고궁박물관 관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코로나19로 지난 3년간 준비한 전시를 국민들이 볼 수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전시를 열 수 있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에 고종이 프랑스 대통령에게 선물했던 유물들이 코로나19로 오지 못한 게 아쉽다. 이들 유물은 이후 별도의 전시를 통해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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