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 원장 후보자가 27일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30억 달러 남북경협 이면합의서 서명' 의혹에 대해 사본을 제보했다는 전직 고위 공무원의 실명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법적조치를 검토할 것임을 밝혔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2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7일 인사청문회에서 제시한 소위 ‘30억 달러 남북경협 이면합의서’는 허위·날조된 것으로 법적조치를 검토하겠다”며 “주 대표와 하태경 의원 등은 2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진위 확인은 대통령께서 청와대 안보실장한테 물어보면 된다’고 했는데 이미 특사단에 문의한 바 ‘전혀 기억이 없고 사실이 아니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는 “주 대표는 28일 YTN 라디오에서 거명한 합의서 사본을 제보했다는 ‘전직 고위 공무원’ 실명을 밝혀야 한다”며 “주 대표의 주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성사시킨 대북 특사단에 대한 중대한 명예훼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후보자는 청문회장에서 주 대표에게 ‘면책특권에 숨지 말고 공식화하면 수사의뢰하겠다’고 한 바 있으며 언론 인터뷰 내용 등에 대해 위법성을 검토해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27일 인사청문회에서 공개한 합의서 사본에 대해 “제가 그 서류를 어디에서 위조해서 만들어서 제출했겠느냐? 제가 볼 때는 믿을 수밖에 없는 전직 고위 공무원 출신이 그것을 저희들 사무실에 가지고 와서 ‘이런 일이 있었는데 청문회 때 이것을 문제 삼아 달라’ 그렇게 해서 했던 것”이라며 “그 서류가 진실이라고 하면 평양에 한 부가 있고, 우리나라에 한 부가 아주 극비문서로 보관돼 있지 않겠느냐? 그런데 그 원본을 어떻게 저희들이 입수하겠느냐? 베이징에서 2000년에 이런 문서를 만들 때 관여한 사람이 여러 사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하태경 의원 등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이면합의서 진위를 확인할 때까지 국정원장 임명을 유보해야 한다. 확인도 하지 않고 임명할 경우, 국가안보에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며 “대통령이 진위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바로 옆에 국가안보실장한테 물어보면 된다. 서훈 안보실장이 (2000년 정상회담에) 당시 동석했기 때문”이라고 촉구했다.
국회 정보위는 이날 비공개 전체회의를 개최해 박지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청문보고서 채택에 반대하며 회의에 불참했다.
국회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서의 진위 여부가 관건인데 국정원이나 당사자인 박 후보자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며 “야당도 별다른 증거를 내놓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을 고려해 보고서 채택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행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임명동의안 등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그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 박지원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은 지난 8일 국회에 제출됐다.